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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어, 너마저…’, 대학로가 떨고 있다

  • 권재현 기자|confetti@donga.com , 김정은 동아일보 기자 | kimje@donga.com

‘라이어, 너마저…’, 대학로가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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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속 토끼

‘라이어, 너마저…’, 대학로가 떨고 있다

국내 상륙 20년을 맞아 역대 출연진과 스타 배우를 골고루 기용해 새롭게 선보인 ‘스페셜 라이어’ 공연의 한 장면. 이 작품의 판권을 넘기기로 한 제작사 파파프로덕션으로선 ‘굿바이 라이어’가 된 셈이다. [김진환 스포츠동아 기자]

‘잠수함 속 토끼’란 말이 있다. 산소 공급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토끼가 죽으면 잠수함 내부 공기 이상이 있음을 감지하고 급부상 신호로 삼았던 것에서 기원한 표현이다. 홍기유 대표와 최진 대표는 어쩌면 대학로 위기 상황을 알리는 ‘잠수함 속 토끼’는 아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의 궤적을 살펴보면 닮은 점이 참 많다.

우선 대학로에 새바람을 몰고 온 ‘히트작 메이커’로 각광받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 비결이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난 공연을 엄선해 명품 브랜드로 포장한 데 있다는 점도 닮았다. 여기에 각각 조재현과 김수로라는 ‘마당발 스타’를 프로그래머 내지 기획자로 영입해 대중스타를 무대 위로 불러낸 전략도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공연 시장이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로 요동치게 되자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고 스러져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홍 대표는 동숭아트센터 씨어터컴퍼니 대표 시절인 2004년 기획한 ‘연극열전’ 시리즈로 흥행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사냥에 성공했다는 명성을 얻었다. 과거의 명품 연극과 신작 번역극을 묶어 10여 편을 엮어내 시너지 효과를 거두면서 스타 캐스팅으로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영화계 인맥이 탄탄한 영화배우 조재현을 프로듀서로 영입한 점도 주효했다.

2011년 극단 적도를 창립한 뒤 장기공연이 가능한 개별 작품 계발에 공을 들였다. ‘웃음의 대학’ ‘너와 함께 라면’ ‘게이 결혼식’ 같은 연극과 ‘심야식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같은 뮤지컬이다. 흥행작도 많지만 기대에 못 미친 작품도 적지 않았다. 돈 문제와 관련해 아쉬운 소리 못 하는 그의 성정이 사태를 악화시킨 점도 있었다. 

최 대표는 그보다 뒤늦게 대학로에 입성했다. 이동통신업계 대기업에서 전략 콘텐츠를 개발하다 연예매니지먼트사 부사장으로 옮겼고 2010년 아시아브릿지컨텐츠를 세우면서 공연계에 뛰어들었다. 옛 연예매니지먼트사 소속 배우를 앞세운 ‘김수로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이기동체육관’ ‘발칙한 로맨스’ ‘블랙메리포핀스’ 같은 연극과 ‘로미오와 줄리엣’ ‘친정엄마’ 같은 뮤지컬을 제작했다. 신작 보다는 기존 작품 중에서 흥행 가능성이 큰 작품을 발굴하면서 김수로의 인맥을 동원한 스타 캐스팅으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공연 사업은 초기 제작비가 많이 투입되는 초연 못지않게 재연, 삼연을 통해 장기적 수익을 발생시켜야 하는데 제작 편수가 크게 늘면서 매출은 껑충 뛴 반면 수익은 거꾸로 줄었다. 2014년 영업이익률이 8.6%였으나 2015년에는 0.2%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 돌파구를 모색하려 거액을 투자해 제작한 번역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과 창작뮤지컬 ‘곤 투모로우’의 흥행 부진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사업다각화를 모색한다며 교육과 식음료 사업에 방만하게 투자한 것도 발목을 잡았다.

현재 대학로 공연제작자 중에서 생존능력이 가장 탁월하다고 손꼽히는 악어컴퍼니의 조행덕 대표에게 두 사람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교훈에 대해 물었다. 창작극 ‘옥탑방 고양이’로 7년째 대학로 연극 예매 1위의 아성을 지키고 있는 조 대표는 “두 사람 다 남에게 싫은 소리 못 하는 착하고 여린 성격이어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들이 다 껴안고 가려 한 게 가장 크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라이어, 너마저…’, 대학로가 떨고 있다

대학로 명품 브랜드 ‘연극열전’을 기획하고 ‘웃음의 대학’과 ‘너와 함께 라면’, 뮤지컬 ‘심야식당’ 등 히트작을 제작했지만 지난해 5월 31일 투신자살한 홍기유 극단 적도 대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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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 기자|confetti@donga.com , 김정은 동아일보 기자 |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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