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호

왜 안 뜰까

“다 죽어가던 朴 대통령 등 뒤에 칼 꽂는 모습에 실망”〈이성헌 전 의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7-02-21 18: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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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인으로서 할 도리 아냐”
    • “유승민·김무성이 ‘가짜 보수’ 만들어”
    • “최루가스 한번 맡아봤나…입으로 하는 정치 누구나 해”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유승민 의원은 김무성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의 양대 축으로 통한다. 두 의원은 집권여당(현 자유한국당, 옛 새누리당)에서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지냈지만 야당과 공조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를 이끌었으며,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 안에서 보수 개혁과 보수 혁명을 통한 정치 혁명은 불가능하다” “앞으로 새누리당에서 탈당 도미노가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보수의 본류는 우리 당”

    그러나 학생운동권(연세대 총학생회장)과 YS계(김영삼 총재 비서)에 몸담았다 친박근혜계에서 활동해온 자유한국당 소속 이성헌 전 의원(16, 18대)은 유 의원의 그간의 행보를 비판한다. 얼마 전 YS계 인사 장례식장에서 이 전 의원을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다.

    ▼ 여당에 대해 인적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는데요.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는 ‘박근혜 사당(私黨)’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보수의 가치를 오랫동안 지켜온 당으로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 정책적인 변화도 어느 정도 보여줘야겠죠. 무엇보다 우리의 가치를 살려낼 수 있는 후보를 우리가 만들어 선거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과 나라가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였다가 지금은 15% 안팎까지 올랐습니다만.  

    “거의 모든 언론이 우리 당을 박근혜 사당으로 치부해 비판하는 상황에선 이런 지지율 지표가 나올 수밖에 없겠죠. 우리 당이 어느 한 사람의 정당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이 다시 알게 된다면, 정책 면에서 개혁과제들이 제시된다면, 지지율은 회복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몇 개월씩 시간을 요하는 것도 아니고 두어 달 사이에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봐요.”

    ▼ 바른정당이 보수의 주류 자리를 대체하려고 합니다.

    “우리 당 싫다고 나간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그 정도 맨파워를 가지고 되겠습니까. 어림도 없다고 생각해요. 보수의 본류는 지금도 우리 당 내부에 있는 거죠.”



    “그 정도 맨파워로 어림도 없어”

    이 전 의원은 탄핵-최순실 문제가 불거진 이후 당이 대처를 잘못해 많은 사람이 실망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 당이 없어져야 할 당이라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야당 사람들 외에는”이라고 덧붙인다. 이어 그는 유승민 의원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는다.

    ▼ 유승민 의원이 탈당 후 대선에 출마합니다. 유 의원은 자신이 보수진영 개혁의 적임자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라고 일갈했고 유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유 의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유 의원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최루탄가스 한번 맡아봤는지, 땀 한 방울 흘려봤는지 정말 묻고 싶어요. 지도자는 모름지기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필요가 있어요. 유 의원이 지금까지 무엇을 희생했나요. 입으로 하는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아니, 보수의 가치가 ‘따뜻한 보수’라는 말로 되는 겁니까.”

    ▼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어떻게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그건 제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군부독재 시절에, 그 어려운 시절에, 유 의원은 어디 가서 뭐 했습니까. 자기 아버지가 공화당 국회의원 하는 동안 미국에서 공부했죠. 그 후에 뭐 했나요.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에서 한나라당 공천 받아 국회의원 됐죠. 그분이 무슨 그렇게 대단한 일을 했나요? 나라를 위해 무슨 일을 했나요?”



    “무슨 대단한 일 했나”

    이 전 의원은 바른정당에 대해 “요즘 국민들 생각이 다양하므로 다양한 당이 존립할 수 있다. 그 당도 국민의 뜻을 잘 받들어 일을 잘하면 좋은 정당으로 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바른정당 사람들이) 자기들이 싫어서 나간 당을 ‘가짜 보수’니 이렇게 이야기하던데, 이는 바른 자세가 아니다. 이런 비뚤어진 마음 자세로는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바른정당 중진의원들을 “돈이 많은 사람들”로 규정한다.

    “거기 있는 사람들을 보면, 3선 이상 된 사람들은 모두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들이죠. 어디 다른 당에서 국회의원 했습니까? 또한 돈이 많은 사람들이죠. 기본적인 조건인 것 같아요. 그쪽 국회의원들 중에 돈 없는 사람이 있나요? 김세환 의원은 얼마나 돈이 많습니까? 그런 사람들이 보수를, 서민을 대변한다고 이야기합니다.”

    ▼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탄핵소추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 됐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만으로는 탄핵소추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는데 유 의원과 김 전 대표가 이끄는 여당 내 비박근혜계가 가세해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의결됐다.) 김 전 대표에 대해 어떻게 보나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당 대표로서 총선에 큰 패배를 불러왔죠. 이렇게 큰 패배를 가져왔다고 생각하면 본인이 깨끗이 국회의원직을 던짐으로써 국민에게 사과해야죠. 말로만 사과하면 되겠습니까.”

    ▼ 김 전 대표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에 참여하면서 본인의 대선 출마를 포기한다고 했는데요.

    “제가 보기에 그분은 총선 패배로 인해 이미 대선 판에 들어가지도 못 하게 됐어요. 대선 판에 갈 수도 없는 사람이 안 나간다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하루아침에 돌변, 탄핵 동참”

    이 전 의원은 유 의원과 김 전 대표가 비박계를 이끌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동의한 점을 비판했다.

    “대통령이 4월로 자신의 임기를 단축하고 6월에 대선을 실시하는 일정이 확실히 나오고 있었잖아요. 이렇게 해야 나라를 체계적으로 끌고 갈 수 있지 않습니까. 다 그렇게 하기로 당론을 만들어놓고는 이분들이 하루아침에 돌변해 탄핵에 동참한 겁니다. 이건 다 죽어가는 사람 등 뒤에 칼 꽂은 거죠. 저는 한 여성에게 이렇게 칼질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실망했습니다. 그건 정치인으로서 할 도리가 아닙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원내대표와 당 대표까지 한 사람들이 우리 당이 ‘가짜 보수’라며 나갔는데 그러면 그동안 자기들이 ‘가짜 보수’를 만들어 놓은 거죠.”

    마지막으로 이 전 의원은 “조금 흥분했지만 실망한 것은 사실”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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