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호

재계 화제

낮은 금리와 편리함 젊은 층 선호도 높아

케이뱅크, 1호 인터넷 전문 은행 출범

  • 김민주|객원기자 mj7765@naver.com

    입력2017-04-21 15: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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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범 사흘 만에 10만 명 가입
    • 인터넷 은행은 해외서도 금융산업 새로운 축
    • 체험해보니…“24시간 내 손안의 은행”

    대한민국 1호 인터넷 전문 은행인 ‘케이(K)뱅크’가 금융업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4월 3일, 공식적으로 대국민 서비스를 개시한 케이뱅크는 24시간 365일, 모바일과 인터넷,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인터넷 전문 은행이다. 케이뱅크는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사흘 만에 신규 계좌 개설자 수가 10만 명을 돌파하면서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4월 6일 기준, 케이뱅크의 수신계좌 수는 10만6379건, 대출 승인 8021건, 체크카드 발급은 9만1130건으로 총 수신금액은 약 730억 원, 대출금액은 410억 원에 달한다. 가입 시간대를 살펴보면,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계좌를 개설한 고객이 전체의 37.2%를 차지했으며, 연령대별 고객은 30대와 40대가 20대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인터넷 전문 은행의 이 같은 돌풍은 시중은행보다 대출금리는 낮고 예금금리가 높아 젊은 층을 흡수하고,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웠던 저신용자들이 중금리 대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전문 은행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사흘 만에 10만 명이 가입한 점은 기대 이상이다. 결국 케이뱅크가 편리함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가 고급 DSLR 카메라 대신 스마트폰 카메라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처럼 언제 어디서든 ‘내 손안에서 금융 업무를 손쉽게 볼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라고 밝혔다.

    케이뱅크가 이렇게 선풍적인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가 무엇인지, 기자가 직접 계좌를 개설하고 체험해 보기로 했다. 우선, 스마트폰에서 케이뱅크 앱을 내려받은 뒤, 단계별로 요구하는 절차를 따랐다.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을 찍어서 올리고, 이어 입출금과 예금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듀얼 K’ 상품 가입을 선택했다. 이후 케이뱅크 측과 영상통화를 하거나, 본인 명의 은행 계좌에서 케이뱅크 계좌로 소액을 입금해 본인 인증을 하면 계좌 개설이 완료된다.





    장소, 시간 구애 안 받아

    앱을 스마트폰에 내려받고 계좌를 개설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20여 분. 처음 해보는 스마트폰의 비대면 계좌 개설이 다소 생소하고 낯설었지만, 직접 은행을 찾아가서 각종 서류를 작성하고 계좌를 만드는 것에 비하면 매우 간단하고 편리했다.
    시중의 다른 은행들과 인터넷 전문 은행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확인해봤다. 우선, 내 손안의 은행이라는 캐치프레이즈답게 ‘편리함’이 남다르다.

    기자가 가입한 듀얼 K 상품은 자유 입출금은 물론, 예금 수준의 금리를 하나의 통장에서 이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보너스 달 여윳돈이 들어왔다면, 듀얼K 계좌에서 슬라이드 터치 한 번으로 ‘남길 금액’을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설정한 남길 금액을 1개월간 유지하면 최고 연 1.2% 금리를 받을 수 있고, 월 단위로 남길 금액을 재설정할 수 있다. 

    문자로 간편하게 원하는 금액을 송금할 수 있는 퀵 송금 서비스도 인기다. 퀵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케이뱅크에 공인인증서를 등록한 뒤 ‘#송금(한칸뛰기) 금액’ 방법과 ‘계좌로 보내기’ 방법을 고르면 된다.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선택해서 ‘#송금 금액’ 방법으로 보내면 상대방은 곧바로 케이뱅크 앱 알람을 열어 입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타행 이용자가 퀵 송금 미가입자일 경우 원하는 계좌번호를 입력해 보내는 계좌로 보내기를 선택한다. 기자는 계좌로 보내기를 선택해 송금을 진행했는데, 은행 선택과 계좌번호를 입력하고 간편 비밀번호를 입력하니 순식간에 계좌이체가 됐다. 평소 자주 이용하던 인터넷뱅킹, 텔레뱅킹과 비교해볼 때 놀라울 만큼 간편한 기능이었다.


    간편 마이너스 통장 대출 인기

    케이뱅크의 또 다른 특이 상품으로는 현금이자보다 큰 음원 혜택이 있는 ‘뮤직K정기예금’과 지문만 대면 바로 받을 수 있는 간편소액대출 ‘미니K 마이너스통장’ 등이 있다. 뮤직K정기예금은 매달 현금이자보다 더 큰 가치의 음원 상품권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예금 상품이다. 음원 이용권의 가치는 ‘현금 이자의 약 2배’에 달한다.

    예를 들어 300만 원을 예치하면, 360일 만기 30일 단위로 이자가 지급된다. 고객은 연 1.68%의 현금이자와 30일간 음원 다운로드 및 실시간 음악 감상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지니뮤직 이용권’ 중 원하는 혜택을 선택할 수 있다. 평소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꽤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간편한 대출 상품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미니K 마이너스 통장’은 지문 인증만으로 한도 300만 원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수 있는 간편소액 대출 상품이다. 연 5.5% 확정금리로, 이용 실적 등에 따라 최대 500만 원까지 한도를 늘릴 수 있다. 지점을 방문하거나 복잡하게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공인인증서’를 선택하거나, ‘지문등록서비스’를 신청하면 공인인증서 인증 없이도 대출이 가능하고, 필요할 때 바로 쓰고 갚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터넷 전문 은행은 이미 해외에서도 수년 전부터 금융산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의 지분뱅크(Jibun Bank)는 2008년 일본 2위 통신사 KDDI와 일본 최대 은행 미쓰비시도쿄 UFJ은행이 50대 50으로 자본금 350억 엔을 출자해 설립한 인터넷 전문 은행이다. 이 회사는 출범 6개월 만에 40만 명의 고객을 유치했고, 2012 회계연도에 흑자로 전환했다. 대부분 모회사인 이동통신사 고객이 모바일뱅킹을 통해 가입했고, 은행 앱 중에 지분은행의 다운로드 수가 가장 많으며, 20대 등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마이뱅크(My bank)’는 2015년 알리바바(30%), 상하이푸싱그룹(25%), 방상그룹(20%)이 자본금 40억 위안을 출자해 만든 인터넷 전문 은행이다. 소액의 예금과 대출을 온라인 위주로 영업했다. 알리바바 사용자, 전자상거래 기업체, 혹은 알리페이 사용자를 대상으로 대출 업무를 진행했고, 빅데이터를 이용한 리스크 관리가 핵심업무였다. 또한 독일의 인터넷 전문 은행 피도르(Fidor)는 2010년 SNS와 연동한 예금·대출금리 인하 서비스로 문을 열었고, 2001~2014년 연평균 성장률(CAGR) 30% 이상을 기록하며 성장했다.



    “ICT 융합 서비스 개발 선도”

    시작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케이뱅크 측은 “앞으로 인공지능, 머신러닝을 적용한 로보어드바이저, KT ‘기가지니’를 활용한 음성인식 기반 ‘카우치 뱅킹’ 등을 통해 금융 ICT 융합 서비스 개발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유신 교수는 “케이뱅크의 자기자본금이 2500억 원임을 감안할 때 이 금액의 몇 배까지 대출을 늘릴 수 있느냐가 양적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인터넷 전문 은행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 서비스 경쟁이 벌어지면서 대출금리도 낮아지고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편리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이로 인해 질적인 면에서 인터넷 전문 은행이 우리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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