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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리포트

“보수 성향 드러내면 우정도 사랑도 깨져”

우리가 보수라 말 못하는 까닭

  • 정보라|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tototobi@naver.com

“보수 성향 드러내면 우정도 사랑도 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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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홍준표 지지자야?”

이 말 한마디에 60개의 눈이 일제히 김씨로 향했다. “넌 왜 막말하고 격 떨어지는 후보를 지지하냐?” “넌 9년 동안 당해놓고 또 찍냐?”는 질책이 이어졌다. 김씨는 훈계하는 말투에 마음이 상했지만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것 같아 잠자코 듣기만 했다고 한다.
 
홍모(25) 씨는 19대 대선 때 유승민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가 형제간에 불화를 겪었다. 문팬인 홍씨의 형은 대놓고 홍씨를 비난했다. 감정이 상한 홍씨는 문 대통령 당선 이후 한동안 가족과의 접촉을 피했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박모(34) 씨는 한 달 전 조기축구 모임에서 왕따를 당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주말마다 모여 축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들인 조기축구 멤버들은 문 대통령 당선 이후 대놓고 박씨를 멀리했다고 한다. 박씨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아예 박씨에게 연락하지 않고 그들끼리만 모인다고 한다. 박씨는 “이런 일을 많이 겪어 슬프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 내에서 보수 의견을 내기 위해선 용기를 내야 한다. 그러나 환영받지 못한다. 고려대 재학생 김모(25) 씨는 지난해 4월 총학생회 측에 세월호 희생자들과 함께 천안함 희생자들을 추모할 것을 건의했다. 김씨는 “우리 또래 나이의 희생된 군인들을 우리가 기억 안 해주면 누가 기억해주나”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 커뮤니티에도 천안함 희생자 추모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다. 그의 의견은 묵살됐다. 그는 올해 다시 총학생회 측에 카톡을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고 한다.

“7년 지기 형들과 연 끊겨”

보수적 의견을 내는 사람이 은연중에 공격받는 풍조는 대학에서 날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모 대학 재학생 위모(19) 씨는 얼마 전 ‘한국사’ 수업에서 ‘4대강 사업’을 비판한 교수의 발언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이후 이 수업을 함께 수강한 위씨의 친구들은 위씨를 “일베충”으로 불렀고 학과에서 “위○○은 극우”라는 소문이 났다. 위씨는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라지만, 당사자로선 그런 말을 들으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보수 성향 20대들은 “보수 성향을 ‘커밍아웃’ 하면 친한 친구와의 우정도, 연인과의 사랑도 깨지기 쉽다”고 말한다.

음모(23) 씨의 모교인 S고교는 박근혜 정부가 만든 국정 역사교과서를 채택했다. 학생들이 균형 잡힌 사관을 접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에서 국정교과서를 보조 교재로 뒀다고 한다. 수업시간엔 검정교과서를 주로 다뤘고 시험도 검정교과서에서만 나왔다. 학생들도 큰 불만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뉴스에 국정교과서 채택 사실이 보도된 뒤 S고는 ‘일베학교’로 찍혔다. 이에 음씨는 페이스북에 모교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친한 형 두 명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냐”며 음씨를 나무랐다. 음씨는 자신의 취지를 설명했다. 형들은 “네가 무엇을 알겠느냐? 앞으로 만나지 말자”고 절연을 선언했다. 음씨는“7년 동안 친하게 지낸 형들이었는데 속이 많이 상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한 대학생(25)은 “내 친구가 막 사귀기 시작한 여자와 대화를 하던 중 ‘홍준표 돼지발정제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가 절연을 당했다. 남자가 20대 여자에게 보수적 성향을 드러내는 건 ‘연애의 자살행위’와 다름없다”고 전했다.

보수 성향인 구모(22) 씨는 친척들 앞에서 정치 이야기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구씨의 친척들은 죄다 진보 성향이고 구씨를 이해하지 않는다. 구씨는 2014년 지방선거 때 친척들 앞에서 무심코 “새누리당 소속 후보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후 “너는 그래서 안 돼”로 시작하는 일장 연설을 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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