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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미의 달콤쌉쌀한 스위스

하이디가 살던 풍경 그대로

국가의 아름다움 원천은 전통문화

  • 글·사진 신성미|在스위스 교민 ssm0321@hanmail.net

하이디가 살던 풍경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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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색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

덩치가 산처럼 크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장정이 집 지하에 있는 작업실에 틀어박혀 이 모자 제작을 마친 뒤 자신의 작품을 보며 감격해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내가 다 뭉클했다. 이들은 직업적으로 수공예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마을 주민일 뿐이다.

전문가 못지않은 솜씨도 놀랍지만 더 인상적인 건 이 일이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돈을 버는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자기네 고장의 전통을 이어간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1년을 꼬박 들여 의상과 장식을 준비하고 최대 30kg이나 나가는 소 방울을 짊어지고 질베스터클라우젠 행사에 나서는 것이다. 부인과 아이들까지 나서서 제작을 돕고 이들을 든든하게 지원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나는 방송을 보고 이들의 열정과 진지함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고유의 전통과 풍습을 지키려는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 다채롭고 오랜 문화가 남아 있는 나라 스위스를 만드는 건 당연한 이치다. 대체 스위스인들에게 전통이란 무엇일까.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의욕 넘치고 자부심 있게 만드는 걸까.

연방국가인 스위스는 1291년 지금의 칸톤(주)에 해당하는 슈비츠, 우리, 운터발덴(나중에 옵발덴과 니드발덴으로 나뉨) 지역이 자신들의 자치를 위협하는 합스부르크 왕가에 맞서 함께 싸우기 위해 동맹을 맺은 데서 기원한다. 이후 다른 칸톤들이 가세하면서 지금은 26개 칸톤(20개 주와 6개 준주)이 모인 연방국가로 발전했다.

스위스의 국토 면적은 한국의 40%에 불과하지만 공식 언어가 4개(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레토로만어)나 되고 26개 칸톤은 고유의 법과 교육과정, 세금 체계 등 상당한 자치권을 갖는다. 미국처럼 땅덩이가 거대한 나라도 아닌데 이 작은 나라 안에서 지역마다 고유의 색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니 지역마다 자신들의 관습을 이어가는 데 높은 자부심과 열정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전통을 북돋우는 동호회 문화

하이디가 살던 풍경 그대로

전통 축제 질베스터클라우젠에 참가한 사람이 직접 만든 화려한 모자와 의상.

스위스인들이 고유의 풍습과 전통을 이어가는 데 큰 동력이 되는 게 바로 동호회(Verein) 문화다. 혼자 하긴 어려워도 여럿이 함께 하면 더 쉽고 재미있는 법. 인구 800만 명이 사는 스위스에 동호회가 10만 개에 달할 정도로 동호회 문화는 스위스인의 DNA에 뿌리박혀 있다고들 말한다. 각종 스포츠와 문화 관련 동호회가 많은데 특히 지역의 전통을 이어가는 데 적지 않은 공헌을 하는 오래된 동호회도 많다. 이를테면 민속의상 동호회, 요들 동호회, 알프호른  동호회, 스위스 전통 씨름인 슈빙엔 동호회 등이 있다.

지난해 여름 내가 사는 소도시에서 3일에 걸쳐 스위스 북동부 요들 축제가 열렸다. 이른 새벽부터 각 지역의 요들 동호회 회원들이 민속의상을 차려입고 배낭을 멘 채 속속 기차역에 내리고 있었다. 조용한 소도시가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것도 신났지만 이들이 100년 전 소설에서 튀어나온 듯 아무렇지 않게 거리에서 민속의상을 입고 악기를 짊어지고 다니는 모습이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야외무대에서 요들을 부르거나 알프호른을 연주할 뿐 아니라 도시 중심의 교회에서 열린 요들 대회에도 나가기 때문에 실력을 발휘하기에 앞서 살짝 긴장한 표정이었다.

호기심에 나도 교회에 들어가 요들 대회를 참관했는데, 동호회원들이라지만 상당한 실력과 진지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여러 지역의 판소리 동호회원들이 모여 한복을 입고 판소리 축제에 참가해 대회도 열고 구경 온 시민들도 함께 먹고 마시며 다양한 판소리를 즐기는 풍경이라고 할까. 전통이 취미가 되고 취미는 즐거움이 되어 일상적으로 전승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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