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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취재

“한국에 친중정권 세워 사드 철회 노린다”

중국의 ‘韓 대통령 탄핵’ 대응책

  • 홍순도 |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mhhong1@hanmail.net

“한국에 친중정권 세워 사드 철회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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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낭떠러지로…”

“한국에 친중정권 세워 사드 철회 노린다”

중국 CCTV가 광화문 촛불시위 장면을 보도하고 있다. [CCTV 화면 캡처]

그러나 중국 당국은 한국 정치 사태를 계속 예의주시한다. 외교부 산하 싱크탱크와 베이징대 한반도문제연구소 등에서 활약하는 전문가들을 규합해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향후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처지에선 한국에서 큰 변고가 발생해 동북아 정세의 가변성의 커졌으니 대비할 것이 많다고 여길 것이다.

현재 외교가에서 떠도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시진핑 정권이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해 친구에서 원수로 돌아선 박 대통령을 낭떠러지로 계속 밀어붙인다는 설이다. 힘이 약해진 상대를, 내친김에 아예 쓰러뜨리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이에 따라 실체가 애매모호한 이른바 ‘한한령(限韓令, 중국 내 한류 제한 정책)’은 은밀하게, 그러나 강력하게 계속 추진된다고 한다. 사드 배치 결정을 강행해 이런 상태를 몰고 온 책임을 박 대통령에게 분명히 씌워 남남갈등을 유발하겠다는 전략이라고 한다.

사드 배치 결정 및 박 대통령 탄핵과 맞물려 현안으로 떠오른 한한령은 모호하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외교부의 겅솽 대변인은 지난 11월 말 내외신 정례 회견에서 “나는 한한령에 대한 말을 결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한한령을 유추할 만한 중국 정부의 공식 문건이 공개된 적도 없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보면 한한령이 없다고 하기 어렵다. 우선 사드를 경북 성주의 롯데골프장 부지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이후 중국에서 영업하는 롯데그룹의 모든 사업장이 세무조사, 위생검사, 소방검사를 비롯한 온갖 조사를 다 받고 있다. 송중기를 비롯한 한류 스타들에 대한 규제도 집중적으로 이어진다.  



중국 업계 관계자들의 신빙성 높은 증언도 쏟아진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한류 콘텐츠를 많이 방영해온 유쿠투더우(優酷土豆), 아이치이(愛奇藝), PPTV, LETV 같은 동영상 플랫폼 업체들의 중간책임자급들을 은밀히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한류 콘텐츠의 인터넷 방영, 판권 구매, 한국 업체들과의 협력사업을 전면 중단하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들로서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고압적 분위기였다는 전언이다.



중국은 ‘보복의 나라’

“한국에 친중정권 세워 사드 철회 노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몇몇 동영상 플랫폼업체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이런 조치는 언뜻 보면 대단한 게 아니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별에서 온 그대’나 ‘태양의 후예’ 같은 한국 드라마가 중국의 TV 채널이 아닌 인터넷 동영상 채널을 통해 대박을 터뜨린 사실을 감안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들 업체를 통하지 않고서는 한류의 보급이 쉽지 않은데, 중국 당국은 이 길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송중기가 당한 횡액은 한한령이 존재한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근거다. 송중기는 2016년 상반기 ‘태양의 후예’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군복 패션이 중화권에서 대유행했다. 중국의 대표적 여성 스타 안젤라베이비까지 군복 코스프레를 할 정도였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송중기는 무려 2280만 위안(한화 40억 원)에 달하는 개런티를 받고 중국의 토종 스마트폰 업체 비보의 CF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드 갈등 이후 광고 시장에서 송중기의 자리는 대만 스타 펑위옌(彭于晏)으로 대체됐다. 중국에서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전지현이나 송혜교도 앞으로 중국에서 광고를 못 찍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전지현이 출연한 ‘푸른 바다의 전설’이 요즘 절찬리에 방영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라는 말도 나온다.

한한령 따위를 발동하는 것은 대국의 자세가 아니다. 그래서 중국 당국도 공식적으론 이를 부인하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대국이든 소국이든 자국의 이익을 위해 까탈을 부리는 일은 국제사회에서 흔히 목격된다. 특히 중국은 ‘보복’에 관한 한 전통적으로 악명이 높다. “30년 복수를 하지 않으면 사나이가 아니다”라는 해괴한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최근 대만에 대한 압박에 나선 것도 보복의 일환으로 읽힌다.  

대만은 2016년 1월 ‘대만 독립’을 주창하는 민주진보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를 신임 총통으로 선출했다. 예상대로 차이 총통은 취임 후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중국은 시진핑 주석의 주도로 채찍을 들었다. 우선 대만으로 향하는 관광객을 대폭 줄였다. 대륙에서 활동하는 대만 기업들에 대한 옥죄기에도 적극 나섰다. 대륙에서 공부한 대만 유학생들의 취업도 제한했다. 이로 인해 대만의 관광산업 종사자들이 잇달아 자살하는 등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으나 중국 당국은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이런 중국이 한국이라고 그냥 둘 리 없다는 추측이 나올 법도 하다. 화장품 업계에 종사하는 쑨후이린 씨의 설명이 귀에 쏙 들어온다.

“중국은 내수 시장이 크다. 웬만큼만 만들면 중국인들에겐 중국 상품이 통한다. 하지만 아직 안 되는 분야가 있다. 바로 화장품이다. 이 분야는 한국이 중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 이 분야 외엔 다 한한령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화장품도 안심은 못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뒤 추문이 터졌다. 중국으로서는 최고의 상황,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됐다.”



韓 정부 무시, 韓 야당 환대

베이징의 외교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 일본의 강력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거부로 한·중·일 정상회의가 무산됐다. 한국 정부가 강하게 희망했으나 중국이 끝내 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베이징 주재 서방 외교 소식통의 전언이다. 시진핑 주석은 박 대통령의 대통령 지위를 공고히 해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2015년만 해도 주중대사가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별로 어렵지 않게 만났다. 그러나 사드가 현안으로 대두하면서부터 중국 외교부의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탄핵 정국이 시작되자 얼어붙었다. ‘식물 대사관’이 된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베이징에서 류전민(劉振民) 부부장을 비롯한 중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중국이 노골적으로 한국 행정부를 무시하고 한국 야당을 환대하는 것이다. 그 의도는 너무나 분명해 보인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충분히 짐작된다. 중국 정부는 박 대통령과 한국 정부를 아예 무시한 채 사드 배치 철회를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 그래서 정국 주도권을 쥔 한국의 야당과 진보진영에서 “중국이 저렇게 싫다고 하니 사드 배치를 철회하자”는 말이 나오도록 유도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중국은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한국 야권과 사드 배치 철회 문제를 은밀하게 협의할지도 모른다. 한한령도 속도를 조절해가면서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은 한류그룹 ‘방탄소년단’의 상하이 콘서트를 허가했다. ‘속도 조절’의 징표로 해석할 만하다. 다음은 베이징 외교가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 대통령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한국 정부의 외교력은 약화됐고, 중국은 이를 호기로 삼아 한국을 흔들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의 새 정권이 사드 배치를 철회하면 한미동맹이 위기에 처한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로 한국의 국가안보가 상당히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





신동아 201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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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mhho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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