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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탐구 | 소득주도 성장론과 J노믹스 |

“마중물만 퍼붓지 말고 펌핑할 성장동력 찾아라”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작심 토로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마중물만 퍼붓지 말고 펌핑할 성장동력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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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民皆稅와 공동체의식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내 서민, 중산층 증세는 없다. 증세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으로 한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스스로 178조 원이 더 필요하다고 했는데, 초고소득층의 소득세와 초대기업의 법인세 인상으로 늘어나는 세금은 5년간 20조 원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재정지출을 줄이고 경제성장에 따른 세금 자연증가분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데, 박근혜 정부도 그렇게 주장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세금은 기본적으로 국민개세(國民皆稅)로 가야 한다. 그래야 공동체의식이 생긴다. 내는 사람 따로, 받는 사람 따로 있게 하는 건 국민을 분열시키고 편가르기를 하는 것밖에 안 된다. 지금도 소득세를 상위 10%가 80% 이상 내고 있다. 한 푼이라도 소득세를 내는 사람이 50%밖에 안 된다. 조금 버는 사람이라도 일단 세금을 내고 복지정책을 통해 돌려받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리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가 왜 망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유명한 실험 사례가 있다. 평소 학점을 후하게 주던 미국의 한 대학 교수가 모든 수강생에게 F학점을 준 일이 있다. 그 교수는 “국민 누구도 가난하거나, 지나친 부자로 살아서는 안 되며, 모두가 평등한 부를 누려야 한다”는 주장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점수 평균에 따라 모든 학생에게 같은 학점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학생들도 모두 찬성했다. 하지만 평소 공부를 하지 않던 학생은 계속 놀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던 학생도 “내가 왜 남 좋은 일을 하냐”며 공부를 게을리 했다. 그 결과 모두 낙제점수를 받은 것이다.

구체적인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보면, 우선 내년 최저임금을 16.4% 올렸다. 1만 원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임금을 많이 받게 한다는 데 누가 반대하겠나. 그런데 임금을 주는 주체인 사용자의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처럼 자영업자가 많은 나라는 사용자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면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고 고용이 차단된다. 2006년 아파트 경비원에 대해 최저임금을 보장하자 오히려 일자리 4만 개가 사라졌다.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니까 벌써 편의점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일단 올리고 1년 지켜본 후 판단하자’고 말한다. 국민경제를 시험대상으로 삼자는 이야기로 들려 기가 막힌다. 또한 민간의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해준다는데, 이게 얼마나 지속가능할지 모르겠다.”



일자리와 일거리

“마중물만 퍼붓지 말고 펌핑할 성장동력 찾아라”

윤증현 전 장관은 국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2011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금융 위기를 극복했다. 사진은 2011년 3월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증현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 하는 모습.[동아 DB]

공무원 17만 명 등 공공일자리 81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정말 잘못된 방향이다. 그 인건비를 누가 부담하나? 국민 세금이다. 정부는 지금 일거리와 일자리를 혼동하고 있다. 일거리가 있으면 일자리는 저절로 생긴다. 공무원을 늘리겠다는 것은 일거리와 상관없이 일자리만 늘리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성과연봉제 폐지는 어떻게 보나.
“최근 법원에서 노조가 합의하지 않은 성과연봉제는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놓았다. 나라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 중에서 그나마 건질 수 있는 게 성과연봉제였다. 노조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업무가 다르고 성과가 다른데 똑같은 월급을 받는 게 말이 되나. 우리처럼 노동유연성이 없는 나라에서는 비정규직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니까, 1년 일하면 자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계약직 직원들도 일을 열심히 안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효과가 없다고 보는 건가.
“지금 우리 경제가 여러 상황이 꼬여 있기 때문에 뭔가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마중물이 필요하다. 마중물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의미가 있긴 하다. 하지만 맹점이 있다. 그렇게 늘어난 가계소득이 소비증가로 이어지겠느냐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14조 원에 달한다. 개인소비를 늘리려면 웬만한 마중물 규모로는 한계가 있다. 또 하나, 투자의 주체는 기업이라는 걸 다시 한번 유의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의 주체도 기업이다. 그런데 기업에 대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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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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