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호

경제

‘리딩뱅크’ 자리 놓고 치열한 경쟁

변화 기치 내건 금융권 새 수장들

  • 조현주 | hjcho@donga.com

    입력2017-02-21 18: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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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한금융그룹, 조용병 회장-위성호 행장 체제 구축
    • 행장 내정 과정에서 드러난 ‘신한사태’ 상흔
    • 연임 성공한 이광구 우리은행장, ‘지주사 전환’으로 승부수 던져
    정치권에서만 교체와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게 아니다. 최근 국내 주요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줄줄이 교체되면서 금융권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전임에 비해 훨씬 젊어진 신임 수장들이 올해 금융권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1월 20일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조용병 내정자와 함께 회장 후보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조 행장이 회장이 되는 게 순리라고 생각한다”며 경쟁에서 스스로 발을 뺐다.

    조 행장의 회장 내정으로 신한금융그룹은 은행장 교체도 앞두고 있다. 위성호 사장은  2월 7일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지주의 사외이사 4명이 참여한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에서 차기 행장으로 단독 추천됐다. 다음 날인 2월 8일 열린 신한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위 사장을 차기 은행장으로 주주총회에 추천하기로 결의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 이후 ‘조용병 회장(현 신한은행장)과 위성호 행장(현 신한카드 사장)’체제로 재편될 예정이다.



    ‘엉클 조’의 “안주란 없다”

    조용병 회장 내정자는 앞으로 지주 회장으로서 짧게는 3년 길게는 9년간 회사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조 회장 내정자는 보수적인 신한 문화에 변화의 획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조 내정자는 대전고를 거쳐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후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인사부장, 강남종합금융센터장, 뉴욕지점장, 글로벌사업그룹 전무, 리테일 부문장, 영업추진그룹 부행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15년 3월 신한은행장으로 취임해 이번에 지주 회장 자리에까지 올라 ‘엘리트 코스’의 정석을 보여줬다.

    이런 행보와는 달리 회사 내에서 조 내정자의 별명은 ‘엉클 조’다. 직원들과 격의 없이 어울려 옆집 삼촌처럼 편안하다는 의미에서 지어졌다. 평소 소탈한 모습과 달리 업무 스타일은 신중하고 꼼꼼하다. 회사 내에서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꼽힐 만큼 추진력도 있다. 특히 신한은행 뉴욕지점장, 영업추진그룹 부행장, 신한 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등을 지내며 글로벌 영업에도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그룹에서 탄탄대로를 걷는 듯 보이지만 조 내정자가 떠안은 과제들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우선 그가 어떻게 리딩뱅크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신한금융은  2008년 이후 꾸준히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리딩뱅크라는 이름에 도취해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쇠락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조용병 내정자가 지난 2월 1일 열린 신한은행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강조한 말이다. 조 내정자는 이날 “개인과 조직의 역량, 시스템 및 프로세스, 기업문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비교를 불허하는 탁월한 신한’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조 내정자가 진두지휘했던 신한은행은 최근 3년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에도 매년 10% 안팎의 자산성장률을 기록하고 약 1조50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3분기 만에 1조512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전년 실적(1조4900억 원)을 단번에 뛰어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리딩뱅크를 노리는 타 금융사들이 맹추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 LIG손해보험 등을 인수하며 급격히 덩치를 키우고 있고 외환은행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하나금융지주도 바짝 추격세를 보이고 있다. 민영화 시대를 연 우리은행 역시 본격적인 경쟁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범으로 금융사 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진 상황이다.      



    젊은 수장 등장, 세대교체 불가피

    또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3월 총 12개의 자회사 가운데 8개 자회사 최고경영자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주 사장단의 3분의 2가 바뀌는 셈이다. 조 내정자는 회장 후보로 확정된 직후 “조직이 커질수록 활력을 위해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만큼 그룹 전반의 대규모 세대교체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 과정에서 조직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도 조 내정자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2011년 3월 취임해 그동안 신한을 이끌어온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1948년생으로 올해 69세다. 한 회장은 신한금융그룹의 회장 나이 제한(만 70세) 규정으로 지난 6년간 지켜온 왕좌에서 내려오게 됐다.



    반면 조 회장 내정자는 1957년생(만 60세)으로 주요 계열사 사장들과 나이 차가 많지 않다. 신한금융지주의 12개 계열사 사장의 출생연도는 1955~59년 사이에 몰려 있다. 이 때문에 조 내정자가 차기 리더로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선 대대적인 사장단 인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차기 행장과의 역학관계에도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조용병 회장 내정자는 위성호 행장 내정자의 1년 입사 선배로 나이 차도 1958년생인 위 내정자와 한 살밖에 나지 않는다. 신한은행은 신한지주 자산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은행장이 거느리는 조직이 지주 회장 산하 조직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이 때문에 둘 사이에 알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이러한 우려를 감지하듯 위성호 행장 내정자는 “조용병 회장 내정자와 마찰이 있다는 소리가 안 나게 할 자신이 있다”며 “신한지주는 지주와 계열사 간 역할분담이 잘돼 있으므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위성호 사장의 행장 내정 과정에서는 아직 ‘신한사태’의 상흔이 깨끗이 지워지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위 내정자는 2010년 라응찬 당시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측이 신상훈 지주 사장을 고발하면서 벌어진 이른바 ‘신한사태’ 때 라 전 회장 측에 선 인물이다.



    신한사태 상흔 아직 남아

    금융정의연대는 2월 1일 위성호 내정자를 ‘신한사태와 관련한 재판 과정에서 위증을 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2010년 신한사태 당시 위 사장이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으로서 신한사태를 기획하고 실행했을 뿐 아니라 진상을 은폐하려고 검찰 조사와 법원에서 위증과 위증교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한지주 자경위는 이 같은 외부 반발에 대한 논의 끝에 ‘시민단체의 고발이 은행장 후보로 추천하는 데 문제가 될 사항은 아니다’라고 의견을 모았다.

    신한금융지주 자경위는 위 후보자가 은행, 지주, 카드를 거치며 은행장으로서 요구되는 통찰력과 조직관리 역량을 고추 갖춘 것으로 평가했고 신한은행의 리딩뱅크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신한은행 측은 “은행장 후보로 추천된 위 사장은 은행과 지주회사에서의 업무 및 의사결정 경험과 카드사 CEO(최고경영자)로서의 성공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차기 은행장으로서 신한은행의 리딩뱅크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사태는 당사자 간 법정싸움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난 2013년 서울고법 형사3부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지주사 회장과 행장으로부터 고발당한 혐의가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올해 신 전 사장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에 이 결과에 따라 또 한 번 신한사태가 논란이 될 여지도 있다. 이는 신한의 새 수장이 된 조 내정자와 위 내정자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이광구 우리은행 민영화 1호 행장

    우리은행 역시 올해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1월 25일 이광구 현 우리은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내정했다. 지난해 ‘4전5기’ 끝에 민영화 성공을 이끌어낸 이 행장은 올해 금융지주사로의 체제 전환을 선언하면서 더 큰 승부수를 던졌다. 현행 은행법 아래에서는 복합점포나 계열사 연계상품 출시 등의 협업이 어렵고 신한·KB·NH농협·하나 등 4대 금융지주와 경쟁해야 하는 만큼 지주사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1월 25일 차기 은행장 내정 기자간담회에서 “지주사 전환을 위해 먼저 증권 및 보험사를 제외한 부동산 관리 회사 등과 같은 소규모 금융사의 인수를 추진하고 그다음 증권과 보험사 순으로 인수합병에 나설 생각”이라며 구체적 계획을 밝혔다.

    우리은행은 2월 3일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해 ‘미래전략단’을 신설했다. 미래전략단은 앞으로 지주사 전환을 전담할 예정이다. 지난해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매각 실무를 담당했던 이원덕 미래전략단 상무가 이 작업을 진두지휘할 방침이다.

    이광구 행장은 오는 3월 주주총회 이후 새 임기를 시작하며 ‘민영화 이후 첫 행장’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지난해 민영화를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선 이 행장에게 당연히 붙어야 할 수식어이기도 하다. 이 행장은 지난해 세 차례 해외 기업설명(IR)에 나서며 민영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2월 1차 IR에서는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 연기금 31개 투자자를 면담했다. 5월에는 미국 뉴욕, 보스턴, 워싱턴, 필라델피아에서 기관 투자자 10곳을, 6월에는 일본 연기금 대형자산운용사 6곳을 방문해 우리은행의 실적 개선 현황과 핀테크, 글로벌 전략 등을 설명했다. 국내외 신용평가기관을 대상으로 우리은행 자산 건전성 IR 미팅도 이어갔다. 미국 신용평가기관 S&P가 지난해 8월 우리은행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상향 조정한 것도 이 행장의 노력이 맺은 결과였다.  

    이광구 행장은 앞으로 남은 임기 2년 동안의 경영목표를 ‘새로운 내일, 더 강한 은행’으로 정했다. 경영혁신을 통해 강한 은행의 기틀을 닦겠다는 의미에서다. 이를 위해 ▲고객기반 확대, ▲수익성 중심으로 영업 체질 개선, ▲철저한 뒷문 잠그기(실적을 개선하려면 부실부터 줄여야 한다는 의미로 ‘앞으로 벌고 뒤로 나가게 해선 안 된다’는  표현)▲신성장동력 추진, ▲영업 문화 혁신이라는 5대 경영전략을 내세웠다.

    이광구 행장은 “신성장동력 추진을 위해 자산관리 경쟁력 강화(자산관리 대중화, 고객 중심의 자산관리, 비대면 자산관리 플랫폼 구축) 플랫폼 네트워크 확장(생활 밀착형 금융플랫폼인 위비플 강화 및 플랫폼 네트워크 확장, 온오프라인 제휴 확대), 글로벌 비즈니스 질적 성장, IB 강화 및 이종산업 진출 활성화, 사업포트폴리오 재구축 등 ‘5대 신성장동력 추진’을 통해 금융영토 확장과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재도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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