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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外

  • 권재현 기자, 송홍근 기자,김규회

죽음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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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죽음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外

죽음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강정인 지음, 책세상,
246쪽, 1만5000원

“하늘이여, 땅이여, 사람들이여, 저 죽음을 응시해주기 바란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그해 1월 17일자 동아일보 김중배 논설위원이 쓴 칼럼의 첫 문장이다. 1960년 4·19혁명 역시 고등학생 김주열의 죽음이 도화선이 됐다. 지난가을과 겨울에 벌어진 촛불혁명과 그로 인한 정권교체 역시 멀리는 세월호 침몰사건의 희생자 300여 명, 가까이는 백남기 농민의 죽음과 떼놓을 수 없다.

강정인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가 쓴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죽음’의 문제를 파고든다. 하지만 구체적 대상은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낸 박종철·이한열이나 세월호 희생자·백남기의 것이 아니다. 유의미한 정치적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정치적 죽음’을 대상으로 삼았다. 노태우 정부 시절 3당 합당에 반대한 반정부 시위 도중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숨진 명지대 학생 강경대 그리고 이로 인해 촉발된 1991년 ‘5월 투쟁’ 과정에서 숨진 젊은이 13명의 목숨이다. 그들의 죽음은 왜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내지 못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사회적 죽음’과 ‘정치적 죽음’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죽음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 때문에 발생한 희생이라면 정치적 죽음은 정치권력의 개입에 의해 발생한 희생이다. 그 차이는 뭘까. 전자는 일상을 가능케 하는 ‘단순한 삶(mere life)’의 파괴라면 후자는 목숨을 바칠 만한 그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참된 삶(good life)’의 파괴다. 따라서 ‘참된 삶’을 위해 ‘단순함 삶’을 포기하는 대학생들의 자살은 강력한 정치적 저항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정치적 죽음’에 대한 노태우 정부의 대응은 ‘죽음의 정치화’였다. ‘동기의 순수성’과 ‘행위의 자율성’이 의심받도록 하는 여론 조작이었다. ‘김기설 유서 대필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전민련 간부 출신 김기설의 정치적 자살이 운동권 세력의 배후조종에 의한 것이라며 전민련 총무부장인 강기훈이 그 유서를 대신 썼다고 몰고 갔다. 이 사건은 강기훈이 김기설의 유서를 대신 쓰지 않았다는 2015년 대법원 판결에 의해 정치적 조작의 산물임이 드러났다. 하지만 24년이나 유예된 진실은 일종의 정치적 유산(流産)이 되고 말았다.

이는 이 책의 또 다른 주제인 ‘정치적 진실’과 맞닿아 있다. 저자는 한나 아렌트가 1960년대 발표한 ‘진리/진실과 정치’에서 오늘날 유행하는 ‘탈진실(post-truth)’이니 ‘대안 사실(alternate fact)’이니 하는 개념을 ‘탈사실화(defactualization)’라는 용어로 이미 간파했음을 환기시킨다. 그와 함께 한국의 민주화를 가능하게 했던 죽음-진실-정치의 관계가 조작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 21세기 정치의 숙제임을 일깨운다. 사실을 모아 진실에 접근할 수 있고 궁극적 진리를 엿볼 수 있다고 믿은 언론인들에게 일독을 특히 권한다.


 권재현 기자 | confetti@donga.com

죽음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外

현대 유럽의 역사  
앨버트 S. 린드먼 지음, 장문석 옮김, 삼천리, 896쪽, 3만9000원

 
이 책에서 ‘현대’는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빈 체제가 수립된 1815년부터 유럽연합이 위기를 맞은 오늘날까지를 아우른다. 이제껏 우리에게 익숙한 유럽사는 영국, 프랑스, 독일 중심으로 서술됐으나 이 책은 옛 유고슬라비아와 체코슬로바키아 등 동유럽과 중유럽으로 유럽사의 지평을 넓힌다. 저자는 서유럽에 치우친 역사 서술을 재조정해 ‘하나이면서도 여럿인’ 유럽의 정체성을 탐구했다.  


죽음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外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성석제 지음, 문학동네, 292쪽, 1만3000원


성석제 에게 ‘이야기꾼’ ‘풍자와 해학의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안겨준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데뷔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가 새로운 장정과 구성으로 재출간됐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이것이 과연 시인의 산문시인지, 재기발랄한 수필이라고 해야 할지, 상상력의 끝까지 뻗어나가는 픽션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성석제는 짧은 분량의 글 안에 경계 지을 수 없는 상상과 현실적 소재와 캐릭터가 한데 녹은 글을 꾸준히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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