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호

특집 2 | 문재인 대통령에게 할 말 있다

“환경평가 핑계로 사드 지연시키는 건 文의 치명적 실책”

안보 : ‘군사전문가’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입력2017-06-20 11: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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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주워 담을지 걱정”
    • “미·중 줄타기 하다 미국 잃어”
    • “정의용 안보실장 문제 많아”
    문재인 대통령은 80%대의 높은 여론지지율을 얻고 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비롯한 안보 문제와 관련해선 우려를 사고 있다. 반면, 청와대는 사드 대응이 적절했다고 말한다. 문 대통령의 안보 정책과 관련해 6월 13일 군사전문가인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을 인터뷰했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의당 대구경북 상임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죠? 대구경북 지역 상당수 유권자는 대선 초기 문재인 후보의 안보관이 불안하다고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는데요.
    “4월 15일 전후만 해도 굉장히 분위기가 좋았죠. 저도 ‘호남만으론 안 된다, 동서가 화합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투표일, 얼음 밑으로 민심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을 것으로 믿었죠. 문 대통령이 잘하리라고 보고 있지만, 저희 나름대로는 잘 추스려 다음에 도전하려고 해요.”

    경북 안동의 70사단 사단장을 지냈는데, 우리나라 안보 상황을 어떻게 보나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시기라고 봐요. 북한의 핵 위협이 커지는데, 미국·중국·일본·러시아가 모두 자국 이익 중심으로 움직여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초기에 미국을 가볍게 봤죠. 반미(反美)다 해서 상당히 강하게 나갔다가 미국 한 번 갔다 오고 나서 태도를 바꿨죠. 지도자는 국제정치의 흐름을 알아야 해요. 자존심만 갖고 되는 문제가 아니죠. 국익을 바탕에 깔지 않고 언행하면 큰일이 납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런 문제가 없지 않은 것 같아요. 사드 처리에 우려스러운 데가 있어요. 말 하나 행동 하나 신중해야 하는데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청와대 발표로 실타래 꼬여”

    일전에 의원께서 ‘국방부의 사드 보고 누락이 사실이라고 해도 내부에서 조용하게 처리했어야 했다, 아마추어리즘이 나오고 있다’고 했죠.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 군 통수권자가 됩니다. 전쟁이 일어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각성해야죠. 청와대에 들어가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사드부터 물어봤어야죠.

    국방부에 가서 업무보고까지 받았어요. 거기서 일반 업무가 중요해요? 사드가 중요해요? 10명에게 물어보면 10명 모두 사드가 중요하다고 할 겁니다. 그때 물어봤어야죠. 안 물어봤다면 이상한 일이죠.

    그전에 YTN에서도 보도했어요. 알고도 모르는 척하고 그랬다면 무슨 진실게임 하는 것도 아니고 힘겨루기 하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 입장에서는 ‘누워서 침 뱉기 아니냐?’는 거죠.

    일반적인 문제 같으면 그렇게 할 수도 있어요, 기강 잡으려고. 그러나 이건 국제적으로 얼마나 민감한 문제입니까. 청와대가 그렇게 발표하면서 실타래가 꼬였어요. 이걸 누가 풀어낼지 난 의심스러워요.

    미국 사람들이 참 말을 신중하게 하는데 지금 외교적인 수사를 보면 굉장히 강하게 나와요. 어떻게 주워 담을지 걱정스럽습니다. 그런 문제는 조용하게 처리할 수 있었어요. 국익을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는 건데 무슨 의도로 그렇게 한 건지 저는 의심스러워요. 정치적인 의도가 있지 않으냐, 물타기 한 것 아니냐, 그렇게 벌려놓고는 수습을 못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문 대통령의 안보외교라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요. 
    “국방, 외교, 통일을 모두 잘 알고 세계 정세를 아는 사람이 안보실장을 맡아야 하기 때문에, 이번엔 문제가 많이 있다고 봐야죠. 이 자리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죠. 큰일 납니다. 즉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임명돼야 합니다.”
     


    달라진 전쟁 개념과 한미동맹

    이런 전쟁 개념이라면 한미군사동맹은 더 중요해지는 건가요.
    “그럼요. 중국과의 역사를 한번 더듬어보세요. 중국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은 시련을 줬습니까. 일본보다 더 잔인하게 우리를 대했죠. 세계경찰국가인 미국과 친하게 지낸다는 것은 우리 안보의 핵심이 아닌가 합니다. 한미동맹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고마움도 알아야 하고 의리도 지켜야 하고.”

    미군 전술핵의 한국 내 재배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렇게 되면 우리 안보에 좋죠. 작전반응시간이 단축되니까요. 지금은 북한이 우리에게 핵미사일을 쏘면 북한에 보복하기 위해 괌에서 와야 해요. 4시간 이상 걸릴 겁니다. 반면,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해놓으면 즉각적으로 보복할 수 있죠. 북한의 공격을 억제하는 효과가 훨씬 커지죠. 다만,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내의 군비경쟁을 촉발할 순 있을 것 같아요.”

    문 대통령의 사실상 사드 배치 연기로 인해 한미관계에 이미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불신하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배제한 채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밀약 같은 것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죠. 한국의 이익은 우선순위에서 빠지게 되겠죠.”

    이것은 순수한 가정인데, 한미 간 불신이 심화된 상태에서 미국이 독자적으로 북핵 시설 제거에 나설 가능성도 있을까요?
    “그럴 수도 있죠.”

    미군이 북핵 시설을 폭격한다고 해서 김정은이 과연 서울에 보복공격을 할 수 있을까요?
    “그건 우리 생각인데, 김정은은 다르게 생각할 수 있죠. 김정은이 다르게 생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도 함부로 못하는 것이고요.”



    “여·야·정 안보특위 필요”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이 야당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위협감을 주는 연설을 하는 것 같다. 협치의 진정성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총선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와 1년여 동안 ‘2017년 국회의원 의정대상’ 등 10개의 상을 수상했다. 공익에 기여한 공로가 큰 의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는 “국민의당이 지역 대립 구도를 넘어서는 전국정당으로,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립을 넘어서는 합리적인 정당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안보 문제와 관련해선 “안보 문제는 독단적으로 급하게 변화시켜선 안 된다. 정부와 여야 정당이 모두 참여하는 특위를 만들어 여기에서 정부가 설명도 하면서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 지금은 사드 문제부터 시작해 걱정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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