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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의 대선삼국지

“대세론 타고 인재가 모여드네”

조조로 변해가는 문재인

  • 김재욱 | ‘군웅할거 대한민국 삼국지’ 저자 kajin322@hanmail.net

“대세론 타고 인재가 모여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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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삼국지’의 등장인물과 현재 우리나라 정치인을 일대일로 비교하면서 해당 정치인의 성격, 삶의 행적, 향후 전망을 담아낸 ‘삼국지인물전’(2014)과 ‘군웅할거 대한민국 삼국지’(2016)의 저자가 급변하는 대선 정국을 반영해 ‘대선 삼국지’를 연재한다.
“대세론 타고 인재가 모여드네”

[캐리커처·디기리]

2017년 2월 현재,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수진영에서는 걸출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지지율이 턱없이 낮고, 아직까지는 약진할 가능성도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 틈바구니 속에서 황교안 총리가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보수진영의 희망으로 떠올랐으나, 출마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고, 상대 진영의 후보를 압도할 만한 기세를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의 재등장설이 나올까. 이대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10년 만에 보수진영은 정권을 빼앗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반면 진보진영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이하 문재인으로 표기)가 지지율 면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안희정 충남지사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그 뒤를 쫓고 있다. 반면 기세를 올리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그사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구 입성에 성공한 김부겸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편 한때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군소 후보로 전락했다. 이 추세에 큰 변화가 없다면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이 사실상 ‘본선의 결승전’이 될 수도 있다.

유리한 전장의 상황

각 당의 경선이 마무리되고, 대표로 나설 후보가 결정된 뒤, 이합집산을 거듭하다 보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알 수 없으나, 현재로서는 문재인이 양 진영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급기야 ‘문재인 대세론’까지 회자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작년 총선에서의 패배는 보수진영의 위기를 알리는 전조였다. 여당이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것은 국민이 총선 결과를 통해 여당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 경고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 하겠다. 설상가상 여당이 전열을 정비하기도 전에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일어났다. 이제 국민의 분노의 화살은 곧바로 박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재작년 ‘당권재민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켜 당을 재정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고, 한때 안철수를 비롯한 호남 중진들이 탈당해 위기를 맞는가 싶더니 총선을 앞두고 문재인이 표창원, 조응천, 김병관, 김병기 등을 영입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더욱이 상대 진영에 있던 김종인까지 영입해 총선에서 여당 독주를 막는 데 성공했다. 문재인이 영입한 이들 4명이 총선에서 모두 당선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당에 호남을 빼앗긴 것이 뼈아프다 하겠지만 오히려 ‘민주당은 호남 정당’이라는 고정관념을 불식하는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문재인 대세론’은 여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서 총선에서 패배하고 구심점마저 잃어버리면서 자멸했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보는 것이 온당하지 않을까. 거기에 진보진영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던 보수언론이 최순실 사태에 집중하면서 문재인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한 점도 대세론 형성의 외적 요소 중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이처럼 주변 환경은 문재인을 도와주고 있다. 그럼 오로지 이것 때문에 ‘문재인 대세론’이 유지되고 있는가. 문재인이 실제로 대통령에 당선될지는 쉽게 예단할 수 없다 해도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대세론의 한 축을 차지하는 내적 요소가 충실하지 않으면 대세론은 무너지게 돼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대선 레이스에서 마지막까지 대세론을 유지하느냐는 곧 문재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

그동안 문재인은 보수·진보 양 진영 유권자들로부터 “비서에 적격이지, 대통령감은 아니다” “사람은 좋은데 정치력이 없다” “카리스마가 없다” “결단력이 없다” “친노 성향이 강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재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이런 이유로 문재인에게 의구심을 품거나,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나 역시 이런 지적에 일리가 있다고 보고 문재인을 소설 ‘삼국지’의 등장인물인 유표(劉表·142~208)에 비유한 바 있다.

싸울 줄 모르는 사람 유표

소설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표는 군웅이 패권을 다툴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의 지역인 형주를 지키다가 병으로 죽은 사람이다. 190년, 강력한 군벌 원소를 비롯한 17명의 제후가 한나라 황제인 헌제(獻帝)를 끼고 권력을 독점하던 동탁(董卓)을 치기 위해 연합군을 결성했을 때, 유표는 풍부한 물자와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연합군에 가담하지 않고 형세를 관망했다. 이전까지 사회의 민감한 이슈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던 문재인의 모습과 닮아 있다고 하겠다.

이후 강동지역의 손견이 유표를 공격했다. 손견은 의욕만 앞세우고 공격해 들어오다가 시석(矢石)에 맞아 전사했다. 유표의 참모 괴량은 상대의 주장이 죽었으므로 여세를 몰아 강동지역을 차지하자고 권유했다. 그러나 이때 부하인 황조가 손견군의 포로로 잡히는 바람에, 유표는 손견의 시체와 황조를 맞바꾸고 싸움을 끝내버렸다. 이처럼 유표는 넉넉한 인품을 소유했을지는 모르나 싸움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사람은 좋은데 정치력이 없다’는 평가와 궤를 같이한다.

북쪽에서 당시 가장 강력한 군벌인 원소와 조조가 맞붙었다. 두 영웅은 싸움을 앞두고 동시에 유표한테 동맹을 제의해왔다. 둘 모두 유표를 강적으로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정작 유표는 둘 사이에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부하 장수 한숭은 군사를 일으켜 둘을 공격하라고 권유했지만 유표는 망설였다.

“내가 어떻게 조조와 원소의 군대를 당할 수가 있겠나.”

그러자 한숭은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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