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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소아(小兒)적 대국… 때리면 맞으면서 버텨야”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 이문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중국은 소아(小兒)적 대국… 때리면 맞으면서 버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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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낡은 산업구조 대체 못해 중국이 catch-up
  • ● 中 경제 융·복합 위기…추격기→정체기 단계
  • ● 美中 쟁패는 사자와 늑대 싸움
  • ● 남북 경제협력이 韓이 가진 지렛대
“중국은 소아(小兒)적 대국…   때리면 맞으면서 버텨야”

[박해윤 기자]

정덕구(69) 니어재단 이사장은 1997년 외환위기 수습의 주역이다. 재정경제부 차관을 거쳐 산업자원부 장관을 역임했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후 서울대와 중국 베이징대·런민대 초빙교수로 일했다. ‘거대 중국과의 대화’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 ‘기로에 선 북중관계’ 등의 책을 냈다. 니어(NEAR·North East Asia Research)재단은 동북아 단일시장을 모색하는 연구기관이다.

‘中·國·通’ 1회(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2회(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는 현실주의 정치학을 틀로 삼아 중국의 실체를 들여다봤다. 3회의 주제는 ‘경제의 창(窓)으로 본 중국’이다. 정 이사장은 2000년 1월 장관직에서 물러난 후 17년간 중국 문제에 천착했다. 베이징에서 대학생을 가르쳤으며 공산당, 학계, 경제계 인사와 교류했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 등과는 붕우(朋友)로 지냈다.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고문을 맡고 있다.

中의 생존방정식

“중국은 소아(小兒)적 대국…   때리면 맞으면서 버텨야”

 문화대혁명(1966~1976) 때 ‘부르주아 의식’을 고발하기 위해 열린 군중집회. [동아일보]

미중 패권 경쟁의 전초전 격인 무역 전쟁이 시작됐다. 미중이 갈등·타협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중국 경제는 연착륙할까, 경착륙할까. 사드 배치 결정에서 비롯한 중국의 압박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북중 관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동아시아 시대의 주역이 되려면 한국 경제는 어떤 지향을 가져야 할까. 1월 25일 니어재단(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정 이사장을 만났다.

▼ 중국은 어떤 나라입니까.  

“구석구석 들여다보면 시원찮으나 총체적으론 만만치 않죠. 소아(小兒)적 대국이라고 정의하겠습니다. 중국을 다루는 데 왜 실패하느냐면 결코 만만한 나라가 아닌데 겉으로는 허술해 보이기 때문이에요. 중국은 전근대·근대·탈근대가 공존·공생하는 나라입니다. 중국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합니다.

소프라노 조수미의 중국 공연이 취소됐어요. 사드와 조수미가 뭔 상관일까요. 소아처럼 행동하는 까닭을 알려면 중국의 생존방정식을 이해해야 해요. 베이징은 공식 통계로만 13억 명이 넘는 인구를 먹여 살려야 합니다. 영토도 보존해야 하고요. 중국이 한국이나 미국, 일본처럼 살았으면 굶어 죽었습니다.”

▼ 서구의 시각으로 중국을 들여다보면 안 된다?

“인민을 자유롭게 풀어놓는다?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요. 인도처럼 될 겁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개방하면서 자유화·분권을 병행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사분오열(四分五裂)했을 겁니다. 중국은 동질성이 아닌 이질성의 나라예요. 유럽처럼 쪼개면 30개 넘는 국가가 나와요.”

▼ 그래서 ‘모자이크 국가’라고도 합니다.

“중국을 향해 다른 나라처럼 행동하라고 요구하는 것에 대해 중국 사람들이 가진 불만이 많습니다.”

▼ 생존 원리 자체가 다르다는 거군요.

“중국 사람들이 강조하는 얘기가 생존방정식의 차이를 인정해달라는 겁니다. 중국은 소아적이면서도 대국주의·복속주의를 지향해요. 끊임없이 단결하려는 속성도 있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분오열을 막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중국의 경제개발 과정을 봅시다. 인구 이동을 통제하면서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개혁·개방을 확대했습니다. 동부 해안을 먼저 부유하게 하는 생존 방식을 추구한 거죠. 40~50년 전 죽창으로 사람 찔러 죽이면서 문화대혁명 하던 나라가 오늘날 같은 모습으로 변모했습니다. 중국은 그 나름의 독특한 생존방정식으로 발전해온 거예요.”

포기김치 vs 겉절이

▼ 중국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로 들립니다.

“수많은 중국 인사를 만나고 중국 각지를 다니면서 탐구한 결과 중국이 바뀌리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는 풀 수 없는 생존방정식을 중국이 갖고 있어요. 중국은 앞으로도 그네들의 방식대로 삽니다. 중국식 스탠더드를 잃지 않으려 해요. 경제가 발전하고 의식이 올라가면서 중국식 스탠더드가 변화할 뿐이지 외부의 규범이나 기준을 받아들이진 않습니다.”

▼ 중국식 스탠더드를 세계에 투사하려고 시도하면서도 미국식 패권은 추구하지 않겠다고 강조합니다.

중국은 이웃을 강압하는 미국식 패도(覇道)가 아닌 도덕과 인의의 왕도(王道)로서 국제 질서를 구축하겠다고 주장한다.

“팽창주의가 강해요, 중국이. 패권 욕망도 큽니다. 베이징이 추구하는 패권은 ‘강대국의 흥망’(폴 케네디 지음)에 나오는 형태의 패권이 아니라 중국을 지키려는 패권입니다. 타국 영토를 침범해 남의 나라 땅을 뺏겠다는 게 아닙니다. 중국적 삶의 양식, 재화와 용역을 세계로 확장하는 게 중국식 패권입니다. 이 같은 형태의 패권을 추구해야 미국의 견제, 압박에 맞서 중국을 보호한다고 여깁니다. 중국의 팽창주의는 매우 구태(舊態)적인 방식입니다. 국경이 맞닿은 20개 나라에 압박을 가해 미국과 친한 나라에 둘러싸인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거죠.”

▼ 1978년 이후 중국의 대외정책은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감추고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로 요약됐습니다. 최근에는 유소작위(有所作爲·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함), 주동작위(主動作爲·주동적으로 함)라는 말이 회자합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미국이 약화하기 시작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회다, 틈새를 노려야 한다’고 여긴 거죠. 팽창주의 성향을 숨기고 살다가 머리를 딱 빼든 겁니다. 10년 전 중국에서 강의할 때 배추가 아직 속이 꽉 차지 않았는데 베어내 김치를 만들면 한국식 포기김치가 아니라 겉절이밖에 담글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만 해도 중국 인사들이 적어도 앞으로 10년간은 미국과 쟁패하지 말라는 조언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고개를 성급하게 들었다는 비판이 중국 내에서도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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