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호

특집1| ‘文 정부 화약고’ 검찰개혁

“청와대에 줄 서라는 통보” “정윤회 문건으로 붙어보자”

터져나오는 검사들의 반발

  • 배석준|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eulius@dinga.com

    입력2017-06-20 09: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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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맛 안 맞는 검사들 절차 없이 좌천”
    • “조국 민정수석에 도전장”
    • ‘검찰 힘 빼기’ 대항한 방어책도 수립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후 청와대는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인사권자 지위를 십분 활용해 ‘검찰 내 인적 청산’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청와대는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중심으로 ‘수사권 조정’ 같은 제도개혁에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당사자인 검찰은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어느 정도 수긍한다. 그러나 항변과 반발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온다. 먼저 몇몇 검사는 문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비판을 가한다. “특정 검사들을 겨냥한 ‘원 포인트 인사’는 새로운 정치 검사를 낳을 뿐”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돈 봉투 만찬’이 알려지자 재빠르게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좌천시키고 국정원 댓글 사건과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윤석열 검사를 이 자리에 앉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6월 8일 검찰 고위직에 대해 2차 인적 청산을 진행했다. 법무부는 윤갑근 대구고검장(53·사법연수원 19기)과 정점식 대검찰청 공안부장(52·20기),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51·19기), 전현준 대구지검장(52·20기) 등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4명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했다.

    이날 오전 9시경 갑작스러운 인사 조치를 통보받은 이들은 바로 사의를 표했다. 이어 유상범 창원지검장(51·21기)은 광주고검 차장으로, 차장검사급인 정수봉 대검 범죄정보기획관(51·25기)은 서울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법무부는 “과거 중요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다고 문제가 제기돼 인사 조치했다”고 콕 집어 설명했다.





    “통진당 사건까지 문제 삼다니…”

    이 가운데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을 잘못 처리했다는 이유로 문책성 좌천을 당한 유 전 지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건 재조사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사건을 잘못 처리하지 않았으니 재조사해 가려보자는 이야기다. 검사로서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의미다. 조국 민정수석은 5월 12일 “국정농단 사건의 출발은 정윤회 문건”이라면서 이 사건에 대한 재조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유 전 지검장이 해볼 테면 해보자며 정면 맞대응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에 청와대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만약 정윤회 문건 사건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진다면 이는 문재인 정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대형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지검장은 “오해와 편견이 크더라도 결국 진실은 밝혀진다고 굳게 믿는다. 비록 이렇게 떠나지만 결코 부끄러움 없이 사건을 처리하고자 노력했기에 의연함과 당당함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 ‘정윤회 문건’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던 유 전 지검장과 함께 형사1부장으로 수사를 주도했던 정 전 기획관도 사표를 내지 않았다.

    조직을 떠나는 사람도 순순히 옷을 벗진 않았다. 정 전 공안부장은 좌천 이유로 꼽힌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를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으면서 우회적으로 이번 인사를 비판했다. 윤 전 고검장은 검찰 내부게시판에 “검찰이 바람에 흔들리면 국민과 나라가 불행하다”며 “일련의 조치들이 진정으로 검찰개혁을 위한 것이기를 바란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맡았던 검찰 특별수사본부 팀장인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59·18기)과 안태근 전 검찰국장(51·20기)에게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적용돼 면직 처리된 직후여서 검찰 내부는 술렁였다. 법무부가 ‘부적절한 사건 처리’라는 낙인을 찍어가며 검찰 고위직을 옷 벗긴 것에 대한 논란이 컸다.

    한 검사는 “사건을 맡은 검사에 대해 부적절한 처리라고 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집권한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처리가 부적절한 처리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검사는 “중요 사건을 맡아 기소하고 유죄를 받아내는 것보다 청와대에 열심히 줄을 선 검사들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검찰 조직에 통보한 인사”라고 비판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해산 결정을 한 통합진보당 사건까지 문제 삼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을 추종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라는 숨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으로 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위배했고, 이로 인해 초래될 위험성을 미리 제거해야 한다”며 정당 해산 결정을 했다. 한 검사는 “통진당이 해산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검찰의 수사가 잘못됐다면 몰라도 그게 아닌데도 이를 가지고 좌천 인사를 하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냐”고 했다.


    “검찰인사위 절차도 안 지켜”

    이 과정에서 검찰청법 35조에 규정돼 있는 검찰인사위원회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검찰인사위원회의 중립성·독립성을 확보하겠다고 한 점에 비춰보면 오히려 과거 정부보다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지 않는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인사위원회의 실질화가 아니라 오히려 유명무실화”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절차를 지켜라’는 것이었다. 사실상 불이익을 주는 인사를 하면서 검찰인사위원회 등 관련 절차를 하나도 거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병존적 수사권’ 확보에 사활

    문재인 정부는 검찰에 대한 대대적 인적 청산을 진행한 이후 늦어도 내년 6월까지 검찰 조직의 힘을 빼는 제도 개혁에 매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을 조정하거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도입해 검찰의 독점적 권한을 없애거나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5월 15일 김수남 검찰총장(58·16기)이 임기를 남기고 사임한 후 검찰은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논란에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다만 공수처가 도입되더라도 고위공직자에 대한 ‘병존적 수사권’ ‘기소권’ 등을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 구축 정도는 논의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도입되는 경우 검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병존적 수사권’의 확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병존적 수사권’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고위공직자의 부패혐의에 관한 수사권을 공수처에 전속적으로 부여하고 검찰의 기존 수사권을 배제할 경우 공수처의 무능이나 공수처에 대한 권력의 개입으로 성역 없는 수사가 좌절될 가능성이 크다. 고위공직자의 비리에 대한 공수처와 검찰의 선의의 수사 경쟁이 일어나야 원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또한 검찰제도가 존재하는 국가에서 기소권은 예외 없이 검사가 행사한다. 이러한 공소제기의 일원화 측면에서 공수처는 수사권만 가져야 한다.”

    국회에 제출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총 3건으로 노회찬 정의당 의원, 박범계 민주당 의원과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 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한 검찰관계자는 “‘검찰을 모든 수사에서 배제해야 한다. 검찰에 공소유지 기능만 둬야 한다’는 여권과 경찰 일각의 주장은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다. 일부 검사의 일탈을 문제 삼아 검찰 전체를 무력화하려 한다면 여론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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