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호

초점 인터뷰

“복지·일자리·건강… 엄마의 마음으로 챙겨요”

‘생활정치 달인’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

  • 김진수 기자|jockey@donga.com

    입력2017-05-11 14: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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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천형 찾아가는 방문복지’ 성과 쑥쑥
    • 50대 독거남 고독사 막는 ‘나비남 프로젝트’
    • 사회적경제 활성화 통한 지역 발전 추진
    #1 지난해 8월, 기억상실증으로 본인 이름조차 모른 채 고물상을 하며 살아가던 서울 양천구 목3동의 50대 남성 김덕남 씨가 이웃의 신고로 발견됐다. 김씨의 이름과 가족을 찾아주려 애쓰던 동 주민센터 방문복지팀은 그의 사연을 SBS TV ‘궁금한 이야기 Y’에 제보해 같은 해 10월 가족을 찾을 수 있었다. 김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했을 즈음 가족과 이후의 기억을 모두 잃은 상황. 주민센터 측은 김씨의 가족 찾기를 돕는 한편, 그에게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고 긴급생계비와 주거비도 일부 지원받도록 조치했다. 지역 이웃들의 도움으로 이불 세트와 식당 이용 쿠폰도 지원했다.

    #2 2015년 양천구 신월1동 주민센터 측은 혼자서 5명의 아이를 키우는 35세 여성 이모 씨를 찾아냈다. 남편은 재혼, 자신은 초혼인 이씨는 남편의 자살 이후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힘든 환경에서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리던 상황. 주민센터 측은 이씨 가족을 기초생활수급자로 신청하고, 이씨가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게 우울증 상담치료도 받도록 지원했다.

    ‘양천형 찾아가는 방문복지’ 체계가 발굴한 사례 중 일부다. 서울 양천구는 2014년 11월 복지 수요가 많은 4개 동에 우선적으로 방문복지팀을 신설 운영한 데 이어, 2015년 7월엔 ‘양천형 찾아가는 방문복지’ 체계를 18개 전체 동 주민센터로 확대했다. 15개 동엔 방문복지팀을, 복지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3개 동엔 사회복지사와 방문간호사를 배치한 평생건강관리센터를 신설한 것. 같은 해 가을엔 민간 영역에서의 조직 개편도 단행해 18개 전체 동에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구성했다. 12월엔 건강음료 배달사원, 가스검침원 등 방문업무 종사자 1700여 명을 ‘이웃 살피미’로 위촉했다.

    지난해 7월엔 서울형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사업이 18개 전체 동에서 출범했는데, 2014년 민선 6기 시작과 더불어 시행한 ‘양천형 찾아가는 방문복지’ 사업과 연계되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총학생회장 출신 ‘복지통’

    김수영(52·더불어민주당) 양천구청장은 “‘양천형 찾아가는 복지’는 주민이 미리 알고 찾아와 신청해야 하던, 이른바 신청주의에 입각한 기존 복지전달체계와 달리 복지업무 담당자가 직접 찾아가 복지 대상을 발굴하는 체계로 바꿔 구민의 복지체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게 아니라 민·관이 함께 촘촘한 복지그물망을 짜서 서로가 서로에게 울타리가 돼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취지”라고 강조한다.

    2014년 6·4지방선거 당선 이후 구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 구청장의 이력은 다채롭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으로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 섰던 그는 서울지역 최초의 야권 여성 구청장. 사회복지행정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 강단에 서기도 한 복지행정 전문가다. 그가 곧잘 ‘복지통(通)’으로 불리는 건 이런 연유에서다.

    올해 김 구청장이 특히 역점을 둔 분야는 50대 독거남성의 고독사. 최근 각종 통계에서도 나타나듯 홀로 병을 앓다 사망하거나 자살하는 남성이 많이 발생하는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고독사 정책은 거의 홀몸어르신에게 초점이 맞춰진 맹점을 지녀서다. 김 구청장은 “50대 독거남성은 고독사 문제에서 사각지대”라며 “실직, 이혼, 가족해체 등으로 경제적 결핍과 외로움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들의 재기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아 극단적 생각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 2월부터 실시한 전수조사 결과, 양천구 내 50~64세 독거남성은 6800여 가구. 이들에 대한 지원과 고독사 예방을 위해 양천구가 착수한 사업이 ‘나비남(非男) 프로젝트’다. ‘나非’는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뜻과 함께 이 프로젝트가 나비 효과를 내서 전국으로 확산되길 바란다는 의미를 지녔다.

    먼저, 나비남 멘토단을 구성해 전수조사 결과 고독사 고·중 위험군으로 파악된 50대 독거남성과 1대 1 결연을 하고 친구이자 이웃, 조언가 노릇을 하게 한다. 50대 독거남성 전용 복합공간인 ‘(가칭)50 스타트 지원센터’ 설립도 추진 중이다. 카페 분위기의 거점공간에서 건강·일자리·주거·금융·법률 등 필요한 정보를 습득·상담케 함으로써 이들이 사회공동체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민선 6기 양천구의 핵심 사업 중 하나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통한 지역 발전.’ 양천구는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인구밀도가 가장 높지만, 유동인구는 23번째로 적다. 기업·공장 등 산업기반이 취약한 데다, 사회적 기반과 경제 여건 차이로 발생한 지역 간 불균형도 심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사회적경제 활성화’다. 지역과 주민, 다양한 경제주체가 협력과 호혜로 구(區) 특성에 맞는 일자리 창출 및 상생의 공동체 회복을 시도하는 것.

    4월 현재 양천구의 사회적경제기업(이윤뿐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우선하는 기업)은 예비기업까지 포함해 98개. 양천구 해누리타운은 30여 개의 사회적기업이 입주한 소셜벤처인큐베이팅센터로 창업·육성 인프라를 갖추고 청년층 등에 공간과 자금, 멘토 등을 제공해 사회적기업 창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엔 옛 목5동 주민센터를 리모델링해 양천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열었다. 센터는 사회적경제 주체와 주민이 지역경제의 중심 구실을 할 수 있게 열린 공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주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경제 관련 행사와 교육, 사회적경제기업의 판매 물품 전시 등을 통해 주민들이 사회적경제를 한층 가까이 접하는 계기도 마련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저출산·고령화시대를 맞아 ‘건강도시’ 및 ‘여성친화도시’ 만들기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올해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온수도시자연공원 가족캠핑장 조성, 자전거도로 인프라 개선, 신월보건지소 개관, 여성친화적 건축설계 도입, 유모차 이동이 용이한 보도 설치 등이 대표적이다.



    ‘작은 물결이 큰 바다를 이룬다’

    김 구청장은 대학 4학년 때부터 지금껏 30년째 양천구에서 산다. 양천구에서 연애하고 결혼해 아이까지 낳아 살고 있으니 토박이나 다름없는 셈. 그런 그가 ‘다함께 행복한 양천’을 지향하는 구정 운영에서 유독 강조하는 건 주민과의 격의 없는 소통과 공감, 참여다. 올해 신년사에서 던진 화두 또한 ‘소류성해(小流成海).’ ‘작은 흐름 혹은 물결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뜻으로, 작지만 자발적인 주민 참여가 불러오는 변화들이 지역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라는 의미를 함축했다.

    “앞으로도 ‘아이와 부모 모두 행복한 교육도시’를 만들기 위한 혁신교육사업, 지역마다 테마를 정해 특성화해온 ‘1동 1도서관 조성’ 사업의 완료, 목동과 이외 지역 간 격차 해소, 안전대책 마련 등 구정 전반에서 구민의 행복한 삶과 직결되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세심하게 모든 걸 다 챙기는 엄마의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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