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풍수와 경제

國運 개척하는 마천루 세계 5위 롯데월드타워

  • 김두규 |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문화재청문화재전문위원 eulekim@hanmail.net

國運 개척하는 마천루 세계 5위 롯데월드타워

1/5
  • ● 트럼프에게 대통령의 길 열어준 마천루觀
  • ● 뉴욕 크라이슬러빌딩 vs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 ● 서울 롯데월드타워 vs 현대차신사옥
  • ● 88 서울올림픽 때 울며 겨자 먹기로 산 모래땅의 대변신
  • ● 이상적인 상업·관광 입지는 背水面街
  • ● 타워는 붓, 롯데월드몰은 먹, 석촌호수는 벼루, 잠실은 종이… 완벽한 풍수 스토리
國運 개척하는 마천루 세계 5위 롯데월드타워

붓 모양의 롯데월드타워를 중심으로 문방사보가 모여 있다. [사진제공·롯데물산]

2016년 12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도널드 트럼프는 이미 부동산 개발 및 투자의 대가로서 세계적인 갑부 반열에 올라 있었다. 그는 땅을 딛고 일어선 대표적인 성공한 사업가 가운데 한 명이다. 평소 그는 “땅의 가치를 올리는 것은 사람에게 활력을 준다”고 말해 자신의 삶의 철학을 정의했다. 그는 또 풍수 마니아였다. “꼭 풍수를 믿을 필요는 없어요. 나는 풍수를 활용할 뿐이지요. 왜냐하면 풍수가 돈을 벌게 해주기 때문입니다(I don′t have to believe in Feng Shui. I use it because it makes me money).” 부동산 개발업자 시절에 그가 자주 하던 말이다.

그가 풍수를 활용한 계기는 사업차 홍콩과 상하이 등 중국을 드나들며 풍수문화를 접하면서부터다. 그는 풍수를 활용하면 아시아 부호들을 단골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의 성공이었다. 아시아 부호들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부호들도 그의 고객이 됐다. 트럼프는 “풍수란 좋고 나쁜 징조를 구분해주는 철학으로서 자연과 주변에 어울리는 생활공간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했는데, 이러한 풍수 정의를 서구의 부자들이 수용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불교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풍수를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쉽고도 실용적이었다.

트럼프의 부동산 풍수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그는 3가지를 강조한다. “입지(location), 입지(location) 그리고 또 입지(location)”이다. 즉 ‘입지’가 부동산 풍수의 전부다. 터만 좋다면 시세보다 50~100%까지 더 지급해도 좋다고 트럼프는 말한다. 이른바 ‘프리미엄 지급’인데 그것은 땅에 대한 당연한 예우라고 말한다.

트럼프 “풍수가 돈 벌게 해줘”

트럼프에게 좋은 입지란 무엇일까. 그는 4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첫째, 전망이 뛰어난가. 주변에 강이나 숲 혹은 한적한 길이 있으면 좋은 전망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이 가운데 특히 물을 중시했다. 둘째, 주변에 명성을 높일 수 있는 건물이 있는가. 예컨대 유엔본부가 있는 곳 옆에 건물을 짓는 것이다. 셋째, 성장 가능성이 있는 변두리 지역 중에 그 가치가 드러나지 않아 주차장이나 공터로 남아 있는 곳인가. 넷째, 쇼핑·교통·교육·종교 활동이 편리한가. 많은 사람이 입지 선정을 할 때 마지막 항목을 중시함에 반해 트럼프는 이를 마지막 고려사항으로 보았다.

앞서 언급한 좋은 입지에 부합하나 거기에 이미 건물이 들어서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만약 그 건물이 낮은 천장에 비효율적 실내 구조, 어색한 창 모양을 가졌다면 아예 쳐다보지도 말라고 한다. 이처럼 태생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물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기존 건물을 매입해 바꾸면 된다. 사람들이 그 건물과 주변 입지를 다시 보게 될 만큼 과감하게 리노베이션을 해서 건물과 주변 땅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입지는 건물을 치장하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트럼프의 지론이다. 어떻게 치장한다는 것일까.

천장은 높게 창문은 크게 해서 전망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건물 내부에 몇 층 높이의 벽을 따라 폭포수가 흘러내리게 하라. 물은 풍수에서 돈을 주관한다(水主財). 물이 흐르면 돈줄이 마르지 않는다는 것이 풍수설인데 이러한 주장은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또한 바닥이나 벽면에 깔거나 붙이는 대리석은 붉은색 계열을 주로 활용하라. 붉은색은 재물의 번성을 의미하는 중국인들의 전통 관념이기도 하다. 건물 로비는 천장을 최대한 높이고 황동을 활용해 금빛 찬란하게 하라. 황금색은 풍수상 권력과 부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실제로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색으로서 동서고금 권력자들이 전용했던 색이다. 공간이 협소할 경우 반사거울을 활용해 시각적으로 넓게 보이게 하라. 아파트의 경우 고급스러운 부엌과 화려하고 넓은 욕실을 만들어 주부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트럼프가 권하는 이와 같은 치장 방법은 전통적으로 비보(裨補) 풍수나 인테리어 풍수에서 교과서적으로 가르치는 내용들이다.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트럼프가 크게 성공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풍수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계 제1의 마천루를 미국으로!

2016년 4월 일본의 건축평론가 마쓰바 가쓰기요(松葉一淸) 무사시노 미술대학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했다. 그해 11월 개표 당일 바로 몇 시간 전까지 대부분의 언론이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예측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무슨 근거인가. 마쓰바 교수는 트럼프의 건축 행위에서 그의 운명을 읽어냈다. 다음은 그의 건축평론서 ‘현대건축의 취급설명서’(現代建築のトリセツ, 2016)의 핵심 줄거리다.

‘2000년 전후 거품 경제의 붕괴, 9·11테러에 의한 세계무역센터 붕괴 등으로 미국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었다. 이때 트럼프는 ‘세계 제1의 마천루를 미국으로!’라는 슬로건으로 미국 국민의 애국심을 자극했다. 게다가 이 무렵 미국은 아시아에 세계 제1의 마천루 자리를 빼앗겼다.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452m, 1998년)가 당시 세계 제1의 마천루였다. 그것도 기독교 국가가 아닌 이슬람 국가에서였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결에서 패배의 상징이자 미국인들에게 굴욕적 대사건이었다. 이러한 미국인들의 숨은 정서를 자극한 이가 트럼프였다. 이때 트럼프는 시카고에 609m의 ‘뉴 트럼프 타워’ 건설을 발표했다. 그의 주장 ‘세계 제1의 마천루를 미국으로’는 다름 아닌 다시금 ‘미국을 세계 제1 강국으로!’의 다른 표현이었다. 미국인들의 트럼프 선택은 예정된 일이었다.’

트럼프는 이슬람을 적으로 삼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인의 자존심을 자극해 ‘미국 우선주의 광팬’을 결집시켰다. 트럼프가 공언한 시카고의 ‘뉴 트럼프 타워’는 423m 높이로 축소돼 2009년 완공됐지만, 트럼프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는 이미 공고해지고 있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고나서 주로 이슬람권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상황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트럼프가 생각하는 마천루는 어떤 특징을 보여줄까. 좋은 입지에 자리해 좋은 전망을 제공하고 해당 도시의 중심을 장악해 ‘랜드마크’가 되게 함이 제일 목적이다. 랜드마크가 되는 건축물은 그것이 주는 강렬한 기운으로 말미암아 해당 도시를 대표하며 해당 도시를 찾는 이들의 지향점이 되기도 한다. 바깥에서 볼 때 독특한 건물 모양으로서 가까이보다 멀리서 더 높게 보이게 해(近低遠高) 모든 사람의 시선을 집중케 한다. 건물 내부에서는 사방의 시야를 넓게 확보하게 해 그곳에서 업무를 보거나 거주하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마천루 주변은 건물의 목적과 상징에 부합하는 조경수와 조경물을 설치해 스토리텔링이 되게 한다. 트럼프는 이렇게 부동산 풍수마케팅을 통해 거부가 됐을 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에게는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1/5
김두규 |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문화재청문화재전문위원 eulekim@hanmail.net
목록 닫기

國運 개척하는 마천루 세계 5위 롯데월드타워

댓글 창 닫기

2017/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