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호

<기고>

“대한민국 교육, 세계 교육시장 흔들어보자”

  • 정두희|부산 동주중학교 교장, 교육봉사단체 (사)엄마학교 운영위원장 ds1996@korea.kr

    입력2017-06-21 10: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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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0년 전 ‘국자감(國子監) 교육’ 벤치마킹 필요
    • 학생 ‘맞춤형 교육’은 4차 산업혁명 돌파구
    • ‘교육 한류’ 못 만들 이유 없어…교육강국의 꿈 ‘시동’
    1000년 전 고려의 교육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고려시대 국립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국자감(國子監)은 지금의 교육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별 학습, 수준별 학습, 토론 학습, 창의성 교육, 수학 정년제, 도제식 교육 등을 적용한 다양하고 개별화된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국자감은 600년 전 조선의 성균관(成均館)까지 이어져 수준 높은 교육문화의 꽃을 피웠지만, 서양의 산업혁명과 패권주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조선 후기에는 내리막길을 걷다가 일제(日帝) 36년 잔혹하게 짓밟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저력 있는 우리 민족은 ‘일제식 교육’을 바탕으로 60년 만에 세계 수준의 나라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러한 ‘일제식 교육’이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서양식 교육도 마찬가지지만, 2차산업 전유물인 ‘붕어빵 교육’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교육은 위기이면서 동시에 세계 교육사에 화려하게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지난 5·9 대선에서 필자는 각 대선 후보들의 교육 공약에 거는 기대가 컸다. 전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큰 틀의 개혁 정책이 나오길 기대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표를 의식한 탓인지, 대체로 수준이 낮았다.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작은 틀이 주를 이루었다. 고교학점제나 서민자녀 지원, 학제개편, 논술폐지, 학급당 학생수 20명, 외고·자사고 단계적 폐지, 기회균등 지역균형 비율확대, 대입 간소화, 고졸 취업 장려금 등이 그것이다.



    큰 틀의 정책, 종합적 방안

    이러한 정책들은 부분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우리 교육의 기본 틀과 방향을 바꿀 수는 없다. 그리고 서울대와 교육부 폐지론, 각종 법제화론은 교육 현장의 비웃음을 사기 쉽다. 실제 교육현장은 20년 전부터 쏟아진 법과 시행령으로 교사 대부분이 ‘컴퓨터의 포로’가 된 지 오래다. 그리고 학부모가 자녀 교육을 포기할 정도로 경쟁이 심각하다. 지금의 평준화 교육, ‘한 줄 세우기’식 교육으로는 희망이 없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지만 필자는 학교급별로 큰 틀의 교육 정책과 종합적 개혁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유아 교육은 사립유치원을 공립 수준으로 끌어올려 학부모의 짐을 국가가 져야 한다. 초등 교육은 기초·기본 교육 재정립, ‘여러 줄 세우기’를 위한 특기적성교육, 사교육 흡수형 방과후학교로 공교육의 책임을 다해야 하고, 중학 교육은 학생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선택교육과정 및 직업교육을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중심수업과 사교육 흡수형 방과후학교로 학교 체질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고교 교육은 교육과정 선택권을 학생이 갖는 고교학점제와 진로 코스를 변경할 수 있는 고교 간 열린교육과정, 특성화고 특별 혜택제, 학생중심수업, 사교육 흡수형 방과후학교로 서구 선진국보다 나은 교육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붕어빵 대학’들은 각각의 특색을 가지도록 대학 간 인적·물적 교류의 문을 활짝 열어 국제적인 수준으로 재편한다.

     이러한 큰 틀의 개혁 방향이 정착되려면 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개혁 방향과 내용을 설정하고, 정치에 따라 교육이 흔들리지 않도록 교육과 정치를 완전히 분리해야 하며,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종합 매뉴얼 개발과 관련 법률 정비, 예산 확보, 집단 이기주의 견제, 학교문화 개선, 수업방법 개선, 인력·조직 및 체질 개선 등 수많은 난제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교육 개혁이 어려운 것이지만 갈 길은 가야 한다.

    눈앞의 문제만을 그때 그때 해결하는 처방보다는 어려운 길이더라도 문제의 원인을 파고들어 공동해법을 모색한다면 우리 민족의 저력으로 볼 때 10년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곧 4차 산업혁명의 파도가 우리를 덮칠 것이다. 작은 우리나라는 강한 나라로 변화하지 못하면 조선 말기처럼 나라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교육개혁은 지금이 골든타임일 수도 있다. 

    휴대전화 속에 모든 세상이 들어 있는 무서운 시대다. 정치와 경제, 안보와 문화 그리고 교육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래서 교육 개혁은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전기·전자, 반도체가 계속해서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한류(韓流)와 같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중 가장 좋은 투자 종목이 세계의 교육시장이다. ‘교육 한류’와 같은 초대형 콘텐츠는 기하급수적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가 교육 강국이 되면 다른 나라는 우리나라를 찾고, 우리는 세계로 진출할 수 있어 국제적인 인프라가 구축된다. 강한 나라가 되는 것이다. 어떠한가? 대한민국 교육을 해외로 수출하는 1등 교육국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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