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색좌담

“성관계는 노동 ‘넌, 줘도 못 먹니?’ 여친 말에 괴로웠다”

무성애자 <성욕이 없는 사람>의 세계

  • 김해인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정민주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성관계는 노동 ‘넌, 줘도 못 먹니?’ 여친 말에 괴로웠다”

3/3

“사랑하니까 내 코를 핥아줘”

“성관계는 노동 ‘넌, 줘도 못 먹니?’ 여친 말에 괴로웠다”

무성애자 모임 회원들은 무성애를 상징하는 반지를 착용하고 있었다. [김해인, 정민주]

D씨는 “남자친구에게 무성애자임을 고백했더니 그는 ‘너 나랑 잤잖아? 그런데 왜 무성애자야?’라고 묻더라. 한 레즈비언 친구는 ‘나랑 자보는 건 어때?’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D씨는 “한 친구는 내 말을 듣더니 ‘그런 감정을 모르는 네가 너무 불쌍하다’고 울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케이 씨는 “무성애자라고 말하면 보통 ‘성적으로 안 끌려? 예전의 안 좋은 기억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있는 것 아냐?’라는 반응이 돌아온다. 이런 반응도 무성애자에 대한 넓은 의미의 혐오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무성애자 모임 회원들이 말하는, 무성애자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무성애자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 한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은 무성애자에 대해 ‘현자’ ‘보살’ ‘로봇’ ‘바싹 마른 볏짚’ ‘냉담’ ‘무기력’ 같은 이미지를 가진다.

그러나 무성애자들은 “우리는 ‘섹스 없는 사랑’에 빠진다”고 말한다. 세계 최대 무성애자 모임인 에이븐(AVEN)도 “무성애자는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단지 그 사랑에 섹스가 동반되지 않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많은 무성애자는 누군가와 긴밀하게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감정을 경험한다. 다만, 실제로 사랑의 감정을 전혀 느끼지 않는 무성애자들도 있다. ‘사랑에는 섹스가 뒤따른다’는 ‘연애 정상성’의 관점에선 무성애자의 공식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무성애자의 공식은 ‘연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연애를 하되 성행위를 하지 않는다’ ‘성행위는 어떠한 육체적·정신적 쾌락도 주지 않는 무의미한 노동이다’로 집약될 수 있다. 무:대 회원 6명은 ‘연애 정상성’에 대한 조용히 탄식했다. 

J씨는 “초등학교 때 진실게임을 했는데 ‘너 누구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이가 들어 ‘너 첫사랑 누구야?’라는 질문을 받았다. 태어나서 누구에게도 끌려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P씨도 “친해지고 싶은 정도를 넘어선 두근거림이나 끌림을 한번도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남자친구를 사귄 D씨는 “남자친구의 성관계 요구는 ‘우리는 서로 사랑하니까 내 코를 핥아줘’라는 의미로 들린다. 굳이 힘들게 왜 하나 싶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R씨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첫 성관계는 사랑을 핑계로 한 합의로 이뤄졌다. ‘사랑하니까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점점 ‘사랑해도 성관계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받아주고 싶은 스킨십은 뽀뽀, 더 가봤자 키스정도였다. ‘왜 그 많은 시간과 힘을 소모하면서 성관계를 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갖게 됐다. 그러나 안 하면 싸우게 되니까, 더럽고 치사해서 ‘그냥 합시다’ 식으로 한 거다. 이럴 때 연애에 염증을 많이 느꼈다.”

M씨도 “‘사랑하는 사람끼리 성관계를 한다’는 건 사실 당연한 게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니까 저희는 상처 받는다”고 말했다. R씨는 “성행위에 대한 내 의사를 존중해주는 상대를 만났다. 몇 달이 지나도 전혀 욕구가 발생하지 않았다. 성행위는 ‘안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과 같다. 배고프면 집에 가서 혼자 시리얼 먹으면 된다. 굳이 식성에도 안 맞는 순댓국을 함께 먹을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이들은 “무성애자가 아닌 사람들과 논쟁하거나 이들을 설득시키는 것은 힘든 일이어서 하지 않는다. 이들이 내뱉는 불감증, 발기부전 같은 말에 상처를 받는다”고 말한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미디어글쓰기’ 강의 수강생들이 작성했습니다.




신동아 2017년 4월호

3/3
김해인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정민주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목록 닫기

“성관계는 노동 ‘넌, 줘도 못 먹니?’ 여친 말에 괴로웠다”

댓글 창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