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호

특집1| ‘文 정부 화약고’ 검찰개혁

“개혁에 저항하면 검사 2100명 사표 받아도 돼”

‘최전방 공격수’ 황운하 경찰 수사개혁단장의 직설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입력2017-06-19 17: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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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대통령이 밀어붙일 것”
    • “文, ‘천추의 한’ 이라 말한 것으로 전해져”
    • “공안부·특수부부터 없애 검찰 반발 사전제압”
    • “우병우는 검찰공화국 황태자 격”
    • “노무현 수사는 검찰의 감정 실린 복수”
    • “검찰제도는 악마 같고 검찰은 국정농단 주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검찰 개혁 과제에서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경무관)은 문 대통령이 지향하는 검찰 개혁을 잘 이해하면서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해왔다. 얼마 전 황 단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검찰이 개혁에 저항하면 전국의 검사 2100명 전원의 사표를 받아도 된다”고 밝혔다. 바야흐로 검찰 개혁이 전면적으로 전개될지도 모르겠다는 긴장감이 들게 한다.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 조정, 이번엔 실행에 옮겨질 것이라고 보나요.
    “사실 수사권 조정이 적절한 용어는 아닌 것 같아요. 2005년 검찰 측에서 만들어낸 말이죠. 수사권을 가지고 경찰과 검찰이 조정해 서로 나눠 먹는 식으로,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게 만들어요. 우리는 이제 수사구조개혁이라고 해요.” 



    “2% 수사로 온 나라 흔들어”


    검찰 개혁을 문 대통령은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요.
    “두 가지로 압축된 것 같아요. 하나가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고 다른 하나가 널리 알려진 말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죠. 이 검경 수사권 조정은 정확하게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죠.”

    왜 이런 개혁을 해야 하나요.
    “검찰이 ‘견제받지 않는 권력’ ‘독점된 권력’ ‘비대화된 권력’이다 보니 여러 문제를 만들어냈어요. 이런 진단에 따라 ‘검찰도 견제받게 해야 한다’는 해법이 나왔고 이 해법이 공수처 설치로 나아간 거죠.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짐으로써 비대화된 권력이 됐어요. 그래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자’는 해법이 나오는 거죠. 이번 대선에서 유력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이야기했어요.”

    문 대통령은?
    “특히, 문 대통령이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공약으로 걸어놨죠. 이제 수사권 조정은 정확한 용어가 아니고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맞죠. 이게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등장한 겁니다.”

    어떻게 분리하나요.
    “수사는 기본적으로 경찰에게, 기소는 검찰에게 주는 거죠.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떼어내는 겁니다. 그러면 검찰은 기소기관으로 남는 거예요.”

    검찰의 수사 분량이 꽤 많을 텐데요.
    “현재 검찰이 맡고 있는 수사는 전체 형사사건의 2%가 조금 안 돼요. 2% 분량도 안 되는 수사를 가지고 거의 1년 내내 언론을 장식하면서 온 나라를 요란하게 흔드는 그러한 검찰의 직접 수사는 우리나라 말고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어요. 검찰이 사실 치안과는 아무 관련 없고 부패 척결과도 별 관련 없는 그러한 수사권을 가지고 권력을 남용하고 전관예우 같은 이권을 누린다는 거죠.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검찰 수사권이냐 이거죠. 국민이 검찰 수사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어서 검찰 수사가 거악(巨惡)을 척결하는 걸로 착각해요.”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이 있죠.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는데, 정확하게는, ‘검찰이 기소기관으로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거죠.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으면 나라를 바로 세울 수 없어요.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갖는 한 필연적으로 이 권력을 남용하니까요. 검찰의 수사권은 정의롭게 행사될 수 없어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니까요.”

    검찰이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문제는 어떻게 되나요.
    “그것도 일종의 수사죠. 검찰은 모든 수사에서 손을 떼고 기소만 담당해야 해요. 검찰의 수사 기능이 없어져야 한다는 말이죠.”
    황 단장은 자신의 이 설명이 문 대통령의 공약과 같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나 공안부 같은 건 다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해 전국 검찰청의 특수부, 공안부, 금융조사부는 모두 폐지돼야 합니다. 소속 검사들은 형사부와 공판부에 재배치하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 검찰에서 수사 기능을 빼내야 합니다.”

    기소권에 대해 황 단장은 “그건 검찰 본연의 권력”이라면서도 “미국처럼 기소배심제 같은 것을 도입해 기소권도 통제해야 한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이젠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盧, 처절하게 복수당한 것”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법률개정 없이 대통령의 결심만으로 가능한가요?
    “법률 개정으로 할 수 있는 게 있고 법률 개정 없이 할 수 있는 게 있죠. 법무부에 있는 검사들 싹 내보내는 것, 정부 여러 기관에 파견된 검사들 돌려보내는 것은 법률 개정 없이 가능하죠. 검찰청 내 특수부, 공안부, 금융조사부, 강력부를 없애는 것도 대통령이 할 수 있어요. 검찰을 기소기관으로 바꾸는 건 올 정기국회에서 법률을 개정해야 가능합니다. 공수처도 관련 법률을 별도로 만들어야 하죠. 영장과 관련된 사안은 헌법을 개정해야 하고요.” 

    지금 말하는 대로 하면 척척 되겠네요. 그러나 이게 상당히 저항을 받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드네요.
    “저항이 있겠죠. 저항이 있기 때문에 법을 바꾸기 전에 대통령령으로 사전 정비를 해야 합니다. 검찰의 저항과 반발을 사전에 제압하는 효과가 있죠.”

    검찰의 반발을 사전에 제압한다?
    “특수부와 공안부 등을 먼저 해체해 형사부 등에 재배치해야 합니다. 형사부에선 일손이 부족해 지금도 난리예요. 이런 조치부터 하면 검찰의 저항이나 반발은 미미한 수준일 겁니다. 찻잔 속 태풍이죠. 만약 검찰 개혁에 저항하면 극단적으로는 전국 2100여 검사 전원의 사표를 다 받아도 돼요. 검찰 수사가 1년 내내 없다면 무슨 문제가 일어날까요.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아요. 대기업이 망하나요. 경제위기가 오나요. 치안과 관련된 수사와는 성격이 달라요. 이후 검찰이 할 일은 공판에서 공소유지를 하는 정도죠. 검사 전원의 사표를 수리하더라도 이 자리를 지원할 변호사가 많을 겁니다. 문제가 없어요.” 

    정치권의 부정부패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의 검찰수사권이 세계에서 제일 세지만,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는 후진국 수준인 52위입니다. 부정부패는 검찰의 요란한 수사가 아닌 오세훈법(정치자금법) 같은 것으로 개선되는 거죠.”

    황 단장에 따르면, 검찰 개혁의 폭과 속도는 결국 문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어느 정도의 결기를 가지고 있으며 검찰 개혁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할까. 이와 관련해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문 대통령이 그렇게 강하게 검찰을 밀어붙일까요.
    “그럴 겁니다. 왜냐. 우선 본인의 대선 공약이니 이행해야 합니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검찰을 설건드렸어요. 처음엔 노 대통령이 검찰을 망신 줬어요.

    이후 검찰 제도를 바꿔야 하는데 검찰 문화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잘못 접근했어요. 그러자 검찰은 안희정, 최도술 같은 노무현 대통령의 손발이 되는 사람들을 줄줄이 구속했죠. 이후 노무현 정부는 검찰 개혁을 할 수 없게 됐죠. ‘검찰이 대통령 측근들을 잡아들이니까 검찰을 탄압하느냐’는 말이 나오니까요.”

    그러다 퇴임 후 노 전 대통령 본인도 검찰 수사를 받게 됐죠.
    “검찰한테 아주 처절하게 복수를 당한 거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에 감정이 실렸다는 거잖아요.”



    “‘천추의’ 표현 있었다고 해”

    감정이 실렸다?
    “망신을 줬죠. 당해봐라 한 거죠. 문 대통령은 이것을 지켜봤어요. 문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권을 남겨놓으면 검찰은 속으로 칼을 갈겠죠. (문 대통령은) 이걸 알지 몰라요. 이번에 확실히 빼앗지 않으면 이 칼이 온다는 사실을. 노 전 대통령만 당한 게 아니라 참여정부 사람들 다 당해서 뼈저리게 체험했어요. 검찰은 그런 존재입니다.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를 전해 들은 적이 있어요. ‘참여정부 때 검찰을 확실히 개혁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다’라고 말했다고 해요. ‘천추의’라는 표현이 있었다고 해요. 검찰 개혁 공약은 누가 써준 게 아니라 대통령이 쓴 것으로 전해지죠. 이 공약의 의미를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캠프 사람도 아니고 당도 아니고 대통령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라고 계속 표현하는지 몰라요.”

    야당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반대하기 어렵다고 봐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도 영장청구권을 개정하자고 했어요. 검사들은 현직에 있으면서 온갖 권세를 누리죠. 검사들에게 차관급 자리를 왜 그렇게 많이 줍니까. 기업가가 검사에게 향응접대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 없어요. 검사들은 퇴임 후엔 전관예우로 많은 돈을 벌죠.”

    황 단장은 “검찰이 수사 안 하면 스폰서 문화도 전관예우 문화도 없어진다. 사법정의가 실현된다. 검찰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검찰 개혁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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