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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기의 살맛나는 경제

삶의 질을 대하는 경제지표의 기만

  • |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ykimatajou@gmail.com

삶의 질을 대하는 경제지표의 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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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소득’의 함정

GNI에 가계소득 이외에 정부소득과 기업소득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이해하더라도 지표와 삶의 불일치는 여전하다. GNI 중 가계소득의 비중이 62.1%에 불과하다 해도 4인 가족 기준 가구당 소득은 7990만 원(1억2866만 원×0.621)에 이르기 때문이다. 우리 중 절반 이상의 가구가 4인 가족 기준으로 8000만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단 말인가? 

여기서 우리는 두 번째 함정을 피해가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평균값’의 문제점이다. 근로자 대부분의 임금이 정체된 상태에서 고소득자의 소득이 한없이 올라갈 경우 평균값은 올라간다. 그러나 중위소득(99명 중 50번째 소득)과 평균소득의 격차는 확대된다. 이 경우 다수의 가구소득은 가구 평균소득 이하 구간에 위치하게 된다.
 
실제로 통계청의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7000만 원 이상 소득을 올리는 가구는 23.4%에 불과하다. 이 조사는 1인 가구부터 5인 이상 가구까지 가구원 수와 관계없이 전체 가구에 대해 조사한 것이란 점에서 기준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함의는 동일하다. 

이 조사에 따르면 1억 원 이상 소득을 올린 가구는 전체 가구 중 10.1%, 7000만 원~1억 원 미만 소득을 올린 가구는 13.1%다. 가구당 평균소득은 5010만 원이고, 중위소득은 4040만 원이다. 3000만~5000만 원 미만에 가장 많은 가구(24.2%)가 쏠려 있고, 거의 유사한 수준의 가구(24.1%) 소득이 1000만~3000만 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1000만 원 미만인 가구도 11.7%나 됐다. 전체 가구 중 60.2%가 5000만 원 미만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반면 매달 월급만 7810만 원 이상을 받아 본인부담금으로 매달 건강보험료 상한액인 238만9860원을 내는 고소득 직장인은 이제 3990명에 달한다(2017년 11월 기준). 2012년 2508명이던 건보료 상한액을 내는 고소득 직장인은 2015년 3000명을 넘었고, 이제 곧 4000명을 상회할 것이다. 연봉 1억 원이 넘는 근로자도 2011년 36만2000명에서 2016년 60만 명을 넘어섰다. 

지표와 현실 삶의 불일치는 가계소득 이외의 많은 분야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사회복지지출은 GDP 대비 10.4%로 OECD 평균 21%의 절반에 불과하다.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사회복지지출 비중이 낮은 나라는 멕시코 한 나라뿐이다. 참고로 멕시코의 1인당 국민소득은 9000달러대다.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노동시간 또한 한국은 최장 노동시간 국가로 잘 알려져 있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071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다. OECD 회원국 평균(1692시간)보다 22%나 높으니 한국인은 평균적인 OECD 국민보다 1년에 두 달쯤 더 일하는 셈이다. 게다가 한국의 노동시간이 OECD에 과소 보고됐기 때문에 실제로는 멕시코보다도 길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연말 ‘2018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소득은 3만 달러 수준이지만, 삶의 질은 1만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언급했다. 

산업재해 사망률은 OECD 1위다(2014년 기준). 특히 건설업 사망률은 영국의 9배에 이른다. 자살률도 2003년 이래 OECD 국가 중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OECD 평균의 3배이고 특히 노인자살률은 평균의 4배에 이르렀다. 2014년 7월부터 매달 20만 원의 노인 기초연금을 지급하자 노인자살률이 빠르게 하락하는 추세다. OECD 국가 중 한국이 노인빈곤율 1위인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행복이 GDP보다 우선한다”

이제는 우리 삶의 질 수준이 이토록 낮은 이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겨우 성장은 하지만 성장의 과실이 국민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국민의 삶의 질을 결정할 복지 및 공공 서비스에 대한 지출이 부족할 뿐 아니라, 좋은 일자리가 매우 한정돼 있어 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유치원 때부터 시작되는 데 따른 부작용이 크다. 가령 박근혜 정부 시절 ‘빚내어 집 사는’ 방식으로 건설 투자에 기댄 성장을 한 결과, 주거비 부담이 가중돼 가계의 실질소득 중 실제 처분 가능한 소득 비중을 더욱 왜소하게 만들었다. 

성장의 총량만을 내세우던 그간의 사고와 관행을 바꿔야 할 것이다. 성장을 지속하면 삶의 질이 개선될 것으로 생각해왔지만 삶의 질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경제활동의 목적은 좋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GDP나 GNI는 목적이 아니라 그 목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인식해야 한다. 

스티글리츠-센-피투시 위원회를 출범시킨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사회 조직의 운영 원칙과 공공 정책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사고방식이나 생각의 틀, 가치관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위해 스티글리츠 위원회가 기존의 통계와 회계 방식에 대한 도전장을 던져주길 원했다. 위원회는 그 연구 결과로 ‘우리의 삶을 측정하는 것: 왜 GDP는 맞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출간했는데, 이에 따르면 “무엇보다 사람의 행복이 GDP보다 정책의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 

위원회는 GDP 증가만을 추구하면, 정작 국민을 더 못사는 사회로 몰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GDP는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아니다.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본질적으로 금융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실물경제를 좀 더 생산적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몸집 불리기에 골몰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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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ykimatajo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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