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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장기 집권 피로감… 아베 꺾고 첫 여성 총리?

고이케 도쿄도지사 일본 정계 태풍 되나

  • 장원재|동아일보 일본특파원

시민들 장기 집권 피로감… 아베 꺾고 첫 여성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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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아베 정권

‘포스트 아베’ ‘여자 아베’로 불리는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은 6월 27일 선거 유세를 하면서 “자위대·방위성, 방위상, 자민당으로서도 (성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됐다. 자위대법은 정치 중립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사과하고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다.

도의회 선거를 총지휘한 시모무라 간사장 대행은 문부과학상으로 재직하면서 직무와 직접 관련된 가케 학원으로부터 2013년과 2014년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선거 직전 터졌다.

매일이라고 할 만큼 연이어 악재가 터진 것은 장기 집권에 취한 자민당이 내부 단속을 느슨하게 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아베 총리가 있었다. 아베 총리는 올 초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명예교장을 맡았던 우익 성향의 모리토모 학원에 국유지를 헐값에 매각하도록 했다는 의혹에 시달렸다. 이어 가케 학원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내각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했다. 아베 총리의 당내 라이벌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지방창생상이 선거 결과를 두고 “도민퍼스트회가 이겼다기보다는 자민당이 패배한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아베의 대항마

시민들 장기 집권 피로감… 아베 꺾고 첫 여성 총리?

아베 일본 총리는 도쿄도위원 선거에서 참패함으로써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동아 DB]

아베 정권이 이례적으로 오랜 기간 정권을 유지한 배경에는 ‘대안부재론’이 있었다. 민주당(현 민진당) 정권 당시의 실망스러운 정치 상황을 기억하는 유권자 상당수가 ‘지지할 정당이나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마지못해 자민당과 아베 총리를 지지해왔던 것이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지난해 7월 도쿄도지사 보궐선거에서 고이케가 당선되면서부터다. 당시 그는 자민당이 공천한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후보가 있음에도 ‘행정 개혁’을 내세우며 독자 출마를 강행했다. ‘제명하겠다’는 자민당 지도부의 협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 인생 최대 승부를 건 것이다.

부족한 조직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채웠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녹색을 입고 모이자’는 글을 올려 유세장에 자발적인 ‘녹색 물결’을 만들었고, 100만 표 이상의 압도적인 차이로 당선됐다. 이후 ‘녹색’과 ‘개혁’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아베의 대항마’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대안 세력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고이케 지사는 취임 직후부터 1년 남은 도의원 선거를 철저히 준비했다. 이를 위해 자신의 개혁 이미지를 굳히고, 자민당이 장악한 도의회를 구태로 몰았으며, 선거를 위해 자신의 세력을 만들었다.

먼저 취임 직후 도정개혁본부를 설치해 불투명한 도정과 낡은 관행에 거침없이 메스를 들이댔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 비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총 비용이 3조 엔(약 30조 원)이 넘는다는 보고서를 공개한 후 신축 경기장 3곳의 건설 보류를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극장 정치’로 승부

자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졌던 쪽지예산도 없앴다. 도쿄도에는 정당이 요구할 경우 사라진 예산을 되살려주는 ‘정당부활예산’ 제도가 있었다. 다른 지자체에는 없는 이 제도에 도쿄도는 매년 200억 엔(약 2000억 원)을 할당했다. 고이케 지사는 “지사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한다”며 제도를 폐지했다. ‘의회 경시’라며 자민당 도의원들이 들고일어났지만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또 “공약을 지키겠다”면서 자신의 급여를 절반으로 깎았다. 2896만 엔이던 급여를 전국 도도부현 중 최저인 1448만 엔으로 깎는 조례를 도의회에 제출했다. 도의회는 개혁에 반대한다는 인상을 주기 싫어 통과시켰는데 결과적으로 도의원 급여가 도지사보다 많게 됐고,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들의 급여도 20% 깎아야 했다. 도민들은 열광했고 이때부터 ‘고이케 극장(劇場)’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구태로 비친 도의회가 수세적 입장이 됐을 때, 고이케 지사는 독자 세력 양성에 돌입했다. 지난해 10월 ‘희망의 주쿠(塾)’라는 정치인 양성소를 만든 것이다. 첫 모집에 무려 4800명이 몰렸다. 고이케 지사는 개원식에서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며 도의회 선거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이듬해 초 지역정당인 도민퍼스트회를 만들었다.

고이케 지사의 행보를 두고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에게서 배운 ‘극장 정치’를 재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혁적 이미지를 선점한 뒤 선거 구도를 개혁과 반(反)개혁 진영으로 나누고, TV를 이용해 대중에게 호소하며 승부수를 던지는 방식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1952년 효고(兵庫)현에서 태어난 고이케 지사는 중동과 무역을 하던 아버지 밑에서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부유층 자제들이 주로 다녀 ‘아가씨 학교’라고 불리는 고베(神戶)의 고난(甲南)여중·여고를 졸업하고 지역 명문인 간사이(關西)대에 진학할 때까지만 해도 무난한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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