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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터뷰

“미국이 北 선제타격하면 서울은 核불바다”

태영호 前 영국 주재 북한 공사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주승현 | 북한이탈주민·정치학박사

“미국이 北 선제타격하면 서울은 核불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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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北 주민은 암살된 김정남 존재 자체 몰라
  • ● 허리춤에 칼 찬 경호원들… 내 신변은 걱정 안 해
  • ● 남조선 해방→초토화로 전략 바꿔
  • ● 신심(信心) 허물어뜨려야 北 무너져
  • ● 통일만이 한국 국민이 살아남는 길
“미국이 北 선제타격하면 서울은 核불바다”

[김성남 기자]

2월7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터 잡은 미술관 겸 레스토랑 충정각에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만났다.

충정각 바깥은 소란스러웠다. 이웃한 건물에 자리 잡은 ‘벙커1’에 에두아르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더러운 잠’이 전시됐다. 명화 속 누드에 박근혜 대통령 얼굴을 합성한 작품. 표창원 의원이 주최한 국회 전시에 걸렸다 모욕 논란을 부른  그림이다.

태극기를 손에 든 노인 20여 명이 “종북 세력 물러나라” “박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면서 벙커1 앞에서 ‘더러운 잠’ 전시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나선 이보다 더 많은 30여 명의 경찰이 충정각, 벙커1 주변을 경비했다. 태 전 공사를 태운 승합차가 시위대와 경찰 병력을 뚫고 충정각 앞에 도착했다. 국가정보원 혹은 경찰청 소속으로 보이는 경호원 5명이 내렸다. 경호원은 경비하던 경찰 병력을 벽을 보고 서 있게 했다.

“김정남 암살은 스탠딩 오더”

2월 13일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김정은 이복형)이 습격을 당해 사망했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김정남 암살은 반드시 처리해야 할 김정은의 스탠딩 오더(Standing order)였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내 신변은 걱정 안 해”라고 말했으나 충정각 안은 삼엄했다. 경호원들이 구석구석을 들여다봤다. 창문을 두들기고 시건장치를 확인했다. 경호원들은 허리춤에 칼을 찼다. 농담을 건네도 웃는 법이 없었다. 태 전 공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광화문 촛불집회에 사람들이 왜 모이는지 알아요? 한국 시민들은 부정의에는 참지 못하는 DNA를 할아버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아 진화했어요. 승리해본 경험도 있습니다. 6월 항쟁을 보면서 자랐죠. 최순실 국정농단이 참을 수 없는 겁니다. 누가 나오라 말 안 해도 뛰쳐나와요. 북한 사람들도 의심하고 하나씩 알아가고 행동해 저항하게 만들어야 통일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태 전 공사는 평양외국어학원, 평양외국어대를 졸업하고 덴마크, 스웨덴에서 외교관으로 일했으며 2000년 영국 근무를 시작해 2014년 마지막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2016년 7월 한국으로 망명해 12월부터 공개 활동을 시작했다.

北 붕괴하지 않은 까닭

태 전 공사는 “아들을 노예주의 노예로 살게 할 수 없어 탈북했다”면서 “수령에 대한 신심(信心)을 허물어뜨려야 북한이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또 “핵, 경제 병진노선의 실체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을 겨냥한 핵 타격”이라면서 “한국에서 그간 나온 북한 붕괴론은 주관적 바람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통치 체제만 바뀌어도 북한이 아주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할 것”이라면서 “북한 주민의 신심이 수령에서 돈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 한국에서 북한 붕괴론이 크게 4차례 거론됐습니다. 옛 소련 및 동구권 사회주의 붕괴 시기, 1990년대 중후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 김정일 사망 직후 시기, 권력 투쟁 가능성이 제기된 장성택 숙청 전후 시기입니다. 북한의 통치구조가 이 같은 위기를 거치면서 내구성을 입증해낸 형국입니다. 문명사적 상식이나 인류의 보편적 발전 과정에서 볼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체제가 유지된 까닭이 뭘까요.

“6·25전쟁 이후 북한이 위험하거나 힘들던 때를 기준으로 북한 붕괴론이 나온 듯합니다. 1994년 김일성이 죽은 후 아사(餓死)가 일어나자 세계는 북한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봤습니다만 사람이 죽고 경제가 혼란을 겪는데도 살아남았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경제적 혼란, 사회적 무질서가 나타나면 나라가 망하거나 체제가 붕괴된다고 봅니다만 북한에 그것을 적용하는 것은 주관적인 바람일 뿐입니다. 북한은 달라요. 경제생활의 악조건이 조성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만으로는 체제가 무너지지 않습니다. 사상과 이론에 따라 사람을 단합시켜 위기를 극복하기에 경제적 혼란으로 인해 체제가 붕괴하지 않습니다.”

▼ 사상과 이론이 붕괴를 막았다?

“고난의 행군 시기 때도 북한에서 체제 유지를 의심한 사람이 별로 없어요. 고위직, 엘리트는 더욱 그랬고요. 어떻게 극복했느냐. 신념과 이념이 흔들리지 않았기에 극복이 가능했습니다. 고난의 행군보다 더 어려운 6·25전쟁 때도 이겨내지 않았습니까. 한국도 파괴됐지만 북한은 큰 도시가 다 잿더미가 됐습니다. 잿더미를 헤치고 일어난 것은 공산주의가 옳다고 믿었기에 사회주의로 나가면 누구나 평등하게 잘 사는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는 꿈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북한 당국은 고난의 행군 때 주민에게 ‘곤란과 시련은 동구권 사회주의가 예견치 않게 붕괴해 경제적 관계가 끊어져 생긴 일시적 어려움이다. 전쟁 때 잿더미에서도 헤집고 일어나지 않았느냐, 이건 일도 아니다’라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데도 우리는 신심을 갖고 살았어요. 붕괴한다고 여긴 것은 외부에서 잘못 판단한 겁니다.”

“수령에서 돈으로”

▼ 신심이 여전합니까.

“굶어 죽은 사람의 시체가 강물에  떠내려가거나 이웃집 사람이 배가 곯아 죽어나가는 일이 북한에서 더는 없습니다. 북한 경제가 과거처럼 혼란스럽지도 않고요. 경제 사정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모든 것이 제대로 굴러가는 듯한데 북한 붕괴론이 왜 다시 머리를 드느냐?”

▼ 신심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거죠. 바로 그겁니다. 공산주의 사회는 신심과 마음이 변해야 허물어집니다. 경제적 곤란은 다 극복할 수 있어요.”

▼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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