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호

“임종석? 박원순系? 인생도 정치도 돌고 도는 것”

박원순 서울시장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입력2017-06-20 16: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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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朴 공동정부? “검증된 인재·정책 ‘갖다 쓰시라’ 했다”
    • 정권교체로 새 시대 갈망 표출…“文 ‘대세’ 있었다”
    • “아세안은 ‘안보·경제 요충지’…외교 다변화”
    • “原電, 그 더러운, 위험한 에너지를 강화하고…”
    • “시민들은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나가보면 안다”
    • 3選? 大選? “남은 1년은 긴 세월인데…”
    문재인 정부 들어 ‘잘나가는’ 사람 중 한 명이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박원순계(系)’ 인사들이 대거 청와대에 입성했고, “서울시 정책을 가져다 쓰겠다”는 대통령의 공언(公言)도 착착 실행 중이다. 문재인▼박원순 공동정부라는 말도 나온다. 최근에는 문 대통령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특사로 3개국을 순방했고, 서울역 고가를 보행길(서울로 7017)로 ‘재생’하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는 6월 9일 서울시청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과거 정부에선 서울 시정(市政)에 카메라 초점이 잘 안 맞춰졌는데”라며 멋쩍게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세안 1호 특사

    문 대통령의 ‘아세안 특사’ 자격으로 3개국을 순방했다. 어떤 의견이 오갔나.
    “이번 아세안 특사 파견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한국 외교의 다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아세안과 네트워크를 확장했고, 새 정부의 의지와 각오도 분명히 전달했다. 5월 22~25일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정상들을 각각 만났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필리핀 국토균형발전 사업에 한국의 참여 방안을 건의했고, 한반도 비핵화 지지와 교민 안전에 대한 관심을 요청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는 한국 최초의 해외투자가 이뤄진 나라인 만큼 경제교류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순방 후 문 대통령에게 아세안 10개국 회원국 순방을 건의한 이유인가.
    “아세안은 인구가 6억5000만 명. 평균 경제성장률 5%를 웃돈다. 우리의 2대 무역국이자 북한이 유일하게 우군(友軍)으로 생각하는 ‘대북 안보 요충지’다. 대한민국의 경제와 안보를 살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아베 일본 총리가 취임 1년 만에 10개국을 모두 방문하는 등 공을 들이는 것도 무한한 가능성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50여 일이 지났다.
    “문 대통령 탄생은 국민의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갈망이 표출된 것 아닌가. 그런 기대에 부응해 안정적으로 잘하고 있고, 여론과 지지율에도 반영됐다. 그런 초심이 끝까지 잘 가서 성공한 정부가 돼야 하고, 나도 열심히 도울 생각이다.”



    혁신 축적된 결과물

    청와대 비서실장과 사회혁신수석에 임종석·하승창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사회수석에 김수현 전 서울연구원장, 인사수석에 조현옥 전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선임됐다. 이른바 ‘박원순계’로 불리는 인사들이 대거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문재인▼박원순 공동정부’라는 얘기도 나온다.
    “기본적으로 대선 기간 중 문 대통령은 ‘검증된 서울시 정책과 인재를 쓰고 싶다’고 공식적으로 얘기했다. 그래서 내가 두어 차례 ‘갖다 쓰시라’고 했고. 서울시는 ‘혁신의 테스트 베드(시험대)’로 다양한 정책을 실험하고, 검증한 공간이었다. 함께 정책을 가다듬은 훈련된 인재들은 가장 ‘완전’하게 쓸 수 있는 ‘인재 풀’이다. 과거 정부에선 카메라 초점이 서울시정에는 잘 안 왔는데 요즘은(웃음)….”

    전 정부에서는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것도 불편했을 것 같은데.
    “뭐, ‘왕따’였지, 왕따. 그래도 서울시민들이 대규모 토목사업은 아니더라도 삶의 질을 바꾸고 도시의 새로운 전환을 이뤄가는 걸 느끼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울시장) 재선됐고…지금도 서울시민들이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밖에 나가보면 안다. 혁신과 협치(協治)라는 양 날개로 날아간다는 얘기를 종종 해왔는데, 그런 과정을 통해 시민과 협력하고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어왔다. 중앙정부는 보육, 장애인,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배려 같은 혁신이 축적된 결과물을 탐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대화를 하다가 자찬(自讚)을 하거나 회사 자랑을 할 때는 보통 겸양의 표현으로 헛웃음을 치거나 제3자의 말을 빌려 하는 경우가 많다. ‘내 자랑을 좀 하자면’ ‘아내 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하지만’ 하고는 선제적으로 ‘애드리브’를 날린다. 괜히 멋쩍기도 하고, 또 겸양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규범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서울시민들에게 사랑받는다’고 말하거나, 여러 차례 자신이 펼친 정책의 우수성을 설명할 때 매우 진지했다. 기자의 수첩에는 이 상황에 대해 ‘박 시장, 웃지 않음’ ‘쑥스럽지 않은 듯’ ‘재판정 최후진술 비슷’이라고 쓰여 있었다.


    주거비 부담 해소책

    서울 주거비 부담도 커지는데 ‘주거 스타일’은 바꿀 수 없나(‘2017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민의 주택 소유 형태 중 월세 비중은 31.3%로, 2003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 월세가 전세 비중(26.2%)을 넘어섰다. 주택비 부담도 11년 만에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서울시 내 공공임대주택 전체가 25만 호인데 내가 취임 후 16만 호를 공급했다. 절반 이상을 나의 임기 5년 사이에 공급한 것이다. 서울시 전체 주택 중 8% 정도인데 이를 싱가포르(20%)나 오스트리아 빈(40%) 수준으로 확대하면 민간주택 시장도 안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 뉴욕처럼 시장에게 임대료나 월세, 전세값을 제한하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 가격이 폭등하는 지역이 있다면 일정 정도 제한하는 것이다. 그래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개발로 인한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과 상인이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도시 주택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다 보니 개인의 고통을 넘어 지역 공동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역대 대통령이 모두 집값 안정을 약속했지만 결과는….
    “제대로 안 해서 그렇다. 나는 해결책이 다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두 가지 정책과 함께 토지 공시지가가 실거래가를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 공시지가는 대체로 실거래가의 70% 정도인데, 나머지 30%는 땅을 가진 사람이 이익을 보는 셈이다. 나는 그것도 전국적으로 따지면 큰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를 이런 식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고칠 게 많다. 그런 것이 부동산 정책, 사회 정의, 공평사회, 이런 것의 달성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년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개헌을 통해 지방 분권이 강화되면 ‘전월세 상한제’ 등도 지방정부가 결정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렇다. 법령이 개정돼야 하고, 자치분권 개헌이 확실히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 가까이 있는 사람이 ‘사회적 권한’을 갖는 게 좋다. 복잡다단한 미래 예측이 잘 안 되는 현대사회에서, 권력자 한 사람이나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중앙정부가 획일적으로 결정하다 보니 지역별 맞춤 정책을 못 냈다. 그러니 정책 실효성이 떨어지고, 재정 낭비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국가 경쟁력을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스텝’은 지방분권이다. 내(서울시장)가 잘할 수도 있지만, 구청장이 더 잘하는 것도 많다.”

    대선 과정에선 ‘대통령 임기 단축’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도 가능하다고 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87년 체제를 대체할 개헌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모아야 한다. 국민의 헌법으로 정당성을 확보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최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었다. 차량 2부제, 대중교통 무료 이용 등 의견을 수렴했는데.
    “대토론회는 시민들과 전체적인 ‘시대 방향’을 잡는 것이다. 시민들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차량 2부제도 동의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미세먼지는 위협이자 재난이다. 똑 부러지는 해결책이 없는 만큼 국제적 공조와 지방자치단체와의 공조가 필요하다. 서울시 자체적으로 미세먼지(PM 2.5) 평균 농도가 50㎍/㎥를 초과(당일 0시~오후 4시)하고 다음 날 미세먼지 예보가 ‘나쁨’(50㎍/㎥ 초과) 이상일 경우 발령한다. 이때는 서울시내 공영주차장을 폐쇄하고, 차량 2부제, 대중교통 무료 운행을 실시한다. 석탄화력발전소 일시 중단과 관련해선 충남 보령·태안군과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강용석 의원이 ‘난리’를 쳐서…”

    이즈음 기자는 아들 주신 씨 병역의혹과 관련해 질문을 이어갔다. 주신 씨는 2004년 2급 현역 판정을 받고 2011년 8월 공군에 입대했지만, 허벅지 통증으로 귀가 조치됐다가 12월 재신검에서 4급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병역면제 의혹이 일자 주신 씨는 다시 자기공명촬영(MRI)을 했고, 병무청 제출 영상과 같은 영상으로 판별되자 의혹을 제기한 강용석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후 양승오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암센터 병원장 등 7명이 주씨의 MRI 영상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이들에게 벌금 1500만~7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아들 주신 씨 병역의혹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데.
    “(1심에서) 판사가 언급할 정도로 악의적이고 무리한 주장을 한 걸로 밝혀졌다. 병무청, 검찰, 법원 모두 ‘근거 없다’고 밝혔는데, (문제는) 누가 주장하면 언론이 써준다. 처음부터 없던 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아들이 다시 MRI도 찍었고….
    “강용석 (전) 의원이 워낙 ‘난리’를 쳐서, 그래서 또 찍은 거 아닌가. 그래서 (강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그만뒀지 않나. 밝혀질 것도 없다. 시청 앞에서 2년 동안 그 문제(아들 병역 의혹)로 시위하던 사람이 정권 바뀌니 요즘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서울시장 3선(選)의 길이냐, 총선 후 대선의 길이냐’ 하는 갈림 길이 놓인 거 같은데.
    “무엇보다 아직 1년여 임기가 남았다. 그 1년은 긴 세월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고민하고 있지만, 지금 미리 결정해서 정치적으로 고려하기보다는 서울시정을 잘 정리할 것이다. 서울시를 내가 처음에 꿈꿨던 글로벌 도시로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겠다. 나머지 문제는 시간이 충분히 있으니 이후 고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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