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호

특집 | 이제는 대선이다 - 보수우파 기사회생 시나리오

‘우파 후보, 안철수, 좌파 문재인’ 3자 구도 기대

홍준표+황교안 콤비로 영남에 어필

  •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7-03-21 16:08:37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집토끼 다시 불러들이기에 전력
    • 탄핵 정국을 ‘우파 대 좌파’ 프레임으로 전환
    • 황교안 대행으로 남아도 후광효과
    2007년 대선 때 집권세력의 주자였던 정동영 후보는 져도 너무 크게 졌다. 보수우파 진영의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득표수를 합치면 무려 1505만 표로, 63.7%의 득표율을 보였다. 반면, 정동영 후보의 득표수는 617만 표(26.1%)에 그쳤다. 안희정(현 충남도지사)은 폐족을 선언했다.

    꼭 10년이 흘러 친박계가 폐족 신세에 처했다. 지금 처지가 뒤바뀐 우파진영은 대선 참패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너무도 암담하다.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세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대략 65% 전후의 수치를 보인다. 반면, 보수후보들의 지지율은 다 합쳐도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우파의 구세주’가 될 걸로 기대됐지만 대선 행보의 첫걸음을 떼자마자 맥없이 주저앉았다.  

    우파 정치인들에겐 이번 대선에서 무참하게 져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다. 도토리 키 재기 식의 현 대선주자들끼리 티격태격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세’ 물결에 휩쓸리면 앞으로도 권토중래가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우파 정치권의 처지에서 대선판의 흐름을 바꾸려면 무엇보다 집 나간 집토끼를 다시 불러들이는 게 관건이다. 보수우파 유권자, 영남 유권자의 지지를 최우선으로 회복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들에게 어필할 확실한 ‘간판급 선수’가 있어야 한다.





    ‘간판급 선수’ 있어야

    이런 맥락에서 자유한국당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매력적이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보수우파 주자 중 유일하게 10%대 지지율을 유지해 왔다. 또한 그는 정치판에선 루키(신인)다. 신선함이 있다. 지난 4년간 법무장관과 국무총리로서 발휘한 탄탄한 경륜과 경험도 돋보인다. 특히 통합진보당 해산을 이끌어낸 강단은 우파의 가치를 지키기에 안성맞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정지돼 있을 때도 무난하게 국정을 운영했다.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도 신속한 대응으로 잘 진정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권한대행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소통 등 정상외교를 무리 없이 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황 권한대행의 안정감에 많은 사람이 후한 점수를 준다.

    다만 정치인과 관료 출신은 ‘손익계산서’ 산출 방식에 차이가 있다. 황 권한대행이 정치인 출신이라면 출마가 독배(毒杯)라고 판단해도 일단 마시고 볼 게 분명하다. 대선후보가 되는 것 자체가 ‘훈장’이 되는 까닭이다.

    본선에서 패하더라도 보수의 대표 정치인이 되면서 여소야대 정국의 제1 야당을 이끌 수 있다. 당장 내년 6월에 지방선거라는 큰 판이 기다린다. 야당을 잘만 운영하면 2020년 21대 총선에서 막강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2022년 대선 유력 주자가 되는 건 덤이다.

    그러나 고건 전 총리에게서 확인되듯 관료 출신은 그런 계산을 할 줄 모른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황 대행에게 대선 출마는 지금까지의 모든 명성과 업적을 별로 승산도 높지 않은 게임에 송두리째 베팅하는 것이다. 풍찬노숙하는 고난의 길을 걸어야 할 각오를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했다.

    역시 예상대로 황 대행은 3월 15일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황 대행 외에 가장 주목받는 우파 대선 예비후보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홍 지사는 3월 18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정식을 치렀다. 서문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고비에 처했을 때마다 찾은 곳이다. 얼마 전 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다. 홍 지사가 여기에서 대선 출정식을 가진 이유는 우파를 재건하겠다는 의미가 있다고 그의 참모가 설명했다. 이 참모는 “영남 우파의 결집으로 좌파 집권을 저지하는 게 대권 플랜”이라고 했다. 이번 대선 구도를 탄핵 정국에서 ‘우파 대 좌파 대결’ 프레임으로 바꾸면 결과는 알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예상이다.



    “황↔홍”

    홍 지사는 경남 창녕이 고향이지만 대구에서 초·중·고교를 다녔다. 보수의 본산인 대구·경북은 물론, 자신이 도지사로 있는 경남과 부산·울산의 보수층을 결집해 선거를 치르겠다는 복안이 엿보인다.

    대구·경북이 홍 지사가 무혈입성할 수 있는 무주공산은 아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텃밭으로 삼고 있고, 자유한국당의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대권주자다. 홍 지사는 “좌파의 문재인, 심상정, 안철수 그리고 우파 한 사람이 4자 구도로 치르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민의당과 연대도 고려 대상이지만 안철수 전 대표의 완주 의지가 워낙 강하다고 한다. 홍 지사는 황 대행에 대해 1985년 청주지검에서 1년 동안 같이 근무한 인연을 소개하며 “정치인들처럼 서로 물어뜯고 하는 사이가 아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홍 지사와 황 대행을 두 축으로 하는 대선 시나리오를 짜는 듯하다. 정우택 원내대표와 이현재 정책위의장이 3월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볼펜으로 A4용지에 “황↔홍”이라고 적으면서 여러 경우의 수를 암시하는 메모를 덧붙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자유한국당 측은 홍준표-황교안 라인이 구축되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등과 보수연합이 추진된다면 어느 정도 컨벤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 황 대행의 불출마 선언으로 그런 구도가 깨졌지만 홍 지사 처지에선 나쁠 게 없다고 한다. ‘황교안의 지지율’을 흡수할 다른 길이 있다고 본다.

    황 대행은 대선 기간에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무리 없이 선거를 관리하면 눈에 보이지 않게 보수우파 후보에 대한 지지세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황 대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뚜렷한 안보 행보를 보였다. 때맞춰 그 기간에 김정남 독살 사건이 일어났고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황 대행이 불출마 선언 후 홍 지사나 다른 보수우파 후보와 눈에 띄게 공조할 경우 불공정 선거 시비가 일 수 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