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호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일자리 위협? 인간과 상생관계!

인공지능의 확산

  • 입력2017-05-04 12: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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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의 업무가 점차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으로 대체되고 있다. 하지만 발전 추이를 볼 때 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흥경제국의 성장, 저출산·고령화, 고학력화 현상 등을 고려할 때 AI는 오히려 부족한 인력을 메우고 새로운 서비스 시장을 창출할 것이다.


    기술 발달로 인공지능(AI)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특히 AI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면서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수많은 연구기관이 AI 확산으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는다.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는 AI와 노동시장의 관계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 내 702곳의 직업을 분석했고, 20년 안에 43%의 직업이 AI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인 경영전문 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대한민국 노동시장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2020년 내로 전체 직업의 20%가 AI에 의해 대체된다. 2025년엔 45%가 대체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능동형 지능’으로 발전

    전 세계적인 경제 악화와 높은 실업률에 더해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 전망은 사람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Pew Research)’는 1896명의 개발자, 전문가, 임원 등을 비롯한 각계 인사를 대상으로 AI와 일자리 감소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48%의 응답자는 AI가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으로 전망했고, 52%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일자리를 위협받지 않는다고 본 응답자 대다수는 AI가 단순히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일자리 생태계를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해 이같이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AI가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현재 개발 중인 AI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사회 트렌드와의 관계를 제대로 연결해 생각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AI 발전 현황과 더불어 AI가 사회 트렌드와 어떻게 맞물려 사람과의 사이에 일자리 상생관계가 이뤄질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AI는 기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으로 정의된다. 그런데 이러한 정의는 모호하다. AI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와 해결 능력이 명확지 않아서다. 모든 기계시스템은 2진수를 기반으로 한다. AI가 문제를 판단하고 해결할 때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물을 판단할 때 사람들은 A 이미지 자체를 기억하고 알아본다. 그러나 AI의 경우 ‘A’를 판단하기 위해 ‘참’과 ‘거짓’이라는 무수한 단계를 거쳐 알아본다. 그래서 AI는 사람처럼 직관을 가지거나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 다만 흉내 낼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이 AI의 가장 큰 한계다.

    대표적 예로 ‘알파고’를 들겠다. 알파고 이전까지 바둑 분야는 기계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AI는 바둑 두는 법을 모르기에 바둑 대전 최종결과를 일일이 예측하면서 둬야 한다. AI가 바둑을 두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는 250의 150 제곱이다. 이는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다. 바둑을 둘 때마다 경우의 수는 줄어들겠지만, 이런 계산을 하려면 최고로 뛰어난 슈퍼컴퓨터도 몇 년은 걸린다.



    2진수 넘어선 새 시스템?

    구글은 이런 경우의 수를 줄이려는 방법으로 ‘몬테카를로 탐색기법(Monte Carlo Tree Search, MCTS)’ 알고리즘을 사용했다. 이 방법으로 알파고가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를 줄이게 했는데, 학습 기반에 의해 바둑판에 둬야 할 수를 제거하는 것이다. 물론 알파고가 바둑 두는 법을 알고 수를 줄이는 게 아니다. 다만 학습 결과를 기반으로 확률적으로 계산해 ‘참’과 ‘거짓’ 단계를 줄인 것뿐이다.

    그래서 AI 전문가들은 ‘AI는 단지 사람을 흉내 내는 기계’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2진수 기반으로 연산만 처리할 수 있는 AI가 사람이 가진 생각을 대체할 순 없다. 그래서 법률, 의료, 보안 등 전문영역에선 보조할 수 있을 뿐이다.

    ‘왓슨’을 예로 들자. 왓슨은 자연어 처리 기반의 AI 시스템이다. 사용자가 사람과 대화하듯 명령을 내리면 왓슨은 빠른 속도로 원하는 정보를 찾아준다. 사이버 보안에 적용된 왓슨 포 사이버시큐리티(Watson for Cybersecurity)의 경우 악성 의심 공격 정보들을 축약해 제공함으로써 보안 관리자가 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의료·법률에서도 마찬가지 원리다. AI가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다고 해서 100%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분야의 경우 고도의 복잡성을 요구하기에 보조적 기능을 한다. 이러한 개념을 ‘능동형 지능(Actionable Intelligence)’이라고 한다.

    능동형 지능은 전략에서 온 개념으로, 정보를 제공해 더욱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전문 분야의 경우 AI가 일자리를 대체하기보다 업무를 도와 업무 생산성을 증대시킨다.

    AI는 2진수 기반이기에 인간과 같은 사고를 하는 데 한계를 지닌다. 그렇다면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고자 2진수 기반이 아닌 새로운 기반 기술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AI는 뛰어난 연산력에다 인간과 같은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익숙함’ ‘경기침체와 국가 규제’ 그리고 ‘윤리적 딜레마’라는 3가지 제약사항 때문이다.

    첫째 제약사항은 ‘익숙함’이다. 사람들은 이미 2진수 기반으로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익숙하다. 익숙해진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기란 쉽지 않다. 대표적 예가 키보드다. 미국 쿼티(QWERTY) 자판 배열이 드보락(Dvorak)보다 불편해도 널리 사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익숙함에 있다. 쿼티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은 더 간편한 드보락 방식을 되레 불편하게 여겼다.

    둘째 이유는 ‘경기침체와 국가 규제’다. 사람들은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다. 그런데 생산업무가 AI에 의해 대체된다면 생산능력뿐 아니라 소비능력도 동시에 잃게 된다. 소비의 원천인 소득이 생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소비 능력을 잃으면 기업 역시 소득원천인 소비자를 잃는다. 결국 경제침체에 빠지고 만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의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1929년 미국 경제대공황과 2007년 경제침체의 주요 원인을 빈부격차로 본다. 높은 실업률로 소비 능력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리하면, AI의 일자리 위협은 경제침체를 일으키기에 경우에 따라선 정부가 AI 개발을 규제할 수도 있다.



    AI의 일자리 창출

    마지막은 ‘윤리적 딜레마’다. AI가 사람보다 우월해지면 인간 존엄성 훼손과 같은 윤리적 이슈가 발생한다. 스티븐 호킹을 비롯한 1000명의 학자가 인류에게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킬러 로봇에 반대했듯, 보조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보다 우월한 AI 기술이 개발된다면 많은 사람이 개발 자체를 반대할 것이다.

    우리가 AI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AI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정부가 이를 장려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AI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서다. 그렇지만 인류를 위협할 수준의 AI를 개발하는 건 거의 모든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

    AI의 자체적 한계로 전문 분야 직종은 위협받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전문 분야가 아닌 단순 업무 분야는 AI가 흉내 낼 수 있는 영역이므로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앞서 살펴본 옥스퍼드대 분석 결과에서도 일자리 대체 위협도가 가장 높은 직종은 텔레마케터, 운전기사 등 AI가 흉내 낼 수 있는 단순 업무 분야다. 업무 난이도를 떠나서 AI에 의해 일자리가 대체된다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노동시장에서 인류가 직면한 문제점들을 살펴본다면, 위협이 아니라 되레 상생관계가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신흥경제국의 성장은 해당 국민의 소득수준을 향상시킨다. 이는 인건비 부담 증가와 생산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는 노동력 부족을 일으킨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구인난에 시달린다. 고학력화 현상 역시 문제다. 고학력화는 선진국뿐 아니라 경제성장 중인 신흥국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저출산과 맞물려 한 자녀에게 투자하는 교육비용이 증가하면서 고스펙·고학력화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고학력 인구는 1993년 428만 명에서 2016년엔 1050만 명으로 2배로 증가했다. 이는 단순직이 아닌 전문직으로의 구직을 쏠리게 한다.

    AI는 이러한 사회적 트렌드를 해결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AI에 의한 일자리 대체는 생산인건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전문 업무의 생산성을 높여 새로운 서비스와 전문 직종을 창출할 수 있다. 기술 변화로 인간의 업무는 다양해졌고 전문 직종은 증가했다. 과거엔 거의 모든 사람이 농업에 종사했다. 그러나 기술 발달은 공학자, 법률가, 경영가 등 다양한 전문 직종을 만들어내 직업의 플랫폼을 변화시켰다. 마찬가지로 AI의 확산은 사람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서비스들을 등장시켜 일자리를 계속 창출할 것이다. 스마트폰과 앱 등장으로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 직종이 생겨난 것처럼 말이다.
    AI는 인간과 상생관계다. AI가 인류를 위협한다는 생각은 마치 이민자들로 인해 미국 실업률이 증가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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