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호

풍수와 경제

國運 개척하는 마천루 세계 5위 롯데월드타워

  • 김두규 |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문화재청문화재전문위원 eulekim@hanmail.net

    입력2017-03-24 16: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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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에게 대통령의 길 열어준 마천루觀
    • 뉴욕 크라이슬러빌딩 vs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 서울 롯데월드타워 vs 현대차신사옥
    • 88 서울올림픽 때 울며 겨자 먹기로 산 모래땅의 대변신
    • 이상적인 상업·관광 입지는 背水面街
    • 타워는 붓, 롯데월드몰은 먹, 석촌호수는 벼루, 잠실은 종이… 완벽한 풍수 스토리
    2016년 12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도널드 트럼프는 이미 부동산 개발 및 투자의 대가로서 세계적인 갑부 반열에 올라 있었다. 그는 땅을 딛고 일어선 대표적인 성공한 사업가 가운데 한 명이다. 평소 그는 “땅의 가치를 올리는 것은 사람에게 활력을 준다”고 말해 자신의 삶의 철학을 정의했다. 그는 또 풍수 마니아였다. “꼭 풍수를 믿을 필요는 없어요. 나는 풍수를 활용할 뿐이지요. 왜냐하면 풍수가 돈을 벌게 해주기 때문입니다(I don′t have to believe in Feng Shui. I use it because it makes me money).” 부동산 개발업자 시절에 그가 자주 하던 말이다.

    그가 풍수를 활용한 계기는 사업차 홍콩과 상하이 등 중국을 드나들며 풍수문화를 접하면서부터다. 그는 풍수를 활용하면 아시아 부호들을 단골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의 성공이었다. 아시아 부호들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부호들도 그의 고객이 됐다. 트럼프는 “풍수란 좋고 나쁜 징조를 구분해주는 철학으로서 자연과 주변에 어울리는 생활공간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했는데, 이러한 풍수 정의를 서구의 부자들이 수용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불교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풍수를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쉽고도 실용적이었다.

    트럼프의 부동산 풍수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그는 3가지를 강조한다. “입지(location), 입지(location) 그리고 또 입지(location)”이다. 즉 ‘입지’가 부동산 풍수의 전부다. 터만 좋다면 시세보다 50~100%까지 더 지급해도 좋다고 트럼프는 말한다. 이른바 ‘프리미엄 지급’인데 그것은 땅에 대한 당연한 예우라고 말한다.



    트럼프 “풍수가 돈 벌게 해줘”

    트럼프에게 좋은 입지란 무엇일까. 그는 4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첫째, 전망이 뛰어난가. 주변에 강이나 숲 혹은 한적한 길이 있으면 좋은 전망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이 가운데 특히 물을 중시했다. 둘째, 주변에 명성을 높일 수 있는 건물이 있는가. 예컨대 유엔본부가 있는 곳 옆에 건물을 짓는 것이다. 셋째, 성장 가능성이 있는 변두리 지역 중에 그 가치가 드러나지 않아 주차장이나 공터로 남아 있는 곳인가. 넷째, 쇼핑·교통·교육·종교 활동이 편리한가. 많은 사람이 입지 선정을 할 때 마지막 항목을 중시함에 반해 트럼프는 이를 마지막 고려사항으로 보았다.



    앞서 언급한 좋은 입지에 부합하나 거기에 이미 건물이 들어서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만약 그 건물이 낮은 천장에 비효율적 실내 구조, 어색한 창 모양을 가졌다면 아예 쳐다보지도 말라고 한다. 이처럼 태생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물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기존 건물을 매입해 바꾸면 된다. 사람들이 그 건물과 주변 입지를 다시 보게 될 만큼 과감하게 리노베이션을 해서 건물과 주변 땅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입지는 건물을 치장하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트럼프의 지론이다. 어떻게 치장한다는 것일까.

    천장은 높게 창문은 크게 해서 전망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건물 내부에 몇 층 높이의 벽을 따라 폭포수가 흘러내리게 하라. 물은 풍수에서 돈을 주관한다(水主財). 물이 흐르면 돈줄이 마르지 않는다는 것이 풍수설인데 이러한 주장은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준다. 또한 바닥이나 벽면에 깔거나 붙이는 대리석은 붉은색 계열을 주로 활용하라. 붉은색은 재물의 번성을 의미하는 중국인들의 전통 관념이기도 하다. 건물 로비는 천장을 최대한 높이고 황동을 활용해 금빛 찬란하게 하라. 황금색은 풍수상 권력과 부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실제로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색으로서 동서고금 권력자들이 전용했던 색이다. 공간이 협소할 경우 반사거울을 활용해 시각적으로 넓게 보이게 하라. 아파트의 경우 고급스러운 부엌과 화려하고 넓은 욕실을 만들어 주부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트럼프가 권하는 이와 같은 치장 방법은 전통적으로 비보(裨補) 풍수나 인테리어 풍수에서 교과서적으로 가르치는 내용들이다. 부동산 개발업자로서 트럼프가 크게 성공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풍수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계 제1의 마천루를 미국으로!

    2016년 4월 일본의 건축평론가 마쓰바 가쓰기요(松葉一淸) 무사시노 미술대학 교수는 자신의 책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했다. 그해 11월 개표 당일 바로 몇 시간 전까지 대부분의 언론이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예측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무슨 근거인가. 마쓰바 교수는 트럼프의 건축 행위에서 그의 운명을 읽어냈다. 다음은 그의 건축평론서 ‘현대건축의 취급설명서’(現代建築のトリセツ, 2016)의 핵심 줄거리다.

    ‘2000년 전후 거품 경제의 붕괴, 9·11테러에 의한 세계무역센터 붕괴 등으로 미국의 자존심이 무너지고 있었다. 이때 트럼프는 ‘세계 제1의 마천루를 미국으로!’라는 슬로건으로 미국 국민의 애국심을 자극했다. 게다가 이 무렵 미국은 아시아에 세계 제1의 마천루 자리를 빼앗겼다.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452m, 1998년)가 당시 세계 제1의 마천루였다. 그것도 기독교 국가가 아닌 이슬람 국가에서였다.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결에서 패배의 상징이자 미국인들에게 굴욕적 대사건이었다. 이러한 미국인들의 숨은 정서를 자극한 이가 트럼프였다. 이때 트럼프는 시카고에 609m의 ‘뉴 트럼프 타워’ 건설을 발표했다. 그의 주장 ‘세계 제1의 마천루를 미국으로’는 다름 아닌 다시금 ‘미국을 세계 제1 강국으로!’의 다른 표현이었다. 미국인들의 트럼프 선택은 예정된 일이었다.’

    트럼프는 이슬람을 적으로 삼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인의 자존심을 자극해 ‘미국 우선주의 광팬’을 결집시켰다. 트럼프가 공언한 시카고의 ‘뉴 트럼프 타워’는 423m 높이로 축소돼 2009년 완공됐지만, 트럼프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는 이미 공고해지고 있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고나서 주로 이슬람권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상황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트럼프가 생각하는 마천루는 어떤 특징을 보여줄까. 좋은 입지에 자리해 좋은 전망을 제공하고 해당 도시의 중심을 장악해 ‘랜드마크’가 되게 함이 제일 목적이다. 랜드마크가 되는 건축물은 그것이 주는 강렬한 기운으로 말미암아 해당 도시를 대표하며 해당 도시를 찾는 이들의 지향점이 되기도 한다. 바깥에서 볼 때 독특한 건물 모양으로서 가까이보다 멀리서 더 높게 보이게 해(近低遠高) 모든 사람의 시선을 집중케 한다. 건물 내부에서는 사방의 시야를 넓게 확보하게 해 그곳에서 업무를 보거나 거주하는 이들로 하여금 자신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 마천루 주변은 건물의 목적과 상징에 부합하는 조경수와 조경물을 설치해 스토리텔링이 되게 한다. 트럼프는 이렇게 부동산 풍수마케팅을 통해 거부가 됐을 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에게는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었다.


    뉴욕의 마천루 경쟁

    1920년대 후반 미국 뉴욕에서의 일이다. 기업 간에 마천루 경쟁이 붙었다. 1회전은 자동차회사 크라이슬러와 맨해튼은행 사이의 경쟁이었다. 1928년 크라이슬러 회장은 높이 259.4m로 세계 제1의 마천루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를 들은 맨해튼은행은 260m의 마천루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단 60cm 차이였다. 은근히 부아가 치민 크라이슬러 측은 276m의 마천루를 짓겠다고 수정 발표했다.

    경쟁에 불이 붙자 맨해튼은행은 기존 설계안에 3층을 높여 283m 높이로 짓겠다고 다시 발표했다. 이제 크라이슬러와 맨해튼은행 사이의 마천루 경쟁은 뉴욕 시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건축인들의 관심사이자 구경거리가 됐다. 실제로 이미 이것으로 두 회사의 홍보는 충분히 되고도 남았다. 둘 다 승자가 돼 충분히 이익을 남긴 셈이다. 이후 어찌 됐을까.

    크라이슬러 측은 276m 건물 위에 38m 아치 첨탑을 세우기로 하고 이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맨해튼은행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드디어 맨해튼은행 마천루가 준공돼 세계 1위의 마천루라는 명예를 거머쥐었다. 이를 지켜본 크라이슬러는 이미 공사를 끝낸 크라이슬러빌딩 꼭대기에 38m의 아치 첨탑을 추가해 314m로 만들었다. 마천루 역사상 300m를 넘은 획기적 사건이었다. 크라이슬러 측의 승리였다. 1930년의 일이다.

    하지만 기쁨은 짧았다. 크라이슬러빌딩이 완공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1931년 뉴욕에는 102층, 높이 381m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들어서면서 세계 1위 마천루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 세계 1위 자리를 빼앗길 것을 두려워 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60여m의 안테나 탑을 설치해 443m로 40여 년간 1위 자리를 지켰다.



    롯데월드타워 vs 현대차신사옥

    지금 와서 보면 맨해튼은행, 크라이슬러빌딩,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모두 승자였다. 그들은 뉴욕의 명물 ‘마천루숲’으로 도시의 가치를 높였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세계 제1의 마천루였다고 하지만 이제 와서 보면 한국의 롯데월드타워보다 100여m나 낮다.

    2017년 4월 개장하는 롯데월드타워는 123층 555m로 세계 6위, 국내 1위의 마천루다. 555m의 롯데월드타워가 건설될 무렵 현대자동차는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본사 부지에 105층·553m의 신사옥(Global Business Center)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롯데월드타워보다 2m 낮은 높이였다.

    국내 제1의 마천루를 짓겠다는 롯데 측으로선 높이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현대자동차 측의 발표를 의아해하면서도 안심했다. 서울시청 관계자도 “현대차그룹이 애초 국내 최고층 빌딩이라는 타이틀을 염두에 두지 않고 신사옥 건축을 계획했고 그에 따라 층수와 높이가 정해진 것일 뿐 다른 이유나 의미는 없다”고 했기에 더 이상 의심할 까닭이 없었다. ‘국내 1위 마천루 경쟁’은 싱겁게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롯데월드타워가 555m로 완성되자마자 현대차 그룹은 115층에 높이 571m 건물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실현될 경우 롯데월드타워보다 16m가 더 높아 대한민국 최고의 마천루가 될 것이다.

    과연 롯데그룹과 현대차의 마천루 경쟁에서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풍수적 관점에서 롯데월드타워와 현대자동차신사옥을 비교하며 최종 승자를 가늠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우선 롯데월드타워와 현대자동차신사옥을 구상한 오너들의 땅에 대한 관심과 인연 여부다. 트럼프가 땅을 통해 세계적 갑부가 됐고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르게 됐음은 앞서 언급했다. 트럼프는 선천적으로 땅과 부동산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부동산 투자와 개발에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훗날 트럼프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부동산 투자의 이점을 정리한다.

    ‘부동산 투자는 현금이 매달 들어오며, 은행들이 돈을 빌려주기 위해 줄을 서며, 세입자가 대신해서 대출금을 갚아준다. 또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으며, 합법적으로 세금을 피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세금을 안 내면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생각을 가졌더라도 누구나가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운이 좋아야 한다. 트럼프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한국의 재벌 역시 땅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재벌이 눈사람 굴리듯 빠른 속도로 부를 축적하는 비결이 인근 지역의 개발이 이루어질 때 발생하는 천문학적 개발이익 덕분이다. 공장부지 등 순수한 업무용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기도 하지만, 투기용 부동산은 재벌로 가는 지름길이다.”(강철규 전 공정거래위 위원장)

    그렇다고 땅을 통해 모두 재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으로 망한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땅과 사람의 궁합이 맞아야 한다. 대만 출신으로 일본에서 기업가이자 기업컨설턴트로 이름을 날린 규에이칸(丘永漢)은 말한다. “주식과 궁합이 맞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주식과 맞지 않더라도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사업을 해서 거부가 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땅을 황금으로 바꾸다

    그러나 규에이칸이 말한 땅과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한때 성공가도를 달려도 이내 몰락의 길로 들어선다. “부(富)의 원천은 땅이다”는 부친의 유언을 받들어 부동산 개발로 재벌을 꿈꾸던 명성그룹(김철호 회장)이 그랬고, 영동그룹(이복례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무서운 아이들’로 세계를 놀라게 한 율산그룹(신선호 회장)도 있다. 부동산과 인연을 맺었으나 성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실패한 사람이 있음은 무슨 까닭일까.

    땅을 황금으로 바꾸는 ‘미다스(midas)의 손’이 되려면 무엇보다 운이 좋아야 한다. 롯데월드타워를 구상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이야기다. 1988년 서울올림픽대회 전후의 일이다. 올림픽 경기장을 짓기 위해 한국올림픽조직위원회는 돈이 필요했다. 체비지(현재 제2롯데월드 터)를 팔아 현찰을 확보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를 사겠다는 기업이 없었다. 당시 그 땅은 발이 푹푹 빠지는 습지로 잡초가 무성했다. 인근 아이들이 메뚜기를 잡다가 습지에 빠져 신발을 잃고 집으로 돌아가 혼나는 땅이었다. 불량배들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했다. 기업들이 그 땅에 관심을 가질 리 없었다.



    이에 당시 박세직 올림픽조직위원장이 롯데에 이를 강매하다시피 했다. 롯데라면 최악의 경우 일본에서라도 돈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였지만 당시 신격호 회장은 흔쾌히 이를 수락했다. 기업보국(企業報國)이라는 그의 경영철학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는 일본에서 돈을 들여와 잠실 땅을 구입했다. 이후 롯데는 대박을 터뜨렸다. 땅속에서 질 좋은 모래가 나왔다(1924년 ‘을축(乙丑) 대홍수’ 때 퇴적된 모래). 당시 건설 붐으로 모래 값은 말 그대로 금값이었다. 모래 값으로 땅의 구입대금 상당 부분이 충당될 정도였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왕성하게 사업을 할 때 그가 사들인 땅은 전부 ‘금’으로 바뀌었다. 김해골프장 부지를 구입했을 때의 일이다. 10여km의 도로가 새로 생기지 않으면 맹지(盲地)가 될 판이었다. 얼마 후 그곳에 도로가 생겼고 그 땅은 ‘금’이 됐다. 부천 계양산 80만 평 등을 비롯해 그가 산 땅은 모두 효자 노릇을 했다. 신 총괄회장은 선천적으로 땅을 보는 안목을 가졌다고 가까이에서 그를 모신 이광훈 전 롯데칠성대표가 증언한다. 결과적으로 롯데월드타워 부지를 구입하는 데 롯데 측은 전혀 돈이 들지 않았다.

    반면 현대차신사옥 부지 매입 비용은 천문학적 액수였다. 낙찰 가격이 발표되자 며칠간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한전 부지를 인수하면서 입찰에 참여한 삼성과의 경쟁을 의식해 현대차그룹은 10조5500억 원이라는 엄청난 액수를 썼다. 경쟁자 삼성이 제시한 입찰가의 두 배도 넘는 액수였다. 정몽구 회장의 결단 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안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개발업자 시절 자주 말하던 ‘프리미엄 지급’이었을까.  정몽구 회장의 속내나 땅과의 인연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어 궁금할 뿐이다.

    부지 매입만 놓고 보면 롯데월드타워 쪽이 훨씬 유리하다. 또한 롯데월드타워 건설비로 3조5000억을 지출한 반면, 현대차신사옥은 그동안의 물가상승 등으로 이보다 더 많은 건설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월드타워보다 세 곱절 이상의 건축비용으로 지어질 마천루가 주는 매력이 분명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그것이 무엇일지 알려진 바 없어 상상할 수도 없다.



    한강과 길에 면한 背水面街

    건축비용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입지다. 트럼프가 부동산 개발에서 가장 강조한 입지(location)는 사실상 마천루의 운명을 결정한다. 흔히 이상적인 풍수입지를 배산임수(背山臨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농경사회의 이상적 입지조건이다. 상업과 관광의 이상적 입지는 배수면가(背水面街)이다. 즉 뒤로는 강(바다)이 있어야 하며 앞으로는 큰 도로가 있어야 번창한다. 배산임수와 배수면가에 대한 다른 표현으로 음택근산(陰宅近山)과 양택근수(陽宅近水)로 표현하기도 한다. 즉 무덤은 산을 가까이해야 하고, 산 사람의 집은 물을 가까이해야 한다는 말이다.

    돈을 벌려면 물을 가까이해야 한다. 풍수 고전 ‘장서(葬書)’의 핵심 주제는 “풍수의 법은 물을 얻음을 으뜸으로 삼고 바람을 갈무리함을 그 다음으로 한다(風水之法, 得水爲上, 藏風次之)”는 문장으로 압축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할 당시 가장 중시한 것이 바로 물이었다. 조선 전통 풍수서인 ‘택리지(擇里志)’ 역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물은 재록(財祿)을 맡은 것이므로 큰 물가에 부유한 집과 유명한 마을이 많다. 비록 산중이라도 간수(澗水·계곡물)가 모이는 곳이라야 여러 대를 이어가며 오랫동안 살 수 있는 터가 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롯데월드타워와 현대차신사옥 모두 한강 부근에 입지해 풍수에 부합한다. 롯데월드타워의 경우 한강이 동쪽에서 흘러들어와 북쪽을 감싸고 돌아 서쪽으로 흘러나가고 남쪽에는 석촌호수가 있다. 롯데월드타워 어디에서도 물을 조망할 수 있다. 물을 재물로 받아들이는 중국관광객과 사업가들이 좋아할 요소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풍수의 사신사(四神砂)를 사방의 산으로 해석한다. 즉 뒷산인 현무, 왼쪽 산인 청룡, 오른쪽 산인 백호, 앞산인 주작 등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을 이상적으로 여긴다. 농경사회의 이상적 풍수명당 모델인 배산임수의 다른 표현이다.

    반면 중국과 일본의 양기(陽基) 풍수에서는 청룡은 흐르는 강, 백호는 큰길(大路), 주작은 큰 연못(池)으로 상정한다. 이와 같은 조건의 땅을 길지로 여긴다. ‘물은 재물을 주관하며(水主財), 길은 재물을 운반한다(路運財)’는 것이 그들의 풍수적 관념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롯데월드타워 입지는 한강이라는 청룡, 송파로와 올림픽로라는 백호, 그리고 석촌호수라는 주작을 갖춘 최상의 길지가 된다.

    현대차신사옥의 입지는 어떠할까. 동쪽과 북쪽으로 탄천과 한강을, 그리고 남·서쪽으로 영동대로를 접하여 배수면가의 조건을 갖춘다. 물론 그 물들이 해당 건물을 감싸고도는지(환포·環抱) 여부, 수량이 충분한지에 따라 마천루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전망(경관미)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어려움이 미래의 현대차신사옥을 기다리고 있다. 모든 풍수서적이 집이나 무덤을 쓸 때 금기시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사관(寺觀·절과 도관, 즉 종교건물) 근처다. 조선조 지관 선발 필수과목인 ‘명산론(明山論)’은 절·도관·신단(寺觀神壇)에 가까운 터를 죽음에 이르는 터(응살혈·應殺穴)이라 했다. 공공기관이나 종교부지로서 적절하지 상업용지로는 마땅하지 않다. 현대차신사옥이 들어설 삼성동 한전부지 근처에는 왕릉(선정릉)과 봉은사라는 사찰이 있다. 선정릉은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세계유산이다. 또 봉은사는 선정릉(성종과 중종 무덤)을 수호하는 원찰로서 조선시대에 큰 역할을 했다. 지금도 한국 불교계에서 봉은사가 차지하는 위상은 막강하다. 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현대차신사옥이 장차 봉은사 동남쪽에 높게 들어설 경우 문화경관·일조권·도심 생태에 분명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이에 대한 반발이 예상된다. 봉은사 측은 벌써부터 서울시와 현대차에 강력히 항의 중이다. 서로가 양보하기 어려운 갈등이다. 물론 봉은사 주변에 미래의 현대차신사옥 말고도 많은 건물이 이미 포진해 있다. 그러나 그 건물들은 봉은사를 압도하지 않기에 공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마천루를 세우겠다는 의지를 고집한다면 현재 구상 중인 직사각형의 건물 모양을 포기하고 ‘조닝(Zoning)법’에 의해 다시 설계하는 것이 좋다. 조닝법이란 내 땅에 짓는 마천루의 그림자가 남의 땅에 너무 많이 드리우지 않도록 건물 외관 형태를 위로 갈수록 좁게 하는 방법을 말한다. 또 주변에 수많은 비보진압풍수(조경수·조각물·연못 등)를 통해 반발을 최소화해야 한다.

    롯데월드타워와 현대차신사옥이라는 두 개의 마천루가 지근 거리에 들어선다면 그것은 마치 뉴욕의 크라이슬러빌딩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같은 명물로 대한민국과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땅은 地相, 건물은 家相

    마천루가 강대국과 초일류 기업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단순히 높은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그 건물을 통해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의 이상을 현실화하는 행위다. 따라서 건축물은 높이뿐만 아니라 모양까지 그 공동체가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을 형상화해야 한다.

    사람에게 관상이 있듯 땅에는 지상(地相)이 있고 건물에는 가상(家相)이 있다. 관상에 길상(吉相)과 흉상(凶相)이 있듯, 가상에도 길상과 흉상이 있다. 풍수고전 ‘양택십서(陽宅十書)’는 “大形不善, 內形得法, 終不全吉(대형불선, 내형득법, 종불전길)”이라고 표현했다. 즉 “건물 전체 모습이 아름답지 못하면 내부가 풍수 법칙에 맞더라도 끝내는 길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좋은 모양은 대개 뾰족하고 둥글고 네모나면서(尖·圓·方) 균형 잡힌 건물들이며, 흉상(凶相)은 기울고 한쪽이 비어 있고 깨져 있어(欹·缺·破) 보기에 불안한 건물이다. 이러한 흉상들은 “아무런 문화적 의미가 없는 건물과 과도한 상징과 개인적 표현주의로 충만한 건축”(이상헌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이다. 그러한 사옥은 오너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전망을 흐리게 한다.

    이러한 전통은 마천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올해 우리 나이로 100세인 아이 엠 페이(I. M. Pei·貝聿銘)는 중국 출신으로 미국에 건너가 성공한 세계적인 건축가다. 그가 ‘중국은행(Bank of China)’으로부터 홍콩사옥 설계를 의뢰받았다. 70층, 높이 368m로 1980년대 홍콩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였다. 정치적으로 그즈음 홍콩이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 반환되는 협정이 조인될 무렵이었다. 그때 그가 건축설계에 고려한 것은 세 가지였다. 건축비용과 지리적 위치 그리고 풍수였다. 도널드 트럼프가 부동산 개발할 때 지리적 위치를 풍수적으로 살피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飛龍上天의 상하이타워와 중국

    그렇다면 어떤 풍수 콘텐츠로 중국은행 홍콩 사옥을 지었을까. 그가 염두에 둔 것은 기업 ‘중국은행’뿐만 아니라 홍콩과 중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건물이었다. 풍수가 설계의 기본 철학이 됐다. 그는 “풍수를 잘 모르지만 풍수에 어떤 이치가 있다는 것을 믿었다(我不懂風水, 但相信風水是有道理的)”고 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설계안은 ‘우후춘순(雨后春笋), 즉 봄비 내린 뒤의 죽순’이었다. 중국은행과 중국이 죽순 자라듯 ‘번영창성(繁榮昌盛)’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중국은행 건물은 지금도 홍콩의 랜드마크로 홍콩 관광객들을 가장 먼저 맞이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높은 632m의 ‘상하이타워’는 용이 승천하는 모습이다. 상하이타워는 건축설계회사 겐슬러(Gensler)에 의해 설계됐는데 1층에서부터 꼭대기까지 약 360도를 비틀어 올라가도록 해 마치 용이 몸을 비틀며 하늘로 올라가는 비룡상천(飛龍上天)을 형상화했다. 용은 중국에서 가장 길한 동물로 숭상된다. 용이 하늘 높이 치솟는 모습을 통해 세계 제일 국가 중국의 미래를 선취(先取)하고자 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163층, 높이 828m의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다. 당분간 이것을 뛰어넘을 마천루는 나오지 않을 듯하다. 부르즈 할리파의 입지를 보면 3면이 호수이고 그 밖으로 큰 대로(셰이크 모하마드 빈 라시드 대로)가 감싸 돌고 있어 전형적인 배수면가(背水面街)다. 롯데월드타워가 한강과 석촌 호수 그리고 올림픽로를 통해 배수면가한 입지와 흡사하다. 세계 제1의 마천루 부르즈 할리파 건물은 무엇을 상징했을까. 언뜻  날카로운 단검(短劍)처럼 보이기도 하나 아래 계단에서 위 계단으로 올라가면서 나선형을 이루며 맨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은 바벨탑을 형상화한 것이다. 바벨탑은 고대 바빌론(현재의 이라크)에 세워졌다. 왜 바벨탑 모양인지는 잠시 뒤에 다루기로 한다.

    이렇듯 대기업이 마천루를 짓는 것은 해당 기업의 철학뿐만 아니라 그 국가의 운명을 선취(先取)하고자 하는 국가적 대사건이다. 더 나아가 국가와 국가 간의 자존심 경쟁, 기독교와 이슬람교 사이의 자존심 경쟁이다.

    앞으로도 더 높은 마천루가 지어질 것이다. 하나의 마천루가 탄생하려면 재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발달한 토목·건축술과 첨단 과학은 기본이고 풍수·회화·조각·디자인·조경 등 다양한 분야가 뒷받침해야 한다. 따라서 마천루는 최신 과학과 예술 그리고 인문학의 총체로서 태어난다. 마천루는 국력의 상징이자 그 나라 문화의 정점이다.

    롯데월드타워도 마찬가지다. 롯데월드타워는 맨 처음 신격호 총괄회장이 구상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마천루를 짓겠다는 의지가 부하 임직원들에게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3조5000억이라는 엄청난 건축비도 문제지만 근처 성남비행장 때문에 고도제한이라는 물리적 어려움이 컸다. 카리스마적 창업자와 임직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본질적 세계관의 차이다. 신 총괄회장의 철학은 분명했다. 세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마천루를 세움으로써 강국 대한민국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의 경영철학인 기업보국(企業報國)의 다른 표현이다. 서울이 비록 아시아에서 큰 도시이긴 하나 외국인 관광객들에 고궁 말고는 눈에 띄는 볼거리가 없었다. “언제까지 고궁만 보여줄 수 없다. 그 나라의 빛나는 볼거리(觀國之光)로서 마천루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론이었다.



    왕희지 ‘필진도’ 구현한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타워 건물 모양은 풍수상 어떤 의미가 있을까. 롯데월드타워의 형태를 두고 30여 차례 설계 수정을 했다. 한국 전통문화를 이미지화할 수 있는 한옥, 고려청자, 대나무 등에서 그 모습을 취하려다 최종적으로 붓 모양이 됐다.

    왜 붓인가. 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서 ‘서예의 성인(書聖)’으로 추앙받는 이가 왕희지(王羲之·307~365)다. 그는 자신이 터득한 서예 비법을 정리해 ‘필진도(筆陣圖)’란 제목을 붙였다. 후손에게 넘기면서 집안에 잘 보관하되 “천금을 주어도 남에게 넘기지 말라(千金勿傳)”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는 글을 잘 쓰는 것은 전쟁과 같다며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든다. “종이(紙)는 전투를 치르는 진지(陣地)이고, 붓(筆)은 칼과 칼집이며, 먹(墨)은 장수의 투구와 갑옷이며, 벼루(硯)는 성을 넘어오지 못하게 할 해자(城池)다(夫紙者陣也 筆者刀鞘也 墨者鍪甲也 水硯者城池也).”



    전투에서 승리하려면 이 4가지 조건을 갖춰야 하듯 좋은 글씨를 위해서도 4가지가 갖춰져야 한다. 다름 아닌 종이, 붓, 벼루, 먹이다. 이것을 일러 ‘문방의 네 가지 보물(문방사보·文房四寶)’라 한다. 이 4가지 보물을 갖춰야 필진이 완성된다. 물론 그 가운데에서도 붓(칼)이 가장 중요하다.

    문방사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붓이 바로 555m의 롯데월드타워다. 둥글고 뾰족함(圓尖)이 풍수가 요구하는 길상 조건에 부합하면서도 동시에 칼과 붓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롯데월드타워를 붓(칼)으로 형상화했다면 다른 3보(寶)는 어디에 있을까. 롯데월드타워가 들어선 잠실 드넓은 들판이 종이(진지)에 해당한다. 종이가 편평해야 글을 쓸 수 있다. 평탄하지 않은 땅은 좋은 진지일 수 없다. 잠실 땅은 본래 평탄해 이러한 조건에 부합한다. 문방사보 가운데 물이 담긴 벼루(水硯)는 바로 석촌호수에 해당한다. 필진도에서 말하는 투구와 갑옷(鍪甲)이자 문방사보가 말하는 묵(墨)은 어디일까. 바로 롯데월드타워에 붙어 있는 롯데월드몰이다. 롯데월드타워는 왕희지의 필진도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

    풍수를 신봉하는 아시아(특히 중국) 관광객들에게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서울의 아름다움을 구경하게 함도 좋지만, 롯데월드타워가 가지고 있는 풍수 스토리를 들려준다면 더욱더 많은 관심을 받을 것이다.



    마천루의 저주인가 축복인가

    높은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마천루들을 보면서 대다수 사람은 인간의 무한한 능력에 감탄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그래서 생긴 말이 ‘마천루의 저주(sky scraper)’다. 지난해 롯데 가족 간 갈등이 표출되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 의한 ‘대기업 삥 뜯기’에 롯데가 연루되자 일부 언론과 풍수술사들이 ‘마천루의 저주’를 언급했다.

    ‘마천루의 저주’란 말은 도이치뱅크의 애널리스트 로런스(A. Lawrence)가 1999년 ‘마천루 지수’ 개념을 발표하면서 생긴 용어로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1929년)과 크라이슬러빌딩(1930년) 건설이 1930년대 대공황의 시발점이 됐으며, 말레이시아가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완공한 1990년대 후반 이후엔 아시아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또한 2009년 828m 높이의 세계 최고층빌딩 부르즈 할리파 건설 직후 두바이도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하는 등 재정난에 직면했다. 이것이 바로 마천루의 저주다.’

    그런데 마천루의 저주에 걸리려면 몇 가지가 해당돼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주가 충분한 건축비용을 갖고 있는지 아니면, 건설 후 분양을 미끼로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짓는지다. 대개 후자에서 운이 나빠 그 건물을 안고 쓰러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입지·건물의 모양에 따른 풍수적 좋고 나쁨 또한 중요하다. 마천루가 아닌 일반 대형 건물에서도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망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미국 유학 중 마천루에 대한 깊은 관심과 답사 경험을 책으로 펴낸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과 교수는 마천루의 저주는 전혀 근거가 없다며 다음과 같이 썼다.

    “마천루 때문에 경제가 파탄이 난 것이 아니라, 경제가 호황이었기 때문에 마천루가 세워진 것이다. 마천루의 저주라는 표현은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의 틀을 20~30년으로 한정하여 적용하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각의 틀을 넓혀 200~300년을 놓고 본다면 마천루의 축복이라는 표현이 보다 적합하다.”(이중원의 ‘초고층 도시 맨해튼’)

    덧붙여 이 교수는 마천루를 가진 기업들은 대공황 시기에도 마천루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준공연도인 1931년부터 무려 42년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연평균 350만 명의 관광객을 전망대로 끌어들이며 힘든 대공황 시기를 버텨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초고층 마천루를 여러 개 지어 세계인들이 우리 도시를 마천루의 도시로, 미래를 지향하는 도시로 기억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만이 “서울의 서울다움을 이념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표상하면서 동시에 도시적이고 건축적인 장소”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30년 전 신격호 총괄회장의 마천루 구상 속에 선취돼 있었다. 마천루는 결코 저주가 아닌 축복이다. ‘마천루의 저주’설이 유포된 된 데는 마천루가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건설된 자본가의 착취물이라는 1930년대 미국 좌파지식인들의 선동도 한몫을 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마천루는 강대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취하는 것이다. ‘롯데월드타워’는 서울이 아시아를 뛰어넘어 미국 뉴욕과 같은 국제도시로 진입한다는 신호탄이다. 기업 또한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오를 것이다.



    마천루는 바벨탑인가

    마천루는 또 바벨탑에 비유되기도 한다. 바벨탑처럼 무너질 운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바벨탑 붕괴에 대해 잘못된 지식이 세상에 전해지고 있다. 성경 ‘창세기’의 해당 부분이다.

    ‘그 당시 온 세상이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때 일부 사람들이 동쪽으로 옮아가 어느 들판에 이르러 정착하였다. 그들은 도시를 만들고 그 가운데 하늘까지 닿을 높은 탑을 쌓았다. 더 이상 흩어지지 않고 영원히 함께 살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하늘에서 지켜보던 이가 있었다. 다름 아닌 야훼였다. 야훼는 사람들이 한 종족으로 동일언어를 쓰고 일치단결하여 그들의 강력한 세계를 건설한다면 앞으로 못할 것이 없는 위협세력이 될 것을 걱정하였다. 자신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쓰는 말을 뒤섞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분열시켰고, 도시를 세우고 탑을 쌓던 일도 그만 두게 하였다. 이때 사람들이 머물던 도시가 바벨이었고, 거기에 세운 탑이 바벨탑이었다.’

    이 대목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이 필요하다. 바벨탑이 세워진 바빌론은 현재 이라크 지역으로 이슬람 문화권이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교도 세력의 분열과 좌절을 말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트럼프가 이슬람권 말레이시아에 세워진 당시 최고의 마천루를 보고 시카고에 더 높은 마천루를 세우고자 했던 것도 이슬람권에 대한 기독교의 자존심 경쟁의 발로였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세워진 세계 제1의 마천루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가 전설 속 바벨탑을 형상화한 것도 분열된 이슬람의 통합과 강한 강대 민족에 대한 염원을 담은 것이었다.

    인간의 도시 건설과 높은 탑 쌓기는 야훼(신)의 시각으로 보면 신에 대한 도전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과학과 사회 발전을 의미한다. 그 발전의 궁극은 신의 영역까지 침범할 것이다. 신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 바벨탑을 무너뜨려야 했다. 바벨탑은 인간 세계의 진보와 통합을, 바벨탑 붕괴는 분열과 혼란을 상징한다.

    1993년에 유럽연합(EU)이 출범한다. 유럽 내 단일 시장을 구축하고 단일 통화를 실현해 유럽의 경제·사회의 평화로운 발전을 촉진하자는 것이 EU의 핵심 목표다. 그 당시 유럽연합을 성공시키기 위한 슬로건으로 ‘여러 언어를 하나의 소리로’라는 슬로건과 함께 바벨탑을 포스터로 활용했다. 이것이 바로 바벨탑의 진정한 의미다.

    따라서 바벨탑은 과학의 진보와 전 세계의 평화로운 통합을 상징하는 글로벌 시대의 아이콘이다. 바벨탑으로 상징되는 마천루 역시 평화로운 통합과 발전의 상징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중원 교수는 마천루를 두고 “인류가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이룩한 위대한 서사시이며 마천루가 높을수록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기업 브랜드가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마천루 서열상 세계 5위인 롯데월드타워는 바로 위대한 서사시이며, 강대국 대한민국과 초일류 기업 롯데의 미래에 대한 상징이 될 것이다.



    김 두 규
    ● 1959년 전북 순창 출생
    ● 한국외대 및 동 대학원 독어독문학 전공
    ● 독일 뮌스터대 독어독문학 박사
    ● 2000년 풍수지리로 전공 전환
    ● 저서: ‘조선 풍수, 일본을 論하다’ ‘착맥부·동림조담’ ‘국운풍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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