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호

특집 | 이제는 대선이다 - 홍준표 보수우파 기사회생 시나리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범죄수익 환수해야”

‘다크호스’ 홍준표 경남지사의 정공법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7-03-16 16: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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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J·盧 우상화돼
    • 문재인·안희정은 나라 고립시킬 좌파
    • 영남 민심 돌아올 것
    • 나는 PK와 TK 모두에서 인정받아
    • ‘노무현 2기’ 文정권, 한국이 감당 못 해
    • 安 인기? 일 안 하면 비판 안 받아
    만사구비지흠동풍(萬事俱備只欠東風). 홍준표 경남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삼국지 고사다. ‘모든 게 구비됐고 동풍만 남았다’는 뜻이다. 그는 최근 ‘성완종 1억’ 올무에서 벗어났다.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자유한국당 당원권이 회복됐다. 5월 대선에 출마할 길이 열린 것이다. 우리 대선에서 동풍은 ‘영남 바람’인데, 홍준표를 위해 동풍이 불까.

    서울 여의도에서 홍 지사를 만났다. 그는 자유한국당 초선의원 31명과 회동한 직후 한 시간 반 정도를 할애해 이 인터뷰에 응했다. 많은 초선의원이 그를 보기 위해 우르르 몰려온 것을 보면, ‘보수진영의 큰집’으로 불리는 자유한국당이 그에게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50년 먹고살 거리 챙겨”

    ▼ 2년 만에 다시 뵙는 것 같습니다. 그사이 경남에선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역사상 처음으로 흑자 도정 시대를 열었습니다. 우리가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조4000억여 원의 빚을 다 갚았어요. 이렇게 채무 제로가 되면서 행정자치부에 법령을 정비해달라고 요청했어요. 기업엔 빚이 꼭 나쁜 건 아니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빚이 있으면 복지비용이 줄어들죠. 첨단산업에 들어갈 돈도 부족해집니다. 저는 지사가 된 지 3년 6개월 만에 행정개혁, 재정개혁만으로 빚을 탕감했어요. 경남도청 소유의 땅 한 평, 건물 한 채 안 팔고 오직 내부 개혁만으로 해냈어요.”



    ▼ 경기침체로 어렵지 않은 곳이 없는데요. 그 지역 사정은 어떤가요.

    “우리 경남은 40년 전 창원의 기계공업단지와 거제의 조선단지 두 곳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받았어요. 지금까지 그 두 곳 덕분에 먹고살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조선업이 위기에 처했고 기계공업단지도 불황입니다. 저는 이곳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신성장동력 마련을 추진했어요. 그래서 사천·진주에 항공산업단지, 밀양에 나노산업단지, 거제에 해양플랜트산업단지, 거창·함양·산청에 항노화산업단지를 만들기로 했고, 이 중 세 곳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받았죠. 박근혜 정부가 전국적으로 4곳에 국가산업단지를 만드는데 그중 3곳이 경남인 것이죠. 우리 경남이 앞으로 50년 동안 먹고살 거리를 챙겨둔 셈입니다. 이 산업단지들은 모두 올해 말 착공합니다. 경남의 지역내총생산은 두 배가 되고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깁니다.”

    ▼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선에 출마했습니다. 유권자의 처지에선 대선에 나서는 단체장들의 어떤 면모를 눈여겨봐야 할까요?        

    “자치단체를 운영하면서 어떤 일을 했는지를 봐야겠죠. 이제는 지방 행정 경험을 가진 사람이 나라를 맡는 것이 순리라고 봐요. 중국도 주석이 되려면 하방(下放)을 해 지방에서 실적을 쌓죠. 마찬가지로 우리도 실적이 있는 단체장이 나라를 운영하는 게 좋겠어요.” 



    “아랫배에 힘줘라”

    ▼ 안희정 지사는 광역단체장 중에 선호도 1위라고 합니다. 

    “선호도 1위라는 건, 일을 안 하면 비판도 안 듣죠. 반대를 무릅쓰고 욕먹을 것을 무릅쓰고 일하면 소위 ‘안티’가 생깁니다. 그러면 선호도는 떨어지죠. 저는 선호도 1위 같은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아요. 욕을 먹어도 할 일은 해야 해요. 지금 우리나라엔 욕먹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 이슈와 무상급식 중단 이슈를 겪으면서 진보진영으로부터 욕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는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흑자 도정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한다. “욕을 먹어도 옳은 일을 하면 세상이 나아집니다.”

    ▼ 진주의료원 폐업의 손익 결과를 추산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행정개혁의 과정이었습니다. 강성 노조 때문에 십수 년 동안 도민의 세금만 축냈고 걸핏하면 파업했어요. 그러나 민주노총 중에서도 가장 센 노조가 버티고 있으니 이전의 경남지사는 손을 못 댔죠. 제가 정상화 방안을 보고하라고 했더니 한 달 동안 우리 공무원들이 검토한 결과가 ‘폐업’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럼 좋다. 폐업을 하는데 이게 민주노총이다. 내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도 해봤는데 민주노총은 무서운 집단이다. 1987년 민주화 이래 민노총과 싸워서 이긴 정치인이 없다. 폐업한 뒤 아랫배 힘줘라’라고 말했죠. 한 3년 민노총의 극렬한 저항을 받았어요. 저에 대해 주민소환운동이 벌어졌고. 대법원까지 가서 모든 재판에서 우리가 다 이겼어요.

    이제 조용해졌습니다. 지금은 이 폐업이 정당했다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합니다. 도는 행정개혁과 구조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6000억 원을 절약했어요. 그래서 도청의 재정을 흑자로 돌리는 데 큰 기여를 했죠. 또한 폐업 이후 경남 서부지역 공공의료 서비스가 훨씬 개선됐어요.”

    ▼ 무상급식 중단도 큰 이슈였죠? 

    “무상급식은 도교육청의 사무입니다. 그런데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돈 중에 70% 정도는 도가 대죠. 연간 600억~700억을 가져가면서 감사를 안 받아왔어요. 우리 보조금 관리법을 보면 100만 원만 지원해도 감사를 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무상급식 지원금에 대해서도 감사를 받으라’고 했어요. 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러나 전교조 출신 도 교육감이 ‘감사를 못 받겠다’고 해요. 저는 ‘감사 없이는 돈 못 준다’고 했죠. 이렇게 해서 문제가 된 겁니다.”



    “文, 전혀 준비 안 돼”

    ▼ 지금은 어떻게 됐나요?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남에서 무상급식에 대해 감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비리가 많이 적발됐어요. 한 200~300건 될걸요. 해당 기관에 통보했고 수사의뢰했어요. 아이들이 먹는 밥을 가지고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단죄를 받아야 해요.”

    무상급식 지원 중단 문제가 쟁점이 됐을 무렵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경남도청을 방문해 홍 지사와 논쟁을 벌였다. 이와 관련해, 홍 지사는 “25분 정도 공개적으로 이야기했는데, 문 전 대표는 내용도 모른 채 그냥 시위하러 왔더라. ‘전혀 준비가 안 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권을 누리는 세력의 반발을 누르고 의료원과 급식 문제를 깨끗하게 정리했다. 다른 단체장 같으면 겁이 나서 못 했을 일”이라고 했다.

    경남도는 지난해 청렴도 평가에서 전국 1위에 올랐다. 홍 지사는 개인적으로 고 성완종 전 경남그룹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최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 청렴도 평가에서 경남도는 홍 지사 취임 전 15위였다가 1위가 됐네요.

    “좌파단체들이 ‘청렴도 1위 도의 지사가 재판받는다’고 입을 댔죠. 제가 참 가슴이 아팠어요. 마침 무죄가 돼 누명을 벗었습니다. 단체장이 깨끗해야 직원이 따라오죠. 직원들이 모르는 것 같아도 다 알아요.

    도지사는 인·허가를 담당하므로 행동을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저는 경남에 와서 외부 인사와 점심·저녁 자리를 거의 잡지 않았어요. 지난 4년 동안 저녁은 직원들과 하거나 관사에서 집사람과 둘이서 했어요.

    도가 발주하는 공사는 조달청 입찰로 진행되니까 도 마음대로 원청업체를 선정하지 못해요. 그러나 원청업체가 하도급을 줄 땐 도가 하도급 업체를 정하는 관행이 있었어요. 제가 처음 결제할 때 직원이 ‘하도급을 누구에게 줄까요’라고 해요. 제가 ‘도는 손을 떼라. 원청업체가 알아서 결정하도록 해라’고 했어요.

    저는 4년 전부터 직원들에게 ‘골프 마음대로 치라’고 했어요. 골프가 범죄인가요. 단, ‘자기 돈 내고 치라. 업체와는 치지 말라. 가명으로 치지 말라’고 했죠. 그 결과, ‘접대 골프’가 없어졌어요. 저도 직원들과 함께 골프장에 갑니다. 골프장에서 군청 직원이 제게 다가와 인사도 해요. 떳떳하니까요.”



    “제가 그걸 잡아낸 거죠”

    홍 지사는 최근 “야당 1등 후보(문재인 전 대표)는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 “2등하는 사람(안희정 지사)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고 나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런 말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 홍 지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민주당이 저의 무죄와 관련해 자주 시비를 걸었어요. 그래서 ‘그럼 당신들은 자격이 되느냐’고 한 거죠. 제 사건은 더 이상 법률적으로 따질 게 없어요.”

    ▼ 안 지사의 경우 아파트를 사거나 개인적으로 쓴 것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의원 시절에) 그걸 잡아낸 거죠.”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박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무능했는지 몰라도 사법적 탄핵감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생각합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를 두고 ‘경계의 담장을 낮췄다’고 말한 것에 대해) 정치를 하다 보면 스폰서는 다 있어요. 김대중 대통령에겐 권노갑, MB(이명박 대통령)에겐 박영준, 노무현 대통령에겐 안희정·최도술이라는 집사가 있었어요.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집사죠. 집사가 다 사고를 쳤고 대통령 지지율이 폭락했지. 역대 대통령이 다 그랬어요. 그런데 세상이 투명해져서 그런지 몰라도 그걸 지금 탄핵까지 몰고 가요.” 

    ▼ 탄핵 정국에서 언론 보도를 불신하는 시각도 있는데요.

    “일부 언론 보도가 너무 자극적이었어요. 참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여성 대통령의 내밀한 이야기에 대해선 자제했어야 해요. 정윤회 씨와 내연관계에 있는 듯한 뉘앙스로 세월호 7시간을 이야기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씨는 그 시간에 다른 사람과 같이 있었어요. 그러자 또 일부 언론은 그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다른 무슨 야릇한 짓을 한 것인 양 퍼뜨렸죠. 여성 대통령을 너무 모독하고 비하한 거죠. 이런 점에 대해선 반성해야 해요.”

    ▼ 언론이 왜 그랬을까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알권리가 아니고 지금 언론 환경이 어려울 겁니다. 광고라든지 시청률이라든지. 그렇다보니 앞다퉈 선정적인, 자극적인 보도를 한 것 아닌가 해요.”

    ▼ 상업적인 이유로?

    “그렇죠. 이번 박근혜 대통령 관련 보도 중엔 거의 여성을 상품화해, 말하자면 성 노리개인 양 묘사한 것도 있지 않습니까. 국회도 대통령 나체 그림을 내걸고요. 촛불 시위 할 때도 이상한 그림을 그려놔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죠.”

    홍 지사는 몇 개의 별명을 갖고 있다. 모래시계 검사, 홍그리버드, 홍 반장, 버럭준표 등이 그것이다. 최근엔 ‘홍트럼프’라는 별명도 붙었다.

    ▼ ‘홍트럼프’에 대해 당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말을 함부로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철저하게 생각하고 계산해서 말을 합니다. 제가 정치를 20년 했어요. 제 힘으로 국회의원 4번 했고, 원내대표 당대표도 했어요. 지사 선거에 두 번 당선됐어요. 이제 나이도 60이 넘었습니다. 함부로 막말하겠습니까. 생각 안 하고 하는 말은 아니에요.”

    ▼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미국의 트럼프, 러시아의 푸틴, 일본의 아베, 중국의 시진핑. 우리를 둥글게 싸고 있는 나라의 지도자들이 모두 국수주의자입니다. 미국은 공산주의와 대립할 땐 세계경찰 노릇을 했어요. 지금 이럴 이유가 없어요.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지도자를 미국 국민이 원할 수밖에 없죠. 자기 나라 문제도 복잡하잖아요. 지금은 1인 미디어 시대입니다. 트럼프는 트위터 하나로 자기에게 부정적인 여론을 퍼뜨리는 97%의 언론을 상대해 이긴 겁니다. 우리도 1인 미디어 시대예요.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속도가 언론 속도보다 빨라요. 언론이 이런 추이를 명확히 봐야 할 겁니다.”



    “전두환 돈만 환수하나?”

    ▼ 더불어민주당에선 ‘야당 1등 후보는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는 지사의 말에 대해 막말이라고 비판합니다.    

    “팩트(fact·사실)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하면서 사건 수사가 중단됐어요. 만약 혐의가 사실이고 수사가 계속됐다면 600만 달러, 60억 원이 넘을 걸요. 그거 범죄 수익 아닙니까. 그 범죄 수익 환수해야 된다고.(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600만 달러 등을 받은 혐의로 2009년 4월 30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아내가 돈을 받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서거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먹은 돈만 환수합니까. 그건 아니죠. 뇌물로 받은 돈이 있으면 환수해야 할 거 아니에요. 노 전 대통령이 돈을 받은 것이 사실이면 그 수익을 환수해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런 환수 절차 없이 끝나버렸다, 이 말이에요.”

    ▼ 우리 사회 일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받드는 풍조가 있다고 보나요?

    “우상화해놨죠. 우상화한 쪽은 야당 자기들이고, 저는 단지 정치적 반대자에 불과해요. 지금 자기들한테는 그분이 신성시돼 있지만 저는 그분의 정치적 반대편일 뿐입니다. 그 반대편의 처지에서 ‘내 사건을 자꾸 시비 걸지 마라. 당신들 사건을 이야기하면 국민이 더 경악할 것이다. 그러니 시비 걸지 마라’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범죄 수익 환수하자’고 하면 어떻게 할 건가요.”

    ▼ 환수할 수 있나요.

    “환수할 수 없는 근거가 어디 있나요. 600만 달러 받은 게 사실이라면 환수해야지. 그렇잖아요?”

    ▼ 당사자가 서거한 관계로…. 

    “그렇죠. 사건이 종료된 거예요. 검찰이 그렇게 한 거예요. 만약 저한테 자꾸 시비 걸면  그러면 ‘범죄 수익 환수해보자. 왜 검찰이 환수 안 하냐’ 이렇게 자꾸 대들면 어떻게 할 건가요. 정치적 반대자인 제가 왜 이런 말을 못해요.”

    ▼ 우상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나요.

    “DJ(김대중 전 대통령)도 우상화돼 있죠. DJ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야당이 얼마나 경기를 일으켰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이야기해도 경기를 일으킵니다. 마치 교주처럼 말이죠. 자기들은 그래도 좋다 이겁니다. 그런데 제가 왜 우상화에 동참해야 합니까. 우리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건데.”



    “왜 우상화에 동참해야 하나”

    홍 지사의 ‘노무현 전 대통령 범죄 수익 환수’ 주장은 이 인터뷰를 통해 처음 나온 것으로서, 몇 가지 전제를 달긴 했지만 향후 대선 정국에서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5월 대선의 관심사는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세론을 유지해 승리할지 여부다. 자유한국당 등은 선거 국면이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대선 출마를 고심하는 홍준표는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에게 날을 세웠다.

    ▼ 문재인 전 대표가 여론 지지율에서 1위지만 사연이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송민순 회고록은 ‘문재인이 북한에 물어보고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했다’고 폭로했죠.

    “유럽과 남미에서 좌파가 몰락했어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지도자들은 전부 스트롱맨이죠. 이 틈 속에서 대한민국에 좌파 정부가 탄생하면 대한민국의 생존의 길이 열립니까. 대한민국은 고립무원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적으로 좌파 정부가 없는데,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중에 누가 집권한들 좌파 정부입니다. 한국만 유일하게 세계의 흐름과 반대로 가는 거죠.”

    ▼ 어떤 측면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좌파라고 규정하는 건가요..

    “자유를 최우선시하면 우파, 평등을 최우선시하면 좌파죠. 거기에다 한국은 종북좌파라는 게 또 있죠. 우리나라가 좌파 세상이 돼가는 게 걱정스러워요.”

    이어 홍 지사는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던졌다. “지금 여론조사는 광적인 지지계층을 상대로 하는 소위 인기투표에 불과하지. 국민의 90%가 답을 안 하죠. 자동응답 방식은 응답률이 2~3%에 불과해요. 97~98%가 외면하죠. 특히 탄핵 정국이므로 우파에서 누가 응답합니까. 응답하는 사람들은 광적인 좌파 지지자입니다. 여론조사 표본 추출이 틀렸다는 거죠. 2004년 총선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제가 16%대 48%로 졌어요. 그런데 제가 1.2%포인트 차이로 당선됐어요. 13일 만에 32%가 뒤집힌 건가요. 그건 아니죠. 표본 추출이 잘못된 여론조사를 가지고 압도적 1위다 하는 건 난센스입니다. 지금 문재인 전 대표도 마찬가지예요. 제대로 된 여론조사를 하면 아마 저렇게 안 나올 거예요.”

    이어 홍 지사는 “문재인 전 대표가 준비된 후보라고 말하던데 그게 DJ가 써먹은 말(준비된 대통령)이다. 문 전 대표는 정책을 준비한 게 아니라 선거만 준비했다. 준비된 후보라는 말도 DJ 흉내 내는 것”이라고 했다. 



    “댓글 조직적으로 올려”

    ▼  문재인을 비판하는 정치인에게 문재인 지지자들이 문자폭탄을 보낸다고 합니다. 문 전 대표는 이런 문자폭탄을 옹호하는 듯한 말을 했는데요. 

    “저는 저에 대한 기사 밑에 달리는 댓글을 읽지 않아요. 그 댓글 중 상당수는 반대 진영에서 조직적으로 올리는 겁니다.”

    ▼ 정상적인 여론은 아니라고 보는 거네요.

    “아니라고 봐요.”

    ▼ 오히려 여론을 조작한다?

    “그렇죠. 문 전 대표가 촛불집회에 나가 선동하는 연설을 하는 것도 반민주적이죠. 여론으로 탄핵재판을 어떻게 해보려한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죠.”

    ▼ 문 전 대표가 그렇게 선동했다는….

    “여태 해왔잖아요.”

    ▼ 그렇게 해서 대통령이 된다면….

    “그것은, 말하자면,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권 탈취죠. 정권 교체는 국민의 순조로운 투표를 통해서 결정하는 건데 그것은 정권을 탈취하려고 하는 거죠. 여론을 통해 인민재판식으로 헌재를 압박해 결론을 받아내서.”

    ▼ 문 전 대표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요.

    “대통령 취임할 일이 없다고 봅니다.”

    홍 지사는 “문재인, 안희정 중 누가 되든 노무현 2기”라고도 말했다.

    “문 전 대표가 운명이라고 한 게 노무현과의 운명이죠. 안 지사도 노무현의 장자라고 말합니다. 정권 교체가 아니라 노무현 2기죠.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안정적으로 진입한 뒤엔 좌파 정부를 감당할 수 있어요. 그러나 5월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 우리나라가 감당하지 못할 겁니다. 1960년대 우리나라보다 10배 이상 잘살던 미얀마는 좌파 정권이 들어선 뒤 파탄 났죠.”

    ▼ 더불어민주당에선 홍 지사의 성완종 사건에 대해 ‘유죄 제보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민주당 사람들은 1997년 대선 때, 2002년 대선 때 병풍공작으로 승리했죠. 일부 검사와 브로커를 동원해 거의 조작을 해 대통령이 됐어요. 이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법원도 공작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인 것 같아요. 참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 일전에 ‘좌파 광풍시대’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오리라고 믿어요. 좌파 광풍이 잦아들 것입니다.”

    ▼ 영남 쪽에서 민심이 좀 변할 것이다?

    “그렇죠. 영남 쪽 민심이 이제 돌아올 것입니다. 그때 제가 한번 보겠습니다.”

    ▼ 탄핵 정국이 지나고 대선 정국이 되면 그렇게 변한다는 말인가요?

    “네.”

    홍 지사는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초·중·고교를 나왔다. 이 때문에 “홍준표는 PK(부산·울산·경남)와 TK(대구·경북)에 모두 인연이 있어 영남 표를 얻기에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홍 지사도 “나는 PK 출신이지만 ‘TK의 진골’쯤 된다”고 말한다. 자유한국당 한 관계자는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에게 PK를 내주고 TK도 잠식당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저지할 후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홍 지사와의 대화다. 

    ▼ 홍 지사는 PK와 TK 양쪽 다에서…

    “양쪽 모두에서 인정받을 사람은 자유한국당에서 저밖에 없을 겁니다. 게다가 제가 서울에서 16년 동안 정치를 했어요. 지역적 연고도 중요하죠. 대구경북 쪽 민심을 제게 전달해주는 분들이 좀 있어요.”

    ▼ 같은 검찰 출신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성격이나 국정 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참 훌륭한 분이고 정의로운 분입니다. 대통령으로서 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분이죠. 주변에서 자꾸 저와 비교하려고 하는데, 그분은 관료고 저는 정치인입니다.”



    “대통령도 기자들과 프리토킹 해야”

    ▼ 자유한국당이 100석이 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자유한국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국회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에선 대통령들이 국회를 등한시하는 풍조가 있는 것 같아요. 경시가 아니고 등한시.  자기들이 여의도에서 당한 게 끔직스럽거든. 그래서 대통령이 되면 국회에 안 오려고 해요. 대통령이 여야 의원들과 자주 만나 소통하면 어렵지 않게 나라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 대통령은 기자회견도 잘 안 하죠.

    “미국 대통령들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주 하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언론의 미움을 사게 된 가장 큰 원인이 대통령 되고 기자들과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안 한 점이죠. 그래서 탄핵 과정에서 자신을 감싸줄 그룹을 언론계에 만들지 못했어요. 사실 대통령들이 토론을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것일 수 있어요. 기자들의 돌발 질문에 답을 할 자신이 없으니까 안 하는 것으로 압니다.”

    ▼ 차기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자주 해야 한다고 보는지. 

    “그렇죠.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해요. 미리 순서대로 질의응답하지 말고 그냥 프리토킹 하자는 거죠.”

    ▼ 문재인 전 대표의 TV토론이나 언론응대 기피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문 전 대표도 공부가 덜 돼 있을 거예요. 평소에 축적을 안 했다는 거죠. 기자들을 만나면 겁이 나죠. 뭘 물을지 모르니까. 축적해놓으면 토론이나 기자회견을 피할 이유가 없죠.”

    홍 지사는 김영삼 정부 시절 슬롯머신 사건 때 ‘6공 황태자’ 박철언 전 장관을 구속한 데 이어 이건개 고검장을 구속하면서 ‘모래시계 검사’로 불렸다. 이 장면에 대해 홍 지사는 이렇게 묘사했다. 

    “검찰 내부 수사를 하려고 지도부에 보고했어요. 대검에서 불가 방침이 떨어졌어요. 그대로 따르면 박철언 구속으로 끝내야 합니다. 세상은 저를 ‘정권의 용병’으로 알겠죠. 제가 ‘그런 수사는 못 한다. 걸려든 내부 인사들을 다 수사해야 되겠다. 수사를 못 하게 되면 그동안의 수사 과정과 수뇌부의 부당한 지시를 언론에 소상히 알리고 사표 쓰겠다’고 했어요. 대검이 수도권에 있는 검사장 이상 간부들을 모두 불러서 장시간 회의를 한 끝에 검찰 내부 수사를 허용했어요. 그때가 제일 힘든 순간이었죠.”



    “광어, 도다리, 잡어…”

    ▼ 그 수사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았나요.

    “저는 검사로 재직할 때 스스로 ‘천민’ 검사라고 했어요. ‘광어’ 검사는 자신의 다음 임지를 6개월 전에 선택할 수 있죠. ‘도다리’ 검사는 1개월 전에 택할 수 있어요. ‘잡어’ 검사는 2, 3일 전에 다음 임지를 알게 되죠. 임지 선택권은 없어요. 저는 검찰 재임 11년 동안 다섯 번 인사이동을 했는데 모두 이튿날 조간신문에 난 걸 보고 알았어요. 그래서 잡어 검사도 못 되고 ‘천민’ 검사라고 했죠.”

    홍 지사는 “옛날 검사는 정의감이 있었는데 지금 검사는 보기 딱할 정도”라고 말했다.

    ▼ 성완종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됐는데요.

    “그 일을 겪으면서 두 아들에게 ‘밖에 나가서 아버지가 검사였다는 소리를 일절 하지 말라’고 했어요. 요즘 드라마나 영화에서 검사가 왜 협잡꾼, 배신자, 출세만 노리는 야바위꾼으로 묘사될까요. 그렇게 해야 히트하기 때문이죠. 검사들이 이걸 알아야 해요.”

    ▼ 검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커졌다는 말인가요.

    “불신을 넘어선 거죠. 그랜저 검사, 벤츠 여검사, 뭐, 뭐, 법조 비리의 상징이 검사 아닙니까. 그런데도 수뇌부라는 친구들은 자기 입신출세에만 관심이 있는지 조직이 망가지는 것엔 신경을 안 써요. 의로운 검사가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어지러워진 거죠.”

    ▼ 최순실 국정농단에 관한 검찰의 수사가 잘된 수사라고 보나요. 

    “왜 진작 수사를 안 했을까요?”

    홍 지사는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최순실 씨의 공범으로 적시한 부분에 대해 미래권력의 눈치를 본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홍 지사는 “검찰이 부는 바람보다 먼저 눕는다. 요즘 검찰이 그렇다”고 덧붙였다.


    “검찰 논리 깨져…2심 판결로 누명 벗었다”검찰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현금 1억 원을 윤모 씨가 2011년 6월 홍준표 지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봤다. 윤씨는 돈을 전달하기 이전에 자신이 홍 지사와 성 전 회장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에 대해 홍 지사는 당시 성 전 회장과 모르는 사이였고 돈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윤씨는 2심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다음은 2심 판결문 내용이다.

    “윤OO가 본 법정에선 자신이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윤OO는 검찰에서 진술한 경위와 관련해 자신이 검찰에서도 만남을 주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나 검찰로부터 ‘당신(윤OO) 아니면 성완종과 홍준표가 만났을 수 없다’는 지적을 받자 그 논리를 수긍해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했다고 진술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판결문은 “홍준표는 (돈이 건네졌다는) 2011년 6월 성완종과 친분이 없었다. 윤OO는 (2심 법정 이전의) 허위진술의 동기가 있었다”고 결론 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홍 지사와 성 전 회장이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성 전 회장이 어떻게 홍 지사에게 돈을 주나. 홍 지시와 성 전 회장이 사전에 알던 사이라는 검찰의 논리가 윤씨의 2심 법정 진술에 의해 깨졌고 홍 지사가 누명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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