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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정권 몰락한다면 외교·안보 때문일 것”

원희룡 제주지사

  • 제주=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진보 정권 몰락한다면 외교·안보 때문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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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국민 요구에 무응답하면 보수는 ‘만년 야당’
  • ● 정권 안의 일부가 주사파일 수는 있다
  • ● 親中 하면 살 것 같나? 그러면 중국에 흡수돼
  • ● 동맹의 신뢰를 두고 실험해서는 안 돼
“진보 정권 몰락한다면  외교·안보 때문일 것”
똥파리.  

서울대 82학번을 가리키는 말이다. 원희룡 제주지사,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강철서신’으로 이름난 김영환 씨 등이 ‘똥파리’다. 졸업정원제로 입학 방식이 바뀌면서 신입생 수가 늘어난 데다 1년 선배인 81학번은 서울대 초유의 입학정원 미달 사태가 벌어진 학번이다.

똥파리들은 숫자가 많다 보니 일종의 세력을 형성했다.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덧붙여 주체사상을 받아들인 첫 세대다. 1984년 학원 자율화 조치 이후 학생회를 재건하고 공개적인 투쟁 조직을 만드는 데도 이들이 앞장섰다.

떼로 몰려다니면서 거침없이 행동해 생긴 똥파리라는 별명은 지금도 따라다닌다. 원희룡 지사는 똥파리 중에서도 특히 주목받았다. 학력고사(지금의 수능) 전국 수석이 비합법 지하서클에서 활동하는 운동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3선 의원을 지낸 보수 정당 내 개혁파 선두주자였으나 서울시장 후보 경선(2010), 당 대표 경선(2011)에서 연거푸 쓴잔을 마셨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제주지사에 당선됐다. 지천명의 나이에 고향을 정치적 돌파구로 선택한 셈이다. 

새가 좌우의 날개로 날 듯 민주주의도 좌파, 우파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 작동해야 하나 보수 정당이 위기에 빠져 있다. 보수에 미래는 있는가 하는 회의적 담론이 나돈다. 7월 11일 제주도청에서 그를 만났다.

보수의 몰락

보수정치의 몰락이라는 말이 회자된다.
“보수 정권이 추락한 건 모두가 아는 사실 아닌가. 국가 기능 작동 자체가 마비돼버리는 일이 일어났다. 몰락, 추락을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보수는 부패할지언정 유능하다는 신화가 있었으나 최소한의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보수 정당을 지지한 국민의 상당수도 충격을 받았다. 보수의 대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회복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본다. 반사이익에 의해 어느 정도 반등은 가능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이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얘기인가. 
“야당으로서의 보수는 힘이 약할 수밖에 없다. 반등은 가능하겠으나 반사이익에 기대기만 해서는 국가를 책임질 세력이라고 할 수 없다. 다른 나라의 만년 야당들이 그런 행태를 보인다. 보수가 만년 야당을 하려고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여권 일각에서 ‘진보 30년 집권’ 얘기가 나온다. 
“꿈꾸는 건 자유 아니겠나.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자유와 관련된 사안에서는 보수가 인정받는다. 경제성장과 번영은 경제활동의 자유와 연결되는 민주주의 체제를 통해 기업의 시장 경쟁과 개인의 창의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자유에 기초한 기업 활동, 개인의 다양성과 창의, 반공에 기초한 안보가 보수가 보는 한국 사회 발전의 기본 원리다. 한국 사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느냐와 관련된 국민의 믿음을 고려할 때 보수의 기반 자체가 없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검은 것, 흰 것 섞여야”

▼ “냉전반공주의를 넘어서야 보수가 산다”는 지적이 많다.
“보수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안주와 게으름이다.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은 게 추락의 원인이다. 공산주의에 대한 반대만으로는 국민에게 미래상을 제시하지 못한다. 북한 탓에 꼬여 있는 안보와 통일 문제에서 보수와 진보 중 어느 쪽이 유능한지 경쟁하고 현실성 있는 전략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지 반공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냉전반공주의를 넘어선 국가 생존 외교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예전에는 경제성장을 자유에 기초한 기업 활동에 의해 개인의 창의가 확대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었는데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잘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고착화한 상황에서 기업과 개인의 자유만 얘기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젊은 세대나 사회적 약자가 받아들일 수 없는 기득권 논리밖에 안 된다.”

해결책이 있나. 
“과거에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가 성장 논리의 핵심이었으나 현재는 분배를 개선하며 약자를 도와주고 공정함을 추구하는 국가의 기능에 중요성을 부여하라는 요구가 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진지한 해답을 제시하지 않으면 경제·사회구조 개혁과 관련해 진보의 목소리만 존재하고 보수는 무응답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보수의 충격적 몰락에 기대어 집권한 진보는 평등을 강조하면서 창출된 것의 분배에 신경을 쓰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진보적 정책 구상을 갖고 그 나름대로 국민이 요구하는 것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다. 이렇듯 1과 0의 상황으로 계속 가면 보수의 집권이 앞으로도 불가능하다. 1과 0이 아니라 체크무늬, 얼룩무늬를 만들어야 한다. 진보는 창출하는 쪽을 적대시하면서 분배에 의해 세상이 좋아지리라고 생각하는데 창출이 줄어들거나 위축되면 분배는 시간차로 악화한다. 검은 것과 흰 것이 섞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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