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호

대선후보 릴레이 인터뷰

심상정 정의당 후보 “재벌3세 세습 금지, 박근혜 사면은 없다”

  • 권재현 기자|confetti@donga.com

    입력2017-04-18 15: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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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헌 시민의회 구성해 2018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
    • 공공부문과 300인 이상 기업에 청년고용 5% 이상 의무화
    • 사드 배치 재검토, 청와대는 의전공간으로만
    • 노동부총리 신설하고 2040년까지 모든 원전 폐쇄
    • 공수처 설치하고 18개 지방검찰청장 주민직선제 도입할 것
    심상정(58) 정의당 대선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색깔이 가장 뚜렷한 후보다. 서울대 재학 중 구로공단에 위장 취업한 이래 20년 넘게 노동운동 현장을 지켰고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계 입문한 이후 진보신당-통합진보당-정의당으로 이어지는 진보정당을 이끌었다. 그가 ‘한국 진보정치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만큼 그의 대선 공약은 진보적 색깔이 뚜렷하다.

    심 후보는 ‘신동아’와 서면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또 “노동부 복지부 성평등부(여성가족부 대체부처) 환경부를 관할할 노동부총리를 신설하겠다”면서 원전 문제에 대해서도 “2040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는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

    재벌개혁 문제에 대해선 “30억 원 초과 재산에 대해 50%의 세율을 부과하는 상속재산법을 법대로 적용해 재벌3세의 세습을 금지하겠다”며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공공부문과 300인 이상 기업에 청년의무고용 비율 5%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개헌 문제는 “국민이 골고루 참여하는 개헌의회를 구성해 2018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함께 “18개 지방검찰청장에 대한 주민직선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진보정당 대선후보들은 중도 사퇴하는 경우가 많았다. 양자 대결 구도에서 진보 성향 사표(死票)를 방지해야 한다는 여론에 밀려서다. 심 후보는 “내가 사퇴하는 것은 단순히 정의당 후보가 퇴장하는 것이 아니라 촛불시민들이 대선에서 퇴장하는 것”이라며 중도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최근엔 소셜미디어를 통해 당찬 이미지에서 벗어나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며 ‘심블리(사랑스러운 심상정)’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역대 진보정당 대선후보 최고 지지율 획득을 겨냥하는 듯하다.



    -당선 이후 개헌에 어떻게 착수할 것인가. 착수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당선 이후 개헌을 하지 않고서도 추진해야 할 개혁 과제가 산적했다.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구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고 정유라 특혜 입학이 보여주었듯이 대학개혁도 필요하다. 국정농단의 잔재를 말끔히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동시에 사회경제적 개혁도 추진해야 한다. 개헌은 신정부가 이 같은 개혁을 추진해가면서 국민의 지지를 강화할수록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다.

    마땅히 국민을 위한 개헌이어야 하므로 개헌 과정도 국민이 주도해야 한다. 성별, 세대별, 지역별, 계층별로 국민이 골고루 참여하는 ‘헌법 개정을 위한 시민의회’를 구성해 새 헌법을 함께 논의하겠다. 정부와 국회는 그 과정을 뒷받침하겠다. 개헌안 시민토론회를 분야별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개최하고 시민의회의 공론조사를 거쳐 개헌안을 마련해 2018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국회선진화법 탓에 여당만으로는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야당들과의 연정이나 협치에 대한 견해는. 
    “연정이나 협치는 불가피하다. 단순히 어느 정당도 과반을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촛불 이전의 국회와 촛불 이후의 대통령이라는 두 개의 민주적 기관의 충돌을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회복과 사회경제 민주화의 진전이라는 목표에 합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공동정부를 구성할 것이다.

    연합정치의 핵심은 관직 배분이 아니라 예산 분배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것이다. 결국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가예산 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리면 추진되기 어렵거나 추진되더라도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 관직 배분은 예산 배분 다음의 문제다. 관직 배분의 원칙은 이렇다. 그간 지속적으로 정부 내에서 약한 부처였던 국가의 왼손을 강화할 것이다. 노동부총리를 신설해 국민의 삶과 밀접한 사회 부처의 힘을 강화할 것이다. 국가의 오른손 부처인 경제산업개발 관련 부처의 힘은 줄여 정부 기구 내부의 균형을 회복할 것이다.”


    청와대 개방, 민정수석 폐지

    -‘불통의 공간’으로 설정된 청와대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청와대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고 세종시에 제2집무실을 설치해 대통령이 내각과 함께 일하는 구조를 만들 것이다. 기존의 청와대는 정상회담 등 의전용 공간으로 활용하고 국민께 개방하겠다.

    또한 대통령 일정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모두 공개하고 청와대 운영비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비서진 개편과 관련해서는 민정수석을 폐지하고 정부부처에 대응하는 옥상옥 구조에서 국정과제(대통령과제) 관리 중심으로 바꾸겠다. 국회와 시민사회의 협치를 위해 정무 기능을 강화하고 시민사회수석을 신설하겠다.”

    -1년에 기자회견은 최소 몇 차례 이상 진행할 생각인가.
    “월 1회 이상, 필요한 경우 수시로 진행하겠다.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에 대해 소상히 알리고 기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겠다.”

    -국정원 개혁 방안을 설명해달라.
    “국가정보원의 명칭을 해외정보원으로 개편하고, 이에 맞춰 직무 범위를 국외 정보의 수집, 작성, 배포로 제한하고 수사권은 폐지하겠다. 아울러 국회의 국가정보원에 대한 예산 및 결산 감독권을 강화하여 권한남용을 방지하겠다.”

    -검찰개혁 방안을 설명해달라.
    “검찰개혁의 요체는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한편 책임성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검찰이 현재 독점하고 있는 권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산할 것이다. 또한 범죄 유형 및 피해 정도, 범죄 경력 등을 감안한 일부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할 것이다.

    물론 경찰의 수사권 남용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하겠다. 또한 검찰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고 민주성을 강화할 것이다. ‘검사동일체원칙’이 강요되는 검찰조직을 혁신하기 위해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장에 대한 ‘주민직선제’를 도입하겠다.”

    -공수처와 상임특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공수처를 설치할 것이다. 이와 함께 상임특검제도 운영 문제가 검토될 수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설치되는 경우, 상설특검은 현행과 같이 ‘제도특검’으로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 ‘엘시티 사건’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같은 국가적 사안’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특검제도의 필요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특별검사의 임명 절차 등 현행 제도의 문제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전임 정권에서 임명해 임기가 남은 검찰총장 등 임기제 공직자들과 공공기관장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비록 전임 대통령이 임명했다 해도 임기보장제도의 취지는 존중돼야 한다. 사직 강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재벌사면 없어야”

    -재벌개혁 공약의 핵심은 뭔가.
    “재벌3세 세습 금지가 재벌개혁의 핵심이다. 3대 세습 금지는 지금 법으로도 충분하다. 상속세법에는 30억 초과 재산에 대해 50%의 세율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이를 적용하면 3대 경영 세습은 안 된다. 문제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불법으로 노조를 탄압해도, 세습을 위해 온갖 탈법을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이다.

    겨우겨우 국민들이 여론을 모아 잡아놔도 특별 사면한다. 이러니 누가 법을 지키겠나.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정상적으로는 경영 세습이 안되니 국민연금을 동원하고, 회사자금을 배임·횡령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포함해 모든 재벌 사면은 없어야 한다.

    재벌의 조세포탈, 불법 상속, 또 중대 경제범죄에 대해서도 법대로 처벌할 것이다. 동시에 출자총액제한 대상 기업집단 창업자 3세 이상 상속대상의 재산현황 신고 및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 국세청이나 공정위 감시 강화 방안을 통해 불법 세습을 감시할 것이다. 재벌총수의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노동자이사제를 도입할 것이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후의 수단으로 기업분할, 경영분리명령제가 있다.”

    -준조세는 유지돼야 한다고 보는가.
    “준조세는 유지 확대돼야 한다. 2015년 기준 준조세 규모는 16조4000억 원 정도이며, 이 가운데 비자발적 기부금은 1조3000억 원 정도다. 비자발적 기부금은 법적인 근거 없이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이므로 폐지해야 한다. 그러나 나머지 준소세인 부담금은 ‘부담금관리기본법’에 따라 부과된다. 준조세의 유지 확대 주장은 부담금에 대해 손비인정(2015년 기준 4조2000억 원)을 과도하게 하고 있거나 부과기준이나 요율이 낮게 책정된 부담금에 대해 적용하자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파문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무엇을 도입할 계획인가?

    “‘블랙리스트 방지법’을 입법화하겠다. 법안에는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사업의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을 것이고, 공무원의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위법행위자를 처벌하는 조항도 포함시킬 것이다.”

    -일자리 정책의 핵심은 무엇인가.
    “첫째, 노동시간 단축으로 3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법정 주 40시간을 예외 없이 준수하도록 해 일자리 나누기를 추진하면 가능하다. 둘째, 청년고용의무할당제로 25만 명의 고용을 창출할 것이다. 공공부문과 300인 이상 기업에 청년의무고용 비율을 5%로 정하면 가능하다.

    셋째, 공공서비스 확대로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넷째, 녹색산업과 미래산업에 적극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ICT융복합 산업, 전기자동차, 사물인터넷 등 미래 산업과 태양광, 전기자동차, 충전인프라, 해상풍력단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재생에너지산업의 인프라에 투자할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 클러스터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다섯째, 사회적으로 유용하지만 시장에서 버려진 사회적 경제 활성화와 협동조합 활성화로 일자리도 창출할 것이다. 여섯째, 제조업 첨단화와 부활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한국의 주력산업인 조선, 자동차, 화학 산업을 첨단화하는 전략 추진으로 제조업 일자리를 유지하고 업그레이드하겠다.”

    -원전은 현행대로 유지해야 하는가. 아니면 추가 건설이 필요한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탈원전의 길’로 가야 한다. 더 이상 제대로 된 안전대책도 없이 국민의 생명을 걸고 위험천만한 도박을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대선 공약으로 2040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하는 ‘2040 탈핵’을 제시했다. ‘2040년 탈핵’을 목표로 정책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다.

    법원이 수명연장을 취소한 월성1호기부터 문을 닫고 건설 중인 신고리 4·5·6기, 신한울 1·2호기에 대해서는 건설을 중단할 것이다. 건설 예정인 핵발전소 계획은 모두 백지화하겠다. 2030년까지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 12기를, 남은 13기의 핵발전소는 2040년까지 모두 폐쇄할 것이다.

    경주 지진으로 위험에 노출된 월성 1~4호기의 경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조기 폐쇄하겠다. 대신 에너지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나갈 것이다.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공급비중 2.1%를 40%까지 확대할 것이다. 또한 2030년까지 전력소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 낮추는 전력수요관리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다.”

    -사드 배치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사드 배치는 전면 재검토하겠다. 박근혜 정부가 생략한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고, 사드 배치에 대한 포괄적 안보영향평가로 국익을 지킬 것이다.”



    미세먼지, 중국 책임 묻겠다


    -전작권을 조기에 환수할 건가.
    “미국의 동맹국 중 전작권 미보유국은 한국이 유일하다. 박근혜 정부의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합의로 한국군이 독자적 전쟁수행 능력과 연합방위 주도 능력을 확보하는 데 제한을 받고 있다. 한국군의 미군에 대한 종속이 심화되면서 국방개혁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에도 악영향을 초래하고 있다. 전작권은 군사주권 확보의 문제다.

    ‘2025년 목표군’ 건설에 맞춰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로 견고한 주권 토대를 확립하고, 전작권 전환 시 한국군의 부족한 부분(ISR, 공군력 등)은 미군이 제공하는 보완전력(bridging capability)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한반도 방위를 한국군이 주도함으로써 남북 및 동북아 평화공존을 위한 새로운 협력적 안보 질서를 구축하고, 독자적인 전쟁수행능력을 강화해 한국군의 대내외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 

    -중국에 미세먼지 대책을 요구할 생각이 있는가.
    “중국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물어야 한다. 미세먼지 실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 책임을 분명히 하며, 앞으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한중일 미세먼지·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협정’ 체결을 중국에 요구할 것이다. 전문가와 공무원들이 함께하는 상시적인 ‘동아시아 환경협력 사무국’도 신설할 것이다.

     한중일 환경대책협의회를 구성하고, 협약을 체결하고, 또 상시적인 사무국을 신설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중일 정부가 그 노력에 부응할 의사가 없다면, ‘초국경성 미세먼지 특별관리법’을 제정해 분명한 절차를 도입할 것이다.”

    -현행 헌법하에서도 가능한 ‘책임총리제’를 운용할 것인가. 그렇다면 책임총리제와 관련해 어떤 복안을 가졌는가.
    “책임총리제 운용 여부와 관계없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무총리의 권한을 보장할 것이다. 대독총리, 방탄총리가 아니라 내각을 통할하는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1심 결과가 나온 후 사면(혹은 사면 복권)을 검토할 용의가 있나.
    “사면할 용의가 전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지 않을 것이다. 헌법 11조가 규정한 ‘법 앞의 평등’은 법의 내용만이 아니라, 적용과 집행에서도 평등해야 함을 의미한다. 사면은 국민이 시끄러울 땐 잡아넣었다가, 조용해지면 빼내주자는 말이다. 반칙과 특권에 찌든 세력에 분명한 교훈을 줘야 한다. 그래야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돈을 쓸 때, 권력을 휘두를 때 조심하게 될 것이다. 또다시 죗값을 면해주면, 우리 아이들은 제2의, 제3의 박근혜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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