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호

<제언>

‘인사청문회법’에 공직배제 원칙 명시하자

靑 인사 난맥상 해법

  • 이준일|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profyi@hanmail.net

    입력2017-06-20 15: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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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정부 초기 인사 난맥상의 원인 중 하나는 문 대통령의 이른바 ‘공직배제 5대 원칙’ 기준이 모호한 데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주요 공직자 임명 때마다 불거지는 혼선과 논란을 원천 차단하자는 한 헌법학자의 고언.
    새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주요 공직자 인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와대, 국무총리, 장관, 주요 국가기관 장(長)의 임명까지 신속히 이뤄지고 있다. 갑작스럽게 치러진 보궐선거 탓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꾸릴 시간이 없었다. 인사 검증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병역기피, 탈세,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이라는 이른바 ‘공직배제 5대 원칙’이 정해졌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지명된 주요 공직자의 위장전입 사실로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서둘러 위장전입 시기와 목적을 들며 이 원칙을 수정하고 있다. 공직후보자 평가기준이 들쑥날쑥해선 안 된다. 이제라도 구체적이고 명확한 공직배제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병역기피·탈세는 배제가 기본

    공직자는 전문성 못지않게 도덕성이 중요하기에, 심지어 전문성보다 도덕성이 더 중요하기에 공직후보자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구체적 기준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애초에 최소한의 도덕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공직후보자의 전문성에 대해선 더 이상 고려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병역이 헌법상 의무이고, 남성만이 수행하므로 그동안 남성 공직후보자의 병역 이행 여부는 도덕성 평가의 핵심 기준이었다. 더욱이 공직후보자 자녀가 병역의무를 이행했는지도 해당 후보자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납세도 헌법상 의무이므로 탈세 여부는 공직후보자의 도덕성을 평가하는 또 하나의 핵심 기준이 될 수 있다. 국가공동체의 물적 근간인 세금조차 제대로 내지 않는 국민이 공직자가 될 순 없기 때문이다. 병역기피와 탈세는 공직후보자의 전문성을 검토할 필요 없이 공직에서 배제하는 기본 원칙이 돼야 한다.



    부동산 투기도 경제질서를 교란하고 시민사회에 일확천금의 왜곡된 가치관을 불러일으키므로 부동산 투기를 일삼는 인사도 공직자로 부적합할 것이다. 물론 투기와 투자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주로 교수 출신 공직후보자에게 문제가 되는 논문 표절도 연구 윤리상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기에 공직후보자를 걸러내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다만 최근 자주 문제시되는 이른바 자기 표절 혹은 중복 게재는 먼저 명확한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논문을 통째로 인용한 게 아니라면 자신의 글을 다른 논문에서 일부분 그대로 인용했더라도 그것만으론 연구 윤리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와 논문 표절은 더 이상 공직후보자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공직에서 배제하는 절대적 원칙이 될 수는 없어 보인다. 부동산 투기와 논문 표절의 정도가 그리 심하지 않고, 공직후보자의 전문성이 그런 하자를 덮을 정도로 탁월하다면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상대적 원칙 정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자주 논란이 되는 기준은 위장전입이다. 어떤 학자는 주민등록제도 자체가 국민의 주소를 국가에 등록하게 하는 국가 감시의 전형이므로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 배정, 선거명부 작성 등 행정상 필요를 부인할 수 없기에 주소를 의무적으로 등록하게 하는 제도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등록부상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오랫동안 위장전입으로 불러왔다.

    주로 원하는 학교의 배정이나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위장전입이 활용됐다. 예컨대 지방 학생이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니면서 주민등록을 그대로 부모의 주소지에 두는 경우가 흔한데, 이러한 위장전입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순 없다. 위장전입은 그 자체로 평가되기보다 그 목적을 살필 필요가 있다. 위장전입 목적이 주로 부동산 투기나 학교 배정이라면 위장전입 역시 공직후보자의 전문성을 고려해 예외가 인정될 수 있는 상대적 원칙이 되는 게 타당하다.

    헌법은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공직자를 열거하고 있다. 국무총리,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공직자 후보에 대해 국회는 반드시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열어 인사청문회를 진행해야 하고, 인사청문회는 ‘인사청문회법’의 규율을 받는다. 반면, 헌법상 국회 동의는 필요 없지만 법률에 따라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공직자가 있다. 장관(국무위원), 검찰총장, 국세청장,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그러한데, ‘국회법’에 따라 이들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여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이 경우에도 구체적 절차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른다.



    위장전입 땐 전문성 따져야

    인사청문회의 구성과 절차를 상세히 규정한 인사청문회법은 인사청문회의 위원수와 청문방식, 청문절차 등을 담고 있다. 이를테면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에 임명동의안 등을 통해 공직자 임명에 필요한 인사청문회를 요청하려면 해당 공직자의 직업·학력·경력에 관한 사항, 병역신고사항, 재산신고사항, 최근 5년간의 소득세·재산세·종합토지세의 납부 및 체납 실적에 관한 사항, 범죄경력에 관한 사항을 증빙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법 제5조 제1항). 또한 인사청문회는 그것이 요청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마쳐야 하고(법 제6조 제2항), 그 기간 내에 인사청문회의 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으면 추가적으로 10일의 기간을 더 주되 만약 이 기간 내에도 인사청문회의 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으면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공직후보자의 경우엔 대통령이 바로 임명할 수 있다(법 제6조 제3항 및 제4항).

    이처럼 인사청문회법은 단지 인사청문회 구성과 절차만을 규율하고 있기에 인사청문회에서 공직후보자를 심사하는 구체적 평가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물론 앞서 언급한 대로 제출서류로 병역, 재산, 범죄 관련 서류가 열거돼 있지만 이것이 곧바로 평가기준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앞서 살펴본, 이른바 공직배제 원칙으로 제시된 내용을 인사청문회법에 명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헌법적 의무인 병역의무와 납세의무는 공직배제에서 필수적 고려사항이므로 당연히 법률에 평가기준으로 명시해 병역기피나 탈세 사실이 확인되면 인사청문회의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해당 공직후보자의 충분한 소명이 있을 때까지 대통령이 그를 임명할 수 없도록 규정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나 논문 표절은 그 개념을 명확히 정의한 뒤 구체적 판단기준을 설정해 거기에 해당하면 병역기피나 탈세와 마찬가지로 인사청문회의 보고서 채택 거부 및 대통령의 임명금지에 관한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다만 이 경우엔 공직후보자의 전문성을 함께 고려한다는 규정도 필요하다. 위장전입은 개념이 명확한 반면 주소등록제도에 위헌 논란이 있고, 어떤 면에선 관행적으로 이뤄져 용납되는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돼 있다는 측면에서 부동산 투기나 학교 배정 등의 목적으로 한정해 공직배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 경우에도 역시 공직후보자의 전문성을 고려해 무엇이 더 압도적인지에 따라 공직후보자를 최종적으로 평가하면 될 것이다.

    헌법상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지 않은 공직자의 임명에서 법률에 임명금지 사유를 열거하면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인 공직자임명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권한도 절대적이지 않고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공직배제 사유를 임명금지 사유로 명시하는 것이 위헌적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공직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인사청문회법에 구체적 평가기준을 명시할 필요성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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