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호

〈화제〉 인스타그램에서 안희정-문재인 초접전

安이 文 추월했다가 재역전당해

인스타그램으로 본 대선

  • 김다혜 | 신동아 객원기자 happyemilee2@hanmail.net

    입력2017-02-21 18: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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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인스타그램 대통령
    • 문재인, 자아도취형
    • 안희정, 보름 만에 팔로어 1만 명 늘어
    • 안철수, 황무지로 방치
    • “보수 성향 대선주자들 분발해야”
    • “한 장의 사진으로 소통하라!”
    • #먹스타그램 #심블리 #따뜻한 도시남자…
    젊은층이 자주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인 인스타그램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초접전 양상을 벌이고 있다.
    팔로어 수에 있어, 15일 안 지사는 3만6500명의 팔로어를 확보해, 3만5600명의 팔로어를 둔 문 전 대표를 추월했다.
    여론조사 지지율에선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에 뒤지고 있지만, '젊은층 표심의 선행지표'인 인스타그램에선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에게 처음으로 앞선 것이다.
    그러나 안 지사의 우위는 오래 지속되지 못 했다.
    이른바 '선한 의지' 발언 이후 안 지사의 인스타그램의 팔로어 수가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벌어졌다.
    15일 3만6500명이던 안 지사의 팔로어 수는 24일 3만4700명으로 1800명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문 전 대표의 팔로어 수는 3만5600명에서 3만8500명으로 2900명 증가했다.
    이에 따라 24일 현재 문 전 대표는 안 지사를 재역전했다.
    안 지사는 19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해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고 그랬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도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었던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 SNS 전문가는 "안 지사가 젊은층 사이에게 인기가 좋은 점이 인스타그램에 그대로 반영돼 15일 팔로어수에서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를 앞섰다. 그러나 안 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이 젊은층을 실망시킨 점도 인스타그램에 즉각 반영돼 안 지사의 팔로어 수가 뒷걸음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인스타그램이 안 지사에 대한 젊은층의 태도 변화를 신속하게 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한 인사는 "선한 의지 발언에다 불법정치자금 사적 유용(아파트 매입 등) 전력이 알려지면서 안 지사의 상승세가 꺾이는 추세인데, 인스타그램도 이를 반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이어지는 내용은 선한 의지 발언 이전인 15일까지 취재되어 작성된 신동아 3월호 기사입니다.)

    인스타그램(Instagram)은 2010년 10월 설립된 ‘최신’ 소셜네트워크다. 세계적으로 월 활동사용자가 6억 명 정도며 주로 사진 같은 이미지를 공유한다. 하루 평균 9500만 개 이상의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온다.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한국의 월 활동사용자는 600만 명에 달한다. 2년 만에 두 배로 뛰었다. 성장세가 무섭다”고 말한다. 페이스북은 2012년 4월 10억 달러에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

    그러나 많은 독자가 아직 인스타그램을 생소하게 생각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기초지식을 좀 더 설명하자면, 인스타그램은 인스턴트 카메라와 전보를 뜻하는 텔레그램(telegram)의 합성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도 사진과 비디오를 보낼 수 있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하나의 게시물에 하나의 이미지만 업로드할 수 있다. PC에선 우회적으로 사진을 올려야 한다.

    해시태그(#)는 인스타그램의 가장 큰 특징인데, 이 말은 샵(#)을 의미하는 해시(hash)와 묶는다는 뜻의 태그(tag)기능을 합친 신조어다. 일종의 정보묶음을 위한 기호인 셈이다. 샵이 붙은 검색어를 클릭하면 같은 해시태그가 걸린 게시물을 모아서 볼 수 있다. 2014년 국립국어원은 ‘먹스타그램’(먹는다와 인스타그램의 합성어)을 신조어로 선정했다. 인스타그램이 많이 알려지면서 TV 예능 프로그램에선 자막에 샵 기호를 쓰기도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권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인스타그램 정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다만, 이미 자리를 잡은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달리 ‘막 시작했다’는 인상을 준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강조하므로 이미지 정치, 감성 정치, 인간적 정치에 유리하다. 특히, 유력 대선주자 중 상당수는 인스타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공식계정을 보유한 대선주자는 △이재명 성남시장(2_jaemyung), △안희정 충남지사(steelroot),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moonjaein),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ahncheolsoo),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kmoosung),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yooseongmin21), △남경필 경기지사(nam.kyungpil), △이인제 전 경기지사(ijworld),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bkmkorea),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wonyoochul) 등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의원실 계정(simparazzi)을 운영 중이다.



    반기문, 열자마자 활동 끝

    반기문 전 총장은 대선 출마설이 무성하던 1월 중순 인스타그램 계정운영을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을 열었다는 건 물밑에서 대선 준비에 열을 올렸다는 방증이다. 그랬던 반 전 총장은 불출마 선언 포스팅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계정을 운영하지 않는다. 남경필 지사와 유승민 의원은 개설만 해놓고 한동안 인스타그램 활동을 하지 않다가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수개월 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흥미로운 점은 안철수 전 대표의 계정이다. 안 전 대표(ahncheolsoo)는 32주 전 게시물을 마지막으로 업로드한 뒤 더 이상 자료를 올리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 전문가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황무지로 방치해놓고 있는 셈이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황교안 국무총리는 아직까지 인스타그램 계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대선주자들 중 ‘인스타그램 대통령’은 단연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팔로어(6만9000여 명),  게시물당 좋아요 수(2000~6000회), 누적 게시물 수, 게시 빈도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다.

    2015년 3월 문을 연 이재명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하루에 두세 개씩 이미지를 꾸준히 올려왔다. 2월 9일 기준 누적 게시물이 1000개를 돌파했다. 초기엔 자연풍경이나 동물 사진을 올렸지만 최근엔 이재명의 정치적 행보를 주로 게재한다.

    이 시장은 계정 운영 4개월 만에 해시태그를 붙이기 시작했다. 해시태그를 이용하면서 팔로어 수와 ‘좋아요’ 수도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추측된다.

    ‘좋아요’ 수가 천 단위로 뛰어오른 건 2016년 2월 테러방지법 반대 국회연설(필리버스터) 관련 그림이었다. 현재 주요 게시물은 이재명의 강연과 대외활동 사진이다. 사진 속 이 시장은 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대화하고, 조선업 노동운동 현장을 찾아 근로자들을 격려한다. 사진 설명은 해시태그를 포함해 한 문단 또는 두 문단으로 간략하게 작성돼 있다.

    이 시장의 팔로어가 많은 것은 그가 그만큼 인스타그램에서 열심히 활동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일찌감치 계정을 생성해 게시물을 자주 올리면 해시태그가 ‘추천태그’로 분류돼 신뢰도지수가 올라간다. 한 SNS 홍보전문가는 “이재명 시장이 인스타그램을 홍보수단으로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영리하게 활용

    “이재명 인스타그램의 게시물은 관심사가 유사하고 전달하려는 프레임이 명확하다. 국민의 관심사와 자신의 관심사를 꾸준히 합치시킨다. 또한 신속성 등 인스타그램의 특성을 완벽히 이해해 구현한다.”

    여론 지지율에서 안희정 지사는 문재인 전 대표에 뒤지지만 인스타그램에선 안희정(팔로어 수 3만6000여 명)이 문재인(3만5000여 명)을 앞질렀다.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 안희정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 보름 만에 1만 명이 안희정 계정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게시물당 3000회 정도이던 ‘좋아요’ 수도 두 배 이상 뛰었다. 그러다 문재인 계정을 누른 것이다. 인스타그램이 젊은 층 여론 동향의 선행지표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보수진영은 10분의 1 수준

    안 지사는 2015년부터 충청남도의 풍경 사진, 셀프카메라로 찍은 사진 등을 업로드해왔다. 특히, 안 지사가 자연을 사랑하는지 꽃과 나무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아 언뜻 봐선 자치단체장 계정임을 알아챌 수 없다. 안희정 계정은 봄과 여름에 주로 운영됐으며 겨울엔 활동 내용이 드물었다. 하지만 대선주자의 행보를 시작한 후엔 정치활동 게시물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문재인 계정은 화보집을 방불케 한다. 전문가가 찍은 고화질 사진이 주로 업로드된다. 사진은 주로 문 전 대표의 정치활동과 관련된 내용이다. 문재인이라는 인물을 유독 강조한다는 점이 다른 계정과의 차이점이다. 해당 콘텐츠엔 #시상식 #얼스타그램(얼굴+인스타그램의 합성어) #멋짐 #화보 같은 해시태그가 있었다. 정치권 한 인사는 “문재인 인스타그램은 보기에 따라 다소 ‘자아도취형’으로 비친다”고 말했다.  

    대선주자 계정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보수 성향 대선주자들이 진보 성향 대선주자들에 미치지 못하는 편이다. 예컨대,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의 소식을 받아보는 팔로어 수는 3000여 명이다. 문재인 팔로어 수의 10분의 1에 그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보수진영의 분발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잘 활용해 대통령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 보수진영 대선주자들이 인스타그램을 잘 활용하지 않는 건 선거전략 상 상당한 문제일 것이다.

    국회의원 인스타그램에서도 진보 우세가 두드러진다. 팔로어가 가장 많은 의원은 표창원 민주당 의원(6만7000여 명)이다.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게시물은 표 의원이 1월 20일에 업로드한 사진으로, 9600여 회를 기록했다. 반려견 ‘모카’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동물보호법 개정안 심의를 호소하는 글을 덧붙였다. 팔로어가 많을수록 ‘좋아요’ 수도 많아진다. 계정을 팔로한다는 것은 계정 주인을 좋아하거나 업로드되는 이미지가 마음에 든다는 뜻이다. 표 의원의 팔로어가 많은 것은 그의 잦은 TV 출연 효과 때문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표창원 인스타그램은 박근혜 대통령 누드풍자화 논란 후 명절 인사 게시물 외엔 전혀 업로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홍보를 위한 인스타그램은 일주일에 2~3회 업로드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너무 자주 올리면 팔로어가 자주 방문해야 해 팔로어의 피로도가 높아진다. 표창원 계정은 이 주기를 잘 지켰다.   



    누드화 논란 후 개점휴업

    여의도 정치권은 특히 20~30대 젊은 유권자에게 어필하는 채널로 인스타그램을 인식하고 있다. 심상정 의원실의 김정아 비서는 “젊은 층이 인스타그램 콘텐츠에 확실히 반응을 보인다. 인스타그램은 홍보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같은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다수는 해시태그를 이용해 인스타그램만의 독창성을 어필하려 했다. 후자의 경우 동일한 내용의 신년인사 축전임에도 전자보다 반응이 훨씬 좋았다. 특정 주제의 사진을 규칙적으로 업로드하는 ‘테마형’과 해시태그로 웃음을 유발하는 ‘메시지 형’은 누리꾼들에게 재미를 준다. 그래서 이슈화하기 쉽다.



    “국밥의 당면”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먹스타그램은 의정 활동 중 점심을 먹는 동영상을 주로 게시한다. 한 네티즌이 “면만 먹는 것 같다”고 댓글을 달자 안 의원은 “국밥을 먹었는데 당면이 들어가 있었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안 의원은 먹방(먹는 방송)을 함께 찍은 이상민 민주당 의원에겐 “이상민 의원은 촌스럽게 먹방을 잘 모르셔서 손으로 브이를 하시는군요. 하하”라며 일침을 가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인스타그램은 정 의장을 #균블리(정세균과 러블리(lovely)의 합성어), #세균맨(애니메이션 ‘날아라 호빵맨’의 등장인물), #균중균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정 의장의 탈권위주의를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계정은 파파라치 개념이다. 심 대표를 훔쳐보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의정 활동을 위트 있게 표현한다. 이 계정은 TV 드라마 ‘도깨비’를 이용한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실은 “장면 자체가 스토리가 되는 한 컷의 사진을 엄선해 업로드한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대선주자나 국회의원 본인이 콘텐츠를 업로드하기도 하지만 대개 의원실 홍보팀이 운영한다. 의원실 밖의 제3자가 운영 주체가 되기도 한다. 정세균 계정은 대학생 팬클럽이 맡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제약이 없는 건 아니다. 글을 작성하기 불편하고 사진을 여러 장 묶어 올릴 수 없다. PC에서 작업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같은 내용을 포스팅해도 인스타그램에선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단 하나의 이미지나 동영상으로 어필해야 하므로 모든 것이 시각화되기 때문이다.

    대선주자 계정 담당자들은 인스타그램에 대해 “유머” “이야기하기” “부드럽다” “편안하다” “재미있다” “자유롭다”고 묘사한다. 한 대선주자 캠프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들어와서 보고 좋아들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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