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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리포트

결혼 거부하는 비혼주의자들

“혼자 사는 내 인생은 외로운 낙원”

  • 고려대 김우진, 유진예, 호문군, 홍승아

결혼 거부하는 비혼주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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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외도하고 시댁과 갈등하고”

한 웨딩업체의 ‘싱글웨딩’ 사진. [동아DB]

한 웨딩업체의 ‘싱글웨딩’ 사진. [동아DB]

서울 K대 미디어학과 재학생 허모(여·24) 씨는 “난 비혼을 택했다. 결혼을 하면 삶의 질이 추락한다. 시어머니와 소통이 안 돼 갈등하고 남편이 외도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게 너무 귀찮아 결혼을 마주하기 싫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국어국문학과 재학생 왕모(여·19) 씨는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면서 살 필요가 없다. 결혼하면 남자 쪽 가정도 챙겨야 하고 자녀도 양육해야 한다. 이런 예속된 생활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N포 세대라는 유행어에 따르면, 요즘 젊은이들은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시달리고 결혼비용이나 양육비용도 부담이 되어 결혼을 포기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것도 중요한 원인이겠지만, 허씨나 왕씨의 증언에서 알 수 있듯이, ‘결혼 후의 새로운 인간관계’에 대한 부담감도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다른 중요한 이유가 된다. 적지 않은 젊은이는 ‘관계들’에 속박당하지 않은 채로 혼자 살고 싶어 비혼을 택한다. 

직장인 왕모(33) 씨는 “결혼은 내게 안정을 줄 수 없다. 연애는 하겠지만 누구와도 결혼까지 가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 S대 경영학과 재학생 이모(여·25) 씨는 “내 힘으로 나의 욕구들을 충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 돈 벌어 눈치 안 보고 사는 것이 결혼해서 사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허례허식 많은 우리 결혼 문화”

“우리나라 기성세대가 은연중에 강요하는 결혼 문화 속엔 허례허식이 너무 많아요. 자녀 결혼에 부모 하객이 구름처럼 오는 것, 친한 사이가 아닌데도 축의금 주고받는 것, 상견례며 예단 오가는 것, 직장에까지 청첩장 돌리며 다 알려야 하는 것, 체면 안 깎이게 집이며 혼수 준비해야 하는 것…. 이런 것들이 다 허례허식이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죠. 결혼한 뒤에도 배우자에게, 양가 부모에게 갖춰야 할 예의가 너무 많아요. 서양 영화에서처럼 교회에서 친한 친구 몇 명만 불러 예식 올리고 둘이서 알아서 사는 그런 결혼이라면 그나마 낫죠. 우리나라식으로 이렇게 결혼하느니 차라리 그냥 쭉 혼자 살고 싶어요.” 

그러나 아직 비혼은 20대의 주류적 가치가 되진 않는다. “난 평생 결혼 안 하고 혼자 살 거야”라고 말하면 주변에선 “과연 그렇게 될지 두고 보겠다”는 반응이 우선 나온다. 서울 E대 대학원생 이모(여·25) 씨는 “‘영원히 결혼 안 하겠다’고 친구들한테 말했더니 ‘너 같은 애들이 제일 먼저 결혼하더라’라는 답이 돌아왔다. 기가 찼다”고 했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연구보고에 따르면, 결혼할 의사가 없는 남자(20%)보단 결혼할 의사가 없는 여자(31%)가 더 많다. 남성보단 여성이 비혼에 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생 박나현(여·21) 씨는 자신이 비혼주의자라면서 실명 인터뷰에 응했다. 

박씨는 “여성이 결혼하면 직장일, 집안일, 육아를 맡아야 한다. 이런 희생을 해야 한다면 결혼하지 않고 삶을 즐기면서 사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박씨는 “친구들은 내 생각을 이해한다. 어머니는 ‘네가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아버지는 ‘네가 결혼하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박씨는 “결혼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비혼이라는 단어가 나와 반갑다. 비혼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나 제도적 기반이 생기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김지훈(23)씨는 “남자인 나도 자유롭게 살기 위해 비혼을 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결혼해 아이를 낳게 된다면 나를 위한 시간은 더 줄어든다. 경제적으로도 여러 제약이 생길 수 있다. 혼자 살 땐 나 하나만 건사하면 되지만 결혼하면 아내와 자녀까지 걱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내가 번 돈을 온전히 내 삶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비혼주의자들이 어떤 이성을 만나 사랑하게 될 때 이들이 결혼 대신 주로 선택하는 것은 동거다. 한 비혼주의자의 말이다. 

“결혼을 안 하고 싶은 거지 연애를 안 한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도 결혼에 대한 제 생각은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둘이 사랑하더라도 결혼하면 행복할 수만은 없으니까. 결혼 대신 동거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 동거가 미디어에서 자주 다뤄지고 있고 예전보다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저도 어떤 여성을 사랑하게 되고 그 여성이 동의한다면 동거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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