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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어깨 위로 날아오른 새

2017 방탄학 개론

  • 미묘|‘아이돌로지’ 편집장 tres.mimyo@gmail.com, 조영철 기자

거인의 어깨 위로 날아오른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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逆수입된 케이팝

거인의 어깨 위로 날아오른 새

방탄소년단은 데뷔 초부터 ‘10대의 대변자’를 자처했다. “공부하는 기계”가 되었지만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불안(‘N.O’· 2013), 학교에서 느끼는 빈부격차(‘등골브레이커’) 등 10대의 어두운 현실도 노래에 담아냈다. 무엇보다도 멤버 각자의 출신지 방언을 활용해 지역색을 드러내거나(‘어디에서 왔는지’ ‘팔도강산’), 학교에 갇혀 힙합 아티스트를 꿈꾸는(‘힙합성애자’) 등 멤버들의 실제 삶과의 접점을 노출했다.[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대중음악에서 좋은 음악이 팔리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없지만, 잘 팔리는 것에는 대체로 이유가 있다. 방탄소년단의 경우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데뷔 3년차인 2015년까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사실이다.

음악평론가 김영대는 북미 최대 규모의 케이팝 컨벤션 ‘케이콘’ 현장에서 방탄소년단이 2014년에 이미 폭발적인 호응을 얻어냈음에 주목한다. 엑소가 2013년 ‘으르렁’의 국민적 히트로 100만 장 판매 기록을 세운 뒤 ‘중독’을 통해 인기에 쐐기를 박던 시기였다. 당시 해외의 케이팝 팬덤을 지켜본 사람들은 방탄소년단이 엑소와 해외 팬덤을 양분하는 거대 세력이 됐음을 인정했다. 방탄소년단의 국내 팬덤이 2015년 ‘화양연화’ 시리즈를 기점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으므로 이들은 해외에서 먼저 성공한 뒤 역수입된 케이팝이라 할 수 있다.

해외시장 성공을 세일즈 포인트 삼아 소위 언론플레이하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방탄소년단은 다르다. 이들의 해외 인기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또 빌보드 수상 이전까지는 국내 언론이 이를 크게 다루지도 않았다.

케이팝 해외 진출의 예전 ‘정석’은 방탄소년단의 경우와 달랐다. 보통 국내 팬덤 기반을 탄탄히 다진 다음 해외 활동을 개시했다. 해외 활동 시기 발생하는 국내 공백기를 버텨내려면 충분히 강한 팬덤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시대가 바뀌어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는데, 동유럽이나 남미 등 특정 지역에서 집중적인 인기를 얻는 경우가 나타났다. 국내에선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각지에서 행사 무대를 돌며 제법 수익을 올리는 아이돌 사업모델도 한동안 많이 활용됐다. 어느 경우든 해외 팬덤은 국내 팬덤의 부가물, 또는 별개로 인식됐다. 방탄소년단처럼 그 인기가 국내로 역류해 들어올 만큼 해외 팬덤이 강한 동시에 국내와 긴밀하게 연결된 적은 없다.

이는 다분히 해외 케이팝 팬덤의 성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통칭 ‘학교 3부작’이라고 하는 방탄소년단의 초기 활동은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반향을 얻긴 했지만 지금과 같은 파란(波瀾)의 수준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해외에서 강한 팬덤을 일군 것은 해외 팬덤이 갖는, 국내와는 다른 취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케이팝 팬덤은 빅뱅과 유튜브를 시발점 삼아 2006년부터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10여 년 세월은 이들을 일본 애니메이션 팬덤 같은 서브컬처(subculture) 집단으로 발전시켰다. 사회 주류와는 좀 다른, 독자적 취향의 공동체다. 자신들만의 행동 양식과 담론을 내부적으로 공유하고, 외부적으로는 취향의 차별화를 확인한다. 2012년 강남스타일이 히트하자 해외 팬들 사이에서 “나는 강남스타일 이전부터 케이팝을 좋아했다”는 고백(?)이 쏟아진 것은 무척 상징적인 일화다. 자신이 속한 사회 주류와 ‘구별 짓기’를 시도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방탄소년단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은 케이팝 ‘본류’라 할 국내와도 또 다른 취향 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화양연화’ 시기의 활동 전략에서 이러한 국내외 취향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두 장의 미니앨범과 한 장의 리패키지 더블앨범으로 구성된 이 연작에서 방탄소년단은 두 가지 대조적인 노선을 동시에 추구했다. ‘I Need U’와 ‘Run’은 드라마적 서사가 엿보이는 뮤직비디오, 한껏 감성적인 멜로디, 인상적으로 치고 들어가는 후렴 등 소위 ‘국내 취향’을 상당히 반영했다. 가요로서 손색없는 곡들이었다. 반면 ‘쩔어’와 ‘불타오르네’는 강렬하고 공격적이면서 유쾌한 음악에 다채로운 의상, 폭발적인 에너지의 군무를 조합했다. 이러한 특성은 해외 팬덤이 가장 사랑하는 케이팝의 요소다.

전략의 차이는 결과의 차이를 가져왔다. ‘쩔어’와 ‘불타오르네’는 각각 2억 회 이상이라는 유튜브 최고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해외에서 유독 큰 반향을 얻었기에 가능한 수치다. 이 시기 곡 중엔 주류 팝 시장의 트렌드와 서정성, 역동적인 안무를 조합해 국내외 팬덤을 동시에 노린 ‘Save Me’도 있었다. 역시 대단한 반응을 얻었지만, 조회 수가 1억3000만 뷰로 2억 뷰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그만큼  ‘쩔어’와 ‘불타오르네’는 해외 팬덤을 강하게 ‘취향저격’해 성공한 사례다.



“난 좀 아닌 것 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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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서태지 25주년 콘서트에서 서태지와 함께 무대에 오른 방탄소년단.[서태지컴퍼니 제공]

방탄소년단의 또 다른 두드러진 강점은 콘셉트다. 케이팝에서 콘셉트는 그저 외연(外延)만 뜻하지 않는다. 각 작품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초부터 ‘10대의 대변자’를 자처했다. 이른바 ‘학교 3부작’으로 불리는 초기 석 장의 음반이 그러하다. 사랑 노래에서도 학교를 배경으로 호르몬 넘치는 10대의 격정을 다뤘다.

특히 고등학생이 할 만한 표현을 예리하게 잡아낸 것이 눈길을 끈다. “여자들은 방정식 우리 남자들은 해” “나도 열여덟 알 건 다 알어”(‘호르몬 전쟁’), “대학까지도 너랑 간다면 참 잘 갈 것 같아”(‘상남자’)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서는 “공부하는 기계”가 되었지만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불안(‘N.O’·2013), 학교에서 느끼는 빈부격차(‘등골브레이커’) 등 10대의 어두운 현실도 노래에 담아냈다. 무엇보다도 멤버 각자의 출신지 방언을 활용해 지역색을 드러내거나(‘어디에서 왔는지’ ‘팔도강산’), 학교에 갇혀 힙합 아티스트를 꿈꾸는(‘힙합성애자’) 등 멤버들의 실제 삶과의 접점을 노출했다. 이는 팬들에게는 더 깊은 이입을 유도하는 장치이며, 외부를 향해서는 진정성 있는 힙합 뮤지션으로 어필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러한 기조는 이후의 음반에서도 유지됐다. 이어진 2015년 ‘화양연화’ 연작은 이제 막 성인이 된 청춘의 방황과 절망을 테마로 했다. ‘N.O’에서 예감한 불확실한 미래가 이번엔 현실이 되어 닥쳐온 것이다. ‘뱁새’는 양극화의 현실 속에서 일방적으로 노력을 강요당하는 데 대한 환멸을 표현했고, ‘쩔어’는 삼포세대, 오포세대 등으로 대상화되는 청춘을 비꼬았다. ‘Run’은 오직 거리를 달리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화자의 고백을 통해 청춘의 고통과 벅차오르는 혈기를 표현했다. 멤버들도 팬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성장하기에, 각 인생의 시점에서 가장 절박한 이야기를 솔직하고 절절하게 담아낸 것이다. 멤버들이 작사 및 작곡에 매우 주도적으로 직접 참여한다는 것도 메시지의 진솔함을 강화했다.

흥미로운 점은 방탄소년단의 ‘커리어 상승’을 따라가는 곡 역시 등장한다는 것이다. ‘Epilogue : Young Forever’는 화려한 무대를 마치고 난 뒤 느끼는 불안과 공허를 고백한다. ‘이사’는 더 큰 숙소로 이사 가는 심경을 구체적 평수와 지명까지 거론하며 노래한다. 더 나아가 다음 앨범인 ‘Wings’(2016)와 그 리패키지 앨범인 ‘You Never Walk Alone’(2017)은 화자의 시선이 유난히 두드러진다. ‘Am I Wrong’에 등장하는 “온 세상이 다 미친 것 같아” “You think it is okay?” “난 좀 아닌 것 같어” 같은 가사는 세상에 대해 판단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양태를 띤다.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Not Today’까지 이르면 그 시선은 더 넓어진다. 전에는 여러 상황에서 겪게 된 것을 노래하며 서사의 배경 속에 머무르던 화자가, 이제는 자신이 직접 보고 생각한 것을 말한다. 힙합의 진정성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있다. 주체성을 갖는 ‘입’, 즉 래퍼의 정체성이 점점 두드러진다. 이는 “학습지 사이 백지에” 가사를 쓰며 힙합을 꿈꾸던 ‘힙합성애자’(2014)와도 연결된다. 이러한 일련의 진행을 통해 방탄소년단이라는 아이돌 그룹이 음악가로서 점차 성장해나가는 큰 서사가 그려진다.

이는 무척 흥미로운 전략이다. 음악으로 현실 세계를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가 자연인으로서 실제의 삶과 강하게 맞물리면서 이들의 이야기는 최소한의 가공만을 거친 ‘진짜 이야기’로 다가온다. 방탄소년단은 현실과 연결된 끈을 움켜쥐며 팬들에게 힙합의 진정성 여부 정도는 아득히 뛰어넘는 ‘몰입’의 기쁨을 제공한다. 나는 이것이 국내외 팬들을 사로잡은 방탄소년단의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 해외 팬들도 방탄소년단 음악의 ‘메시지’를 매우 높게 평가한다. 외국 팬들에게 ‘방탄소년단’은 발음하기도 어렵고 가사 내용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언어 장벽을 뛰어넘어 그 메시지를 이해하고 나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사로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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