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호

섀도 캐비닛

안철수 섀도 캐비닛 ‘흑묘백묘(黑猫白猫)’… 대탕평 인사로 ‘오픈 캐비닛’ 구성

  • 김성곤|이데일리 정치경제부 기자 skzero@edaily.co.kr

    입력2017-04-27 21: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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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부 폐지, 공수처 신설…‘40석 의석’ 정치력 달려
    • 靑 축소…비서실 ‘부처 감독’ 관행 사라질 듯
    • 총리 박지원·손학규, 경제 장하성·김성식·장병완 물망
    • ‘내일’ 최상용 등 교수진, 외부 영입인사 기용설
    • 국민통합형 내각…의외 인물 발탁 가능성
    3월 말까지만 해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지지율은 10% 안팎이었다. 4월 초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지지율 수직상승 행진이 이어졌다. 2012년 대선 때 ‘안풍(安風)의 재현’이었다. 호남과 중도층 기반에 TK(대구·경북)·50대 이상·보수층의 ‘전략적 지지’ 때문이었다. 단숨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양강 구도를 구축했다. “차기 대선은 안철수와 문재인의 일대일 대결”이라는 안 후보의 예언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강철수’ 특유의 뚝심이 빛을 발한 결과다.

    ‘안철수 대통령’ 시대가 열린다면 대한민국은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트레이드마크인 ‘새정치’가 국정운영 중심축이 되기 때문이다. 비상등이 켜진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는 물론, 청와대 중심의 권력운용 역시 과감한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안 후보의 지론인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슬로건이 현실정치에서 어떻게 뿌리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정부조직 개편은 당선인의 국정철학을 반영하고, 비대화된 정부 시스템의 효율적 개선이란 이유로 되풀이됐지만, 늘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관료사회 동요는 물론 부처 간 통폐합과 분리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전임 정권과 차별화라는 ‘정치적 목적’ 때문에 조직 개편이 남발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손볼 곳은 손봐야 한다. 비효율과 무사안일이 판치는 거대 공룡 부처에는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이번 선거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에 따른 ‘대통령 궐위선거’이기 때문에 60여 일에 달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운영할 수 없다. 따라서 새 정부는 조직 개편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많아야 2∼3개 부처 정도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4차 산업혁명 시대 토대 마련을 위한 ‘교육부 폐지’다.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해 교사, 학생, 학부모, 여야 정치권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데, 이들이 향후 ‘10년 계획’에 합의해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다.

    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와 현행 여성가족부를 성평등인권부로 확대 개편하는 것도 안 후보의 의지가 엿보이는 공약이다. 공수처 설치와 여가부 기능 재조정은 2012년 대선 당시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을 때도 공약으로 내건 사항이다. 중소기업청의 창조중소기업부 승격 역시 그가 강조해온 사안. 이 밖에 법무부 인사·예산권을 이관해 검찰청의 독립 외청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근혜 정부 핵심 부서였던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부 부활 등의 형태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개편은 ‘교육부 폐지’가 핵심

    청와대도 상당한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안 후보는 청와대·국회의 세종시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을 국민투표에 부쳐 청와대의 세종시 이전이 확정될 경우, 정부조직 개편은 180도 대전환을 맞을 수 있다. 안 후보가 국정운영의 중심축을 내각에 두겠다고 강조해온 만큼 청와대 조직·기능 축소가 예상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인 청와대 비서실이 각 부처를 관리·감독하는 관행이 사라질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이와 관련 “내가 대통령을 하니까 ‘싹 갈아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기획재정부, 국방부, 통일부 등 업무 연속성이 중요한 부서는 당분간 그대로 가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한반도 위기설이 도는 마당에 당장 급한 불을 끈 다음 조직개편을 단행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조직 개편은 국회 입법 사항이다. 현행 원내 5당 체제를 고려하면, 대선 이후 조직 개편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안 후보는 집권하면 5월 10일 국회에서 간단한 취임 선서 이후 곧바로 업무를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촉박한 정치 일정과 인수위가 없다는 점에서 예비 내각(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의 중요성은 커진다. 조각(組閣) 작업이 늦어지면 새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 사람들과 동거하는 기묘한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새 정부 국정운영과 관련해 “대통령이 될 경우 가장 먼저 할 일은 장관 사표를 받고 차관 체제로 국무회의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권교체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지다.

    최대 관심은 역시 국정운영의 ‘투톱’인 초대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이다. 안 후보가 총리 후보로 염두에 둔 인물은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안철수 캠프 중앙상임선대위원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러나 중량감과 개혁성, 도덕성, 참신성, 국정장악력 등을 두루 갖춘 최적의 인사를 찾는 데 안 후보가 어느 ‘요소’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의외의 인물이 발탁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철수 파워엘리트, 黨靑 깊숙이 포진

    안 후보 집권을 뒷받침할 인재풀은 크게 4대 축으로 △국민의당·호남인사 △정책네트워크 내일 등 전문가그룹 △영입인재 △보수 등 외곽 인사다. 국민의당 소속으로는 박지원 대표와 박선숙 의원이 주목할 만하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 대표는 안 후보가 갖추지 못한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을 갖추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박 의원 역시 2012년 대선에서 안 후보와 호흡을 맞췄고, 지난해 국민의당 창당 당시 사무총장으로 궂은일을 도맡았다.

    정책과 전략에 두루 능한 김성식 의원과 노무현 정부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장병완 의원은 경제부총리 기용설이 나온다. 또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한 신용현·오세정·이상돈·채이배 의원 등 비례대표 의원들의 발탁 가능성도 점쳐진다. 청와대에서 안 후보를 보좌할 인사로는 원외인 김영환·문병호 전 의원을 비롯해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박인복 중앙선대위 공보부단장, 조광희 변호사, 정기남 홍보위원장, 김경록 대변인, 안철수 의원실 김태형 보좌관 등이 언급된다. 안 후보의 ‘경제 멘토’로 불리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경제 분야 입각 가능성도 점쳐진다.

    안 후보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에서는 이사장인 최상용 고려대 명예교수와 박원암(홍익대 경제학과)·최성호(경기대 행정대학원)·박기백(서울시립대 세무학과)·이옥(덕성여대) 교수의 중용 가능성이 점쳐진다. 외교안보통일 분야에서는 최상용 교수를 비롯해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근식 경남대 교수, 이성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의 발탁 가능성이 거론된다.

    수권 능력을 강조하고 외연 확장을 위한 외부인재 영입도 속도를 내고 있다. 4월 이전 지지율 답보로 어려움을 겪을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외부 인재 중에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제자문에서 안철수 경제브레인이 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천근아 연세대 교수, 김진화 비트코인 한국거래소 코빗 이사도 주목받는다.

    이 밖에 외교·안보, 경제·금융, 문화·예술, 법조, 스포츠, 언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안 후보를 돕겠다면서 캠프 문을 두드리는 인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안 후보 집권 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역할론도 관심을 끈다. 안 후보는 반 전 총장을 ‘외교특사로 임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 전 총장도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제 경험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응하는 게 국민의 기본 도리”라고 화답했다. 안철수 캠프가 반 전 총장과 가까운 박상규 전 중소기업중앙회장과 이상일 전 의원을 영입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전 대표와 손을 잡을지도 주목된다. 김 전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하며 반(反)문재인 노선을 분명히 했다. 과거 안 후보의 멘토로 불리다가 갈라섰던 만큼 안 후보가 중용할 경우 포용적인 이미지 구축은 물론 경제민주화 추진에도 힘을 얻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계로 불리는 이언주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 밖에 민주당 내 비문(非문재인) 진영 인사도 안 후보를 적극 도울 수 있다. 멀리 보면 개혁적 보수 성향 일부 인사들도 인재풀이 될 수 있다. 김성식·이상돈 의원이 영입 창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대선 전후로 연대 또는 합당하거나 ‘보수 지략가’인 정두언 전 의원이 안 후보를 도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막강 드림팀’ 국민 내각

    안 후보의 ‘집권 키워드’는 미래, 유능, 통합이고, 이를 실현할 인사 원칙으로 ‘폭넓은 인재등용’을 강조했다. 국회의원 40명에 불과한 국민의당의 “수권능력 부족”이라는 비판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것. 안 후보는 각종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이라는 틀을 뛰어넘어 지역, 이념, 정파와 관계없이 해당 분야에서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최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경우에 따라 민주당 인사는 물론 개혁 보수 성향 인사까지 폭넓게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피아(彼我)를 분명하게 가르는 ‘코드 중심’ 인사는 인재풀을 협소하게 만든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사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지만, 이는 어떤 지도자도 해내지 못한 어려운 과제다.

    안 후보는 전문성 위주의 ‘막강 드림팀’으로 국민통합형 내각을 구성하고, 대한민국 위기상황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사 철학은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의 흑묘백묘(黑猫白猫·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론을 떠올리게 할 만큼 실용적이다.

    안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섀도 캐비닛이 아닌 오픈 캐비닛’을 통한 대탕평 실현을 강조했다. 집권 이후 여소야대라는 구조적 한계에서 벗어나 지역과 이념에 기반을 둔 대립적 정치구조를 일거에 해소하겠다는 의미다.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다른 정당과 논의해 협치는 물론 사실상의 연정 구상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 프레임은 표면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지만,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의 분석이다.

     “40석 소수정당 후보의 집권은 전무후무한 일인 만큼 협치를 넘어서 공동정부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과 연대하면 보수에서, 자유한국당과 연대하면 호남에서 반발할 수 있다는 게 현실적 딜레마다. 여야를 넘나들면서 협치를 한다는 것은 한국적 현실에서 굉장히 어려운 과제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최선이지만, 협공을 당하면 샌드위치 신세에 몰릴 수 있다.”

    반면 신 교수는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자연스럽게 정계개편이 이뤄질 것이다. 민주당은 이른바 ‘강성 친노’ 의원만 남은 ‘꼬마 열린우리당’이 되고, 나머지 의원들은 다 뛰쳐나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40석으로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건 지금 기준의 이야기일 뿐, 대선 이후 전혀 다른 새로운 차원의 정치 지형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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