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도전! 서울에서 협소주택 짓기

공사의 끝은 어디인가?

10화_잠정 중단 사태부터 공사 재개까지

  • 글·홍현경 | kirincho@naver.com, 자문·이재혁 | yjh44x@naver.com

공사의 끝은 어디인가?

1/2
  • 마감 공사가 시작되면 바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공사는 지루하게 이어졌다. 게다가 주요 관계자가 공사를 타절하는 사달까지 벌어졌다. 다들 이리도 어렵게 공사를 하는 걸까.
공사의 끝은 어디인가?

5개월 동안 공사장을 꽁꽁 싸고 있던 가림막을 걷고, 철제 구조물 아시바를 털고 있다. 4층 높다란 천장을 확인하던 때, 그리고 아시바가 철거되던 때가 공사 중 가장 감격스러운 장면으로 기억된다.

2016년 가을은 하늘이 맑았는지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간혹 떠나던 캠핑도, 아침저녁으로 챙겨 보던 정치·사회 뉴스도 관심 밖이었다. 20대 총선이 치러질 때까지는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출마하는 후보들의 공약을 하나하나 살피고 유세장에서 질문도 하면서 선거를 즐겼다.

그러나 리우 올림픽부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 등이 이슈가 되던 때, 나에게 이런 뉴스는 우주 밖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집 짓는 일, 시민정원사 학교, 아이들 학교만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멀리 나가지 못하고 마음은 늘 스탠바이 상태였다.

마을살이 감초, 마을공동체

회사 다닐 때도 큰아이 학교 녹색어머니 활동을 6년 내내 계속했다. 1년에 일주일 정도 아이들 등교시간에 봉사만 하면 되므로 일정을 예측할 수 없는 다른 활동보다는 직장맘들이 비교적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앞으로는 녹색활동 대신 도서관 봉사활동을 해볼 생각이다. 엄마의 도서관 봉사 날만이라도 아이가 도서관에 와줬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혜화초등학교엔 도서관 봉사활동 모임의 소모임으로 독서 동아리가 있다. 매달 한 번씩 책을 정해 읽고 서로 감상평과 정보도 나누는 친목 모임이다.

2016년 하반기 혜화 독서 모임에선 마을 사업과 연계된 활동이 있었다. 주축이 돼 활동한 건 아니지만, 그동안 서울시나 구청에서 펼치는 마을 사업의 단면을 경험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주민센터 장소를 빌려 과일청을 만들고, 만든 것 중 일부를 ‘내 맘대로 벼룩시장’에서 팔고, 혜화 마을 앵커시설에서 수제 비누도 만들고, 한양도성 및 마을 속 문화재를 탐방하는 등 아파트촌에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함께 했다. 그것도 구청 지원을 받아서!

혜화동에선 소소하게 재미있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느낌이다. 또 내가 관심만 가지고 손을 내밀면 어디에서라도 반겨 맞아준다. 이런 게 바로 마을살이의 재미 아닐까.

마감 공사가 시작되면 바쁘게 진행될 거라던 남편의 말과 달리 하루하루 지루하게 공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여러 팀이 들락거리는 게 아니라 한두 팀이 찔끔찔끔 왔다가곤 했다. 남편은 다른 일들에 치여 정작 우리 집 공사엔 크게 관여하지 않는 모양새였다. 건축주가 너무 깊이 관여하는 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생각도 컸을 테지만 사무실 안팎으로 너무 바빴다. 그 와중에 추석 연휴가 있었고, 외장 업체와 문제가 생긴 것도 그즈음이었다.

총 4번의 공사 대금 납부 중 3번째 공사 대금이 입금되고 난 후, 이 실장님이 공사 ‘타절’ 의사를 밝혀왔다. 타절이란 공사를 여기까지만 하고 손을 뗀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도 진행이 너무 더딘 데다 질문을 해도 속 시원한 답변이 없어 이대로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공사 업체를 바꾼다면 어디에 맡겨야 할지 찾아봐야 했다. 그러나 다른 데 맡기면 그냥 그다음 공정부터 척척 알아서 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일한 이들에게 일일이 인수인계를 받지 못하는 한 공사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고, 비용도 이중으로 드는 부분이 많아진다.  

He’s gone

공사의 끝은 어디인가?

레몬, 생강, 블루베리 등으로 과일청을 만들어 나누고 이를 벼룩시장에서 판매해 이익금을 기부도 했다. 소매 걷어붙이고 앞장서는 사람만 있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마을 사업.

원래 처음에 공사를 맡아주기로 했다가 문화재 조사가 길어지면서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겨 맡기지 못한 뉴마이하우스에 다시 한 번 가능 여부를 확인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진행 중인 현장이 많아 해 바뀌기 전에 완공하는 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공사 업체가 완전히 바뀌면 비용 부담이 너무 커질 것 같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잘 달래서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게 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마감 공사의 실력자가 중간에서 주저앉는 게 우리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느 날 그동안 일을 챙기던 이 실장님과 남편, 남편의 친한 건축가 후배이자 이 실장님의 적극적 후원자이던 정 소장님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 자리에서 이 실장님은 너무 지쳤고 일을 마무리할 수 없을 것 같으니 다른 팀에 넘기고 타절하고 싶다는 얘기를 다시 꺼냈다. 공사를 함께 진행하는 팀과의 불협화음이 주요한 타절 사유였다. 남편은 공사 중에 계약에 없던 공사 항목이 추가됐다면 우리가 비용을 낼 것이고 불협화음은 이제부터라도 잘 조율하면 되지 않겠냐며 구슬렀다. 아마 보진 않았어도 ‘뭐가 문제냐, 일을 시작했으면 마무리해야 되지 않겠느냐, 잘해보자’ 등의 말로 이 실장님의 마음을 돌려놓으려 애를 썼을 것이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이 실장님은 예전에 인테리어 공사하듯 진행해야 기대하던 수준의 마감이 나올 텐데 공사 상황은 내 마음 같지 않고 마감재 등 문제가 연속해서 터져 나오는 바람에 인테리어 공사하듯 했다간 예산 집행에도 차질이 생길 것을 직감한 것 같다.

다음 날 공사를 맡은 홍 사장님과 이 실장님 그리고 남편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거기서 사달이 나고 말았다.

“내가 10월 중순까지 1억 원을 내놓고 일을 그만둘 테니 홍 사장님이 일을 이어서 진행하세요.” “무슨 소리야. 자네가 왜 그만둬. 내가 그만둬야지. 1억 원 내놓을 거면, 그 돈 가지고 자네가 하면 되지.”

받기 싫은 공을 서로 쳐내며 미루는 형국이었다. 우리 집 공사가 그렇게 힘든가. 좁은 땅, 좁은 집, 주차가 쉽지 않은 곳임엔 틀림없지만 차가 안 들어가는 성북동 골목집도 아니고 왜 이리 힘들다고 야단인지. 무슨 상황인지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 한 장면이다. 이 실장님은 이 한마디를 남기고 다음 날 홀연히 사라졌다. 주소도 옮기고 전화 연락도 안 되고. 연기처럼 사라졌다. 지금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

물론 1억 원은 개뿔! 목욕탕 방수는 몇 번 했는지, 제작하기로 결정된 창문은 발주가 나갔는지, 나갔다면 어디에 얼마로 계약했는지, 인수인계도 없이, 타절 확인서도 없이. 다행인 것은 그동안 지급한 공사비를 모두 들고 잠적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의 임금이라고 생각하기엔 많이 챙겨갔지만.

1/2
글·홍현경 | kirincho@naver.com, 자문·이재혁 | yjh44x@naver.com
목록 닫기

공사의 끝은 어디인가?

댓글 창 닫기

2017/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