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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2 > 패자부활전

보수의 몰락 ‘수구특권 박근혜’ 옹호하다 보수정치권 함께 침몰

  • 윤평중|한신대 철학과 교수 pjyoon@hs.ac.kr

보수의 몰락 ‘수구특권 박근혜’ 옹호하다 보수정치권 함께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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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데에 이어 진보성향 문재인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해 대통령에 취임했다. 예견된 일이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보수가 받은 충격이 만만치 않다. 보수진영에선 허탈함, 상실감, 울분, 불안, 수치심을 토로하는 사람이 적잖다. 보수의 몰락, 그리고 그 이후를 살펴본다.
보수의 몰락 ‘수구특권 박근혜’ 옹호하다 보수정치권 함께 침몰

박근혜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태극기 시위 모습. [공동취재]

한국 보수의 최대 위기다. 보수가 이번 19대 대선처럼 처참하게 일패도지(一敗塗地)한 적은 없다. 1위(문재인)와 2위(홍준표)의 득표 격차가 557만 표로 역대 최대다. 두 보수 후보(홍준표, 유승민)가 얻은 득표율(30.8%)은 진보·중도 후보(문재인, 안철수, 심상정)의 득표율(68.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선 기간 강경보수 세력은 유승민을 진짜 보수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었다. 유승민 후보가 얻은 표를 보수 표에서 제외하면 상황은 더 충격적이다. 비(非)보수의 비율이 보수의 3배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가히 보수의 몰락이라 할 만하다.

‘주관적 소망’ 무너져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통계 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경북·경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세대에서 보수 후보를 물리치고 압도적 지지를 확보했음을 보여준다. 승리를 장담한 강경보수의 주관적 소망사고는 냉정한 현실 앞에 처참히 무너지고 말았다. 어떤 의미에서 이번 보수의 붕괴는 자업자득에 가깝다. 선거 패배보다 훨씬 위중한 사태는 한국 보수가 국민 다수의 신망을 상실해버렸다는 점이다.

2017년 상황에서 한국 보수가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수구 기득권 집단’으로 여겨진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건국과 산업화의 주역으로 자임해온 보수가 왜 이렇게 궁박한 지경에 몰리게 되었을까?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보수의 자부심은 어디로 간 것일까. 보수의 부활을 위한 근본 전제는 자기 성찰이다. 보수가 직면한 총체적 위기 자체가 보수가 자초한 것이라는 통절한 반성이 함께해야만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보수의 위기를 보수 ‘바깥’이 아니라, 보수 ‘안’에서 집중적으로 탐색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 보수가 맞닥뜨린 위기의 본질은 보수의 목소리가 한국 사회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데서 비롯한다. 보수는 자신의 주장을 우리 사회 공론 영역에서 합리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 능력을 잃고 있다. 정치공동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수조건인 헤게모니의 두 원천은 힘과 동의다. 구조적으로 보수 우위인 한국 사회에서 보수의 물리력은 여전히 강대한 데 비해 보수의 논리에 대한 자발적 동의 창출 능력은 급격히 감소했다.

불통, 색깔론, 블랙리스트

보수의 몰락 ‘수구특권 박근혜’ 옹호하다 보수정치권 함께 침몰

구치소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동아일보 김재명 기자]

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적 행태와 전무후무한 국정농단조차 무조건적으로 옹호했던 세력이 보수의 이름으로 목소리를 높여온 현상이 단적인 증거다. 이는 ‘정치인 박근혜’의 몰락과 특정 정치 세력의 실패만으로 국한되지 않는 중대 사태다. 보수 기득권 집단의 이념적 빈곤이 근본적 배경이기 때문이다.

보수의 패권을 장악한 강경보수가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워왔지만 그들의 실제 행태는 건강한 자유주의도 아니었으며 성숙한 민주주의로부터도 거리가 멀었다는 것이 보수 위기의 핵심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시민적 자유와 권리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보수 기득권 세력은 시민들을 통제와 관리의 대상으로 여겨 자유민주주의를 자신들의 패권을 강화하는 도구로 왜곡해왔다.

국무회의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의 자유 토론을 금기시하고, 색깔론과 블랙리스트로 비판 언론과 문화예술인들을 옥죄는 행태는 자유민주주의와 정면에서 충돌한다. 냉전 반공주의, 시장 숭배, 봉건적 관행, 기회주의와 권력추수주의 등이 섞여 있는 강경 기득권 보수 세력에서 일관된 보수 이념은 발견하기 힘들다.

한국 보수의 위기는 정치사회 세력으로서의 보수가 ‘이념으로서의 보수주의’를 결여한 데서 비롯된다. 보수 위기의 핵심은 자유민주주의 이론과 실천을 통섭한 보수주의 이념의 빈곤에서 나온다.

따라서 보수의 위기를 극적인 보수 부활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유일한 출구는 자유민주주의의 실천 여부에 달려 있다. 한국 보수의 철저한 자기 성찰과 전면적 재구성이 전제돼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보수라는 이름을 앞세우지만 실상은 수구에 가까운 특권세력을 축출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벌거벗은 이익 추구에 바쁜 가짜 보수가 죽어야 자기희생과 도덕성을 갖춘 진짜 보수가 산다.
 
대한민국 자체가 보수가 주도한 나라라는 자긍심이야말로 이런 반전(反轉)의 출발점이다. 보수의 위기와 해법을 말할 때 특정 정치세력의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 멀리 길게 봐야 한다. 보수의 사상적 빈곤을 고뇌하는 한국 보수주의의 철학적 재구성이 절실한 이유다.

하지만 이런 반성적 논의가 평범한 보수 시민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논법으로 오해돼서는 곤란하다. 전쟁의 참화와 절대빈곤의 기억은 한국 보수의 정체성을 결정적으로 규정했다. 민주주의와 풍요를 누리는 한국인의 현재도 이런 과거와의 연계 속에서만 가능했다. 그런 맥락에서 수많은 보통 사람이 자발적으로 껴안은 보수적 통찰은 소중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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