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冊 향기속으로

사랑한다면 스페인外

  • 최미선, 황금희, 이혜민 기자, 최창근

사랑한다면 스페인外

1/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사랑한다면 스페인外

사랑한다면 스페인


최미선 지음, 신석교 사진,
북로그컴퍼니, 324쪽, 1만5000원

●  어느 날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2007년의 스페인 여행 기록이 주르륵 쏟아졌다. 한 달가량은 산티아고 길을 걸었고 한 달 반가량은 스페인 도시를 돌았던 당시의 사진들이다. 그 안에 있는 나를 보니 “나도 이땐 좀 쌩쌩했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근 10년 사이 내 얼굴도 많이 변했다. 이렇게 세월이 흘렀구나 싶었고, 그 세월에 얼마간의 열정도 묻어 보낸 것 같아 기분이 조금은 묘했다.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 속에 담긴 추억이 때론 어렴풋이 때론 생생하게 돋아났다. 그저 부지런히 걷기만 했고 부지런히 구경만 했던 그 와중에서도 특히 기억난 건 그들만의 밤 문화였다.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밤이면 밤마다 광장에, 골목 바에 모여 맥주 한잔 기울이며 밤늦도록 춤추고, 웃고 떠들며 정을 나누는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특별한 날보다 평범한 날이 더 많은 삶이다 보니 불현듯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만큼 뜨거운 심장으로 밤마다 열정을 불태우는 그들 속으로 뛰어들고 싶어 세 번째 ‘사랑한다면’은 주저 없이 스페인을 택했다.

첫 키스 같은 ‘그곳’
책을 쓰려니 때 아니게 스페인 공부도 해야 했다. ‘빛과 그림자’가 스민 굴곡진 스페인 역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 기독교와 이슬람이 공존한 독특한 역사, 각양각색의 러브 스토리를 품은 왕족들의 너무나 복잡한 결혼사…. 머리가 터질 것 같았지만 스페인을 차근차근 들여다보니 은근, 아니 꽤나 재미있었다. 그런 스페인을 다시금 아주 천천히 보고 싶었다. 발길 머물렀던 곳을 다시 찾는 건 과거의 나를 만나는 여행이기도 하다.

건축의 신 가우디를 졸졸 따라가는 바르셀로나, 애주가인 나로선 연간회원권을 끊고 싶은 마음 간절하던 마드리드의 맥주자전거, ‘백설공주 성’으로 유명한 세고비아, 길을 잃는 게 오히려 즐거운 미로의 도시 톨레도, 돈키호테의 참모습을 알게 한 콘수에그라, 오페라의 도시 세비야, 알람브라 궁전을 품은 그라나다, 이슬람문화의 진수를 보여준 코르도바, 헤밍웨이가 ‘사랑하는 사람과 로맨틱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라던 론다, 괴짜 예술가 달리가 사랑한 해변마을 카다케스….

내 얼굴보다 빠르게, 몰라보게 달라지는 우리네 도시, 골목길과 달리 투우, 플라멩코, 가우디, 돈키호테의 열정이 꿈틀대는 ‘태양의 나라’ 스페인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골목마다 북적이는 밤 문화도 여전했다. 그것을 다시 보는 나만 달라졌을 뿐이다. 시시콜콜 모든 걸 알고 싶은 게 사랑이요, 알고 나면 시들해지는 게 사랑이라지만 그 거리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숱한 연인을 보니 세월에 주름 잡힌 나의 심장도 묘하게 쿵쾅대곤 했다.

하지만 여행이 끝난 후 시간이 지날수록 새록새록 기억에 남는 건 가우디의 건축물도, 톨레도의 미로도, 내가 좋아했던 카다케스 해변도 아닌 스페인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달콤한 휴식’ 누리는 그들의 삶
스페인 사람들은 아무리 바빠도 점심만큼은 전채요리, 메인요리, 디저트까지 꼼꼼하게 챙기며 두 시간 정도를 할애하는 게 기본이다. 이는 곧 정을 나누는 시간이기도 하다. 20~30분 만에 후다닥 점심 먹고 황급히 커피 한잔 마시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직장인들, 제때 밥도 못 챙겨 먹는 우리의 상인들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딴 세상’이다. 게다가 직장에서 일하다가도, 장사를 하다가도 한낮의 땡볕을 피해 저마다의 집으로 들어가 시에스타(낮잠시간)까지 즐긴다. 누군가는 게을러빠진 사람들이라 할지언정 ‘달콤한 휴식’을 누리는 그들의 삶이, 그 여유가 일면 부럽기도 했다.

나는 일이 생기면 되도록 빨리빨리 해치우는 스타일이다. 마침표 똑똑 찍어가며 살아오던 내게 이젠 간간이 숨통을 열어주는 쉼표도 좀 찍어주곤 한다. 그 옛날의 열정이 그리워 다시금 찾은 스페인에서 돌아올 땐 그들의 여유를 조금 들고 온 덕분이다.


최미선 여행가




1/4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사랑한다면 스페인外

댓글 창 닫기

2017/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