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호

인터뷰

“‘좋은 일자리’ 만들면 ‘양질의 경제’ 만들어지나”

노동 경제학 권위자 남성일 서강대 교수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입력2017-06-20 15: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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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산성 뒷받침 없는 정책은 ‘사상누각’
    • 정책 ‘의지’는 가상, 세계 추세·4차 혁명시대 逆行
    • 세금으로 財源 마련? “포퓰리즘…文, 50년 책임지나”
    • “공공기관은 ‘병장’만 가득할 것…손에 피 묻혀야”
    • 근로의욕 저하, 의식 하향평준화로 사회 불안 요인
    • “경제·기업 환경 나빠진 원인부터 파악”
    정부 주도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다고 양질의 경제가 만들어지는가. 진심으로 일자리를 생각한다면 경제 환경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무조건 상대 문전으로 공을 차고 달려간다고 해서 골을 넣을 수 없다.”

    남성일(63)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동아’와의 1시간 반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경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고, 국민경제와 미래 세대에게 큰 부담을 줄 거라는 이유였다. 남 교수는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과 국무조정실 정책평가위원, 정부출연연구기관 평가위원 등 과거 정부에서 일자리·노동 정책에 깊숙이 참여한 국내 노동경제학 분야 대표적 학자. 학생들 사이엔 ‘명강의’로 정평이 났다. 그에게 J노믹스(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물었다.

    새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핵심 과제로 삼고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특정 정당 지지 여부를 떠나 문재인 정부의 접근 방식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현 정부는 ‘우리가 이렇게 (일자리에 대해) 애를 쓰고 있는데 왜 말이 많아’ 하는 인상을 준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우려를 표명하자 대통령은 ‘나쁜 일자리를 만든 당사자가 책임지고 반성하는 자세를 가져라’고 했다. 함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당사자를 죄인 취급하는데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겠나. 일자리 잘못 만들면 정부로부터 ‘나쁜 고용주’ 소리 들을 판인데…당연히 피해버리지.”



    “왜 말이 많아”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5월 29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넘쳐나게 되면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어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배치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경총도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 중 한 축으로, 책임감을 갖고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국정기획위원회도 “지극히 편협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일자리위원회가 6월 1일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세법개정, 금융지원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모든 정책을 동원할 거 같다.   
    “일자리 만들겠다는 의지는 가상하다. 문제는 일자리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내 생각과는 물론이고, 국제적인 추세와도 반대로 가고 있어 우려스럽다. 엄청난 노력은 하지만 국민경제와 미래 세대에게 어마어마한 부담을 줄 거다. 그래서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누가 그걸 감당할지 제일 걱정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나는 과거 김대중(DJ) 정부에서 공기업 경영평가단 인사·조직 분야 간사를 맡는 등 여러  정부의 정책과정에 참여했다. DJ 정부는 일자리를 매우 중요시했지만 공공부문 효율화도 강조했다. 비효율적으로 인력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은 ‘평가단’으로부터 나쁜 평가를 받게 되고, 그렇게 되면 채용 인원도 줄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들어서더니 갑자기 공공부문에서 인력을 대거 채용했다. 이후 어떻게 된 줄 아나?”

    특정 연차 직원들만…
    “1년에 직원 2~3명씩 뽑아야 하는 A기관이 대통령 지시로 10명을 뽑았다고 치자. 그럼 이 공무원들이 진급할 때는 보틀넥(인사 적체 병목현상)이 걸린다. 그런데 다음 정부 들어서 공공기관 효율화를 강조하면 A기관은 몇 년간 채용을 안 한다. 그리고 공공부문 성격상 성과에 따라서 개별 진급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대부분 한꺼번에 진급한다. 생각해보라. 군대에서 말년 병장만 우글우글하고 일병, 상병은 없고 이등병만 들어온다면 군대가 잘 돌아가겠나. 단순히 사람 숫자 문제가 아니다. 직무 배치, 숙련도 등 모든 인사·노무에 비상등이 켜지고, 공공부문 시스템이 엉망이 된다. 문재인 정부가 향후 50년간 대한민국을 책임질 건가. 다음 정부는 세금 문제 때문에라도 당연히 공공기관 효율화에 나설 거다. ‘잘못된 역사’는 또 반복될 거다.”


    공공기관 시스템 망가져

    경찰, 집배원, 교사, 사회복지공무원 등 1만2000명을 연내에 뽑으면 연금 부담도 커질 거 같은데(2016년 말 기준 정부부채 1430조 원 중 752조 원이 공무원·군인 연금 충당부채다).
    “당연하다. 공공기관이 활동할 수 있도록 세금을 내는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데 공공부문은 계속 커진다는 건 ‘언밸런스’다. 국민 1인당 세금 부담률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높아질 거다. 그리고 공공부문은 기본적으로 생산성을 나누는 역할을 한다. 나라 전체 생산성을 올리는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니다. 일자리를 위해 공무원만 늘린다고 하면 국가의 인력 배분이 잘못된다. 인구 감소로 인한 세금 문제, 생산성 측면에서 크게 우려된다.”

    민간부문 인재가 공공부문으로 몰린다는 뜻인가. 기자가 어제 만난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공무원 시험 준비하겠다’는 직원이 많아져 고민”이라고 하소연하더라.
    “비교적 편하게 정년 채우고, 연금까지 준다는데 왜 그런 생각이 안 들겠나.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그렇다. 처우 좋은 공무원을 대거 뽑는다니 다들 노량진 고시촌에 들어가려 한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똑같이 가치를 창출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는 힘들지만 해외에 나가서, 선두에 서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 많은 가치를 창출해야 하고, 그렇게 벌어들이는 ‘파이’를 나눠야 한다. 우리가 그들의 생산성을 나눠 갖는 거다. 그런데 공공부문이 하는 일은 대개는 10명이 할 수도, 100명이 할 수도 있다. 젊은이들이 힘들게 가치를 창출하는 일자리를 얻지 않고 가치를 나눠 먹는 일자리에 목을 매고 있다는 게 우리 노동시장의 큰 문제다. 젊은이들이 모두 공무원이 되려 한다면 누가 가치를 창출하나.”



    미래 깎아 먹는 부메랑

    민간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니 우선 공공부문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도 있다.
    “민간이 못하니까 정부가 하자는 거라면, 그럼 왜 민간이 (일자리 창출을) 못하는 환경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 내가 답답해하는 게 이 부분이다. 동아일보든 조선일보든 신문사끼리는 서로 경쟁하면서 가치가 만들어진다. 공공부문은 경쟁을 하나. 생각해보라.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전력 등이 어디와 경쟁을 하는가. 대부분 독점이다. 과태료나 세금고지서 발행하고 거둬들이는 일은 누군가 해야겠지만 100명이 할 걸 10명이 하면 좋고, 5명이 하면 더 좋은 거다. 일자리 창출한다고 공무원 숫자 늘리는 건 결국 우리 미래 가치를 깎아 먹는 부메랑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어떻게 보나. 향후 민간부문에서도 정규직화를 유도한다고 하는데.
    “내가 청소 일을 하는 비정규직인데, 내 일자리를 보장해준다고 하면 기분은 좋을 거다. 그런데 고용이 보장된다고 해서 10년 뒤 똑같은 일을 한다면 과연 좋을까. 1년에 3~4%씩 임금은 올라가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오를까. 세금으로 비대화된 공공기관을 감당할 여력이 안 되면 자연히 임금은 깎일 것이고, 채용도 안 할 거다. 나라 경제가 만들어내는 가치 이상은 나눠 가질 수 없다. 그리스,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은 가치가 창출 안 되는 쪽(공공부문) 인력을 늘렸는데, 생산성이 못 따라와 결국 ‘펑크’가 났다.”

    남 교수는 인터뷰 후반 ‘펑크’에 대해서 다시 말을 꺼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은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노동시장이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지, 마치 ‘비정규직은 차별받는다’는 식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이 차별받는 게 아니라, 정규직 과보호가 문제다. 집 밖이 추운 게 아니라 집 안이 더운 거다.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고임금을 받으면 임금을 줄여야 공정해진다. 그래야 ‘일자리 베이스’가 넓어지는데, 노조 반발이 우려되니 누구도 말을 못한다. 일본의 대졸 정규직 초임 연봉은 우리 돈으로 3000만 원 조금 넘지만 우리 대기업 연봉은 4000만~4500만 원 수준이다. 반면 우리의 생산성은 일본의 3분의 2 수준이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물론 근로계약 형태는 당사자들이 알아서 할 문제다.”


    종업원과 경비원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에 대해 논란이 있다.
    “생산성 뒷받침이 없는 최저임금, 임금 인상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란 건 경제 현장에서 사람들은 다 안다. 물론 최저임금은 올라갈 수는 있다. 그렇게 되면 물가도 오른다. 물가를 잡으려면 정부가 수입을 대폭 늘려 싸게 수입해야 하는데, 이 경우 외채(外債)가 는다. 결국 물가가 오르거나 아니면 외채가 는다. 김영삼 정부 때 임금은 계속 올랐지만, 1993년부터 우리나라 국제무역수지는 계속 적자였다. 1997년 외환위기 한파를 맞은 이유다. 한 나라가 생산성을 무시하고 임금을 올리는 데 급급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이미 겪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직원을 내보내거나 기계로 직원을 대체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도 많은 거 같다.
    “직원 3명 쓰던 업주는 2명 쓰면서 주인이 조금 더 일하려고 하지 않겠나. 당연하다. 버튼을 눌러 자동 주문하는 기계를 설치할 거다. 일자리를 유지한 2명은 괜찮지만 내쳐진 1명의 삶은 힘들어진다. 임금 올린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남 교수는 연구실 책장에서 논문집 한 권을 꺼냈다. 2008년 12월 노동경제논집(제31권 제3호)에 실린 ‘최저임금제가 노동수요에 미치는 효과: 감시단속 근로자에 대한 실증분석’이란 논문이었다. 2005~2007년 수도권지역 132개 단지 아파트 경비근로자들의 임금, 근로시간, 고용 등에 대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제 도입으로 2007년 임금은 약 10.9% 늘었지만, 고용은 3.5~4.1% 감소했고, 월 근로시간은 약 13.5%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어지는 남 교수의 설명.



    ‘기대임금’ 높이는 결과

    “2007년에 아파트 경비원들에게 최저임금제가 적용돼 1년 동안 변화를 추적해봤다. 그 결과 경비원은 확 줄고, 그 자리를 폐쇄회로(CC)TV가 대체했다. 임금 상승이 지속되면 기계경비로 대체할 유인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최저임금을 올리면 ‘버튼식 주문장치’로 대체하는 가게가 많아진다. 그렇게 되면 정작 현 정부가 도와주려는 ‘취약계층’ 근로자들의 일자리는 없어진다. 정부가 대기업은 나무랐지만, 경비원 자른다고 아파트 부녀회를 꾸짖겠나. 실제 우리나라 고용의 80% 이상이 100인 미만 사업장이고 대부분 영세 사업장인데, 그 사업주들을 다그치겠나. 고용 사정은 나빠지는데, ‘일은 적당히 해도 돈 번다’는 기대수준을 높여버리면 이건 정말 고치기 어렵다. 전문용어로 사람들의 ‘기대임금’을 높여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기대임금이 높아지면 어떻게 되나.
    “당장 구직기간이 늘어난다. 취업준비생 자녀가 기죽는다고 용돈 더 주면서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구직활동을 하라’는 것과 같다. 수당을 주면서 어떻게 일자리랑 연계하겠다는 건지….”

    경기가 부진할 때 소득을 높여 유효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게 이른바 ‘소득 중심 성장’으로 대표되는 J노믹스다.
    “동의하기 어렵다. 임금을 올리면 전체적으로 ‘소득 베이스’가 올라갈 거고, 그러면 소비가 많아질 거라고 기대한다. 문제는 고용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거라고 전제한다는 점이다. ‘임금 베이스=임금×고용’인데, 고용이 줄어든다는 생각은 안 하는 것 같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3명 중 2명만 고용하고 주인이 더 일하겠다고 나서면 고용은 줄어든다. 또한 한국 경제는 저성장 터널을 지나고 있고 인구도 급격히 줄고 있다. 이건 ‘소비 베이스’가 준다는 뜻이다. 일본도 인구가 줄어도 1인당 임금이 올라가니 근로자 전체 소득은 줄지 않고 소비가 유지될 거라고 봤지만 결과는 어땠나. 고용이 줄어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그래서 ‘양질의 경제’를 만들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나 남미의 ‘펑크’도 있지 않나.”


    그리스와 브라질 사례

    그리스나 브라질 같은 경제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건가.
    “가장 불안한 시나리오가 그런 거다. 그런 상황이 되면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덧씌우기’를 한다. 그리스의 공공부문 일자리가 계속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브라질 룰라 대통령도 퇴임 후 어떻게 됐나. 전체적으로 사람들의 근로의욕과 근로의식이 하향평준화되고, ‘잘 해봐야 소용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면 사회는 불안해진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재임 8년간 브라질을 남미 최대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소득층 월 소득 절반 이상의 소득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복지정책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로 2000만 명의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올라섰고, 내수 활성화로 고속 성장했다. 그러나 저유가 장기화로 브라질 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는 부메랑이 됐다. 3년 연속 재정적자 속에 향후 20년간 예산지출 규모를 동결하는 고강도 긴축 조치와 연금·노동 개혁에도 나섰지만, 볼사 파밀리아에 집중된 예산이 브라질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남 교수는 이 대목을 지적한 것이다.

    ‘일자리 정책 재원(財源)’은 고소득자 세금을 늘리는 방법이 될 거 같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중부담 중복지 국가를 위해서는 고소득자, 대기업 부담이 늘어나야 한다”고 했다.
    “포퓰리즘적인 생각이다. 현재 전체 근로소득자 중 절반 가까이는 세금을 안 낸다(2016년 기준 근로소득 신고자 중 46.8%(810만 명)는 결정세액 없는 과세 미달자(면세자)다. 그리고 비효율적인 공공부문을 잘 정리하면 많은 재원을 만들 수 있는데, 지난 20년간 역대 어느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기득권층의 양보를 요구한 적이 없다. 이 문제를 지적하면 ‘맞는 말’이라고 하면서도 ‘장기 과제’로 돌린다. 공공부문 개혁은 어렵고, 또 개혁한다면 인기가 떨어진다는 걸 다 안다. 그러나 지도자라면 자기 손에 피를 묻히는 일도 해야 한다. 이런 개혁은 안 하니 ‘고소득자 세금 더 걷자’고 나오는 거다. 세금이 예상대로 안 걷히면 빌려 쓸 거고, 이는 고스란히 재정 부담이 된다. 브라질 사례가 그렇다.”



    “취업계수가 척도? 난센스!”

    ‘일자리 100일 계획’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예산 사업에는 ‘고용영향평가’를 실시한다. 해당 사업이 얼마나 일자리를 늘리는지를 수치화해 따져보겠다는 건데.
    “고용영향평가를 하겠다고 하면서, 한편으론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고용 정책을 펼치겠다고 한다. 취업유발계수란 부가가치에서 취업자 수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부가가치 10억을 만드는데 몇 명의 근로자가 필요하냐는 거다. 1명보다는 2명이 계수가 높다. 그럼 2명을 고용하는 산업을 더 높이 평가하겠다는 건데, 문제는 취업유발계수의 역수가 (노동)생산성이다. 취업유발계수가 높으면 지원하겠다는 얘기는 저생산성을 지원하겠다는 얘기랑 같다. 2명보다 1명이 1억의 부가가치 만드는 게 더 나은 거 아닌가. 그래서 취업유발계수를 고용영향평가 척도로 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난센스다.” 

    그럼 우선해야 할 고용정책은 뭔가.
    “세상은 기술의 변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규직이 줄어들고 있다. 바람직한 정책 방향은 계약직을 기본으로 하고, 꼭 필요한 경우만 정규직을 쓰는 거다. 기술의 변화에 따른 ‘트랜지션(이동)’을 부드럽게 해주면 일자리는 더 많이 생긴다. 인공지능이 날씨와 스포츠 기사를 쓰는 시대인데 ‘루틴 워크(routine work)’, 즉 정형화할 수 있는 ‘뻔한 일’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사람이 서로 대화를 하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논 루틴 워크(non▼routine work)’ 직종은 일자리가 늘어난다. 이제라도 정부는 ‘논 루틴 워크’ 직종을 파악하고, 교육 시스템과 훈련 체제를 바꾸는 데 집중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100만 원 버는 정규직’과 ‘500만 원 버는 비정규직’ 시대인데, 우리 정부는 ‘루틴 워크’인 청소·경비직 종사자 등을 정규직화한다. 세계적 추세와 거꾸로 가는 거다.”

    왜 그런가?
    “OECD 리포트가 어디 있나….”
    그는 컴퓨터 화면에 논문(New Forms of Work in the Digital Economy)을 띄웠다.
    “OECD는 ‘스탠더드 워크(Standard work)’와 ‘논 스탠더드 워크(Non▼Standard work)’로 구분하는데, ‘논 스탠더드 워크’는 일반적인 프리랜서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우리의 정규·비정규직과 완전히 똑같은 의미는 아니다. 어쨌든 2007~2013년 사이 OECD 24개국은 대체로 ‘논 스탠더드 워크’가 늘고 ‘스탠더드 워크’는 줄었다. 고용이 늘었다 해도 대부분 ‘논 스탠더드 워크’가 는 거다. 이게 바로 트렌드다. 이는 논문 제목처럼 기술 발전, 즉 ‘디지털 이코노미’ 탓이다. 세계적 추세다.”〈  그래프 참조 〉



    일자리와 경제는 ‘동전 兩面’

    세계적 추세에 올라타려면….
    “일자리 일자리 하지만 일자리와 경제 문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분리될 수 없다. 우리는 정부 주도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면 양질의 경제가 만들어지는 줄 안다. 이건 ‘미스터리’다.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면 고객들이 제품을 살 것이고, 양질의 일자리는 거기에서 만들어진다. 정말로 일자리를 생각한다면 양질의 경제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내가 얘기하는 게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니다. 글로벌 기업이 우리나라에 안 들어오는 것도 한국의 기업·경제 환경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도 사람처럼 자유롭게 ‘내버려둬야’ 한다. 정부는 경제·기업 환경이 나빠진 원인을 파악하고 그 걸림을 제거해주는 일부터 나서야 한다. 영국의 대처 전 총리가 고질적인 ‘영국병(病)’을 고친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0년대 독일의 슈뢰더 전 총리도 해냈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공공부문 개혁을 위해 피를 묻히려고 한다.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제 수업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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