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호

직격 인터뷰

“文, 바닥 드러냈고 빨간불 켜져 아들 의혹 등 7대 난관 직면할 것”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입력2017-06-20 10: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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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PD처럼 이미지 연출
    • 연정·협치 안 해 실적 쌓을 기회 놓쳐
    • 방통위원 차관 발령은 꼼수
    • 여성 비하하고 버티는 탁현민 위세 대단
    문재인 정부 시대의 국회에서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반대했지만, 국민의당의 찬성 몰표로 국회 본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안이 통과된 것이 그 예다. 이런 국민의당 내에서 박지원 전 대표(국회의원)의 역할과 위상은 여전하다. 박 전 대표는 국민의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 민심을 추종하기도 하고 그 너머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판을 바꿀 수 있는 정치인으로 인식된다. 6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박 의원은 대통령비서실장과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국정 경험이 풍부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직인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요.
    “문 대통령의 취임사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기념사는 감동이었습니다. 검찰 인사는 ‘사이다’ 인사였어요. 호남을 배려한 인사에도 박수를 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5대 비리 관련자를 공직에 임명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지키지 못하게 됐으면 나와서 설명하고 그걸 취소해야 해요. 감동적인 기념사는 직접 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문제는 비서실장을 시켜서 어물쩍 넘기려고 한다면 그것은 이전 대통령들이 해온 방식이죠. 문재인 대통령은 달라야죠. 산들바람은 지나가고, 봄날은 가는 겁니다.”



    “이젠 감동도 스토리도 없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탕평인사로 우리 정치에 충격을 주었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는데요. 이 시점에서 탕평인사는 어떻게 구현돼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문 대통령이 처음처럼 인사를 했으면 좋겠어요. 최근의 장·차관 인사는 친문인사, 캠프인사, 코드인사예요. 이제 감동도, 스토리도 없어요. 청와대가 장관 후보의 비리를 사전에 발표하던데, 문재인 인사도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빨간불은 이미 들어왔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박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으로 발령 낸 것에 대해서도 “방통위를 장악해야 방송을 어떻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을 미창부 차관으로 뺀 것이라면 이것은 꼼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이 호남 민심을 수용해 이낙연 총리 인준에 동의한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청문회 검증과정에서 이 총리는 상처를 받았고 신선함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문 대통령이 ‘호남 총리’ 약속을 이행한 것은 높이 평가합니다. 이 총리도 모든 것을 갖춘 능력 있는 총리라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전두환 찬양 기사 작성 등 여러 문제가 부각됐죠. 이런 흠결보단 총리 인준 필요성이 더 컸어요. 인준에 협력한 것은 잘한 일이었어요.”

    문 대통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하긴 했지만 김 위원장의 도덕성 문제에 대한 시선은 여전히 싸늘합니다.  
    “가장 공정해야 할 사람이 공정거래위원장을 해야 하는데, 불공정한 사람이 공정거래위원장이 돼 재계에 공정을 요구할 수 있겠느냐 하는…. 그러한 흠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상조 위원장의 경험과 능력이 더 크게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적격으로 판단을 해주는 것이 맞다고 봐요.”

    그렇다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어떻게 평가하나요.
    “개인적으로 청와대에서 함께 일해본 경험도 있고. 오죽 능력이 출중하면 김대중 대통령이 외교부에 추천했겠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너무 많은 문제점이 부각됐어요. 장관으로서의 능력 검증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있어요. 그럼에도 국가 개혁을 위해 여성의 국정 참여 비율 확대를 위해 해줬으면 좋겠어요.” 



    “靑 안보라인, 많이 미숙해”

    ‘사드 발사대 보고 누락이 충격적’이라는 청와대 발표와 관련해 박 전 대표는 “외교는 좀 조심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로 사드 배치가 1년 넘게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미국에서 비판적 여론이 조성되는 것에 대해서도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엔 찬성하지만 미국과 합의하기 전에 모든 것을 공개하니까 외교적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청와대 안보외교라인이 많이 미숙하다”고 했다.

    호남 민심을 어떻게 보나요.
    “96.1%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요. 5·18과 관련해 가슴에 꽉 막혀 있던 것을 뚫어줬어요. 호남 사람들은 호남에서 국민의당과 민주당 양당제가 되니까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봐요. 한 정당이 독식했으면 이렇게 해줬겠느냐는 거죠. 호남 사람들은 결코 국민의당을 버리지 않아요. 국민의당과 민주당이 경쟁하면서 호남의 발전, 국가의 발전을 가져오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지금 우리 국민의당이 잘못하면 문제가 돼요. 호남 민심이 우리를 떠날 수 있어요. 지금은 박수를 칠 때예요. 그물을 치고 기다릴 때예요.”


    “흡수된다? 소멸된다?”

    국민의당과 민주당의 통합 가능성은 있나요.  
    “그것은 원하지 않아요.”

    누가 원하지 않죠?
    “우리도 원하지 않아요. 지금 특히 대통령 측이나 민주당에서 ‘국민의당 너희들 가만 놔둬도 흡수 통일된다, 소멸된다’고 말하는데, 잘못입니다. 불행으로 가는 길, 실패로 가는 길입니다. 그렇게 안 돼요. 제가 한자리를 하고 싶어서 민주당으로 넘어간다고도 하는데, 저 다 해봤어요. 그럴 일 없어요. 사실 문재인 정권은 사상 최대로 취약한 정권입니다. 국회선진화법 이전엔 대통령이 하고 싶은 걸 했어요.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가 국회선진화법 통과시켜놓고 이 법 때문에 아무것도 못 했어요. 박근혜가 실패한 원인 중 하나죠. 그래도 그때 여당이 과반인 170여 석이었어요.”

    지금 여당은 과반에 훨씬 못 미치죠.
    “문 대통령은 국민의 감성을 자극해요. 드라마PD처럼 이미지를 연출해 지지를 받아요. 그러나 법과 제도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패합니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과의 연정 혹은 협치를 추진해서 180석을 묶었어야 했어요. 그래서 1년 동안 모든 악법을 고쳤어야 해요.”

    문 대통령은 연정이나 협치 대신 자기 지지율이 높으니까 ‘나를 따르라’는 식으로?  
    “깃발 들고 나를 따르라고 하는데 안 따라요. 봄날이 가면 여름에 얼마나 더워요? 문 대통령에게 7가지, 즉 김이수(헌법재판소장 후보의 국회 인준), 추경(공공일자리 확대 추가경정예산의 국회 통과), 사드(사드 배치 연기에 따른 논란), 비정규직(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약속 이행), 최저임금(최저임금 1만 원 추진에 대한 반발), 아들(문준용 씨의 공공기관 취업특혜 의혹), 홍준표(강성 보수야당의 출현)가 큰 문제가 될 겁니다.”

    대통령선거 당시 불거졌던 아들 문준용 씨 의혹이 끝난 게 아니라는….
    “수면 아래 있을 뿐이지.”

    대선 때 제기된 의혹이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의미인가요.
    “않았다고. 대통령이 잘못하면 나오는 거예요.”

    정부예산을 통한 공공일자리 확대에 대해선….  
    “우리 당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공무원은 한번 채용하면 30년을 봐요. 연금도 봐야 해요. 민간 부문에서 채용해야죠. 우리는 찬성할 수 없어요. 우리가 안 해주면 안 됩니다.”



    “보수는 응어리져가고 있어”

    지금이라도 연정이나 협치가 불가능한가요?
    “연정은 불가능하죠. 장관 자리를 다 줘버렸으니까. 협치라도 이야기해야 하는데 ‘나를 따르라’라고 해요. 문재인 정부 내에 그랜드 디자이너가 미리 큰 그림을 그렸어야 해요. 민주당이 이제 와서 자유한국당에 운영위원장을 내놓으라 하면 주나요. 야당이 운영위원장을 하면서 국회 열릴 때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을 부르겠죠.”

    자유한국당은 박 의원에게 “2중대다, 정체성이 모호하다”고 말합니다만.
    “그 정당의 말은 들을 필요도 없어요. 그들은 반성해야 해요. 그러나 보수는 무서운 집단입니다. 홍준표 전 후보가 당 대표 되면 무시할 수 없을 거예요. 문재인과 각을 세워서 강공으로 나갈 겁니다. 보통 망자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시하는데 홍준표는 노무현 돈 내놓으라고 말해버리잖아요. 우리는 응어리가 풀려가는데 보수는 응어리가 져가고 있어요. 보수가 홍준표의 말에 귀를 기울일 가능성이 있어요.”

    국회 상황을 보면 국민의당이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 대통령이 잘못할 때 국민의당은 반대편에서 다른 야당들과 함께 확실하게 싸워줘야 해요. 문 대통령이 잘할 땐 국민 편에서 확실하게 밀어줘야 합니다. 이걸 잘해야죠.”

    대선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 노선이 우리 실정에 잘 맞다는 견해도 있었습니다만.
    “양극단 세력이 첨예하게 대립해서 저희는 제3의 길을 모색했어요. 우리의 길은 옳았지만 국민으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했어요. 안철수 후보를 원망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문 대통령도 재수로 대통령이 됐는데 안 후보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요?
    “그것은 그분이 결정할 문제이고 그분이 헤쳐나갈 문제지요. 제가 그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연설 무대 근처에도 못 오게 해"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은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책을 쓴 사실이 알려졌지만 청와대에 계속 근무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은 여성과 관련된 품행 문제로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탁현민 행정관은 끝까지 품고 가는 것 같네요.
    “비록 행정관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이기 때문에 정리하고 가야 한다고 봅니다.”

    탁 행정관을 본 적이 있나요?
    “2012년 대선 때 탁현민 씨가 저희들을 연설 무대 근처에도 못 오게 했어요. 제가 원내대표였는데 ‘당신이 오면 호남당이 되니 오지 마라’는 식으로 말해요. 심지어 대구에서 현역의원도 못 오게 했어요. 그가 여성과 관련해 그런 글을 써서 문제를 일으켰는데도 그대로 두면 그것은 진영정치가 되죠.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문 대통령은 모든 도덕적 기준이 달라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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