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호

왜 안 뜰까

‘톡 쏘는 맛’ 그 이상이 없다

이재명 성남시장

  • 이종훈 정치평론가 | rheehoon@naver.com

    입력2017-02-21 18:23:46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외유내강과 거리 먼 캐릭터
    • ‘형수 쌍욕사건’ 극복의 한계
    • 노동·복지정책 포퓰리즘 지적도
    촛불 정국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한때 단숨에 대선주자 지지율 2위로 올라섰으니 말이다. 기초자치단체장으로는 이례적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덕분이다. 이 시장은 일명 ‘SNS 대통령’으로 불린다. 스스로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토로하기도 했다. “SNS를 안 하면 살 수가 없다.” SNS 중독임을 고백한 것이다. 팔로어가 100만 명이라고 자주 자랑하곤 한다.

    촛불 정국에서 그를 스타로 만든 이른바 ‘사이다’ 발언은 어떤 것일까. ‘주인 뺨을 올려붙인 것도 모자라 발길질까지 하는 패륜 머슴 대통령의 말로는 비참할 것입니다.’ ‘최순실 감독, 박근혜 주연, 새누리당 조연의 막장드라마 같다…국가의 운명을 통째로 최순실에게 맡긴 것이다.’



    갈등의 정치학

    세월호 참사 노란 리본이 지겹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렇게 쏘아붙이기도 했다. ‘우리 어머니 자식이 죽어도 그러실 겁니까?…우리 어머니 같은 사람들이 나라를 망치는 거예요.…본인의 자식이 그 일을 당하는 날이 있을 겁니다.’ 직설적이고 강하다.

    사이다 발언으로 급부상했지만 최근 그의 지지율은 하락세다. 왜 그럴까. 톡 쏘는 맛이 사라졌기 때문일까. 아니다. 이 시장은 여전히 SNS 활동에 열심이다. 발언의 강도와 기조도 여전하다. 팔로어 200만 명을 헤아리던 박원순 서울시장도 중도하차했다. 지지율 하락 원인은 결국 다른 데 있다. 국민이 톡 쏘는 맛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국민은 과거 발언이 직설적이고 강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한다. 그래서 그를 그리워하지만, 그래서 그보다 나은 진보 지도자가 나오길 기대한다.



    노 전 대통령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 근본적인 구조개혁에도 관심이 많았다. 당연히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혔고 돌파해내야 했다. 그 과정은 거칠었다. 말도 그랬고 행동도 그랬다. 갈등이 고조되는 속에서 성과는 지지부진했다. 결국 아쉬움만 남은 정권으로 끝났다. 진보 지지 세력은 더 강하게 밀어붙였어야 했다고 자성한다. 그런 기준에서 보자면 이 시장은 최고 적임자다.

    반면에 다른 관점도 존재한다. 노 전 대통령이 조금 더 세련되게 대처했더라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으리라는 분석이다. 외유내강의 길이다. 겉으로는 부드럽고 유연하게 반대 세력을 대하되, 견고하고 구체적으로 개혁 조치를 취해나가는 전략이다. 이런 방식에 이 시장이 적합할지는 의문이다. 이 시장이 가는 곳엔 갈등이 그치질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성남시의회와의 갈등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민선 5기 성남시장으로 취임한 직후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한 게 그 시작이다. 판교신도시 조성 사업비 5200억 원을 곧 정산해야 하는데, LH공사와 국토해양부에 줄 돈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성남시의회에서 다수당인 새누리당 측이 반발했다. 당시 성남시 예산 일반회계는 물론 판교특별회계도 흑자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LH공사와 국토해양부가 정산을 요청했다는 공문도 나오지 않았다.

    이후 시의회 내 새누리당 측은 모라토리엄 선언을 ‘정치쇼’로 규정했다. 전임 시장의 업적을 훼손하면서 본인이 추진하고자 하는 공약사업에 동력과 재원을 마련하려는 시도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이 시장 역시 몇 해 뒤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정치쇼였다는 지적이 있는 건 안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성남시의 재정 상황을 충격적인 방식으로라도 알려야 했다”고 간접 수긍했다. 시의회와의 갈등은 이 시장이 하고자 하는 공약사업 예산에 대한 통제 강화로 나타났다. 2013년 말엔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준예산을 운영하는, 성남시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어찌 됐건, 성남시는 초긴축 재정을 펼친 끝에 3년 6개월 만인 2014년 1월 모라토리엄 종식을 선포했고, 행정자치부 주관 ‘2014년 회계연도 재정운영평가’ 3년 연속 우수단체로 선정됐다. 그리고 그 실적을 시민들로부터 인정받아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결국은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시의회 내 새누리당 측은 모라토리엄이 정치쇼였다고 혹평한다. 또 이 시장 재임 기간에 되레 성남시 부채는 558억 원에서 2100억 원으로 2.5배 늘었다고 지적한다.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외교·국방 분야 취약

    이 시장이 대통령이 된다고 전제했을 때, 현재의 의석수를 고려하면 여소야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성남시청과 성남시의회 간 구도와 마찬가지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갈등관리는 국회를 상대할 때가 훨씬 어렵다. 성남시의회와의 오랜 갈등관계를 고려할 때 잘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점에서 비교되는 인물이 야당과 연정으로 여소야대 경기도의회와의 관계를 원만히 이끌어온 남경필 경기지사다. 이 시장은 남 지사보다 확실히 거칠다.

    이 시장은 셋째 형 이재선 씨(공인회계사) 내외와도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왔다. 이른바 ‘형수 쌍욕 사건’이다. 이 시장이 페이스북에서 직접 해명한 내용 일부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이재선 부부는 어머니가 자기 뜻대로 잘 안 움직인다고 ‘XX 구멍을 칼로 쑤셔 죽인다’ 폭언…. 이재명이 ‘왜 어머니를 때리고 XX 찢는다고 하나? 당신 아들이 당신(형수)에게, 당신 오빠가 친정어머니에게 XX 찢는다고 하면 마음이 어떻겠냐?’고 항의하자 이를 녹음한 후 앞뒤 다 빼고 ‘이재명이 형수에게 쌍욕했다’고 뒤집어씌움.’

    이 시장과 형수 사이의 통화 음성파일은 1회 유포할 때마다 50만 원 이상 물어야 하지만 암암리에 유포 중이다. 더욱이 이재선 씨는 동생이 대통령 되는 것을 막겠다며 ‘대한민국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성남시지부장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 시장의 아내 김혜경 씨는 요즘 이 사건과 이 시장의 성격에 대해 해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사회 정의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단호한 의지가 어투에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다소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충고도 많이 한다. 교양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시장은 자신의 성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좀 가볍다’는 말을 곧잘 듣는다. 업무에 있어서는 독종이라는 평을 듣지만, 표현이나 일상의 행동이 가볍다는 지적이다.” 이 시장도 50대다. 적지 않은 나이다. 성격 고치기를 기대하기엔 너무 늦은 것 아닐까. 더욱이 국민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친인척 관리에도 새롭게 눈을 떴다. 그 기준에 흡족할지 의문이다.

    이 시장은 매우 노동친화적이다. 복지친화적이기도 하다. 노동정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1000여 명에 불과한 근로감독관을 노동경찰관으로 바꾸고 숫자도 1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공약이다. 중학교 교과과정에 근로기준법 교육을 신설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그가 성남시에서 추진 중인 3대 복지사업은 청년배당, 산후조리지원금, 무상 교복이다. 일종의 무상복지 시리즈다. 노동경찰관 제도도 3대 복지사업도 다분히 포퓰리즘적이다.

    국가 발전엔 경제성장이라는 다른 날개도 필요한데, 그쪽은 취약 분야인 듯하다. 외교와 국방 분야도 마찬가지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무조건 반대’ 말고 대안 말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