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호

한형선의 ‘우리 집 푸드 닥터’

胃腸에게 주는 선물: 생강, 단호박, 양배추

소화불량·역류성식도염

  • 한형선 | 약사 hanyaksa@naver.com

    입력2017-02-28 13: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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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시작점은 입이고 끝은 항문이다. 자연이 내어준 먹을거리를 우리 몸이 받아들이려면 위장이 활발하게 움직여야 한다.

    영어 ‘Stomach’는 위라는 뜻 외에도 ‘갖은 고통과 오욕을 참아낸다’ 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위장을 ‘밥통’이라 하는데, 조금 어리석은 사람을 얕잡아 부를 때 이 말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위장을 생각하는 건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입은 맛을 즐기지만 그 책임은 위장이 져야 하니 이러한 말이 과장은 아니다.

    아무리 밥통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으니 참는 것이지 왜 생각이 없겠는가. 실제 위장은 끊임없이 생각한다. 실제로 위장이 나쁜 사람 중에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 많다. 또 근심걱정으로 노심초사하면 위장에 문제가 생겨 소화도 안 되고 불편하다.

    위장이 작동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살 수 없다. 가장 원초적인 생명 기능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위장을 밥통이라 하며 생각도 없는 장기인 것처럼 말하지만, 위장은 사실 고민이 많은 장기다. 어떤 음식이 들어와도 다 참아내야 하니, 위장으로선 이런저런 생각이 얼마나 많겠는가.  



    외부에서 스트레스가 올 때 우리 몸에서 가장 먼저 자극받고 반응하는 곳도 위장이다.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 마주 앉아 식사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런 자리에서 밥을 먹고 나면 체하거나 속이 불편해지는 경험을 다들 한두 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머리를 비워라

    위장에 좋은 음식이 무엇이냐를 말하기 전에 먼저 위장의 고민을 덜어줄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첫째, 생각을 줄이는 것이다. 사려과다(思慮過多). 위장 건강이 좋지 않은 이들을 보면 평소 생각이 많고 노심초사하는 경향이 있다. 내 머릿속이 복잡하면 위장도 같이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는다. 위장을 위한다면 생각을 조금 비우는 것이 좋다.

    둘째, 위장을 튼튼하게 하려면 입이 많이 도와줘야 한다. 위장의 처지에서 입은 ‘애증관계’라 할 수 있다. 입에서 넣어주니 먹고 살기는 하겠는데, 해도해도 너무할 때가 많은 것이다. 혀는 우리 장기 중에서도 가장 똑똑한 녀석이다. 기억력도 좋아 한 번 먹어서 맛있는 것은 기억해두고 그것만 먹으려고 한다. 몸에 좋거나 말거나 일단 나만 좋으면 좋다는 식이다. 오래전 노자(老子)는 도덕경 목복(目腹, 눈과 배)편에서 ‘오미구상(五味口爽)’의 교훈을 말한 적이 있다.

    “화려한 색을 추구할수록 사람의 눈은 멀게 되고(五色令人目盲), 소리와 음악을 추구할수록 사람의 귀를 먹게 한다(五音令人耳聾). 맛있는 것만 찾는 입맛은 몸을 상하게 만든다(五味令人口爽). 얻기 힘든 물건을 얻으려 할수록 사람의 행동은 무자비하게 된다(難得之貨令人行妨).”

    노자는 우리의 삶을 지치고 황폐하게 만드는 건 쾌락을 추구하는 욕심에서 출발한다고 봤다. 좋은 맛에 길들어 우리 몸에 진짜 필요한 음식을 구분하지 못하고 입맛만 추구하는 ‘헛똑똑’ 혀가 된다는 의미를 역설적으로 강조한 말이다. 입맛에 맞추면 몸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오미구상(五味口爽)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는 소화가 잘 안 돼요. 항상 가슴이 답답하고 트림, 구역질이 나고, 속이 쓰려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습니다. 또 무기력하고 항상 피곤해서 잠을 자려 해도 쓸데없는 걱정으로 잠이 안 오고, 잠이 들어도 꿈만 꾸고 정말 힘듭니다.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니 ‘역류성 식도염’ ‘위축성위염’ ‘장상피화생’ 증상이 있다고 합니다. 약을 먹어도 그때뿐이고 정말 힘듭니다. 저 같은 사람한테 좋은 음식은 없을까요?”



    속 쓰림과 신트림

    위장은 식도와 창자 사이를 이어주는 주머니 모양의 장기다. 우리 몸 안에서 왼쪽으로 살짝 치우쳐 자리한다. 위장 입구는 식도와 연결돼 있는데 음식물이 내려올 때만 열렸다가 닫히고 내려온 것이 다시 역류하지 않도록 잘 만들어진 문처럼 설계돼 있다.

    입을 통해 음식물이 위 안으로 들어오면 위 안에서는 엄청난 소화액이 쏟아져 나온다. 위산이다. 위산은 강한 산성을 띠는데, 피부에 묻으면 피부가 다 타버릴 정도로 강하다. 위장 내부는 특수한 ‘갑옷’을 입고 있어 안에서 위산이 아무리 쏟아져 나와도 위벽은 원칙적으로 손상되지 않는다. 다만 소화액이 위장 바깥쪽으로 흘러나온다면 장기 내벽이 손상을 입게 된다.  


    위산 : 염산과 뮤신 및 각종 소화 효소가 들어 있으며 무색투명하다. 한 번 식사 때에 500~700ml의 위액이 분비된다.


    그렇다면 앞 사례의 환자가 느끼는 속 쓰림이나 가슴 답답증, 신트림 같은 증상은 왜 생기는 걸까. 위액이 지나치게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경우를 ‘위산과다증’이라고 한다. 위산과다증이 있다면 소화가 가장 활발한 시기인 식후 1~3시간 사이에 위 압박감이나 속 쓰림, 산성 트림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그러나 속 쓰림과 식도 역류 증상이 항상 위산과다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속 쓰림 증상에 쓰이는 약은 위산 분비를 줄이는 작용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원인이 잘못된 경우가 많다. 위산 분비가 적은 ‘위산저하증’ 환자들도 증상이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위산저하증 환자는 위산이 부족해 소화력이 떨어진다. 소화력이 떨어진 상태로 위장이 계속 일을 하다보니 위장 입구가 힘이 떨어지면서 압력이 약해지고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는 일이 생긴다. 이때 상처나 자극, 염증이 생기면서 역류성식도염이 나타나는 것이다. 위산저하증으로 속 쓰림을 겪는 이들에게는 위산 분비를 줄이는 약이 아니라 위산의 분비를 잘되도록 돕는 작용이 필요하다.


    위산과다증 : 위액의 산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경우로 과산증이라고도 한다. 식후 1~3시간 사이에 위 압박감이나 속 쓰림, 산성 트림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위산저하증 : 위산 분비가 적어지면서 소화력이 떨어지고, 속 쓰림, 역류성 식도염 등이 생기기도 한다.  

    역류성식도염 :
    위의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발생하는 식도의 염증. 가슴 쓰림, 속 쓰림, 신트림, 목에 이물질이 걸린 듯한 느낌, 목소리의 변화, 가슴 통증 등으로 나타난다.


    소화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을 보면 특히 중년을 넘어서면서 위산저하증이 확연히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흔히 “젊어서는 한 그릇 뚝딱 해치웠는데 이제 소화력이 떨어진다”라고 말하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위산 분비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화 능력이 떨어질 경우 위장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아마 어린 시절 밥상 앞에서 “꼭꼭 씹어 먹어라” 하는 어른들의 잔소리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특히 밥에 있는 탄수화물을 분해시킬 수 있는 효소(아밀라아제)는 유일하게 침 안에만 있다. 우리 위는 분쇄 기능만 할 뿐, 밥을 소화시킬 일꾼(효소)은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니 밥을 먹으면서 입에서 대충 씹어 넘긴다면 나머지 일은 전적으로 위와 장에서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물도 씹어서 삼키라는 얘기가 있다. 특히 병을 치료 중인 환자들은 죽을 먹을 때도 충분히 씹어서, 충분히 분비된 침과 함께 삼키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위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소화 작용을 도울 수 있을까.  



    식전 동치미 국물 두 숟갈

    식후 약 1시간 지나도 음식물이 위장에 그대로 있는 느낌이라면 위산 분비가 적은 탓이다. 위산 분비를 촉진해 소화가 빨리 되도록 해야 한다. 위산 분비가 적어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식전에 동치미 국물을 몇 숟갈 떠먹는 것만으로도 소화를 도울 수 있다. 동치미 국물은 위산의 분비를 자극하고 소화 작용을 돕는 효소와 유기산, 유익한 미생물(프로바이오틱스)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위액이 잘 분비될 수 있도록 사전에 위장의 준비 운동을 시켜주는 것도 좋다. 위산저하증 환자의 경우 식사 전에 새우젓에 들어 있는 새우 한두 마리를 집어 먹는다. 위액의 원료는 염산인데 이 염산은 소금과 물이 만나서 만들어진다. 소화액이 적게 나와서 소화력이 떨어지는 이들에게는 적정량의 염분 섭취가 필수적이다.



    동치미(물김치) : 소화 작용, 유익균(김치유산균) 풍부, 장 건강, 변비 예방, 충치 예방, 항암 작용, 전해질 및 비타민 공급, 천연 유황 성분이 풍부해 해독 및 항산화작용을 한다.

    된장 :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잘 이루며 소화 작용을 돕는다. 콜레스테롤 예방, 동맥경화 예방, 피부병 예방, 해독 작용, 항암 등에 효과가 있다.

    새우젓 : 베타인 성분이 많아 소화액을 만들고 담즙, 산 분비를 촉진해 소화 작용을 좋게 한다. 키틴 올리고당 성분이 많아 면역 증강 작용과 암 전이 예방 작용이 기대된다.




    〈음식이 약이 되려면…〉

    ⁎식사 전에 동치미 국물 1~2 숟갈을 떠먹는다.  

    ⁎식사 전에 새우젓 새우 한두 마리를 집어 먹는다.

    ⁎식사 후에 식초를 물에 희석해 조금 마시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

    ⁎구연산은 세포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성분으로 위산처럼 소화를 돕는 작용을 한다. 구연산, 매실 엑기스, 사과 식초 등을 물에 타서 식사 도중 또는 식후에 마시면 좋다.

    ⁎식도에 잔류하는 위산은 입에서 삼켜진 타액에 의해서 중화되므로, 침이 많이 분비되도록 입안에서 오랫동안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을 들인다.

    위산이 적게 분비되는 위산저하증 환자의 경우 위장이 일을 많이 하면서 위장벽이 얇아지거나 주름이 생기는 일종의 노화가 진행된다. 또 위축성 위염(위 점막이 만성 염증으로 얇아진 상태)을 동반하는 경우 역류성식도염도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더 위험한 것이 위장 세포의 ‘장상피화’이다. 이는 말 그대로 위장 내벽 세포가 장에 있는 표피 세포를 닮아가는 것인데, 위장 점막이 강한 위산을 견뎌내기 어려워진 상태를 말한다. 장상피화가 진행돼 잘못 관리되면 더 큰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기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장상피화생 : 위의 점막이 마치 장의 점막과 유사하게 변한 것을 말한다. 위에 염증이 생기고 다시 회복되는 일이 반복하며 생기는데, 헬리코박터균에 의해 감염돼 생긴 만성적인 위염이 주원인이다.


    위장에 생긴 질환을 치료하려고 약을 먹는 일은 마치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는 것과 같다. 쌓아놓으면 무너지고 다시 쌓으면 또 무너진다. 질병 앞에서 모래성만 쌓고 있지 않으려면 약보다 잘못된 식습관을 고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위장을 돕는 방법은 결국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좋은 습관을 잘 들이는 것이 위장을 위한 최선이다.

    치/유/레/시/피◆ 위장에 활력 주는 ‘바보 식혜’ ◆

    복잡한 생각을 비우고 때로는 바보처럼 사는 게 위장을 편안하게 해준다. 속을 따뜻하게 만들고 구토 증상을 진정시켜주는 생강과 위 점막 상처를 치유하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단호박, 유황 성분이 많은 양배추를 주원료로 한 식혜다.


          
    국물을 우리는 데 넣은 각 재료는 끓이면 단맛이 나면서 속을 따뜻하게 하고 점막을 튼튼하게 만드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식혜로 만들지 않고도 그냥 끓여서 차처럼 마셔도 좋다.

    바보 식혜 만들기
    1 국물 만들기 : 생강, 단호박, 당근, 양배추, 양파를 잘게 썰어서 동량(부피)의 각 재료를 냄비에 넣고 전체 재료 양의 4배 정도의 물을 넣고 약 40분 끓인다.
    2 국물에 엿기름을 풀어 식혜물을 만든다.
    3 단호박, 바나나를 잘게 썰어 넣고 고두밥을 짓는다. 
    4 보온밥통에 식혜물과 고두밥을 넣고 8시간 이상 삭힌 후 건더기를 건져 믹서로 간다. 식혜물에 다시 넣고 약한 불로 시럽(물엿)을 만든다. 
    5 식사 후나 속이 불편할 때 마신다. 위장이 약한 사람은 꾸준히 먹으면 좋다.



    생강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면역력을 강화해준다. 구토 증상을 진정시켜주고 멀미 예방 효과도 있다.



    양배추
    간과 위의 열을 없애고, 속이 더부룩한 것을 풀어주는 알칼리성 식품. 점막을 회복시키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 살짝 쪄서 먹거나, 끓인 국물에 된장이나 간장을 타서 차처럼 수시로 마셔도 좋다.



    호박
    당질이 풍부해 비타민A·B·C와 칼슘 철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호박 속 당분은 소화 흡수가 잘되고 체내 주요 영양소의 기능을 촉진해 위장이 약하고 마른 사람에게 보약이 된다. 



    바나나
    에너지로 전환되는 속도가 빨라 피로가 없어지고, 세로토닌 전구물질이 많아 지쳐 있는 위와 장뿐 아니라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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