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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앞둔 남자농구 대들보 김주성

“마흔까지 온 건 나와의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

  • | 이영미 스포츠 전문 기자

은퇴 앞둔 남자농구 대들보 김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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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의 실체

운동선수의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은퇴를 종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난 그런 분위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은퇴는 강요당한다고 해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5~6년 전부터 은퇴를 떠올렸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이번에 은퇴해야 하나, 아니면 1년 더 뛰어야 하나 고민했다. 이상범 감독님이 팀을 리빌딩하는 과정에서 내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1년 계약을 이끌어주셨다.” 

이전 이상범 감독 인터뷰 때 들은 얘기다. 김주성 선수에게 역할을 부여한 내용인데 경기에서 활약하기보다는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부분에 더 많은 의미를 담았다고 하더라. 

“1년 더 선수 생활을 하면서 후배들을 도와달라고 부탁하셨다. 야간 훈련 때마다 후배들을 이끌었다. 후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나한테 책임이 있는 터라 어느 때보다 열심히 가르쳤던 것 같다. 후배들과 함께하면서 책임감의 실체를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우리 팀 1라운드 목표가 3승이었다. 그런데 5승 3패를 이뤘다. 이후엔 연승 행진도 이어갔고 지금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1위 팀이 됐다. 시즌 마칠 때까지 이 순위를 유지할지 모르겠지만, 올 시즌은 농구 외적인 부분에서 많은 걸 배우는 중이다.” 

이상범 감독이 식스맨들에게 출전 시간을 보장해주면서 비주전 선수들의 기량이 부쩍 늘어난 걸 확인할 수 있었고, 그 부분이 원주 DB가 1위에 오른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비주전 선수들은 실수를 두려워한다. 모처럼 코트에서 뛰다가 실수하면 바로 교체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독님은 비주전 선수들에게 출전 시간을 약속했다. 어떤 실수를 해도 5분에서 7분의 출전 시간을 보장해주신 것이다. 처음엔 나조차 감독님의 약속을 긴가민가했는데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 약속을 지키는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프로에 올 정도의 선수라면 비주전과 주전의 실력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다. 게임을 더 많이 뛰고 못 뛰고의 차이인 것이다. 기술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감독님은 그걸 떠올리고 밀어붙인 것이다.”


꼴찌 후보의 1위 돌풍

이상범 감독은 올 시즌 김주성의 체력 안배를 위해 주로 3쿼터 후반이나 4쿼터에 투입했다. 이는 원주 DB의 후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그리고 DB의 센터로 활약 중인 유성호, 서민수의 야간 훈련을 전담케 했다. 남은 시간 동안 후배들을 위해 도움을 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꼴찌 후보’로 꼽히던 DB는 1위 돌풍을 일으켰다. 3년간 야인 생활을 하고 코트로 돌아온 이상범 감독의 매직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주전으로 풀타임을 소화했을 때 ‘혹사’라는 단어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혹사라는 의미가 무엇인가. 내가 하기 싫은데 억지로 강행시키는 게 혹사 아닌가. 난 그런 경기를 한 적이 없다. 선수라면 누구나 코트에서 오래 뛰고 싶어 한다. 휴식 차원에서 경기에 넣고 빼기를 반복하면 오히려 컨디션을 망치기 마련이다. 감독님이 알아서 시간을 배분해주기 때문에 혹사당했다고 느낄 만큼 힘들게 뛰지 않았다.” 

올 시즌 1쿼터가 아닌 3쿼터 후반부에 뛰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난 뛰는 시간에 구애하지 않는 편이다. 주전으로 뛰지 못한다고, 후반부에 투입된다고 해서 서운하거나 아쉬운 점도 없다. 내가 처한 현실을 인정했다.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다. (출전 시간에) 욕심을 부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최근 3점 슈터로 변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센터가 슈터로 나선 이유가. 

“3년 전 내측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두 달가량 쉬었다. 회복 과정에서 무릎이 안 굽혀지더라. 트레이너에게 은퇴해야 하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일단 지켜보자고 하더라. 시즌 개막 10일 전까지 슛을 제대로 던지지 못할 정도였다. 그때부터 3점 슛을 연습했다. 부상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었는데 슛이 잘 들어가면서 재미를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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