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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호 특집 | ‘신동아’ 강제폐간 즈음의 풍경 |

‘구인회’ 젊은 문인의 슬픈 우정과 사랑

‘짝사랑꾼’ 김유정, ‘사랑꾼’ 이상 19일 차 불귀의 객 되다

  • 성기웅 극작가·연극연출가 12thtts@naver.com

‘구인회’ 젊은 문인의 슬픈 우정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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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벽두의 이상과 구인회

[두산아트센터 제공]

[두산아트센터 제공]

‘20세기 건담기’에서 구인회 멤버들의 만담과 공연을 극화한 장면. 건담(健談)은 이상이 만담(漫談)의 대용어로 붙인 용어인데 구인회 문인들이 나눈 술자리 농담과 기록을 토대로 성기웅 작가가 현대적 콘서트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나는 그동안 193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연극을 만들어왔다. 특히 2017년 9월에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20세기 건담기’라는 신작을 공연함으로써, 1930년대 최고의 모던보이 소설가 구보 박태원을 주인공으로 한 네 편의 연작 연극을 발표한 셈이 됐다. 

앞선 세 편의 연극이 1933년부터 1935년까지를 배경으로 삼았다면, 마지막 연극 ‘20세기 건담기’는 1936년 벽두에서 시작해서 1937년 4월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었다. 구보 박태원의 절친한 친구로 내 연작 연극에 중요한 인물로 등장해온 이상(李箱)이 죽음을 맞은 것이 바로 1937년 4월이다. 

전작(前作)들이 구보를 비롯한 젊은 예술가들의 사생활, 당대의 풍속 같은 것을 다룬 것에 견주어, ‘20세기 건담기’에서 나는 당대의 거시적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다. 시인 이상은 1936년 가을 일본 도쿄로 건너갔다가 이듬해 2월 불령선인(不逞鮮人), 즉 의심스러운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되었다가 유치장에서 병이 깊어져 결국 죽음에 이른다. 계급주의 문학에 반대했던 이른바 순(純)문학단체 구인회(九人會)의 일원이었고, 실제로도 정치의식이나 민족의식 같은 건 무척 옅었음에 틀림없는 이상이 아이러니하게도 무척 정치적인 죽음을 맞은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희곡을 쓰고 그걸 무대화하기 위해 나는 그동안 모아둔 1936년 즈음의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했다. 이 한 해 동안 시대의 격동과 젊은 예술가들의 삶 사이에 생긴 대조적인 경향은 점차 짙어져 간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이상과 김유정, 두 젊은 문인은 죽음으로 다가간다. 

늘 불우했던 이상이지만, 1935년 한 해는 특히 이상에게 최악의 해였다. 한때 사랑한 카페 여급 권영희는 매일신보 기자이던 친구 정인택의 아내가 되었다.(권영희는 우여곡절 끝에 1956년 평양에서 구보와 재혼을 하고, 반신불수에 실명을 겪는 구보를 도와 그의 유작 ‘갑오농민전쟁’의 집필을 돕는다) 종로2가에서 경영하던 다방 제비는 결국 문을 닫았고, 카페 쓰루(鶴), 69, 무기(麥) 따위의 이름을 단 새로운 가게들도 거의 문도 못 열어보고 폐업해야 했다. 문필 활동에서도 여전히 별다른 인정을 못 받고 있었다. 그해 가을 이상은 이북 지역으로 방랑을 떠났다가 돌아온다. 

1936년 벽두에 이상은 오랜만에 출퇴근 생활을 한다. 일급 1원 30전을 받으며 창문사 출판부에서 교정 일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속한 문학인 서클 구인회의 동인잡지 ‘시와 소설’ 창간호를 편집하는 일에 몰두한다. 창문사는 이상의 죽마고우인 화가 구본웅의 아버지가 경영하던 회사였다.(이상과 척추장애인이었던 화가 구본웅의 우정에 관해서는 ‘신동아’ 2002년 11월호에 실린 구본웅의 당조카 구광모의 글 ‘友人像’과 ‘女人像’- 구본웅 이상 나혜석의 우정과 예술’에 자세히 나와 있다) ‘시와 소설’이란 잡지를 창문사 출판부에서 낼 수 있었던 건 바로 이상을 비롯한 문인들을 돕는 후원자 노릇을 한 구본웅의 후의 덕분이었다. 

한국문학사에서 무척 중요하게 언급되는 구인회는 1933년 8월에 소설가 이태준, 시인 정지용을 비롯한 문인 혹은 예술가 아홉 명이 모여 만든 단체였다. 이들은 카프(KAPF)의 계급주의 문학을 배격하며 이른바 순(純)문학을 표방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소설가 이효석과 영화감독 김유영 등이 탈퇴한 자리를 신진 문인이던 구보 박태원과 이상이 채우게 된다. 1902년생인 정지용, 1904년생인 이태준은 1910년생인 구보와 이상에게 선배이자 멘토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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