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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느닷없는 지시에 불붙은 가야사

  • 김태식|국토문화재연구원 연구위원·문화재 전문언론인

대통령의 느닷없는 지시에 불붙은 가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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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학계 반색, 고고학계 표정관리

하지만 역사학계라 해서 반응이 한결같을 수는 없다. 이들 중에서도 가야사 전공자들 반응이 썩 다르다. 이렇게 가야사가 뜨겁게 각광받은 적이 있던가. 아마도 가야사에 쏟아진 관심은 임나일본부설 문제가 일본에서 처음 불거진 이래 처음일 것이다. 다른 시대 전공자들에 견주어 그 숫자가 유난히 적은 가야사 전공자들이 푸대접받은 것만은 부인하기 힘들다. 이들은 언제나 신라 백제 혹은 고구려사 전공자들이 때마다 언론 등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곤 했다. 그만큼 가야사는 외진 길이었다. 이런 그들이 모처럼 주인공으로 설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가야사 전공인 이영식 인제대 교수는 문 대통령의 이번 사업 지시를 “가야사 연구와 홍보가 부족한 점을 선언적으로 말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번 지시와 관련한 역사학계 일부의 비판적인 시각에도 동조하기 힘들다고 했다. “대통령이 가야사를 어떤 방향으로 잡아 연구하라고 한 것도 아니지 않으냐”며 “이 사업이 지나친 토목공사 위주로 흐르는 일은 경계해야 겠지만, 삼국에 견주어 매몰된 가야사를 제대로 복권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야에 대한 푸대접 증거 중 하나로 중학교 교과서엔 1쪽 반, 고교 교과서엔 5줄만 언급된다는 사실을 든다.

나아가 ‘범(汎)역사학계’와 다른 축을 형성하는 고고학계에선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고고학계로서는 대통령 지시에 의한 가야사 연구 복원 사업이 고고학 활성화에 일정 부문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야사를 증언하는 문헌 기록이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새로운 돌파구는 고고학에 기댈 수밖에 없기에 표정관리 중이라고 볼 수도 있다.



관련 지자체는 환영 일색

대통령의 느닷없는 지시에  불붙은 가야사

경북 고령의 대가야 고분군(왼쪽), 국립김해박물관 가야 유물(오른쪽)

이런 반발에도 아랑곳없이 해당 지자체들은 벌써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야사 본고장으로 간주되거나, 가야 관련 유적이 밀집한 지방자치단체는 말할 것도 없이 대통령의 이번 사업 지시를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허성곤 김해시장은 “가야권역 지자체 전부에 내린 축복”이라고 말할 정도다. 가야 고고학 전공자인 송원영 김해시청 학예연구사는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너무 감개무량해서 손발이 다 떨린다”고 말할 정도다.



금관가야 본고장인 김해는 김대중 정부 시절 소위 1단계 가야사 프로젝트를 통해 적지 않은 혜택을 받았다. 그럼에도 신라나 백제문화권 연구·복원에 역대 정권이 쏟은 사업 규모에 비해 단발성이었다는 점에서 언제나 가야는 서러웠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김해 쪽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1단계 가야 사업이 실패했다는 데도 동의하지 않는다. 총사업비 1297억 원이 김해에만 투입된 1단계 가야사 프로젝트는 가야문화 연구·유적 발굴 등 기초조사연구비에 73억 원, 사적 등지의 부지 매입에 547억 원, 대성동고분 정비 및 그 전시관 건립 등에 513억 원, 유적 연결로 조성 등 기반 조성비에 164억 원이 들었다. 송원영 학예사는 “다른 지역 복원사업보다 연구 및 발굴비 비중이 높았으며, 또 이 사업이 아니었으면 문화재보호구역 매입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실패작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가야 문화권 중심축을 이루는 경남도 역시 빠르게 대응했다. 국가지정 가야유적 42곳 중 29곳이 몰린 경남은 도 차원에서 그 후속 조치로 김해 지역 금관가야와 함안 지역 아라가야, 고성 지역 소가야를 중심으로 사업 계획안 마련에 들어갔다. 도는 기존에 추진 중인 가야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중심으로 김해 가야역사문화도시 지정·육성, 가야사 2단계 조성사업, 가야권 유물·유적 발굴조사, 함안·합천 가야문화 관광단지 조성 등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한 재단 설립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그 법적 뒷받침을 위해 가야문화권 특별법안도 밀어붙이기로 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6월 발의돼 현재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돼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영·호남 화합 차원에서 이 사업 추진을 지시한 까닭에 경남·북과 대구, 전남·북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가야문화권 지역발전 시장·군수협의회’ 역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 이에는 대구시 달성군과 경북 고령·성주군, 경남 고성·의령·함양·창녕·산청·거창·합천·함안·하동군, 전북 남원시·장수군, 전남 순천시·광양시·구례군 등 5개 광역시·도와 17개 시·군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 끼지 않은 여수시를 비롯한 다른 가야역사문화권 지자체도 동참할 전망이다.
 
이 사업을 총괄할 정부 부처도 확정돼야 한다. 이 사업은 성격으로 볼 때 문화재청이 맡을 수밖에 없다. 다른 무엇보다 가야사는 관련 문헌 기록이 태부족인 상황에서 그 복원 연구는 절대적으로 고고학 발굴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문화재청 역시 사업 전담을 위한 소위원회 구성 등을 추진키로 했다. 이 사업은 이들 중앙정부 부처와 해당 지자체들의 협의 과정을 통해 전체 사업 방향과 세부 사업 일정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느닷없는 지시에  불붙은 가야사

도기 기마인물형 뿔잔 (국보 제275호), 가야의 철갑옷과 투구,가야의 금동관 (왼쪽부터 차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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