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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 리포트

이별·재회 기술도 돈 내고 배운다

2030 新연애풍속도

  •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이별·재회 기술도 돈 내고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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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별 후, 친구를 불러내 밤새 술 마시며 하소연하거나
  • 불 꺼진 그의 방 창문 아래 하염없이 서성이며 애태우던 풍경도 머잖은
  • 미래엔 인류의 유물로 남지 않을까. 요즘 젊은 세대는 연애를
  • ‘글로 배우는’ 것에 익숙하다. 유혹의 기술만이 아니다.
  • 재회 방법까지 전문상담사를 통해 ‘배우는’ 이가 적잖다.
  • 영화 속 판타지로만 여겨지던 ‘연애조작단’은 실재한다.
이별·재회 기술도  돈 내고 배운다

[shutterstock]

“전화 상담만 하는 데 20만 원이요?”

“네. 단, 기한이 정해진 게 아니니 상담 종료 때까지 추가비용은 없습니다.”

그와 이별한 지 20일째 되던 날, 불안과 초조가 뒤엉킨 마음으로 인터넷 연애 상담 사이트를 배회할 때였다. ‘재회 전문’ 타이틀을 내건 상담 사이트를 발견한 건 우연이지만, 막상 검색창에 ‘재회 상담’이란 단어를 입력하자 수십 개 사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상담 내용은 대부분 비밀글로 등록돼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사이트 이용 후기는 얼마든지 열람이 가능했다. 인터넷 쇼핑을 하듯 내담자들의 후기를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칭찬 일색인 곳, 글의 맥락이나 어투가 비슷하게 정돈된 곳은 제외했다. 다년간 인터넷 쇼핑 경험을 토대로 짐작건대, 이런 곳은 댓글 알바를 동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면 상담을 진행해야 하는 곳도 일단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다른 업체에서 돈만 날리고 제대로 된 상담을 받을 수 없었다’는 후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아 얼굴을 맞대고 상호 신뢰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모르는 사람과 마주 앉아 구구절절 실연당한 얘기를 실토할 만큼 심장이 단단하게 여문 상태가 아니었기에 우회적 방법을 택하는 편이 나을 듯했다. 1회 무료 전화 상담 후 유료 상담으로 전환할 수 있다니 우선 얘기를 들어보고 상담을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해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재회 상담도 인터넷 쇼핑처럼

상담 신청 절차는 비교적 간단했다. 나이, 직업, 사는 곳 등 간단한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난이 있고, 그 아래 만남에서부터 이별, 현재의 구체적 정황을 정리할 수 있게 한 빈칸을 채워 완료 버튼을 클릭하면 신청서가 제출됐다. 댓글을 통해 상담 가능 시간을 조율하고 며칠 후 1시간 20분가량 무료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상담사는 노련했다. 1시간여 동안 모르는 사람과 무슨 얘기를 얼마나 주고받을 수 있을까 싶던 암울한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심지어 그는 신들린 점쟁이나 되는 듯 내가 별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족집게처럼 콕콕 아픈 곳을 들쑤시며 내 마음을 짚어냈다. ‘내가 이런 유(類)의 연애상담만 하루에 몇 건을 처리하는지 알아?’라는 말을 귀에 들리게 내뱉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는 ‘나는 다 알아’ 병에라도 걸린 듯했다.

전화를 끊고 난 후 느낀 소회는 ‘아, 나도 결국 그렇고 그런 빤한 연애의 결말을 맞았구나’ 하는 것이었다. 물론 수화기 너머 상담사가 직접적으로 그런 슬픈 말을 던진 건 아니었다. 되레 상담사는 대화 말미에 고맙게도 “그분과 결혼하셔야죠”라는 말까지 위로하듯 건넸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선뜻 “정말 그러고 싶어요”라는 말 같은 건 튀어나오지 않았다. “글쎄요”라는 대답에 상담사는 살짝 당황하는 듯했다.

통 크게 20만 원을 쏘고 2회 서면 상담과 3회 전화 상담을 거쳤다. 심리 상태와 행동 패턴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지가 오갔고, 전화 상담이 이어진 후엔 30쪽이 넘는 재회 프로그램 문서도 전달받았다. 조만간 헤어진 연인과 통화하게 되고 만남도 이뤄질 것이니 조바심을 버리고 자신이 하라는 대로 잘 따라와달라는 상담사의 당부도 덧붙여졌다.

나, 실연당한 여자야!

이별·재회 기술도  돈 내고 배운다

재회 전문 업체 ‘디엘연애조작단’의 연애 상담. [이상윤 기자]

하지만 지난 보름간 그의 조언에 따라 내가 취할 수 있던 액션은 고작 헤어진 연인과 문자메시지 두 통 주고받은 게 전부였다. 그마저 헤어질 당시 나눈 ‘미안하다’ ‘잘 지내라’ 식의 이야기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내용이어서 괜한 짓을 한 건 아닐까 찝찝하기까지 했다. 상담사에게 ‘당신이 보내보라는 문자 내용은 헤어지기로 한 직후 이미 주고받은 얘기와 비슷하다’고 했지만 그는 ‘괜찮으니 보내라’고 했다. 하지만 정말 괜찮은 건지, 정작 문자를 받은 당사자인 헤어진 남자친구의 속마음은 여전히 알 길이 없다. 기약조차 없는 길고 긴 인고의 시간만 남겨진 셈이다.

상담사가 말한 재회 시점은 헤어진 지 두 달여나 지난 시기인데, 그동안 정말 문자 두 통 주고받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혹여 그사이 괜찮은 여자가 나타나 그를 낚아채가는 건 아닐까 은근한 조바심이 생겼다. ‘헤어진 지 석 달 만에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더라’ 유의 얘기를 한두 번 접해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죠.”

상담사는 그런다 한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투로 대답했다. 통화 첫날 무료 상담에서, ‘내담자 같은 경우 빨리 상담을 진행해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는 너무도 상반된 반응이었다.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새로운 이성을 만나게 되면 대부분 이전 연인과 비교 아닌 비교를 하게 됩니다. 그런 시점에서 남자친구가 내담자와의 좋았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단서를 제공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분명 혼란스러워지겠죠. 그런 타이밍을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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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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