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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이식 개척자’ 이종수의 독일 편지

민족주의 팽배…독일에 한국혼은 없다

재독동포 2·3세로 살아가기

  • 이종수|독일 본대 의대 종신직 교수

민족주의 팽배…독일에 한국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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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 이후 독일 사회는 귀화한 외국인을 동화(同化)하는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민족주의가 강해지면서 외국인에 대한 관대함도 줄어들고 있다.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해 의식구조마저 바꾸려는 상황에서 동포 2·3세가 현재 살고 있는 독일에서 성공하고, 고국도 잊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16년 7월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2016 중·고생 재외동포 청소년 초청연수’ 행사에 447명의 재외동포 청소년이 참가했다.[서영수 동아일보 기자]

2016년 7월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한 ‘2016 중·고생 재외동포 청소년 초청연수’ 행사에 447명의 재외동포 청소년이 참가했다.[서영수 동아일보 기자]

벌써 11년 전의 일이다. 2006년 1월 29일 일요일 밤 독일 제1-TV 인기 토론 프로그램에서 ‘어떻게 하면 외국인을 좋은 독일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주제를 다뤘다. 사회는 유명 토크쇼 진행자 사비네 크리스티안센 여사가 맡았다. 토론자로는 독일 보수당을 대표해 주 내무부장관 1명, 업계를 대표해 중소기업주 1명, 범죄학자 1명 그리고 독일 진보정당을 대표해 녹색당수가 참석했다. 범죄학자가 끼여 있는 것이 이채롭지만 이는 외국인 2세의 범법행위가 독일인 2세보다 많기 때문인 듯했다. 

독일 통일 이후 외국인도 독일의 기본법인 독일헌법(1949년 공포)에 따라 살아가고, 독일의 관습과 민족문화에 융합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베를린의 여러 학교에선 수업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같은 나라에서 온 외국인 자녀들끼리도 독일어만 사용하도록 했다. 정계 및 사A회단체 내에서도 어떻게 하면 젊은, 혹은 어린 외국인 자녀들을 독일 사회에 인테그라치온(Integration·동화) 시키느냐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독일인들은 “우리는 다문화사회(multi-kuli)를 원하지 않으니 독일에 사는 외국인은 자기 나라 고유의 문화생활을 피하라”고 강조한다. 내가 살고 있는 북라인 서팔렌 주 정부에서는 외국인의 독일화를 전담하는 인테그라치온 장관까지 임명해 외국계 이주민의 독일화에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좋은 독일 사람 만들기

이런 사회 여론을 반영해 독일 제1-TV가 개최한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외국인을 ‘좋은 독일 사람’으로 만들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보수당인 기독교민주연합과 기독교사회연합이 통치하는 주에서는 “외국인은 독일 전통문화에 동화돼야 할 뿐 아니라 독일의 역사적 우수성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외국인이 독일 국적을 취득하려면 사전에 좋은 독일인이 될 수 있는 교육을 받고 이에 대한 테스트에 합격해야 한다”며 각 주 나름대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가고 있다. 이런 독일 사회에서 우리 동포 2·3세가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4년 후인 1959년 내가 독일에 왔을 때는 독일 사회에서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지금과 많이 달랐고 외국인에 대한 대우도 아주 좋았다. 당시 독일은 ‘라인 강의 기적’이라고 하는 경제부흥 시대로 노동자가 매우 부족했다. 그래서 터키 수도 앙카라에 수송기를 여러 대 대기해 놓고 독일 의사가 터키 노동자들의 건강을 진단해서 건강하기만 하면 독일어를 몰라도 독일로 수송할 정도였다. 

그때는 물론 외국인이 독일의 전통문화에 동화돼야 한다는 견해조차 없었고, 오히려 외국인이 독일에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독일 정부가 각종 사회단체에 활동비를 지급하며 외국인을 보살피게 했다. 외국인을 도와주는 여러 단체가 독일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나와 같은 외국인 학생을 거의 매일 저녁 모임에 초대하는 바람에 대학기숙사에서 차분하게 공부할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무엇이든지 도와주려는 독일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오늘날은 외국인에 대한 인심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변했다. 독일 통일 16년 뒤인 지난 2006년 7월 어느 날이었다. 독일 병원에서 트레이닝을 받기 위해 내가 관계된 재단이 초청한 외국인 장학생 한 명이 저녁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나는 그 병원 주임교수에게 ‘장학생이 저녁 9시 반경 그곳 역에 도착하니 병원 직원 중 한 사람이 마중 나가서 기숙사로 안내해줄 수 있겠느냐’고 편지를 썼다. 이 장학생이 도착하기 전날 이 주임교수의 비서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 교수님, 병원 직원들에게 문의했는데 자진해서 역에 나가 픽업하겠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그 장학생에게 ‘역에서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와서 수위에게 맡겨놓은 기숙사방 열쇠를 찾아서 방으로 가라’고 해주세요.” 

같은 독일인데 통일 전과 통일 후가 이렇게 달라졌다. 그 친절했던 독일 사람은 전부 어디 갔을까? 실망이 컸다. 변화한 독일의 현실에 서글픔마저 들었다. 문제는 동포 2·3세도 이처럼 변화된 사회에서 경쟁을 뚫고 생존해가야 한다는 점. 2006년 6월 초 재외동포재단의 초청을 받아 서울에 모인 세계 각국의 한인회장들은 토론회를 통해 조국에 대한 자긍심과 애국심을 잊지 않도록 한인 2·3세를 교육할 것과 거주국에서 성공해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동포 2·3세에 대한 적극적 협조를 한국 정부에 당부했다. 

한국 정부는 주독 한국대사관을 통해 지난 30년간 독일동포 2세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는 일을 전담하는 교육원장을 파견해 우리 조국, 우리 민족, 우리 해외 동포, 우리말, 우리 민족문화라는 단어를 동포 2·3세가 잊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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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수|독일 본대 의대 종신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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