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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산동도서관마을

추억 어린 골목에서 책을 고르고, 사랑방서 수다 떨듯 독서하노라

  • 글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사진 ·김성남 기자 photo7@donga.com, 황규백 작가

구산동도서관마을

구산동도서관마을

구산동도서관마을. 왼쪽의 오각형 건물은 청소년공연장이고 오른쪽 건물은 3채의 다세대주택 건물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도서관 안으로 품어 안았다.


장소    서울 은평구 연서로 13길 29-23
개관    2015년 11월 13일
수상    2016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 서울시건축상 대상
설계    최재원
문의    02-357-0100

구산동도서관마을

옛 단층주택의 옥상을 도서관 2층 옥외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청소년 힐링마당’

도서관마을이란 호칭 참 낯설다. ‘마을도서관’이 아니라 ‘도서관마을’이라니. 도서관이 모여 사는 마을이란 소리 아닌가. 그래서 찾아간 구산도서관마을 건물은 밖에서 봤을 때 분명 하나의 도서관이었다. 외관이 범상치 않기는 했지만 여러 채의 도서관 건물이 모여 있는 게 아니라는 소리다.

1층 로비에 들어서면 이 건물이 가장 자랑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3층 높이로 아래서 위로 갈수록 작아지는 50여 개의 직사각형 창으로 햇살이 쏟아지는 백색 공간에서 야트막한 계단이나 응접실 분위기 의자에 편안히 앉아 독서 중인 사람들이 보인다. 정면에서 볼 때 왼쪽 흰 벽면에 고 신영복 선생이 쓴 ‘書三讀(서삼독)’이란 정갈한 한자와 한글로 된 설명문이 붙어 있다.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세 번을 읽어야 하는데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으로 필자를 읽고, 마지막으로 그를 읽고 있는 독자 자신을 읽어야 한다는. 다시 그 왼편으로는 그물로 된 서가에 꽂힌 책들이 제법 장관을 이룬다.

구산동도서관마을

구산동도서관마을 옛 부지를 항공촬영한 사진. 점선 안 왼쪽 단층주택 5채를 허물고 대신 오른쪽 다세대주택 3채를 도서관 내부로 흡수했다.

하지만 가장 눈길 가는 공간은 書三讀이 쓰인 흰 벽면 뒤로 보이는 붉은 벽돌 건물이다. 전체적으로 하얀 페인트칠이 된 공간에 테라스 같은 공간이 불쑥불쑥 돌출한 붉은 벽돌 건물이 너무도 이질적으로 다가서기 때문이다. 저 벽돌 건물의 정체는 뭘까. 거기에 도서관마을이란 호칭의 비밀이 숨어 있다.

구산동도서관마을

구산동도서관마을의 야경. 골목이던 공간을 도서관 안으로 품기 위해 설치한 노란색 벽면의 유리창. 위에서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것은 건물 아래일수록 채광이 잘 안 되는 단점을 보완하면서 내부를 들여다보고 친근감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구산동도서관마을

구산동도서관마을 1층 로비 공간. 과거 주택 앞마당이자 골목이었던 공간이다.


구산동도서관마을

로비에서 마주 보게 되는 발코니 달린 붉은색 벽돌 건물의 원래 모습.


구산동도서관마을

구산동 도서관에 포함된 4층짜리 다세대주택의 원래 모습.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서울 은평구의 구립도서관 4곳 중 하나다. 다른 구립도서관은 산기슭이나 공원 같은 데 위치한 반면 이곳은 주택가 한복판에 있다. 그것도  2~4층짜리 다세대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공간이다. 도서관 부지 역시 원래는 5채의 단독주택과 3채의 다세대주택이 있던 곳이었다. 부지 매입은 2008년 이뤄졌지만 도서관 건립 예산이 부족해 차일피일 미뤄졌다. 머리를 맞댄 주민들은 새로 도서관을 짓기보다는 8채 건물을 모두 도서관으로 활용하자는 안을 냈다. ‘도서관마을’이란 호칭의 출발점이었다.

서울시 주민참여사업으로 선정돼 부족한 예산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건축설계공모에 나섰고 디자인그룹 오즈의 최재원 소장(현 플로건축사무소 소장)의 설계가 당선됐다. 핵심은 8채 건물을 하나의 품에 안아서 엘리베이터나 장애인시설을 통합·운용해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신 해당 부지에 형성된 골목길 풍경을 도서관 내부로 끌어들이자고 제안했다.

8채 건물 중 1970년대 지어진 단독주택 5채는 허물었다. 그 자리에 금속성 외벽으로 돌출한 100석 규모의 청소년공연장이 지어졌다. 그리고 남은 2층, 3층, 4층짜리 다세대주택은 그 구조를 그대로 살리면서 공간을 재활용했다.

구산동도서관마을

4층 다세대주택의 계단과 구조를 원형 그대로 살린 도서관 우측 복도.


구산동도서관마을

내부 골목을 서가가 있는 복도로 바꾼 공간.

1층 로비 라운지에서 만나게 된 붉은 벽돌 건물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4층짜리 빌라의 외벽이었던 것이다. 이를 깨닫게 되면 붉은 공중전화부스가 놓여 있는 로비 라운지의 정체도 명확해진다. 바로 그들 주택의 앞마당이자 골목이었던 셈이다.

구산동도서관마을

다세대주택의 거실이나 방을 서가로 바꾼 공간.

동네 앞마당과 골목은 사람들이 만나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곳 아니던가. 그래서 이 도서관은 ‘정숙’을 강요하지 않는다. 고성방가가 아닌 한 도서관 여기저기서 책을 읽으며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오히려 권장한다. 이용객들의 알림판에서 ‘조용히 책 읽고자 하는 분들은 다른 도서관 이용을 부탁드린다’는 포스트잇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이유다.

구산동도서관마을

구산동도서관마을 우측면의 노란색 외벽. 좌우 다세대주택 사이 골목이었던 공간을 내부화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구산동도서관마을

내부를 환하게 유지하기 위해 유리창을 달고 밝은 조명을 설치했다.


구산동도서관마을

구산동 마을 역사자료를 모아놓은 공간.


구산동도서관마을

옛날 주택의 안방을 열람실로 바꾼 공간.


구산동도서관마을

도서관 중앙복도. 서가를 설치한 복도들(옛 골목)과 열람실로 바뀐 옛 방들을 연결하기 위해 직선계단과 회전계단을 교차시켰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을 밖에서 봤을 때 노란 벽돌 외벽이 있는 자리는 한때 골목길이 있던 자리다. 서가가 배치된 자리도 옛 골목길 자리다. 주택으로 지어진 공간이 서가의 무거운 하중을 견딜 수 없다. 그래서 도서관 건물 내부로 들어온 골목길 공간을 서가로 탈바꿈시켰다. 대신 서가의 벽이 햇살을 차단하면 어두컴컴해질 수 있기에 뒤가 그물망으로 트인 서가를 고안해냈다. 그렇게 소장한 책이 4만 권이나 된다.

자, 그럼 도서 열람 공간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한때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쓰던 거실과 안방, 사랑방, 아이들 공부방이 도서관 곳곳에 개미굴처럼 숨어 있는 55개의 열람 공간으로 변신했다. 신발 벗고 들어가 아이들이 맘껏 뛰어다닐 수 있도록 한 어린이도서관처럼 제법 넓은 공간도 있지만 단둘이 앉을 수 있는 다정한 공간도 있다. 구산동 마을역사자료를 모아놓은 곳도 있고 은평구 출신 만화가들 만화만 모아놓은 곳처럼 남다른 공간도 숨어 있다. 올망졸망한 그런 공간의 열람 좌석을 합쳐놓으면 중소 도서관 열람실 규모에 필적하는 300석이 된다고 한다.

옛날 주택이었던 공간이 도서관이 되면 왠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조명장치와 각종 배관장치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천장을 높게 했다. 또 옛 주택의 외벽과 외벽 사이 공간을 유리창으로 노출해 시각적 시원함을 확보했다. 마지막으로 층고가 달라서 생기는 옛 주택의 옥상 공간을 정원화해 2~5층까지 층마다 외부로 노출된 차별화된 휴식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이런 독특한 공간 구성으로 인해 이 도서관은 올 때마다 새롭다. 저마다 층고가 다른 건물을 하나의 층으로 엮어내기 위해 직선계단과 회전계단이 교차하는 계단을 오르내리다보면 내가 서 있는 곳이 정확히 몇 층인지 헷갈릴 때도 많다.

이런 독특한 공간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소통의 건축’을 실현해냈기 때문이다. 마을도서관이 아니라 도서관마을을 꿈꾼 주민들의 역발상과 이를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 골목의 추억마저 도서관 안으로 끌어들인 건축가의 독창성이 멋진 하모니를 빚어낸 것이다.

이 기발한 도서관 탄생의 산파 최재원 소장은 “건축을 소수의 창조적 예술로만 이해한다면 결코 체험할 수 없는 희열을 맛봤다”는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처음엔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한다는 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죠. 하지만 그분들과 타산지석이 될 만한 건축물 답사까지 함께 다니며 함께 해법을 모색해나간 것이 제 건축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큰 성취감을 안겨줬습니다. 그런 체험이 있었기에 이제는 그러한 도전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입력 2017-06-21 10:33:53

글 ·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사진 ·김성남 기자 photo7@donga.com, 황규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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