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호

경제 핫 포커스

“36조 투자, 기업문화 대혁신… 2020년 매출 100조 글로벌 기업 달성”

4년 만에 경영 복귀 이재현 CJ회장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입력2017-06-21 14: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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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 세계 1등 만들겠다”
    • M&A, R&D, 해외시장 개척, 문화 콘텐츠 제작 등 36조 투자
    • 직원들 근로의욕 북돋우는 기업문화혁신방안 발표
    CJ그룹 오너인 이재현(57)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과거 ‘CJ 신화’를 재현할지에 재계와 언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95년 삼성에서 독립한 CJ는 식품회사에서 시작해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도 1995년 1조7000억 원에서 지난해 31조 원으로 급성장했다. 한때 대학생들에게 ‘가장 가고 싶은 기업’의 하나로 꼽힐 정도였다.

    그러나 2013년 7월 이재현 회장이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된 후 4년 동안 성장이 정체됐다. 만성신부전증과 신경근육계 희귀병을 앓는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당시 발과 손의 변형이 심해 보행은 물론 젓가락질도 못하는 상태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보석 10개월 만인 5월 17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서 열린 ‘CJ블로썸파크’ 개관식 겸 ‘2017 온리원 콘퍼런스(ONLYONE Conference)’에 참석하며 경영 복귀를 알렸다. 휠체어를 타고 부축을 받기는 했지만 두 발로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할 만큼 건강이 호전된 모습이었다.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여유도 보였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그룹 경영을 이끌어가야 할 제가 자리를 비워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글로벌사업도 부진했다. 가슴 아프고 깊은 책임을 느낀다”며 직원들에게 미안함을 전한 뒤 “오늘부터 다시 경영에 정진하겠다.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들을 본궤도에 올려놓겠다. 이를 위해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또한 2010년 제2도약을 선언하며 ‘GCP 2020’(2020년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 해외 매출 비중 70% 달성)을 제시한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2030년까지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모든 사업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World Best CJ’를 새 경영 목표로 제시했다.

    이 회장의 경영 복귀를 기점으로 CJ는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CJ는 지난 4년 동안 코웨이, 대우로지스틱스, 티몬, 동부익스프레스, 맥도날드, 동양매직, 헬로비전 등 대형 인수합병(M&A)은 물론 해외 주요 물류기업이나 바이오기업의 인수 등에 연이어 실패했다. 그룹의 대규모 투자와 주요 결정 사항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를 만회하기라도 하려는 듯 올해 5조 원을 비롯해 2020년까지 물류, 바이오, 문화 콘텐츠 등의 분야에 M&A를 포함해 총 36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적극적인 M&A와 상대적 고성장이 전망되는 신흥국, 신시장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그룹을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식품·생물자원·바이오 사업 부문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 콘텐츠 제작, 국내외 물류 인프라 구축 등에 전력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일자리 대폭 늘어날 것

    CJ제일제당은 러시아 냉동식품 업체 라비올리를 300억 원에 인수하며, 4조 원 규모의 러시아 냉동가공식품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러시아 시장을 발판 삼아 유럽과 CIS(독립국가연합) 지역으로 진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2년간 130억 원 이상을 투자해 생산설비 및 인프라를 확대할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또한 베트남 생선 가공업체 민닷푸드를 150억 원에 인수하는 등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오쇼핑은 온라인쇼핑몰 ‘펀샵(FUNSHOP)’의 운영사인 아트웍스코리아 지분 70%를 인수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남성 고객층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CJ오쇼핑의 주요 고객층이 30~50대 여성인 데 반해 펀샵은 회원의 70%가 30~50대 남성이다.

    CJ대한통운은 인도의 종합물류 3위 업체인 다슬 로지스틱스와 중동지역 중량물 물류 1위 업체인 이브라콤을 인수하며 해외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으로까지 중량물 사업을 활성화할 발판을 마련했다.

    CJ프레시웨이는 베트남에 물류센터를 착공했다. CJ프레시웨이는 2012년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베트남 단체급식 시장에 진출한 이래 현재 10곳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물류센터 건립을 통해 베트남 내 단체급식과 현지 내수유통 사업을 확장하고 지난해 490억 원이던 매출 규모를 올해 700억 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CJ그룹 관계자는 “GCP 2020 달성을 위해 식품·바이오, 물류, 콘텐츠 사업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사업 중심으로 해외에서 적극적인 M&A와 자체 성장을 이루어나갈 것”이라며 “그룹의 성장과 함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문화·서비스 산업에서 일자리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창의 휴가’ 도입

    기업이 성장하려면 투자 못지않게 직원들이 열심히 일할 여건도 조성돼야 한다. CJ그룹은 5월 23일 다른 기업과는 차원이 다른 기업문화혁신방안을 발표했다. CJ그룹은 2000년에도 ‘님 호칭’과 ‘복장자율화’ 등 새로운 기업문화를 선도한 바 있다.

    우선, ‘일·가정 양립’을 위해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했다. 남녀 관계없이 2주간은 유급으로 지원하고 희망자는 무급으로 2주를 더 사용할 수 있다. 긴급하게 자녀를 돌봐야 할 상황이 생기면 최장 한 달간 하루 2시간씩 단축 근무할 수 있는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만들었다.

    임신·출산과 관련해 법정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의 복지를 지원한다. 현행 5일(유급 3일, 무급 2일)인 남성의 출산휴가(배우자 출산)를 2주간 유급으로 늘렸다. 임신 12주 이내와 임신 36주 후에만 신청할 수 있던 ‘임신 위험기 근로시간 단축제도(하루 2시간씩)’도 8주를 추가로 신청할 수 있다.

    유연한 근무 환경 및 창의적 조직 분위기 조성을 위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5년마다 최장 한 달간 재충전과 자기계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창의 휴가’ 제도를 도입했다. 근속 연수에 따라 50만~500만 원의 휴가비도 지급한다. 이와 함께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퇴근 이후와 주말에 문자 등으로 하는 업무 지시를 금지하는 캠페인도 벌인다. 또한 5년 이상 근속자에 대해 스스로 연수 계획을 세우고 어학연수 등을 위해 최장 6개월까지 휴직할 수 있는 ‘글로벌 노크(Global Knock)’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조면제 CJ그룹 인사지원실 부사장은 “이번 기업문화혁신을 통해 임직원들의 자율과 창의가 존중되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기업문화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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