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호

이것이 포퓰리즘이다

일자리 정책 “현실 모르고, 財源 마련 대책 없고, 기존 정책 재포장”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입력2017-04-27 21: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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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년 대선 키워드가 복지였다면 5·9 대선은 일자리다. 높은 실업률과 고용절벽, 고용불안에 처한 현실에서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고용 문제는 ‘장미 대선’에 나서는 후보들이 해결해야 할 지상 과제가 됐다. ‘신동아’는 ‘일자리 전문가’인 신용한 서원대 석좌교수(전 국가청년위원장, ‘대한민국 청년일자리 프로젝트’ 저자)와 함께 후보들의 일자리 공약을 꼼꼼히 체크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공공부문 81만 개 일자리 창출” ➡ 정부 빚 절반이 ‘공무원·군인연금 부채’인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일자리가 성장이고, 복지다. 일자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일자리 정부’가 되겠다”며 기존 진보진영의 ‘복지 프레임’에서 벗어나 일자리 문제에서 성장과 복지의 해답을 찾고 있다. 문 후보의 일자리 전략은 ‘한국형 일자리 뉴딜’로 요약된다.

    소방·사회복지공무원 증원을 통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늘리고, 법정 노동시간 준수로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뼈대다. 공공부문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21.3%)의 절반 수준(현재 7.6%)으로 올리면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2016년 말 기준 정부부채 1430조 원의 절반에 달하는 752조 원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이고, 지난해 1년간 증가한 국가채무 140조 원 중 연금 충당부채가 92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81만 개 일자리’는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지방직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고 처우를 조정하는 해법도 찾아보기 어렵다.

    법정 근로시간(주52시간)을 준수하고, 100% 휴가를 가도록 강제해 민간 일자리 50만 개를 늘린다는 공약은 자칫 업무 양은 그대로인데 강도만 높아질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시간선택제일자리’ 제도를 “질 나쁜 일자리를 만든다”고 비판해오던 민주당이 연차휴가를 강제해 생길 수 있는 일자리를 모두 정규직화할 수 있겠는지도 의문이다.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을 대기업 노동자의 80% 수준으로 높이고, 하도급업체 납품단가 적정이윤 보장을 뼈대로 하는 ‘공정임금제’도 현실적인 재원 마련 대책이 부족한 데다, 기존 하도급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만큼 자칫 ‘대기업 때리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어떻게 실질적인 규제와 개입을 세세하게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해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재벌 위주 경제정책을 뜯어고쳐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소득을 늘린다는 취지에서 발표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정책’으로는 복합쇼핑몰에 대한 입지·영업 제한, 전통시장 화재방지 시설 및 주차장 설치 지원, 협업화사업 지원, 약국·편의점·빵집 등 소액 다결제 업종에 우대수수료율 적용, 의료비와 교육비 세액공제 확대 등이 포함됐다.

    전통시장 이용자들이 불편해하는 주차장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은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보이지만, 1인 가구 급증과 각종 할인·포인트 혜택을 앞세운 ‘편의점’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새로운 경쟁자’로 급부상한 상황에서, 복합쇼핑몰만 규제하는 것은 ‘옛날 처방전’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中企 임금, 대기업 80% 보장” ➡ 9조 재원 마련 어떻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일자리 창출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나 공공영역은 보조”라는 일자리 철학을 보인다.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성장 사다리’에 방점을 두고,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보전, 근로자간 임금격차 해소 등 이른바 ‘경제민주화’에 근접한 구체적인 제도를 설계했다.

    주요 공약은 중소기업에 취직하는 청년에게 1인당 월 50만 원을 지원(2년간)하는 △5년 한시적 대기업 임금 80% 보장, 청년 고용의 ‘양’을 늘리는 △공기업·대기업 5년간 5% 청년고용 할당제 도입,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한 △초등 5년-중학교 5년-진로탐색·직업학교 2년 학제 개편을 들 수 있다.

    안 후보 측은 “인구연령구조상 청년실업의 최대 고비를 맞는 향후 5년간 한시적 운용인 만큼 장기고용을 보장해야 하는 문 후보의 정부 재정지출 공약에 비해 재원 마련이 용이하다”고 강조한다.

    인구구조에 따른 일자리 수급을 예측해 단계별 해법을 제시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청년성장지원금 재원(3조6000억 원)과 청년고용보장제 재원(5조4000억 원)을 합하면 5년간 총 9조 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하다.

    안 후보 측은 기존 청년 관련 예산 2조 원과 매년 일자리 창출 예산 17조 원 내에서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기존 예산의 항목조정이 어렵고, 재원 마련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5년 뒤 한국 경제가 나아질 것을 전제로 한 만큼 ‘포퓰리즘 공약’으로 공격받을 소지가 있다.

    또한 ‘정부 보조금을 줘서 해결할 문제인가’ 하는 논란과 현재의 보조금 제도(6개월~1년)보다 기간만 늘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장기 지원할 경우 중소기업에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정책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근로자 1000인 이상 민간 기업이 매년 전체 근로자의 5%에 해당하는 청년들을 정규직으로 채용(5년 한시)하는 공약도 심상정 후보가 제시한 ‘대기업 5% 고용할당제’와 유사하다. 종업원 숫자에 연동한 고용할당 의무를 부과할 경우 자칫 산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기업 매출·이익에 연동해 고용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보인다.

    ‘학제 개편’은 근본적 개혁에 대한 공약이라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시대 흐름을 반영한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지만, 기존 학력 위주의 사회적 인식이 변하지 않은 만큼 대국민 홍보와 장기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취업성공패키지, 혁신형 강소기업 추진” ➡ 이미 시행 중인 제도인데…

    홍 후보는 4월 14일 발표한 공약에서 “중소기업부를 신설하고, 가업을 승계하면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최저임금 1만 원을 임기 내에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기술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혁신형 강소기업을 육성해 일자리 50만 개를, 기술창업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28만 개를,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32만 개를 만드는 등 모두 ‘110만 개의 일자리 창출’ 공약을 제시했다.

    청년실업자를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매년 10만 명을 ‘혁신형 중소기업’에 취업시키는 복안도 밝혔다. 그러나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고, 이를 통해서 단계적으로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고 있지만 아직 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혁신형 강소기업’ 역시 기존 정부에서 추진하던 사업과 유사하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급격한 일자리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고, 기술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창업 전반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28만 개 일자리 창출은 요원해 보인다.

    비정규직을 줄이는 기업에는 법인세 등 조세감면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과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대기업의 생계형 업종 진출을 제한하고, 대규모 점포의 골목상권 출점 규제를 강화하는 공약은 과거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이 추진한 경제정책과 유사하다.

    공약 발표에 앞서 홍 후보의 평소 발언을 종합해보면, 보수정권에서 펼쳐왔던 대기업 육성을 통한 ‘낙수효과’를 통해 성장하는 정책이 뼈대를 이룬다.



    바른정당 유승민 “신림동·노량진 고시촌 창업 메카로”  ➡ 매년 공무원 시험 25만 명 몰리는데…

    유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국가 성장동력을 ‘창업’에서 찾고, 청년 일자리 해법도 ‘창업 활성화’에서 찾고 있다. 일자리 창출 주축은 성장전략과 맥을 같이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유 후보는 이를 ‘혁신성장’ 이라고 표현한다. 구체적으론 △창업활성화 정책 △민간기업 근로자 육아휴직 3년 보장 △‘칼퇴근’ 정착법을 들 수 있다.

    창업 활성화 정책은 창업자가 재기할 수 있는 ‘혁신 안전망’을 구축하고,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게 뼈대. 연대보증 제도를 없애고, 창업 관련 규제 및 관리감독 시스템을 일원화하고, 중소기업이 지적재산권으로 돈을 벌면 세금감면 혜택을 주는 ‘특허박스제도’를 도입한다.

    그러나 연대보증 폐지 문제는 여러 후보가 제기한 문제이고, 입법 문제라기보다는 현장 적용과 실질적 관리감독의 문제로 ‘공약 신선도’가 떨어진다. 정책금융기관들의 신용평가·여신관리 시스템을 선진국처럼 고도화하는 게 급선무이고, 현장 실무자들의 인식부터 바꾸는 대책도 제시해야 한다.

    “서울 신림동과 노량진 고시촌을 창업 메카로 탈바꿈시킨다”는 방안에 대해선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공무원 시험에 청년 25만 명이 몰리는 현실에서, 실효성 없는 선언적 내용으로 받아들여진다. 창업을 통해 혁신중소기업을 육성하고, 혁신창업을 통해 2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도 어떻게 2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지에 대한 각론은 부족해 보인다.

    공무원이나 교사 등 공공부문 근로자처럼 민간기업 근로자들도 3년 간 육아휴직을 보장하고 3차례 나눠쓰도록 하는 공약과 휴직수당(월 100만 원)을 최대 200만 원으로 올리고, 적용 대상을 현행 ‘만 8세 또는 초등 2학년 이하 자녀’에서 ‘만 18세 또는 고교 3학년 이하’로 확대하는 제도는 박수 받을 공약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1년 육아휴직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민간기업 현실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업무 중단 장기화에 따른 비용부담과 인력충당의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어서 오히려  오히려 여성 채용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좀 더 ‘정밀한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책으로 평가받는 ‘칼퇴근 정착법’은 퇴근 후 SNS 업무지시 제한, 최소 휴식시간 보장(퇴근 후 최소 11시간 휴식 등), 근로시간 기록 보존·신고의무 부과 등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평균 근로시간은 연간 2113시간(2015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중 멕시코(2228시간)에 이어 2위인 만큼 ‘돌발 노동’ 금지는 필요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과 일자리 나누기 관점에서도 언젠가는 실현해야 하는 제도로 보인다. ‘PC 전원 오프제’ 같은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아 문화적으로 자리 잡도록 유도하는 게 관건이다.



    심상정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월급 300만 원 시대”  ➡ ‘알바’ 쓰는 570만 자영업자는…

    심 후보의 일자리 공약 중 눈에 띄는 것은 ‘살찐 고양이법’(최고임금제법·최고-최저임금 연동제). OECD 국가 중 상위 10%와 하위 10% 사이 평균 격차는 5~7배 정도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11배가 넘는 만큼, 민간기업 임직원 월급은 최저임금의 30배, 공공부문 임직원은 10배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자는 내용이다. 법대로라면 정몽구 회장의 연봉은 5억 원 밑으로 떨어진다. 

    ‘살찐 고양이(fat cat)’는 1920년대 미국에서 거액의 선거자금을 대주는 자본가들을 조롱하는 뜻으로 쓰이다가, 현대에는 탐욕스러운 자본가나 기업인을 비난하는 말로 통용된다. 스위스는 2013년 최고임금제 도입에 관한 국민투표를 실시했으나 부결됐다. 능력보다는 손쉽게 부를 증식하는 재벌 일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고려하면 필요한 제도이지만, 근로 의지를 꺾고 고액 연봉자의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양극화 극복을 위한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경영목표보다 많은 돈을 벌면 미리 정한 ‘배분 규칙’에 따라 일부를 하도급 기업에 배분하고 공유하는 제도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는 초과이익공유가 시행되도록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약속했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동반성장의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대기업들은 경영상 위축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검토해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국민월급 300만 원’ 공약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현행 6470원)으로 올리고, 5인 이상 사업체의 상용직 평균급여 60%를 최저임금 하한선으로 법제화하는 내용이다. 아르바이트생 등을 위해 최저임금의 120% 수준의 ‘시간제 노동자 최저임금제’ 도입이 골자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570만여 명의 자영업자를 고려하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심의위원회 결정을 거쳐 매년 평균 7~8.5% 정도 인상해왔는데, 공약대로라면 2020년까지 연평균 15%씩 인상해야 한다. 

    임금을 올리면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가 늘어나는 ‘함정’도 보완해야 한다. 2006년 기준 최저임금(3480원) 미만을 받는 근로자는 144만 명이었는데, 2015년(5580원)에는 222만 명으로 더 늘었다. 전체 임금 근로자 100명 중 11명이 넘는 비율이다. 따라서 도입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해진 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가 늘어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연말정산으로 확인된 시간당 1만 원 이하 근로자들에게는 한시적 소득보조금을 주는 아이디어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아동·청년·노인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공약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생산활동이 가능한 30~64세 국민을 제외하고 연 100만 원을 지급하겠다”며 내놓은 대선 공약을 문재인, 심상정 후보가 일부 조정 발표하면서 대선 이슈가 됐다. 아동(0~5세)·청년(19~24세)·노인(65세 이상)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을 우선 지급하고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국민은 공짜 밥을 원치 않는다’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비판과 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연금, 실업급여제도 등 기존 복지 프로그램 사각지대를 없애는 게 우선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특히 사회복지 시스템과 조세 체계가 전혀 다른 북유럽의 기본소득제를 예로 들며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역풍을 초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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