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호

이영미의 스포츠 ZOOM 人

“내년 아시아경기대회 때 꿈의 9초대 진입 자신”

남자 100m 한국신기록 경신한 김국영

  • 이영미|스포츠 전문기자

    입력2017-07-21 11: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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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국영 선수는 1979년 서말구 선수가 세운 한국 남자육상 100m 기록을 2010년 31년 만에 경신하며 육상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 6월 27일 코리아오픈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 10초07을 기록하며 꿈의 9초대 진입 가능성을 높였다. 척박한 한국육상에서 기적의 이정표를 세우고 있는 김국영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내가 100m를 뛰는 이유’.
    ‘내가 빨라지면 대한민국이 빨라진다!’

    김국영(26·광주광역시청)이 SNS에 올린 글이다. 한국 남자육상 단거리 간판스타인 김국영은 6월 27일 2017코리아오픈국제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10초07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을 확정지었다. 이틀 전 같은 장소에서 치른 KBS배 육상대회 준결승에서 자신이 세운 10초13의 한국 기록을 0.06초 앞당겼고, 세계선수권대회 기준 기록(10초12)을 통과하면서 얻어낸 쾌거였다.

    김국영의 이번 신기록은 개인 통산 다섯 번째이자 2010년 이후 우리나라 100m의 다섯 번째 신기록이다. 2010년 10월 7일, 김국영은 대구에서 열린 전국 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예선에서 10초31을 기록하며 1979년 멕시코대회에서 서말구 선수가 세운 한국 기록 10초34를 31년 만에 경신했다. 당일 이어진 준결승에서 10초23을 기록하며 한 차례 더 뛰어넘었고, 2015년 7월 9일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10초16으로 다시 신기록을 세웠다. 이번 10초07의 신기록을 보탠다면 서말구의 10초34에서 무려 0.27초를 앞당겼다. ‘내가 빨라지면 대한민국이 빨라진다’는 김국영의 글이 기록으로 모두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총알 탄 사나이’ 김국영을 만나본다.



    한국의 총알 탄 사나이

    언제 달리기를 시작했나.
    “중학교 때부터였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시합에 나갔는데 성적이 좋지 않았다. 자꾸 오기가 생기더라. 다음엔 더 잘 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3학년에 올라가서 다시 대회에 출전했고 결과는 1등이었다. 그 후론 나가는 대회마다 1등이었다. 1등이 계속되니 순위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기록에 관심이 쏠렸다. 당시 100m 달리기 11초00을 찍었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기록을 끌어올렸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 거침이 없었다. 두려운 것도 없었고.”



    장거리가 아닌 단거리를 택한 이유는.
    “빨리 달리는 데엔 자신이 있지만, 오래달리기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스피드는 뛰어나지만 지구력은 빵점에 가깝다. 그래서 마라톤 선수들을 존경한다.”

    달리기를 잘하는 데 유전적인 영향이 있는 건가.
    “어느 날 우연히 사진 한 장을 발견했는데 아버지가 어린 시절 육상대회에 나가 우승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버지께 여쭤봤더니 학교 대표선수로 뛰었다고 하시더라. 아버지가 달리기 선수였다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운동을 좋아하시는 줄은 알았지만 육상선수로 활약했다는 건 모르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육상을 시작했을 때 크게 반대하셨던 터라 미처 그 얘기를 꺼내지 못하신 듯했다. 사진 속 아버지 모습을 보며 ‘피는 못 속이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아버지는 아들이 어떤 길로 가길 바라셨나.
    “아버지가 공무원으로 정년 퇴임하셨다. 아들도 아버지의 뒤를 따르길 원하셨다. 그런데 난 공부에 영 취미가 없었다. 공무원 생활은 더더욱 관심 밖이었다. 오랜 시간 아버지를 설득했고, 어렵게 허락을 받아냈다. 막상 운동을 시작하니까 너무 힘들었다.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그럴 때마다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 훈련을 버텨냈다. 내가 운동 못 하겠다고 불평이라도 하면 아버지는 당장 그만두라고 하셨을 것이다. 무조건 참아야만 했다.”


    인생의 단거리

    처음 한국 신기록을 달성하던 2010년, 그는 만 19세의 어린 나이였다. 단거리에서 일찍 빛을 발했지만, 그 빛은 오래가지 못했다.

    개최국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예선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하는 일이 발생했다. 육상 인생에 큰 위기를 맞닥뜨린 순간 아니었나.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악몽이었지만, 이미 대회를 준비하면서 성적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 자체가 실망스럽진 않았다. 당시 대표팀에서 100m 단거리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100m는 기록 경신이 어려우니 400m계주에 전념하라는 메시지를 보낼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하는 일을 겪게 된 것이다. 오랜 시간 슬럼프에 빠졌고 운동을 그만둘 뻔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달리는 게 전혀 재미있지 않았다. 난 흥이 많은 선수다. 신이 나야 성적도 올라가는데 기록에 감흥이 없다 보니 계속 바닥으로 떨어지기만 했다.”

    그러다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이전 신기록을 0.07초 단축한 10초16의 신기록을 달성했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6 브라질 리우 올림픽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정말 많은 일을 경험했다. 기록 단축을 위해 노력하기보단 인생의 단거리를 뛰며 수차례 넘어지고 깨지고 다친 시간이었다. 기쁨보다는 슬픔이, 행복보다는 불행했던 시간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내 자신이 단단해졌고, 노하우도 생겼고, 실력도 향상됐다. 그래서 10초16이란 숫자는 기록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2015년 1월 1일, 안양시청에서 광주광역시청으로 소속팀을 옮기며 세운 목표가 10초16이었다. 개인 SNS에도 10초16을 목표로 한다는 메시지를 1월 1일에 기록해뒀다. 그런데 정확히 그 숫자를 달성한 것이다. 이것은 내 노력과 실력보다는 팀의 도움과 감독님의 지도가 밑받침됐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광주시청 소속인 선수가 한국 신기록을 달성했으니 얼마나 뜻 깊었겠나.”



    좌절보다 희망

    2015년 여름 베이징 세계선수권에서 1라운드 탈락(10초48) 후 그해 말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 대학에 들어가 훈련받은 걸로 알고 있다. 일본에서의 훈련뿐만 아니라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원 포인트 레슨도 받는 등 해외에서 소화한 개인 훈련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하다.
    “쓰쿠바 대학의 교수님이 일본 허들 신기록 보유자다. 육상계에선 유명한 분이라 내가 직접 연락을 드려 찾아뵙고 그분 밑으로 들어간 것이다. 2015년 11월부터 리우 올림픽 전까지 교수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금 나오는 기록들이 이때 배운 부분들이 실전에서 조금씩 나타나는 거라고 믿는다. 미국에서의 원 포인트 레슨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미국 코치들은 내게 보폭이 큰 자세를 원했는데 키가 작은 나로선 그들의 훈련법이 잘 맞지 않았다.”

    20년 만에 출전한 리우 올림픽에선 10초37을 기록(51위)하며 24명이 출전하는 준결승전 진출권을 따내지 못했다. 준비를 많이 했던 만큼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컸을 텐데.
    “그 반대다. 올림픽을 통해 좌절보단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이 더 생겼다.”

    어떤 연유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
    “준결승전 진출엔 실패했지만 그곳에 남아서 다른 선수들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봤다. 아침 워밍업 시간부터 선수들과 같이 움직였다. 워밍업 때 나도 나가서 몸을 풀었고 대회 장소로 옮겨 경기를 관전했다. 결승전도 마찬가지였다. 큰 경기를 앞둔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다. 선수마다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대회를 준비하는 걸 엿볼 수 있었다. 어떤 선수가 코치와 트랙을 돌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뒤따라 뛰며 귀를 기울였다. 그 코치는 선수에게 ‘리우 스타디움은 네가 주인공이다. 네가 주연이니까 절대 긴장하지 마라’는 내용의 얘기를 반복해서 들려줬다. 굉장히 감명 깊었던 건 올림픽을 축제처럼 즐기는 그들의 모습이었다. 당장 경기에 나가는 선수인데도 긴장하기보단 떠들고 몸을 흔들며 여유를 보였다. 그중 우사인 볼트도 눈에 띄었다. 그의 코치가 매우 큰 목소리로 볼트에게 주문을 걸더라. ‘넌 세계 최고의 선수인데 뭐가 두렵나. 오늘 세계 신기록을 작성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겉으론 웃고 떠들면서도 결승전에 오른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무척 치열했다.”


    6명 대 혼자

    준결승전 진출에 실패한 선수가 대회에 남아 결승전까지 지켜본 것은 물론 선수들이 대회 준비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점검했다는 게 대단해 보인다. 그런 생각은 누구의 조언에 의한 것인가.
    “나 혼자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어렵게 올림픽에 출전했는데 참가에 의의를 두고 싶진 않았다.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해도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어서 돌아가고 싶었기 때문에 리우에 계속 남아 있었다. 워밍업하기 전에 그들의 준비 과정이 몹시 궁금했고 올림픽 결승전 스타트 라인에 선 세계적인 선수들의 마인드 컨트롤 방법도 배우고 싶었다. 우사인 볼트가 세계 최고로 빨리 달리는 선수이지만 그런 선수도 스타트 라인에 서기 전에는 초조해 한다는 걸 알았다. 그 불안함을 코치나 트레이너가 장난을 치며 풀어줬다. 끊임없이 자신감을 심어주며 자신이 최고의 선수라는 걸 깨우치게 했다. 리우 올림픽은 잃은 것은 없고 배움으로 가득한 대회였다.”

    우사인 볼트를 돕는 스태프는 몇 명인가.
    “한 6명 정도 된 것 같다.”

    김국영 선수를 돕는 스태프는?
    “없다. 나 혼자였다.”



    하루 6번의 전력질주

    네 차례의 한국 신기록이 결승전보다는 예선전과 준결승전에서 나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리는 예선 준결승전 결승전을 하루에 다 치른다. 오전 6시 30분에 눈을 떠서 오후 5시까지 경기장에 머물며 쉼 없이 경기를 준비한다. 이럴 때는 결승전이라고 해도 몸을 풀기조차 싫다. 예선전 앞두고 워밍업하면서 몸 풀고, 예선전 치르고, 준결승전 앞두고 또 워밍업하고, 준결승 치르고, 결승전 앞두고도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하루에 세 차례의 경기를 치르지만 워밍업까지 포함하면 여섯 번의 달리기를 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선 결승에서 절대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없다. 일본은 이틀에 걸쳐 대회를 진행한다. 그것도 가장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있는 시간대에 100m 경기를 배정한다. 예선 준결승전을 첫째 날에, 결승을 둘째 날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우리도 이틀에 걸쳐 대회를 진행하면 되는 것 아닌가.
    “연맹도 방법을 고민 중이지만 육상 대회를 100m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바꾸기 어려운 면도 있을 것이다.”

    2017 코리아오픈 국제육상대회에서 이룬 10초07은 결선에서 나왔다.
    “코리아오픈은 준결승 없이 예선과 결선만 치렀다. 그래서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꼽는다면 주법의 변화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보폭이 좁은 대신 발을 빠르게 움직였다면 이번에는 보폭을 늘이고 발의 속도를 유지하는 주법으로 바꾸지 않았나.
    “맞다. 그러나 아직까진 지금의 주법이 익숙지 않다. 여전히 적응 중이다. 그래서 앞으로 더 좋은 기록이 나올 거라고 믿는다. 지금 변화를 주고 있는 주법이 내 몸에 익숙해진 상태에서 완성도를 높인다면 기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몸으로 하는 운동이라 과학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특히 단거리에선 과학적인 접근법이 굉장히 중요하다.”

    육상에서의 목표를 물으면 항상 9초대 진입이라고 말했다. 이 목표는 언제쯤 이뤄질 것 같나.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아경기대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한·중·일 선수들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다. 특히 일본은 최근 단거리에서 엄청난 성과를 이뤘다. 리우 올림픽 4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했을 정도다. 100m에선 10초01까지 기록이 나왔다. 중국의 쑤빙톈은 아시아 선수 중 유일한 9초대 기록 보유자다(9초99).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지만 난 불가능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부상 없이 체계적으로 훈련해 나간다면 내년 아시아경기대회에서 9초대 진입이 허황된 목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로운 독주

    김국영은 최근 트레이너 이덕원 씨로부터 집중적인 훈련을 받고 있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절묘한 호흡을 이루며 최상의 파트너로 발전하는 중이다. 10초07의 신기록도 이덕원 씨와 함께 이룬 작품이라고 한다. 이씨는 기자에게 “달리기만으로 바꾸지 못하는, 활성화되지 못한 근육들을 이용할 수 있게끔 트레이닝적으로 연구를 많이 했다”면서 “각 관절이 움직이는 범위에 맞는 주법으로 가속화하는 방법으로 훈련하면서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김국영은 8년 전에 비해 몸무게가 5kg가량 늘었고 근육량이 증가했다. 이 부분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이어졌고, 보폭이 넓어지면서 피치도 빨라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김국영은 70m 후반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후반에 더 높은 폭발력을 보이고 있다. 남자 110m 허들 종목 간판스타인 박태경 광주광역시청 플레잉 코치를 훈련 파트너로 둔 김국영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닌 ‘팀’으로 움직인다. 김국영의 가장 큰 변화가 박태경 코치와 이덕원 트레이너의 합류라고 할 수 있겠다.

    100m 달리기 한국 신기록은 ‘무모한 도전’이란 시각이 팽배했다. 혼자 기록 경신에 나서는 데는 표현 못할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나랑 엇비슷한 기록을 내는 선수가 함께 경쟁을 벌인다면 서로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항상 혼자 기록 경신을 위해 달리는 게 쉽지만은 않다. 난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한국 육상의 발전을 위해 계속 기록 경신에 도전해나간다. 선수들 중에는 ‘항상 1등’인 나 때문에 자신들은 대회에서 2, 3등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선수들이 많다면 한국 육상은 변화와 발전이 아닌 침체기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나 혼자만이 아닌 다른 선수들도 함께 신기록 경신을 위해 뛰었으면 좋겠다. 흔히 동양 선수들은 신체조건 때문에 단거리에선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신체조건을 핑계로 대면 안 되는 세상이 됐다. 동양인 선수 중에도 9초대의 벽을 깬 선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육상에서 ‘무모한 도전’은 없다고 본다.”

    지금 스물여섯 살인데 앞으로 언제까지 뛸 생각인가.
    “미국 저스틴 게이틀린(아테네 올림픽 100m 금메달리스트)의 나이가 36세다. 그런데 지금까지 선수로 활약 중이고 이번 런던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선수 생활의 시기를 정해놓은 건 없다. 뛸 수 있을 때까지 뛰고 싶다. 후배들의 앞길을 막는 선배가 아닌 후배들을 이끌어가는 선배가 돼 한국 육상의 발전을 위해 뛰고 싶다. 물론 한국 육상의 꿈인 9초대의 장벽을 허무는 첫 선수가 나였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말이다.”



    우사인 볼트와의 동반 질주

    8월 4~1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국제육상연맹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한국 팬들은 우사인 볼트와의 동반 질주를 기대하는데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예선에서 같은 조에 배정되지 않는다면 준결승에 진출해야 만날 확률이 높다. 볼트는 런던 세계선수권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마지막 대회에 함께 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영광이고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런던으로 언제 출국 예정인가.
    “7월 26일 또는 28일 정도에 나갈 것 같다. 이전에는 국제대회에 나 혼자 갔다. 버스도 혼자 타고 비행기도 혼자 탑승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날 도와줄 트레이너와 코치가 있어 외롭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 한두 차례 더 몸 상태가 올라갈 것 같다.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인데 런던 입성 전까지 최대한 컨디션을 조절하며 대회를 준비해나갈 예정이다. 지금은 다른 생각하지 않는다. 9초대의 목표를 향해 달려갈 뿐이다. 육상을 시작하면서부터 난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었다. 유명한 선수가 되려면 기록을 내야 한다. 내가 계속해서 한국 신기록을 경신하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관심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육상 선수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다. 그래야 어린아이들이 육상 선수의 꿈을 키우지 않겠나.”

    김국영은 광주광역시청 육상팀 심재용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세단뛰기 김덕현, 허들 박태경, 그리고 김국영을 지도하고 있는 심재용 감독은 단거리 선수도 체력, 지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 감독은 김국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혹독한 동계훈련

    “국영이가 이전에만 해도 50m까진 폭발적인 스피드를 자랑했다. 그리고 80m 이후에는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스피드가 급격히 떨어졌다. 그 이유를 알아봤더니 이전에는 200, 300, 400m를 뛰지 않았다고 하더라. 우리 팀 동계훈련에 합류하면서부터 400m 훈련에 참가시켰다. 그러다 300, 200, 100m로 조절하니까 100m에서 마지막까지 스피드를 낼 수 있었다.”

    김국영도 혹독한 동계훈련 덕분에 좋은 기록을 내고 있다는 걸 인정했다. 그러나 강도 높은 훈련으로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심 감독은 200m 훈련을 할 때 200m를 3번 뛰고 20초0대 들어오지 못하면 한 번 더 돌게 했다. 휴식은 200m 러닝 후 3분이 전부. 300m는 32초0대를 주문했다. 400m도 이런 방식으로 뛰었다.

    출발 후 초반에만 스피드를 내던 선수가 마지막 골인 지점까지 똑같은 스피드로 뛸 수 있는 체력을 갖게 된 건 심 감독의 노력과 지도 덕분이다. 대한육상연맹 부회장이기도 한 심 감독은 연맹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역할에도 앞장섰다.

    ‘역발상 훈련’으로 동계훈련에서 성과를 내는 김국영을 보며 심 감독은 기록 경신을 자신했다고 말한다. 마침내 김국영은 중장거리 훈련을 통한 근지구력, 체력 강화로 중후반에 페이스가 떨어지는 약점을 극복했고, 코리아오픈국제육상대회에서 10초07이란 한국 신기록을 냈다. 100m에서 보인 김국영의 신기록 경신은 경이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국영은 계속 진화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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