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호

연/중/기/획 | 청년 일자리 금맥 찾기

“잘 키운 국제회의·이벤트가 도시와 국가 먹여 살린다”

신종 산업&신종 직업 굴뚝 없는 황금산업 MICE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입력2017-05-11 16:3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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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5조5000억 규모…파급 효과 30조 예상
    • ‘기업회의’ ‘포상관광’ ‘국제회의’ ‘전시·이벤트’ 포괄
    • 창의력 발휘, 성취감 느끼기에 가장 좋은 직업
    • 창의력, 리더십, 사교성, 외국어 실력 필요
    인구 10만 명의 스위스 작은 도시 다보스는 해마다 1월이면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각국 정상과 세계의 내로라하는 경제계 인사 2500여 명이 이곳에 모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으로 다보스와 스위스는 사흘 동안 500억 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얻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다보스 시는 이 포럼 하나로 전 세계인이 찾는 국제적인 휴양관광지로서 각광받고 있다.

    전남 순천시는 지난 2013년 개최한 ‘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를 통해 총 440만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며 1조1000억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7578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얻었다. 이후에도 순천시는 박람회를 계기로 조성한 순천만정원 등 생태관광 브랜드를 통해 연 5000억 원 정도의 경제유발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6년 4월, 중국 관광객 6000여 명이 인천에서 대규모 ‘치맥(치킨과 맥주)파티’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었다. 화장품과 건강보조식품 유통회사인 중국 아오란 그룹 직원들이었다. 아오란 그룹은 창립기념일을 맞아 직원 격려 차원에서 회의와 관광을 함께하는 포상관광으로 인천을 찾은 것이다. 치맥파티는 인천시가 열어준 작은 이벤트였다. 인천시는 이를 통해 120억 원의 경제효과를 얻은 것으로 분석했다.



    다보스의 신화

    이제 덩치 큰 국제회의 하나만 유치해도, 전시나 이벤트 하나만 잘 키워도 도시와 나라가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마이스(MICE)산업은 다보스포럼, 순천정원박람회, 인천의 예처럼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이벤트(exhibition·event)를 유치 및 개최하는 서비스 산업을 말한다. 국제 경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마이스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마이스산업의 높은 수익성과 경제 효과에 주목하면서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의 컨벤션 시설과 전시장을 건설하거나 국가 차원의 유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도박과 환락의 도시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마이스산업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도시 전체 수입의 절반을 넘는다. 라스베이거스는 환락의 상징이던 호텔을 회의와 전시 공간으로 활용, 비즈니스와 컨벤션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도 오래전부터 마이스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육성해왔다. 싱가포르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싱가포르는 비즈니스 관광객 320만 명을 유치했으며, 이들이 소비한 금액은 52억 싱가포르달러(약 4조2287억 원)에 달한다.

    마이스산업은 그 자체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도 크지만, 참가자들이 행사 개최지를 방문하는 동안 숙박, 음식, 교통, 관광, 쇼핑, 문화, 레저 등 다양한 소비를 함으로써 개최 지역 및 주변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특히 기업과 단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관광산업보다 부가가치가 훨씬 높다.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마이스 참가자들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은 일반 관광객의 1.8배에 달했다. MICE가 ‘황금 알을 낳는 거위’ ‘굴뚝 없는 황금 산업’으로 불리는 이유다.

    경제적 효과 외에도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통해 인프라 구축, 국가 이미지 제고, 정치적 위상 증대, 사회·문화 교류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또한 정보기술(IT), 통신, 인쇄출판, 광고, 건축, 금융, 의료, 교육 분야 등 다양한 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융복합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마이스산업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30여 년 전으로, 1988년경 전시·컨벤션산업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서울 코엑스(COEX)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면서였다. 1996년 지방자치제도 시행과 더불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제회의산업육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우리나라에도 국제회의 유치 붐이 일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대구(EXCO), 부산(BEXCO), 제주(ICC제주), 일산(KINTEX), 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 창원(CECO), 대전(DCC), 인천(송도컨벤시아) 등 광역시도마다 컨벤션센터들이 건설됐다. 여기에 서울 aT센터, SETEC과 구미(GUMICO),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 경주화백컨벤션센터까지 총 14개 컨벤션센터가 건설됐다. 수원, 울산, 전주, 충북 등에서도 컨벤션센터가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을 준비 중이다.


    국제회의 개최 건수 세계 2위

    2003년엔 컨벤션기획사라는 국가기관 자격증제도가 도입됐다. 현재 1200여 명의 국제회의기획전문가가 배출됐다. 또한 지난10년 새 수십 개 대학에서 마이스(컨벤션) 전공학과가 만들어지며 전문 인력들이 사회에 배출되고 있다.

    2015년 한 해에만 25만여 개의 크고 작은 마이스 행사가 열렸다. 그만큼 국내 마이스산업 규모도 커졌다. 2015년 마이스산업의 전체 매출액은  5조 원가량으로 추산됐다. 시설업 2조7679억 원(55.4%), 국제회의 및 전시 기획업 1조9575억 원(39.2%), 인센티브 여행업 2713억 원(5.4%)이었다. 참여 외국인 수도 2011년 95만 명에서 2015년 156만 명으로 늘었고, 이들이 지출한 1인당 소비액도 2011년 2585달러에서 2015년 3127달러 규모로 늘었다.

    UIA(국제협회연합)에 따르면, 2015년 국제회의 개최 순위에서 한국은 미국(930건)에 이어 세계 2위(891건), 아시아 1위 수준이다. 주요 도시별로는 서울이 494건으로 세계 3위에 올랐으며 부산이 150건으로 11위, 제주가 112건으로 19위에 각각 랭크됐다.

    ICCA(국제컨벤션협회) 발표에서도 우리나라는 2015년 267건의 국제회의를 개최해 전 세계에서 1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117건, 부산 34건, 제주 34건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마이스산업이 가장 활발한 도시는 서울과 부산, 제주다. 특히 부산은 2002년 한일월드컵 조 추첨부터 에이펙(APEC)회의, G20을 개최하면서 국제도시로 성장했다.

    정부는 올해 마이스산업 외래객 수 180만 명, 마이스산업 규모 5조5000억 원을 전망하고 있다. 또한 숙박, 관광, 쇼핑 등 연관 산업 파급효과가 연 3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획력, 네트워크 중요

    한국마이스산업협회는 마이스산업이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적으로는 성숙기시장이라고 하지만 아시아는 여전히 연 10% 이상씩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자체마다 마이스산업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황희곤 한림대 국제대학원 컨벤션이벤트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관 주도 행사로 마이스산업이 이 정도로 커왔다고 할 수 있다”며 “우리만의 콘텐츠를 가진 민간 영역의 마이스 행사가 늘어난다면 성장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지자체들이 “컨벤션센터에서 리조트, 관광 등 부가시설이 포함된 마이스복합단지로 인프라를 확대하는 노력을 강화한다면 마이스산업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자기 지역의 마이스산업 유치를 돕는 CVB(Convention Visitors Bureau)를 사단법인이나 공사 형태로 만들어 운영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광역시도 단위는 물론 청송군, 고양시 등 기초자치단체에도 생겨나고 있다. 일본은 CVB가 70개가 넘는다.

    마이스산업은 전시컨벤션센터, 호텔, 리조트 등 벤유(venue)와 지자체에서 마이스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CVB, 국제회의 전문기획사(PCO), 전시·이벤트 전문기획사(PEO), 행사를 할 때 기획회사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프로바이더 등으로 나뉜다. 현재 국내엔 PCO회사 600여 개, PEO회사 500여 개가 활동하고 있고, 서비스 프로바이더는 100여 개 분야에서 1000여 개 기업이 활동 중이다. 마이스산업에 직접 관여하는 회사는 1200여 개, 인력은 2만2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컨벤션센터나 리조트가 마이스산업의 인프라라고 한다면, 소프트웨어 기능을 하는 CVB와 PCO, PEO는 ‘마이스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업무는 크게 국제회의나 전시 이벤트를 기획하고 수주하며, 수주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일이다. 따라서 영어 등 외국어 실력은 기본이고, 고객을 설득해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기획력과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는 홍보마케팅 능력을 요구한다.

    이 분야에 도전하려면 대학에서 컨벤션 등 관련 학과를 전공하는 것도 좋다. 협회나 지자체에서 하는 교육을 이수하는 것도 좋다. 서울시는 마이스산업 활성화를 위해 작년 20명을 대상으로 ‘MICE 인재뱅크’를 도입해 이 중 3분의 1인 7명이 실제 취업으로 이어졌다. 올해 50명으로 확대 운영한다.

    하지만 최재길 한국마이스협회 사무총장은 “업무 특성상 신입사원을 뽑는 경우는 많지 않고, 경력직을 선호한다. 홍보나 기획 관련 일을 하며 경력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또한 “행사를 수주하는 일이라 경험과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일정 기간 경험 없이 창업하기는 힘들다”며 “5년 정도 커리어를 쌓은 후 자기 사업에 도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최 총장은 “임금이 CVB는 공무원에 준하고, 기획사는 중소기업 수준으로 대기업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하고 일의 성취감을 느끼기에는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했다. 특히 “이 일은 바쁠 때는 휴일도 없다”며 “9시 출근 6시 퇴근의 규칙적 삶을 원하면 이 분야를 기웃거릴 필요도 없다”며 프로 정신을 강조했다.  


    최재길 한국MICE협회 사무총장 “평생 일할 수 있는 전문직”


    마이스산업 관련 기업과 전문가들의 단체인 한국마이스협회는 2003년 설립됐다. 최재길 사무총장은 2012년부터 협회를 이끌어오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협회는 어떤 일을 하나.
    “마이스산업 전 분야에서 활동하는 270여 회원사를 위해 일한다. 회원사들 간의 네트워크뿐 아니라, 특히 회원사들과 정부 사이의 창구 역할을 한다. 이 외에 마이스산업 관련 각종 통계를 제공하고, 교육사업도 하고 있다.

    -교육사업도 하던데.
    “마이스산업에 진출하려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아카데미와 마이스산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재교육하는 일을 한다. 지자체와 연계해 관련 인력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일도 하고 있다. 1년에 200명 정도 교육한다.”

    -마이스산업이 신성장동력이라고 할 정도로 유망한가.

    “그렇다. 특히 우리나라의 마이스산업이 급성장하는 게 확연히 눈에 보일 정도다. 마이스산업 자체도 부가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연관 산업 파급효과도 크다.”

    -이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상은.
    “우선 영어를 어느 정도 해야 하고, 기획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사람을 만나 설득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교적이고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사업을 하나 맡으면 준비부터 뒤처리까지 모든 걸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중요하다. 한창 바쁠 때는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간다. 일반 회사에 취직하듯 들어왔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나가는 사람이 많다.”

    -직업으로서의 전망은 어떤가.
    “국제회의 전문기획사와 전시·이벤트 전문기획사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라 처음엔 임금이 많지 않지만 5년 정도 경력이 쌓이면 몸값이 높아진다. 또한 거래하는 고객들이 고위관료, 각 분야 책임자와 전문가, 기업 책임자들이고,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은 평생 자기 자산이 될 수 있다. 인맥만 잘 쌓으면 나이 들어서도 일할 수 있는 전문직이라 할 수 있다.”



    정지선 강원컨벤션뷰로 대리 “일은 힘들어도 성취 뒤 기쁨은 더 커”


    강원도 CVB인 강원컨벤션뷰로에서 마이스 유치 및 개최 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정지선(28) 대리는 “일은 힘들지만 성취 뒤에 오는 기쁨은 더 크다”며 “마이스산업이야말로 진취적인 사람에게 적합한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마이스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대학에서 글로벌경영학을 전공했다. 진로 영역을 좀 더 세분화해야겠다고 생각해 국제회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컨벤션을 복수전공했다.”

    -취업 준비는 어떻게 했나.
    “학교 수업뿐 아니라 한국마이스협회에서 주관하는 교육과정도 수료했다. 공모전에 적극 참여하고, 국제회의 진행요원 등을 자원하며 스펙을 쌓았다. 단순히 주어진 일만 하지 않고 관계자에게 먼저 찾아가 물어보며 견문도 넓히고 인맥도 쌓았다. 그게 나중에 일을 하면서 큰 도움이 되었다.”

    -취업은 쉽게 된 편인가.
    “컨벤션센터, 리조트, 호텔 등 취업 분야가 다양하다. 취업난이 심각하다는데 함께 컨벤션을 전공한 친구들은 대부분 취업했다. 나도 2013년 대전마케팅공사 컨벤션유치팀에서 1년 동안 계약직으로 일한 후 2014년 이곳에 합격해 일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마이스 유치 및 개최 지원 등을 맡고 있다. 10월에 열리는 ‘2017 팬 아시아 해시대회’는 2년 동안 준비해 유치에 성공한 행사다. 유치를 준비할 때는 주말도 없이 일하는 등 너무 힘들었지만 유치에 성공하니 그동안 서럽고 힘들었던 게 다 보상이 될 정도로 기뻤다.”

    -이 분야에 진출하려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사람을 만나 설득하는 게 일이다. 상대에게 먼저 다가가는 외향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 또한 유치하려는 도시에 대해 자신부터 자긍심을 가져야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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