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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향기 속으로

시민을 위한 한국 현대사 外

  • 주대환, 송홍근 기자, 황금희, 채널A ‘나는 몸신이다’ 제작팀

시민을 위한 한국 현대사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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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시민을 위한 한국 현대사 外
시민을 위한 한국 현대사
주대환 지음, 나무나무,
276쪽, 1만7000원


● 책의 제목은 나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나무나무 출판사 배문성 대표가 의견을 구하는 기획자 누군가의 아이디어가 아닐까 짐작한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시민을 위한 한국 현대사’라는 제목에 만족한다.

우선 ‘시민을 위한’이라는 수식이 아카데믹한 학술서가 아니라 대중을 위한 교양서라고 선을 그어준다. 그래서 학자로서 전문 훈련을 받지 못한 나로 하여금 안도하게 해준다. 그리고 ‘시민’이라는 말이 특히 마음에 든다.

나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다녔고,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며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나는 ‘국민’이었던 것이다. 내 조국은 신생 독립국이었고, 그만큼 빨리 국민을 형성하기 위해 내셔널리즘(nationalism) 캠페인을 나날이 벌이고, 식민지의 아픈 기억을 몰아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나의 조국은 눈부시게 발전해 고대 아테네나 중세의 베네치아, 근대 초기의 포르투갈이나 네덜란드에 버금가는 작은 제국이 됐고, 이제 우리도 세계시민이 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됐다.

사실 돌아보면 조선이라는 왕국의 신민(臣民)이 대한민국이라는 근대 국민국가의 국민(國民)이 된 지 오래되지 않았다. 신민에서 국민으로 비약한 계기를 3·1운동에서 찾지만 3·1운동 이후에도 한동안 실질적으로 일본제국의 식민지에 사는 2등 국민에 불과했고, 1948년에 와서야 독립국의 국민이 됐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비약해 이제 작은 제국(帝國)의 시민(市民)이 되기를 꿈꾼다. 차세대 청년들은 이미 시민으로 태어났다. 그래서 ‘시민을 위한’이라는 수식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두고 ‘이념전쟁’을 벌이는 기성세대가 아닌 청년, 미래 세대를 위한 책이라는 뜻도 담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하다.

지금 우리는 한국 현대사를 두고 내전을 벌인다. 물론 총을 들고 싸우는 것은 아니지만 이념과 정신의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기존 교과서들이 편향됐다고 느끼는 학자들이 대안 교과서를 냈으나 이를 채택하는 학교가 거의 없자 정부가 나서서 국정 교과서를 만드는 무리수까지 뒀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마무리되면서 국정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전국 5566개 중·고등학교 가운데 단 하나라고 한다. 그리고 그 학교마저 입학식을 치르지 못할 정도로 심한 갈등의 몸살을 앓고 있다.

“이념전쟁 세대가 아닌 미래 세대 위한 책”

이러한 정황이 사학자가 되기 위한 엄격한 훈련을 받지 못한 내가 감히 ‘시민을 위한 한국 현대사’라는 제목으로 책을 쓸 충분한 핑계가 될까. 누군가 추궁한다면, 나는 마산고 시절의 은사 박기보 선생님의 제자로서 그 가르침을 받았노라고 둘러댈까.

박기보 선생님, 그분은 국사를 가르치셨다. 항상 큰 흐름을 잡아주시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기를 강조했다. 아니 그분의 인품이 그러했으니 국사도 그렇게 가르치신 걸로 기억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분은 누구에게나 항상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특별히 누구를 편애하거나 너무 가까이하지 않았다.

하필 책을 낸 지 며칠 되지 않아 마산고 32회, 3학년 2반 ‘반창회’가 열렸다. 2월 24일 우리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로 잠시 돌아갔다. 여든한 살의 선생님은 꼿꼿한 자세로 44년 전 그 교실에 서서 출석을 불렀다. 65명 가운데 5명 사망, 서너 명 해외 거주, 출장이나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한 결석자가 열댓 명이었다. 급우 35명이 출석했다.

44년의 세월은 결코 짧지 않았다. 강산이 네 번 바뀔 만큼 긴 세월이다. 이렇게 높은 출석률은 담임선생님의 인품을 흠모하고 그 가르침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리라. 그날 나는 두려운 마음으로 ‘시민을 위한 한국 현대사’를 선생님께 드렸다. 선생님은 나의 책을 어떻게 평가해주실까. 책을 낸 후로 느끼지 못한 진정한 두려움이 비로소 밀려온다.

주대환 |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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